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마치 기도서를 읽는 느낌이 든다. 지은이들은 이 책은 ‘매일 기도서(Daily Devotionals)'의 형식을 차용하였다고 한다. 책의 원제도 ’The Intellectual Devotional‘이다. ’매일 기도서‘는 침대 옆에 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혹은 밤에 잠들기 전에 읽을 수 있도록 365개의 소(小)주제로 이루어 진 것인데, 이 책은 그와 같은 형식을 취한 것이다. 하지만 내용은 종교적인 것 대신에 비종교적인 것을 담고 있다.

 

역사, 문학, 미술, 과학, 음악, 철학, 종교 등 7개 분야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위 7개 분야를 각 요일마다 돌아가면서 익히도록 하고 있다. 1년 동안 매일 한 페이지씩 인문학적 지식을 습득하도록 되어 있다.

 

자기 계발서나 처세서 등에서 위와 같은 요일별 구성을 취하고 있는 책들을 많이 봐왔는데, 인문서에서 이런 구성을 취한 것은 아주 특이하다.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한꺼번에 다 소화학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하루에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만 읽고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일단 책을 읽는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하루 종일 생각해보며 자신만의 지식으로 소화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한 권의 책을 365일 동안 끼고서 매일 들여다본다는 것 자체가 감질맛나고 상당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어서 쉽지 않은 독서가 될 수도 있다.

 

알파벳, 율리시스, 라스코 동굴 벽화, 복제, 음악의 기초, 현상과 실재, 토라 등 매일 매일 주어지는 주제는 위에서 보는 것처럼 그리 간단한 내용들이 아니다. 대부분 묵직한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들이다. 말이 하루에 하나씩 소주제에 대해서 익힌다는 것이지, 그 주제가 포함하고 있는 내용은 하루 이틀 안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소개되는 주제를 매일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제대로 읽고 이해한다면 이 책을 읽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인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좀 더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활동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쉽고 읽기 편한 내용을 담은 책이나 여러 학문의 성과를 서로 엮어 재미있게 쓴 책이나, 만화를 이용한 책 등 다양한 시도가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와 같은 책의 형식을 취한 경우는 보기 드문일이다. 인문학이 좀 더 일반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한다.

 

미국내에서는 수백만 독자들에 의해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아마존, USA투데이, 퍼블리셔스 위클리 등이 선정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하루가 다르게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 무언가를 배우고 습득하고 싶은 욕망은 많지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보면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그렇게 또 한 해가 간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 이 책에서와 같은 방법도 괜찮을 것 같다. 하루 하루 쌓여져 가는 지식과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나는 북촌이 좋다.

고즈넉한 북촌의 분위기가 좋다.

우리의 역사가 묻어있는 곳이어서 좋다.

한옥에 살았던 나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어서 좋다.

그래서 나만의 북촌이 되어주길 바랬다.

 

그런데 요즘 북촌이 조금 시끄럽다. 여기 저기 커피숍과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북촌을 들러보고 북촌에 대한 추억을 가져가는 것도 좋지만,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점점 상업화로 물들고 예전의 정취가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이 앞선다.

 

믈론 나는 가끔 생각날 때만 북촌을 찾는 사람이어서 북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그저 내 느낌과 감정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다. 그래서 정확하게 북촌을 볼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북촌에 직접 몸담고 살아가는 북촌 주민은 어떻게 생각하고 생활하는지 궁금하다. 그래서인지 10년 동안 북촌에 살면서 자신이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느꼈던 점을 들려주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비해 좀 더 생생하고 활기차게 느껴진다.

 

첫 번째 이야기 ‘북촌에 살다’에서는 먼저 북촌의 유래와 현재 북촌에 대한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논의에 대해서 이야기학고, 지은이가 살고 있는 북촌서향 집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과시한다. 또한 지은이의 애정이 깃든 정독도서관, 가회동 성당, 안동교회, 법륜사, 중앙고등학교, 북촌의 병원과 약국, 공간종합건축사무소와 현대빌딩 등에 관한 역사적 사실과 이들에 얽힌 사연을 조근조근 설명하고, 외국 관광객을 상대로 홈스테이를 하면서 여러나라에서 온 게스트들과의 사이에서 있었던 재미나면서도 가슴 찡한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 ‘북촌을 거닐다’에서는 본격적으로 북촌의 구석구석을 누빈다. 조선시대 역사가 살아 숨쉬는 창덕궁길, 아기자기한 골목길인 계동길, 한옥의 멋스러움이 전해져오는 재동길과 가회로, 카페와 오래된 상점이 공존하는 별궁길, 인파로 북적이는 감고당길, 연인들의 사진찍기 명소로 알려진 화개길과 화개1길, 은행나무 가로수가 멋진 사간동길 등 북촌의 주요 길들을 따라 걸으며 북촌에 있는 유적지, 음식점, 카페, 갤러리, 박물관 등을 지은이의 사연과 함께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 ‘북촌 밖을 서성이다’에서는 북촌을 빠져나와 북촌 주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형마트나 슈퍼 대신 사람냄새가 나는 낙원시장, 통인시장, 광장시장, 영화 칼럼니스트인 지은이가 자주 찾는 씨네코드 선재, 서울아트시네마, 필름포럼, 미로스페이스 등, 일본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찰인 조계사 주변의 수송공원과 서머셋팰리스의 인공정원, 수많은 역사의 중첩지와 실버문화지대인 운형궁과 서울노인복지센터 등을 들러보면 북촌과 북촌 주변의 전부 돌아보게 된다.

 

북촌에 대한 모든 것을 담아내려고 작정하고 쓴 책이어서인지 북촌에 있는 것이라면 빠짐없이 다 소개하고 있다. 풍부한 사진과 지은이가 직접 그린 지도, 북촌에 있는 명소 등의 인터넷 주소 등을 수록하여 북촌에 대하여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북촌에 대한 친절한 소개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순히 북촌을 소개하는 정도에 머문 것은 아니다. 일관성없이 수시로 변하는 북촌의 한옥정책을 꼬집고, 경제논리에 밀려 자꾸만 사라져가는 옛 유적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하는 등 북촌에 대한 정책에 일침을 가하고 있다.

 

최근 북촌을 소재로 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고, 텔레비전이나 신문 등에 보도가 되는 등 북촌에 대한 관심이 놓아지고 있다. 서울에서 조선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우리의 옛모습이 그런대로 잘 보존되어 있는 유일한 곳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곳으로 우리에게는 마음의 고향처럼 다가오기 때문에 북촌에 대해 다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아닐까.

 

지은이의 애정과 땀, 그리고 시?. 시간이 나면 이 책을 들고 북촌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다 북촌의 어느 길에서 지은이를 만나면 더 반갑고 즐겁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그림은 눈으로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림을 ‘읽는다’ 라고 하는 표현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구인의 입장에서 그림을 ‘읽는다’ 라는 표현을 쓴 것이 아주 특이하게 다가온 책이다. 이 책의 원제는 “How To Read A Modern Painting"이다. 직역을 하면 ”어떻게 현대 미술을 읽을 것인가“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지은이의 입장에서는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의미가 그림에 담겨져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림은 당대에 어떤 위치를 점했는지, 작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대중들은 그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 다양한 맥락 속에서 그림은 이해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입장에서는 역사적으로 검증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그림을 막연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없다고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은 그림일지라도 사람들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같은 언어로 그림을 읽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같은 언어로 그림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지은이는 이 책의 서문에서 “모든 이가 한 개인의 가치에 대해 완전히 같은 생각을 가진다면 얼마나 끔찍한지 생각해보라(책 4쪽 참조)”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런 지은이의 생각을 담고 있다. 되도록 독자들이 자신들의 눈으로 그림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쿠르베, 드가, 마네, 모네, 고흐, 고갱, 클림트, 뭉크, 세잔, 마티스, 피카소 등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에서부터 다소 생소한 이름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작가와 그림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네의 ‘올랭피아’를 예로들면, 먼저 마네의 생애에 대해서 간력하게 수록하고 있다. 그리고 ‘올랭피아’를 설명하면서 ‘풀밭 위의 점심’을 대비시켜 이야기하고, ‘올랭피아’가 가지는 미술사적 의미로서 ‘사실주의와 연극성’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는다. 일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 2쪽에 걸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어 읽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다.

 

여타의 다른 그림 관련 책들과 달리 구도, 색감, 기법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다. 그림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다. 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독자들에게 그림에 대한 개략적인 지식을 전하고, 그 그림과 직접적인 교감은 독자들의 몫에 맡겨두려는 지은이의 의도가 아닐까.

 

이때까지는 내 눈으로 그림을 본 것이 아니라 남들이 좋다고 하는 그 눈에 맞추어 그림을 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림과 같은 예술 장르는 일의적으로 정의할 수 없다. 인간이 가진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화폭에 옮긴 것을 하나의 언어로 재단한다는 것은 현재의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더더욱 지양해야 할 태도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예술 장르에서는 전문가들의 눈이나 다른 사람들의 눈을 너무 의식하는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되 내 자신의 눈으로 그림을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