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물건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대형 할인점이나 수퍼마켓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덤으로 하나 더 준다는 행사를 한다거나, 기획가로 한정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게되면 왠지 모르게 사야할 것만 같은 충동을 느낀다. 싸게 구입한다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구입하고서는 곧 후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필요한 물건도 아니었고, 따지고보면 그렇게 싸게 구입한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성적인 인간을 상정하는 자유시장 경제체제 내에서 인간이 흔히 저지르는 가장 비이성적인 행동 유형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선택의 자유에는 나쁜 선택을 할 자유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인간의 비이성적인 경제행위는 여태까지 고전주의 경제이론으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었던 부분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라는 고전 경제학의 기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실제 시장경제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행태를 직접 관찰한 결과에 기초하여,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비이성적 경제행위를 설명하고 분석하는 이론으로 등장한 이론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행태경제학이라고도 한다)이다.
행동경제학은 1970년대에 이미 허버트 사이먼, 대니얼 카너만 등에 의해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2002년 카너만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그다지 친숙한 경제이론은 아니었다. 그런데 작년 한해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들이 다수 소개되면서 행동경제학도 이제 그리 낯선 이론만은 아니게 되었다.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이준구 교수의 “36.5℃ 인간의 경제학”과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었고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되고 있는 리처드 탈러의 “넛지(Nudge)” 등은 행동경제학을 이해할 수 있는 괜찮은 책이었다(이 책에서 지은이는 리처드 탈러가 주장한 부드러운 간섭을 넘어 적극적인 간섭을 주장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 이외의 다른 학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카너만도 경제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다. 지은이도 심리학 교수이자 의사다. 지은이는 독특한 접근으로 행동경제학을 설명하고 있다. 비만이나 중독에 빠져 괴로워하는 환자를 치료한 수많은 임상 경험을 토대로, 이를 현실 사례와 접목시켜 인간 행동에 잠재된 논리를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자유가 가진 위험을 강조하고, 나아가 자유를 적절한 범위에서 일부 제한하면 건강과 복지를 증진할 수 있다고 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성적 이익 추구와 비만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 먼저 언급하고, 이어서 행동경제학과 부드러운 개입주의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며,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이성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대책으로 끝을 맺고 있다. 책에는 최근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The Logic of life)’,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Influence)', 리처드 탈러의 ’넛지(Nudge)‘ 등이 등장하여 책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행동경제학을 비만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설명하는 특이한 서술 방식이 일단 책을 읽는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측면은 있지만, 용어가 다소 생소하고 통일이 되어 있지 않은 만큼, 기준점 효과, 심리회계, 이용가능성 휴리스틱 등과 같은 용어를 각주로 설명을 달았으면 이해하기가 좀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이 그다지 친숙한 이론이 아닌 만큼, ‘해제’를 먼저 읽고 책 본문을 읽는 것도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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