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거나 괴로울 때 마음을 위로하거나 달래는 방법은 사람마다 각양 각색일거다. 음악을 듣거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가거나, 친한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떨거나, 아니면 쇼핑을 하는 등으로 자신들만이 가진 독특한 노하우가 있다. 혼자 있으면서 마음을 달래는 경우도 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 정신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한 번 상처를 입은 마음은 쉽게 회복이 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치유책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시(詩)로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특이한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시(詩)라는 장르도 다른 장르와 달리 다분히 감상적(感傷的)인 측면이 있고, 자신의 내면으로 꺼져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학창시절 이후로는 시(詩)라는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시를 통해 마음의 아픔과 상처를 달랜다고 하니 독특하게 느껴진다.

 

지은이는 3개의 파트로 나누어, 파트 1 ‘너에게’에서는 공감, 성인아이, 죄책감, 역기능 가정 등을, 파트 2 ‘나에게’에서는 말하기, 수치심, 질투, 자학, 책임 전가 등을, 파트 3 ‘우리는’에서는 상처, 사랑중독, 사랑, 외로움, 용서 등을 다루고 있다. 책에는 총 28편의 시가 실려있다. 지은이는 28편의 시를 통해 우리 인간의 심리를 분석하고 지친 영혼을 달래는 메시지를 28편의 에세이로 전하고 있다.

 

지은이는 시인으로 대학에서 문학 강의를 했고, 카운슬러로 수년 간 심리상담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시를 통한 심리치료를 이야기하고 있다. 문학적인 감수성과 심리상담을 통해 겪은 경험담이 이루어내는 오묘한 조합은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지은이는 시라는 것이 시인의 감정을 토로한 것이고 시인의 생각을 글로써 표현한 것인만큼, 짧은 시지만 그 속에는 시인의 마음을 달래듯이, 지친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고 달래는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시를 외우거나 아니면 괜스레 문학도처럼 행동한다고 외운 시 몇 편이 전부였는데, 시 속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절감을 하게 되었다. 책에 수록된 시 뿐만 아니라 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은이의 에세이 한 편, 한 편도 마치 시처럼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지은이는 책의 머리말 부분에서 “세상에는 완전한 기쁨도, 완전한 슬픔도 없다. 기쁨도 슬픔도 절망도 행복도 삶이라는 커다란 드라마 안에서 순서대로 나타날 뿐이다. 그동안 상처받은 당신 앞에 기다리고 있는 순서는 그 상처가 꽃을 피우는 시간뿐이다(책 7쪽 참조).” 라고 글을 열고 있다. 부디 지은이의 말처럼 이 책에 소개된 시를 통해 나 자신의 지친 영혼을 달래고 마음을 치유하며 앞으로는 그 상처가 아물러 꽂을 피우는 시간이 다가왔으면 더없이 좋겠다.

 

책 속에 수록된 아름다운 시나 에세이 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멋진 사진도 수록이 되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었다. 책표지도 책 내용에 어울리는 멋진 그림으로 되어 있다. 이 가을이 다 가기전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맞이할 수 있는 멋진 책 한 권이 되어 주지 않을까 한다.

 

TV에서 보는 조혜련은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개그맨이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혹자들은 싼티(?) 나는 저질 개그라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보여주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잊지 않은 다음에는 나올 수 없는 연기라고 본다. 몸을 던져가며 시청자들을 웃기는 그녀는 진정한 개그맨이다.

 

그녀가 일본 연예계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어느 정도 자신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그녀가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선택한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그런 우려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면서 이제는 일본 방송에 완전히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웃기는 개그맨이기 이전에 그녀는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녀는 개그맨이라는 본업이외에 다이어트 비디오도 출시하고 일본 방송에 진출하면서 터득한 일본어 학습에 관한 노하우를 담은 책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하였다(음반도 밢표했지만 이건 좀 아니었다^^). 몸이 열 개라도 바쁠 정도로 자신의 일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제는 그녀를 개그맨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바쁜 시간에 처세서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그녀는 어느 정도 성공을 했다고 하는 시점이면 또 다른 일을 벌인다. 도대체 그녀의 그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현실에 안주하고 싶은 게 일반적인데, 그녀는 그런 유혹을 어떻게 뿌리치고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하는 걸까? 이제 그녀은 그런 자신의 열정을 이 책에 담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많은 다른 처세서가 있지만 유독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고 마음이 끌리는 것은 무얼까. 그건 아마도 유복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빼어난 외모도 아니며 특별히 재능이 있었던 처지가 아니었던,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와 너무나 많이 닮아 있어서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드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다보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그녀가 이야기하는 꿈과 희망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미래일기’ 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현재 일기가 아니다. 원래 일기라는 것이 과거의 일을 기록하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미래에 일어났으면 하는 일을 현재에 이미 일어난 것처럼 과거형으로 기록한다. 독특한 일기의 형식이다. 지은이는 2011년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던 꿈을 이루었고, 미국에 진출하여 2016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하며, 2018년에는 평양으로 가족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을 일기로 남긴다. 그런데 이렇게 미래일기로 남긴 이야기가 실제로 그녀에게 하나 둘씩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신기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무런 구체적 목적없이 그날 그날을 지내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비록 미래에 일어날 일을 과거형으로 기록하였다고 하지만, 이는 자신이 되고자 하는 목표를 정한 것이다. 목표를 정해놓으면 그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수 없고, 자꾸 되뇌이다보면 그게 현실이 되는 것이다. 꿈도 자꾸 꾸면 현실이 되는 것이다.

 

나도 나만의 미래일기를 써볼 생각이다. 생각보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 모든 것의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다. 미래일기를 쓰면서 나를 점검해보고 하루 하루 알찬 생활을 해나가는 나 자신을 그려보려고 한다.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건강을 주고, 이제는 인생의 조언자가 되어 준 지은이의 열정적인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나서부터 그리스와 로마에 대한 책들이 앞다투어 출간되었다. 정통 역사서에서 여행 에세이, 처세서에 이르기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최근에 부쩍 늘어난 그리스 로마에 대한 많은 관심 이전에, 누구나 한 번쯤은 학창시절이나 직장 생활 등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리스 로마를 신화나 역사로 접해보지 않았을까 한다. 나 역시 학창 시절 역사 수업시간과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을 통해 그리스 로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스 로마를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인물 중심으로 읽는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중요한 사건 중심으로 시간 순에 따라 읽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요즘 많은 각광을 받고 있는 미시사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모자이크를 통해 그리스 로마를 읽는 방법을 택했다. 문화를 읽는 색다른 방법이다. 그리스 로마라고 하면 지중해 연안의 풍광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지은이는 거기서 모자이크를 발견한 것이다.

 

모자이크(Mosaic)는 색상별로 잘게 자른 돌과 도자기, 유리 조각인 테세라(Tesserae)를 촘촘하게 붙여 원하는 이미지를 표현한 예술 장르이다. BC 5세기경 고대 그리스에서 검은색과 흰색의 두 가지 색 자갈(Pebble)만 쓰는 방식에서 시작한 모자이크는 헬레니즘 시기인 BC 4세기~BC 1세기에 접어들면 다양한 색상의 테세라를 사용하였고, 그리스 문화를 계승한 로마 시대의 1~4세기에는 지중해 전역의 예술 장르로 만개한다. 하지만 4세기 이후 기독교 시대로 넘어가면서 소재가 신의 피조물, 즉 자연과 동식물로 제한되고 설치장소도 교회 벽이나 지붕으로 옮겨가며 쇠퇴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종교적 색채가 강해 작품의 소재가 기독교로 한정된 중세의 모자이크와는 대조적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모자이크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근간인 신화는 물론이고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활상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어 그리스 로마를 읽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목욕탕 바닥을 장식하는 것에서부터 부유층 저택의 침실이나 식당, 응접실, 복도 바닥에서 장식품으로 사용되는 등으로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모자이크의 소재가 된 내용도 신화, 스포츠, 농경, 사랑, 풍속, 연희 등으로 다양하여,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과 숨결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나폴리 박문관 4번 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판과 하마드리아데스’, ‘정사’, ‘나일강 선상 에로틱 파티’와 같이 당시 성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작품이라든지, 에르콜라노에서 출토된 것으로 나폴리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개모자이크는 무척 흥미롭다. 튀니지 카르타고에서 출토되어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연회’에서 하녀가 초청받은 손님이 일곱 가지 산해진미를 먹을 수 있도록 새의 깃털을 손님의 목에 쑤셔 넣어 음식을 토해내는 것을 도왔다는 내용은 엽기적이었다. 이 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비키니도 시칠리아 산 속 피아짜 아르메리나에 있는 로마 유적지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로마 시대 여성이 이미 비키니을 입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지은이는 이처럼 모자이크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과 문화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틈만 나며 모자이크를 찾아 길을 떠났다고 한다. 자그마치 지중해 주변 15개국 100여 군데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돌았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지은이가 걸어온 발길의 흔적은 각종 사진으로 남아 우리에게 모자이크가 가진 아름다움과 그리스 로마 문화의 한 단면을 전해주고 있다. 지은이는 모자이크를 보면서 리처드 클레이더만의 ‘야생화’, 잘 클로드 보렐리의 ‘바다의 협주곡’, 놀란스의 ‘섹시 뮤직(Sexy Music)’ 등 팝송이나 샹송을 떠올리기고도 하고, 스팔타쿠스나 식코, 갈리폴리 같은 영화를 떠올리기도 하는 등 모자이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방치되어 있는 모자이크를 보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하고, 전쟁으로 인해 귀한 문화유적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현실을 개탄하기도 하며, 모자이크의 소재가 된 신화나 당시 사회를 읽으면서 우리의 현실 정치와 비교해보기도 한다.

 

책은 그리스, 이탈리아, 프랑스를 돌며 모자이크를 찾아 나선다. 부록으로 모자이크의 역사와 장르, 기법에 대해 소개해 두고 있다. 모자이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부록부터 읽고 본문을 읽는 것이 본문을 이해하는데 더 좋을 것 같다. 그리스 로마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모자이크를 중심으로 서술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신화와 일반론적인 이야기로 그친 측면이 있다. 그리스 로마 문화를 읽는데는 다소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지은이가 돌아본 박물관이나 지역에 대한 정보, 지도를 같이 첨부했더라면 글을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그리스 로마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긴 무수한 유산은 아직 우리들 곁에 남아 당시의 호흡을 전해주고 있다. 모자이크도 그와 같은 유물 중의 하나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이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읽을 수 있다. 모자이크를 통해 그리스 로마를 읽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색상별로 잘게 자른 돌과 도자기, 유리 조각인 테세라를 촘촘하게 우리들 자신의 모습에 붙여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