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사태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는 일대 혼란을 겪었다. 정부에서 시행한 각종 경제정책은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신만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류경제학에 의하게 되면 현 경제 현상에 대한 적절한 처방이 나와야 하지만, 실제로 주류경제학이 제시한 각종 경제 대책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주류경제학은 자유방임주의와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인간의 특성을 들어 인간을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 경제적 인간)‘ 라고 부른다. 주류경제학 이론에 의하게 되면 경제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언제나 평형상태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 세계적인 금융도미노 현상을 가져오며 마치 쓰나미와 같은 엄청난 재앙을 가져왔다.

 

이러한 시점에서 경제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와 같은 다양한 주장 내지 이론 중의 하나가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행태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행동경제학이라고도 한다)” 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존재’ 라는 경제학의 기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인간의 행태를 직접 관찰한 결과에 기초해 경제 현상을 분석하려는 경제 이론이다. 어떤 면에서는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행태경제학은 1970년대에 이미 허버트 사이먼, 다니엘 카네만 등에 의해 연구가 되었고, 노벨 경제학상까지 수상했다. 이미 서구에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던 분야인데 반해, 국내에서는 크게 논의가 되지 않았고 간단히 이론 정도만을 소개하고 있었다. 행태경제학에 대해 마땅한 책도 없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행태경제학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책으로 엮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행태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각종 이론은 다른 경제이론과 달리 용어만 어렵다는 점을 빼고는 그 내용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인간의 행태를 분석한 것이어서 내용 자체가 특별한 것이 없다. 심리학 책을 읽는 느낌도 든다. 닻내림 효과, 부존 효과, 틀짜기 효과, 심적회계 등은 독특한 용어로 들리지만, 그 내용을 읽어보면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하는 행동에 대해 붙여진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은 9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챕터는 여러 개로 나누어져 있지만, 정작 소개된 내용들은 전부 인간의 비합리적인 경제 활동에 대한 것들이 전부다. 그리고 지은이가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카네만 등 행태경제학자들이 쓴 책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언급된 사례 중에서 키네만 등 기존의 학자들이 연구한 것 이외의 사례에 대해서는 그 데이터가 어떤 실험 과정을 거쳐서 입수한 것인지에 대한 근거가 없어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있다. 행태경제학이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태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만큼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으면 자칫 추상적인 이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

 

지은이가 국내 경제학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비한다면 내용 자체는 그다지 참신하다고 할 수 없고, 무엇보다 지은이 특유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동일한 내용을 가진 또 다른 행태경제학에 대한 책을 읽는 느낌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의 말처럼 앞으로도 계속 연구되어야 할 이론이다. 행태경제학이라는 새로운 이론에 대해 일반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어야 할 책이라고 본다.

2008년도 후반기에 불어닥친 미국발 금융위기는 전세계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그다지 큰 실효성도 거두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빚었다. 그 과정에서 기존의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는 입장이 등장하는 등 우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새로운 틀을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왔다.

 

전통적인 경제이론에 의하면 시장은 수요와 공급 원리의 작동방식에 따라 안정적인 균형상태를 유지하고 가능한 최상으로 조정된 가격을 보장받음으로써 최적의 자원배분을 가능하게 한다는 ‘효율적 시장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유방임주의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효율적 시장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러한 점을 지적한 학자가 바로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하이먼 민스키(Hyman P. Minsky, 1919-1996)’다. 그는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본질’을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친 ‘포스트-케인지언(Post-Keynesian)’으로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지지하고 1980년대에 특세한 탈규제정책을 비판하고 부채의 과잉누적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한 학자다.

 

그는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내적 불안’에서 금융위기가 비롯된다고 보았다. 이는 주류경제학 이론과는 정반대의 이론이었다. 위와 같은 민스키의 주장을 ‘금융불안정성 가설(이론)’ 이라고 한다. 민스키는 금융시스템은 원래 불안정하다고 한다. 그래서 통화정책을 관리할 중앙은행이 필요하지만 중앙은행의 정책은 뜻하지 않게 실패로 돌아가곤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뉴스에도 한국은행의 이자율 결정에 대한 내용이 자주 보도된다. 이는 한국은행의 이자율 결정이 물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은이는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입지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한다. 현재의 물가안정을 위주로 삼는 정책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역점을 두는 정책으로 전환하여야 하며, 아울러 금융시장에 대한 감독정책도 펼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러한 논의들은 최근 금융위기에 대한 적절한 분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슨 이유로 지은이가 민스키라는 학자를 끌어들여 금융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지 알 것 같은 대목들이다. 민스키의 선견지명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 경제학 책을 읽어내려가기는 쉽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경제이론과 낯선 용어들로 인해 지레 겁을 집어 먹는 경우가 많다. IMF 이후로 우리도 경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아서인지 이 책은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지는 않다. 민스키의 이론을 쉽게 풀어쓴 지은이의 글쓰기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단순히 경제이론만 언급하지 않고 물리학, 공학 등 인접 학문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들여 독자들로 하여금 관심을 유발하도록 한 것은 다른 경제학 책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이다.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경제현상을 어느 하나의 눈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많은 경제이론이 생겨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여태까지 전통 경제학의 입장에서 경제를 바라보았다면, 이 책을 통해 경제현실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한 이로 인해 좀 도 폭넓게 경제현실을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책이었다.

일어나기 힘든 아침, 식사는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 몸을 맡긴다. 벌써 출근길에서 온 몸은 녹초가 된다. 이렇게 해서 회사에 도착하면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해도 해도 줄지 않는다. 정신없이 뛰어 다니다보면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오늘도 야근을 해야 할 것 같다. 이게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일반적인 직장인의 모습이 아닐까.

 

주 5일제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중요한 건 마음의 여유인데. 그게 잘 안된다. 이런 팍팍한 일상 속에서 내 자신을 잠시 되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게 운동이나 독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운동이나 독서가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시간에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지은이는 그 시간에 책읽기를 하며 자신의 인생에 밑줄을 긋고 있었다.

 

지은이는 다른 직장인들에 비해 해외 출장이 많다. 이런 회사 생활에서 많이 지칠 때는 환절기 건조한 피부에 수분팩을 붙이듯 책을 읽었다고 한다. 요즘 직장인들처럼 출세나 재테크를 위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그저 책이 좋아서 책을 읽은 것이다. 해외 출장을 가면서 읽은 책에 한 줄, 두 줄 그은 것이 벌써 이렇게 책으로 낼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지은이가 읽은 책은 특정 분야에 집중된 것이 아니다. 에세이, 체세서, 경영서, 인문서, 소설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지은이는 여성으로서 싱글이며 직장인이다. 그래서인지 할 이야기도 많다. 회사 일 뿐만 아니라, 사랑, 가족, 친구, 여행 등. 지은이의 일상을 통과하는 이야기들은 우리들이 겪는 소소한 일상에 그대로 투영되어 나오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가고, 나도 모르게 나도 어느새 지은이처럼 책에 밑줄을 긋고 있었다.

 

지은이는 해외 출장길에서도 서점이나 헌책방을 들러 자기가 읽고 싶었던 책을 산다. 그리고 해외 바이어와 만날 때도 책 이야기를 하고, 선물도 책으로 한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선물을 받는 사람에게 필요할 것 같은 책으로 한다. 이쯤이면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선다. ‘수선이의 도서관’이라는 개인 홈페이지도 만들어서 자기가 읽은 책에 대한 서평도 남기고, 회사원의 눈높이에 맞는 서평을 쓰고 책을 소개해주는 라디오 DJ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이쯤되면 지은이의 책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다.

 

지은이의 책읽기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책 속에서 새로운 삶과 활력을 찾는다. 지은이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친근감이 가고, 그 글 속에서 지은이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아주 행복하고 기쁨에 넘쳐나는 느낌을, 때로는 너무나 괴로워 어디라도 숨고 싶은 마음을, 때로는 직장을 때려치고 싶은 마음을, 책 속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무슨 큰 일이 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을 꾸준히 읽고 쓰고 하면 분명 나도 모르는 나 자신의 내면 속 울림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일요일 저녁이 되면 곧 월요일 아침이 온다는 공포가 밀려왔다. <개그콘서트>를 하는 밤 9시가 되면 공포는 절정에 달했다.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니다(책 212쪽 참조).” 라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너무나 절실하게 다가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책이 있어서 좀 더 다른 일요일이 되지 않을까. 직장인이든, 학생이든, 주부든. 내일 읽을 책을 떠올리며 형광펜 한 자루를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