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우리나라에 만화가 소개딘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만화로 된 학습서가 나올 정도로 이제는 만화라는 장르가 우리들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이런 대접을 받게 된 건 가장 최근의 일이다. 나 어릴적 만해도 만화를 보는 건 도색잡지을 보는 것 만큼이나 금기시되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몰래 친구들끼리 만화를 돌려보며 우리만의 이야기 꽂을 피웠던 시절이 있었다.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 나만의 무대를 꿈꾸었던 그 시절을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었다.

 

책은 총 4장으로 되어 있다. 지은이는 1940년대부터 최근까지 우리나라 만화 역사를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여 연대기 순으로 살펴보고 있다.

 

제1장 1940-50년대는 우리나라 만화가 기지개를 펴는 시기였다. 한국만화의 시작을 알린 김용환의 코주부, 고바우, 막강 파워의 소년 장사 주먹대장, 한국 SF만화의 탄생을 알린 한국형 수퍼맨 라이파이 등이 당시를 풍미하던 캐릭터다. 지금 보면 투박하고 촌스럽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정감이 가는 캐릭터들이다. 이 시기를 빼놓고 우리 만화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만화의 기초를 다진 시기였다.

 

제2장 1960-70년대는 만화 스타의 춘추전국시대를 알리는 시기로, 명랑만화의 모범소년 땡이, 착한 악동 꺼벙이, 민중의 영웅 일지매, 원시인의 청진기 고인돌, 엉뚱한 발명 소년 요철이, 휴머니스트 독고탁,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검둥이 강가딘 등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물론 이 당시는 만화 캐릭터들이 큰 인기를 얻었던 반면, 만화가 독버섯처럼 여겨지던 때이기도 한 아이러니한 시기였다.

 

제3장 1980년대는 영악한 초록 공룡 둘리, 맹목적 사랑에 감염된 영웅의 광기 오혜성, 복수의 화신 최강타 등이 대표적인 캐릭터로 기존의 만화 캐릭터들과는 달리 일상생활과 좀 더 밀접한 캐릭터들이 되어가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로 태어난다. 둘리와 오혜성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키며 애니메이션과 영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제4장 1990년대 이후는 남성 중심의 가치관에 희생당한 여자의 초상 변금련, 우리 누이의 초상 이화 등이 등장하는데, 이 시기의 캐릭터는 나와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다. 이 당시의 캐릭터를 소재로 한 만화는 많이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만화 캐릭터들은 일상 생활 속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기도 하고, 때로는 고단한 일상과 사회를 탈피하려는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 만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기획된 책이어서 우리 만화 역사를 캐릭터를 통해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고, 또한 지난간 추억을 새롭게 곱씹어 보게 되어 더없이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다만 황미나 등 여성 작가들이 만들어 낸 캐릭터들은 하나도 소개도 되어 있지 않았는데, 이 부분까지 추가되었더라면 더없이 좋은 책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가져보며, 한국 만화가 200년, 300년 계속해서 발전했으면 한다.

요즘 가장 큰 화두는 ‘신종플루’다. 신종플루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이제는 국가나 민족간의 분쟁보다는 이처럼 인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위험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생각치도 않은 자연재해나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은 한 나라가 어떻게 한다고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공동 대처를 해야만이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당장 자기 나라에 큰 위해가 오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를 도우는 데 대해서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이처럼 현재 지구를 위협하는 각종 문제들을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서 지금처럼 자기 나라만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구에 대한 위협을 극복하지 못할 거라며 우려를 표시한다. 지은이가 들고 있는 위협 요소는 자연재해와 전염병 이외에 환경오염, 기후변화, 인구팽창, 에너지 고갈, 빈곤 등이다. 시장경제와 복지국가의 조화를 주장하며 인류 공동의 부(Common Wealth)를 위해서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서로 협력할 것을 강조한다.

 

1부 ‘21세기의 새로운 경제학’에서는 21세기 지구는 지속적인 경제성장 과정이 세계의 모든 지역(특히 아시아 경제가 급부상한다)에 미치면서,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이의 소득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도시기반 사회로 이행하면서 환경악화, 인구증가, 극단적 빈곤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위와 같은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경제학으로서 인류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안으로서 커먼 웰스를 주장한다.

 

2부 ‘지속가능한 환경’ 에서는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지구 온난화, 물부족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서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 물부족에 대한 대책이 절실함을 지적한다. 지은이는 환경전문가 이상으로 환경문제에 대한 다양한 대책을 이야기하고, 지구는 모든 생물종의 삶의 터전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3부 ‘인구학적 문제’ 에서는 세계의 인구 증가 속도가 감소하긴 했지만, 주민들의 건강과 안정, 번영을 보장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취약한 지역인 아프리카 등에서는 아직도 계속해서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극단적인 빈곤에서 탈출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아동과 여성들에 대한 인권이 유린되며, 더 나아가 대량이주와 지역분쟁의 압력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4부 ‘모두를 위한 번영’ 에서는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번영이 확산될 수 있다고 믿으며, 경제발전 전략과 빈곤의 덫을 걷어내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각종 지표와 그래프를 통해 자유시장국가와 혼합경제국가에 비해 사회복지국가의 높은 사회지출은 오히려 빈곤과 불평등을 줄이고 건강과 번영을 증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을 환기시키고 있다.

 

5부 ‘전 지구적 문제의 해법’ 에서는 이때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을 정리하며 인류가 끈기있게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비정부 부문, 연구중심대학의 역할,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는 선진국 소득의 1퍼센트 정도, 생물다양성 보존을 강화하는 데는 선진국 소득의 0.1퍼센트 정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학 연구에는 선진국 소득의 약 0.2퍼센트 정도, 극단적 빈곤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선진국 소득의 약 0.7퍼센트 정도가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지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진국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내용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되어 왔던 주제들이다. 하지만 지은이처럼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모든 내용을 망라하여 많은 근거 자료와 문헌, 그리고 도표와 그래프를 인용하여 명쾌하게 설명한 책은 없었다. 지은이의 인류에 대한 굳은 신념과 탁월한 통찰력이 빚어낸 역작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책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읽어보아야 할 책이 아닐까 한다.

 

예전과 달리 공간과 시간, 지역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극단적인 빈곤,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급증하는 세계인구, 부족한 에너지 자원, 전염병 등, 위험 요소는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각국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만 얽매이다 보니 서로 협력이 되지 않고 있다. 지은이는 특히 과다한 군비지출과 패권주의적인 환상에 빠진 미국에 대해 가차없는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지은이의 말처럼 더 늦기 전에 우리 인류는 서로 협력해야 한다. 비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리고 자기 나라가 이 세계를 이끌고 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탈피해야 한다. 이 지구는 인류 모두를 위한 공동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역사의 객체인 동시에 역사의 주체다. 먼저 한 걸음을 움직이며 다음 발자국을 뗄 수 있고, 그 힘이 모여 역사는 움직인다. 우리 모두 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긍정의 힘을 믿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은이가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세계 건설이라는 세대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우리들 각자가 취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한 여덟 가지 행동을 옮겨 본다(책 423쪽―426쪽 참조).

 

첫째, 우리 세대의 과제에 대해 학습하라.

둘째,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만큼까지 여행하라.

셋째,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일하는 단체를 만들거나 단체에 가입하라.

넷째, 당신의 지역사회가 전 지구적 지속가능 발전 운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하고, 다른 이들도 운동에 가담하도록 고무하라.

다섯째,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진보한 방법으로 사회운동을 확산시키고 지원할 수 있는 인터넷 도구들을 배치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무하라.

여섯째, 정치에 참여하면서 정치인들에게 정부의 밀레니엄 약속들을 존중하라고 요구하라. 일곱째, 당신의 직장을 끌어들이라.

여덟째, 개인적으로 밀레니엄 약속들의 기준을 지키며 살아라.”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살기가 힘들어지자 주변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최근 국내외적으로 우울증으로 자살을 하는 유명인들이 많아지면서 우울증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자신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는 심적 고통과 아픔이 바깥으로 드러난 외상(外傷)보다 더 심해서 심지어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만든 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걸까?

 

그런데 나도 때로는 나 자신이 이해하기 힘든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나라는 사람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게 아니었다. 나 자신의 마음 속에는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일이 있으면 당혹스럽다. 마치 이중인격자처럼, 내 마음 속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은이는 이 모든 행위의 이면에는 무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이용하여 우리 자신도 간혹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안의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것을 권하고 있다. 다른 심리학 관련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우리가 겪고 있는 불편한 마음을 버려야 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념에서 탈피하여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도 나 자신이라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불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나 자신에게 오는 또 다른 위험 신호라고 인식하고 대처한다면 오히려 생활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숨겨진 나를 들여다보기’ 에서는 인간의 마음을 프로이트의 지형 이론(마음을 의식Conscious, 전의식Pre-conscious, 무의식Unconscious으로 나눈 이론)과 구조 이론(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드Id, 초자아Superego, 자아Ego라고 나눈 이론)으로 설명하고, 우리를 움직이는 욕망과 방어기제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다. 유머를 잘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신의 공격성을 바꿔 표현하는 것이고, 지나치게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은 남에게 잔인하게 대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 있는 것이며, 공격성은 자신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은 내 자신 속에 숨어 있는 마음의 또 다른 면을 보게 했다.

 

두 번째 이야기 ‘무의식의 상처 이해하기’ 에서는 우리 마음을 괴롭히는 불안, 공포, 우울, 분노, 좌절, 망설임, 열등감, 시기심, 질투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지은이는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정신분석적으로 접근하면서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다고 한다. 이런 감정은 우리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신호로서 작동하며 나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고 한다. 행복은 상대적인 감정이다. 슬픔과 고통을 느낄 줄 알아야 행복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런 부정적 감정을 느낄 줄 알아야 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함께 보듬어 안고 살아가야 할 마음인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 ‘타인을 찾아 끝없이 방황하는 무의식’ 에서는 애착, 고독, 오해, 집착, 사랑, 복수 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런 감정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특성상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관계를 찾아 헤맨다.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와 만나야 하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만 안전하다고 느낀다. 혼자 있으면 왠지 불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은이는 고독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때로는 자아의 성숙을 위해서 내면으로 침잠할 필요도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껏 안을 들여다 보았다면, 이 장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의 치유를 위해서는 밖을 들여다 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 이야기 ‘무의식을 대하는 다섯 가지 기본 치유법’ 에서는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에 주목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만의 목소리로 나를 설명할 줄 알아야 하며,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용서받으려고 애쓰지 말고, 꿈, 공상, 환상을 잘 이용해보라고 한다. 인간은 변하고 싶어 하지만 실제로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 자신에게 닥치면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지고,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많은 페이지에 걸쳐 우리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불안한 감정을 무조건 안좋게 볼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감정이 우리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나 자신으로 보듬어 안을 때 진정 나라는 자신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나 이외의 타인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스릴러 영화의 정신과 의사의 방에서나 봄직한 파란 카우치와 파란 하늘을 담은 액자가 걸려 있는 책 표지만큼이나 지은이가 마음에 대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여태까지 답답하고 모호하게만 느껴지던 우리 마음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이 책을 옆에 끼고 책 표지의 파란 카우치 깊숙이 몸을 밀어넣고 내 마음 속에는 어떤 마음이 자리잡고 있는지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