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용어가 없었다. 최근에 생긴 용어다. 새로 지은 건물 안에서 거주자들이 느끼는 건강상 문제 및 불쾌감을 이르는 용어다. 특히 새로 지은 아파트에서 ‘새집증후군’이 많이 문제되어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은 적이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건축자재와 접착제, 벽지 등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람이 이러한 오염에 짧은 기간 노출이 되면 두통, 가려움증, 어지러움, 김침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고, 오랜 기간 노출이 디면 심한 피부병, 호흡기질환, 심장병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문제되지 않던 이런 일이 왜 발생하는 걸까? 예전에는 개인이 직접 자신이 살 집을 짓거나 아니면 마을 공동체에서 집이나 건물을 짓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건축업자나 시공업자 등 전문가들에 의해 건물 등이 지어지고 있다. 이는 곧 시장경제논리에 빠지게 되고, 업자들은 많은 수익을 남기려다보니 자연히 주거의 질은 나빠지는 일이 발생한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환경에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인다면 이런 일은 막을 수 있다.

 

도시생활에서 발생하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최근에는 전원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거기서 직접 자신이 살 집이나 건물을 짓는 모습이 TV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다. 이런 현재의 새로운 흐름과 이 책은 많은 부분이 맞닿아있다. 전문가들의 영역에 갇혀있던 건축을 대중의 손으로 되돌려 준 책이다.

 

1973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지금까지 절판되지 않고 25만 부 이상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한 책이라고 한다. 책 제목이 ‘셸터(Shelter)'인 것은 거주 유형 가운데 비바람과 볕을 막아주고 몸을 보호해주되 영구주거보다는 일시적 대피, 또는 임시 주거의 느낌이 강한 말로, 사람이 무언가를 짓고 사는데 얽인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담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다양한 형태의 주거와 건물이 소개되고 있다. 동굴, 오두막, 천막, 헛간, 돔, 그리고 북아메리칸 인디언 주거, 유럽의 목조 주거, 미국의 통나무 오두막집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작은 집 짓기, 재료와 셸터, 떠돌이 집, 별난 주거, 빌더, 에너지, 물, 음식, 쓰레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책에는 1,000여 장의 사진과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사진과 그림을 들여다보면 나도 곧 집을 지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지은이가 원하는 것이 바로 각자 직접 해보라는 것이다. 배관, 시공, 수리 등 모든 것을 직접 해보라는 것이다. 이는 자연과 소통하며 땀흘려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되고, 또한 자급자족의 자유로움을 가지게 되며, 환경오염과 에너지 부족이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에 적극 대처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집어 들었을때는 유명 건축가와 그들이 남긴 멋스러운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상상했다. 그런데 그런 내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책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실망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면서 여태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집이나 건물은 당연히 건축업자들이나 시공업자들이 짓는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고정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개인이 얼마나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시간과 여력이 주어진다면 나와 나의 가족이 살 집을 내 손으로 짓는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지 않을까 한다. 도시생활이 일반화되고 사회가 복잡화되면서 우리는 예전에 느꼈던 생활에서의 행복을 하나 둘씩 잃어버린 것만 같다.

 

셸터, 집, 주거, 로이드칸

개인적으로 책을 읽거나 조용히 쉬고 싶을때는 클래식 음악을 자주 듣는다. 왠지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클래식 음악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그저 좋아서 듣는다. 음악은 듣고 좋으면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굳이 음악 이론에 대해서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은 다른 장르의 음악과는 달리 특정 소수 매니아들만 좋아하는 장르로 인식하고 있다. 다른 장르의 음악과 달리 연주시간도 길고 음악을 듣기 위해 사전적으로 알아할 이론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려고 시도하다가 중도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같다. 유독 다른 장르의 음악과 달리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너무 욕심을 많이 내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이유로 클래식 음악은 대중들과 점점 멀어져만 갔다. 거기다가 최근에는 감각적인 음악이 대중들의 인기를 얻으면서 그와 같은 현상이 호전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같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으로부터 대중들이 점점 멀어져 가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클래식 음악 종사자들 내부에서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며 크로스오버적인 음악을 들려주고, 유명 연주인들이 무료 내지는 저렴한 비용으로 공연을 하며, 금난새, 정명훈과 같은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을 상대로 클래식 강좌를 여는 것들은 전부 클래식 음악이 대중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라고 하겠다. 그런 노력들로 인해 다시 클래식 음악이 조금씩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가 자신의 프로그램에 사용한 클래식 음악과 ‘베토벤 바이러스’ 같이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한몫을 했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과 대중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온 사람이 이 책의 지은이인 조윤범이다. 조윤범은 현악 사중주단 ‘콰르텟액스’의 리더이자 예당아트TV(현 극동아트TV)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의 진행자로서 이미 많은 클래식 음악 팬들을 확보하고 있었다. 클래식 음악이라면 점잖고 격식을 차리는 것으로 생각하던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파격적이고 열정적이며 유머 감각으로 그만의 매니아층을 형성하며 클래식 음악의 전파에 일조를 하고 있었다.

 

그의 생각은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1권을 통해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1권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다. 기존의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책들과는 사뭇 달랐다. 때로는 진중하고 때로는 유쾌하고 즐겁게 다가오는 글들은 클래식 음악이 그저 어렵기만 한 것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나처럼 그냥 좋아서 듣는 사람에게는 조금 더 클래식 음악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1권에서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등의 실내악을 소재로 한 이야기였던 반면, 2권에서는 훨씬 많은 음악가들을 다루고 그들의 음악과 인생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담고 있다.

 

책은 5악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악장 ‘빠르고 강렬하게’에서는 비발디, 헨델, 파가니니, 베버, 로시니를, 2악장 ‘느리고 신비롭게’에서는 베를리오즈, 쇼팽, 리스트, 바그너, 베르디, 브루크너, 3악장 ‘춤을 추듯이’에서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 생상스, 엘가, 푸치니, 말러를, 4악장 ‘자유롭게’에서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시벨리우스, 라흐마니노프, 코플랜드, 존 윌리엄스를, 5악장 ‘변주곡’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법과 클래식 음악 시장의 변화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17세기 비발디부터 21세기 존 윌리엄스까지를 담고 있는 것에서 느낄 수 있듯이 지은이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화석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음악이 아니라 지금 현재도 살아 숨쉬며 변화를 거듭하는 ‘현재 진행형’으로서의 생동감있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가기위해 되도록 간결한 문체로 되어 있고, 해당 음악가나 음악에 대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여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물론 활자로만 이야기를 전하다보니 음악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해당 음악을 음반으로 만들어 수록해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지만, 지은이는 이 책을 읽고 음반을 구입해서 듣는 것에서 더없는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이 책을 쓴 의도가 실현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음악은 읽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클래식 음악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막막하게만 생각한 클래식 음악의 이론에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이 3권, 4권 등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클래식, 조윤범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암울한 시기는 일제 강점기와 6,.25사변이라고 해도 크게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총칼 아래 우리 민족의 주권은 무참히 짓밟히고, 해방되자마자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같은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발생하였고, 지금은 남북이 분단된 상태다. 그 아픈 역사는 현재도 우리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민족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을 발간하면서 우리 사회를 들끓게 한 적이 있었는데, ‘친북인명사전’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온다. 해방이 되면서 제대로 친일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아직까지도 고통받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을 감안한다면 때늦은 감은 있지만 잘한 일이라고 본다. 물론 그 판단기준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이 책에 실린 안익태나 최승희, 김은호 등도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되어 있다. 예전부터 친일 논란이 불거져온 인물들이어서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런 논의로 해서 이 사람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염려가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지은이는 월북예술인, 친일파 등의 ‘딱지’를 제거하고 그들이 남긴 예술작품과 그들의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만 판단하자고 한다.

 

그러면서 지은이는 격동의 시기를 거쳐온 예술인 15인의 삶과 예술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고바우 영감을 만들어낸 시사만화가 김정환을 시작으로, 건축가 김수근, 음악인으로 작곡가 김순남, 안익태, 소프라노 김자경, 화가로 동양화가 김은호, 서양화가 이중섭, 영화인으로 영화감독 나운규, 이만희, 문학인으로 아동문학가 윤석중, 극작가 임선규, 연극인 이해랑, 사진작가 임응식, 고미술품 수집가 전형필, 무용가 최승희가 바로 그들이다. 이미 알고 있었던 예술인도 있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예술인도 있다.

 

당시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외세의 압제에 굴복하기도 하고, 북한행을 선택하기도 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단순히 예술의 기술적인 측면을 강조한다면 그 사람이 가진 생각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수 없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예술 작품과 예술 활동은 작가의 정신세계와 떼내어 생각할 수는 없다. 모든 작품은 그의 생각을 통해 예술로 구현된 것이다.

 

자신의 예술 작품과 예술 활동을 일본을 찬양하거나 제국주의를 찬미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면, 이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재능이나 능력이 나쁜 쪽으로 사용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예술이 총, 칼을 대신한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점에서 친북 인사는 논외로 하고, 특히 친일 인사들이 남긴 작품에 대해서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이야기들은 지은이가 직접 발로 뛰고 취재한 것들이 아니라, 이미 발표된 자료 등에서 인용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많은 내용들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들이고 신선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은이가 의도한 대로 그들의 예술혼과 예술 세계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었다면 좀 더 깊은 생각과 자료 수집이 뒤따랐어야 하지 않았을까.

친일파, 친북인사,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