막상 아이들에게 우리 전래동화를 보여주려고 하면 생각보다 그렇게 양이 많지 않다는 것에 한 번 놀라고, 또한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 비슷한 전래동화들로만 이루어져있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란다. 최근들어 창작동화는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각 지역에 구전되고 있거나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책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 지원을 해야하지 않을까. 외국 전래동화도 괜찮은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나라의 시대배경과 생활모습은 아무래도 우리와는 차이가 있어서 선뜻 흡수가 잘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릴적부터 너무 외국 이야기에 많이 노출시키는 것 같아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다.

 

이 책은 제주도에서 내려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서운 마마병을 퍼뜨리는 마마신과 용감한 해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풍부한 색상과 신경을 많이 쓴 그림, 그리고 간결하면서도 짤막 짤막한 이야기들은 아이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는 것 같다. 이야기 자체가 환타지적인 면이 있어서인지 아이가 아주 좋아한다.

 

제주도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무암에 대한 유래는 너무나 재미있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현무암이 제주도에 많이 있게 된 유래가 이 책에 나온다. 책 제일 뒷 부분에는 ‘생각이 크는 이야기’ 라는 제목으로 제주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 제주도에서 유래한 설화와 서로 연관시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우리나라의 설화나 전래동화가 많이 소개되지 않고 있는 요즘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섬세하고 화려한 그림을 담고 있는 동화책이 출간되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아주 기분좋은데, 내용 또한 아이들에게 유익한 것 같아 더없이 좋다. 특히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용감한 여자아이가 주인공이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보통은 여자 아이가 나오면 공주로 그리거나 아니면 멋진 왕자가 나타나 주기를 바라는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는 그런 기존의 생각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물론 제주도라는 곳이 삼다(三多), 즉 여자가 많고, 바람이 많고, 돌이 많아서, 이야기의 주인공도 여자 아이가 되었을 거다. 이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각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소재의 책이 계속해서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계의 화두는 “영어몰입교육”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오직 공부만 이야기하고, 그것도 영어만 이야기한다는 것이 못내 안쓰럽기까기 하고, 굳이 이렇게 해야하는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교육체계가 갖추어진 이상은 제도를 탓하기 전에 그 제도를 활용하여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제도권을 이탈하는 수밖에 없다. 답답한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요즘 교육은 아이의 머리만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하나라도 더 알아야 하는 정보전쟁이나 마찬가지다. 영어에 대해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지은이가 7세에 시작해서 초등학교 4학년 정도면 영어를 국어만큼이나 능숙하게 읽고 듣고 쓰고 말할 수 있다면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아이를 가진 학부모들이라면 귀가 솔깃해진다.

 

책은 4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7세부터 초등학교 1학년 영어 학습 전략 으로 그림사전을 활용하는 법, 영어 동요를 활용하는 법, 영어 비디오를 보여주는 방법, 영어 보조 학습자료를 선택하는 방법 등 10가지에 대해서, 두 번째 파트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4학년때까지 영어 학습 전략으로 동작 동사를 가르쳐야 하는 이유, 교재 선별 법, 영어 동화의 세계로 아이를 이끌기, 영어 일기를 쓰게 하는 방법, 정확히 질문하고 대답하는 법 등 10가지에 대해서, 세 번째 파트에서는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전략에 대해서, 네 번째 파트에서는 ELS 교재, 책 정보 공유 사이트, 수입 영어 교과서, 온라인 학습 사이트, Audio-Visual 학습 컨텐츠, 듣기 교재, 영어 일기 책, 리더스 북, 파닉스와 단어 등 영어 학습 보조 자료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초등 학교 시절 영어 교육에 관한 것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다. 아마 아이들을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 등에 보낸 학부모들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을 것이다. 요즘은 워낙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고 학부모들이 정보가 빠르다보니 왠만한 경우는 학원 강사나 선생님들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영어 교육에 대한 전반적으로 윤곽을 그리는데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색다른 내용이 더 있나 싶어 책을 펼쳐 든 분들에게는 다른 영어교육책들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비슷비슷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책 서문에도 적혀 있다시피 부모가 아이를 믿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들도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그 점에서 이 책은 부모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아이를 영어유치원이나 다른 학원에 안보내고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에는 좋은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영어유치원이나 학원에 다닌다면 그 진도를 따라가기도 바쁠테니 말이다.

 

영어가 모든 교육의 핵심이 되어버린 지금의 교육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학부모 입장에서 위 제도를 고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위 제도 안에서 최대한의 교육효과를 낼 수 있도록 아이를 지도할 수 밖에 없다. 영어가 우리나라 언어가 아닌만큼 영어교육에 대해 우왕좌왕하게 되는데, 이 책은 그런 수고를 조금이나마 덜어주지 않을까 한다.

예전에 축구선수 박지성과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을 찍은 사진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울퉁불퉁한 모습이 언뜻 봐서는 그다지 예뻐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이 땀흘려 성취한 성공의 길을 보여주는 발이어서인지 그 어느 발보다도 더 아름다운 발로 보였다. 이런 경우 이외에도 떨어지는 석양에, 후두둑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는 빗소리에, 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장난을 치는 모습에, 한 여름밤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면서,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들었던 음악에서 아름다움을 느껴진 적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지 않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아니면 도식적인 아름다움에 익숙해져 가고 있어서인지 아름다움에 대해 점점 무디어져가고 있다. 아름다움은 우리 정서를 순화시켜주고 우리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그래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내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해고 당장 눈에 보이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요즘처럼 비주얼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외적인 아름다움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외적인 아름다움에 치중을 하다보면 누구나 비슷비슷해지는 것 같고 소비사회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해버리는 느낌이다.

 

굳이 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우리 마음이 풍성하면 아름다움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주위에 있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눈을 돌려보면 우리들이 잊고 있었거나 아니면 지나쳤던 것들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아름다움을 보는 눈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정신분석이론과 명상법을 결합한 종합심리요법 사이코신세시스(psychosynthesis)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지은이도 그런 의미에서 “심미안”이 필요하다고 한다. 쓰레기 더미에서도 아름다움을 읽을 수 있는 남다른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총 6장으로 되어 있다. 1장 ‘아름다움의 힘’에서는 아름다움이 가져다주는 각종 다양한 힘에 대해, 2장 ‘취향과 자아의 재발견’에서는 아름다움이 어떻게 개인의 취향과 자아를 발전시키는지에 대해, 3장 ‘치유와 구원’에서는 아름다움이 가지는 치유와 구원의 힘에 대해, 4장 ‘관계와 공감’에서는 아름다움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 힘이 더 커진다는 것에 대해, 5장 ‘인식의 창’에서는 아름다움이 새로운 인식과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준다는 것에 대해, 6장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서는 아름다움이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결국 지은이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름다움은 인간 본성이며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는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음악, 문학, 영화, 미술, 심리학 등 다방면을 오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여기다가 심리상담을 통해 경험한 이야기들을 곁들여 읽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움이 가지는 힘에 대해 수긍이 가도록 하고 있다.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추상적인 주제이고 또 어떤 면에서는 주관적인 주제여서 자칫 이야기가 무미건조하거나 아니면 뜬구름잡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약점이 있다. 이 책도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움이라는 것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다보니 내용이 전체적으로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또한 이 책에서 어떤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받아들일 것인지 하는 것은 읽는 이들의 판단에 맡겨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초반에 등장하는 “아름다움의 경험은 삶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 (책 34쪽 참조) 라는 말이 오랜 동안 귓전을 맴돌았다.

 

아름다움이 점점 도식화되어가고 정형화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지은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아름다움은 그저 진부하거나 한 순간 지나칠 주제는 아니다. 아름다움은 태초부터 인간들이 추구하고 지금도 추구하고 있는 영원불멸의 진리 중의 하나다. 이 사회가 좀 더 밝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심미안’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바쁘다는 핑계로 아니면 공부해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지나쳐 온 것들일 수 있지만, 지금이라도 열린 마음으로 우리 주위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모든 것은 사라질 수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면 모든 것은 잘 자라나고, 더 강해질 수 있다. 물을 주고 비료를 주고, 관심을 가지면 건강하게 잘 자라나는 식물처럼 말이다. 우리가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고 가치를 부여할수록 아름다움은 더욱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던 구체적인 분야에서 아름다움이 불쑥 나타날 것이다(책 59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