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KBS, MBC, YTN 등 국내 방송 3사의 전산망을 해킹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기자들은 아날로그로 작업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디지털 시대가 편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주고 해킹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벌써 영화에서 이런 소재가 다루어진 적이 있었다. 바로 렌 와이즈먼 감독이 연출하고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한 ‘다이하드 4.0’이다.

 

영화에서 악당들은 전산망을 해킹하고 사회질서를 혼란에 빠트리는 것으로 나온다. 사회기간 시설이 전산망으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컴퓨터의 엔터 키 한 번으로 모든 것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은 섬찟하게 다가왔다. 국내 방송 3사의 전산망 해킹 사건이 있고 난 다음에 본 영화여서 더 그랬다.

 

모든 것이 디지털로 움직이는 세상이지만 언제나처럼 뉴욕 경찰 ‘존 맥클레인’은 몸으로 해결한다. 디지털 시대에 몸으로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하는 존의 고군분투기는 이전 시리즈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지만 1편이 가진 아우라를 뛰어 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불도저식으로 밀어 부치는 존 맥클레인의 모습이 왠지 이제는 힘이 들어 보인다. 영화의 끝은 가족간의 화합과 애정으로 끝을 맺는다. 다분히 미국적인 내용이다. 다이하드 시리즈의 모든 내용이 비슷 비슷하다보니 다소 식상한 느낌을 받는다. 액션도 크게 달라지거나 진화한 것은 없어 보인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그냥 즐기면 되는 영화다.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한 면이 있어 많은 관심이 간 영화였다. 과연 존 맥클레인 같은 히어로가 디지털 대혼란 사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영화는 영화인 것 같다.

요즘은 연주음악을 ‘뉴 에이지(New Age)' 음악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연주음악을 경음악, 엘리베이터 뮤직, 프렌치 무드 팝 등으로 불렀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곡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광고나 라디오 시그널로 자주 사용되었고,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도 많다. 제임스 라스트, 리처드 클레이더만, 폴 모리아 등은 대표적인 연주자들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에도 자주 다녀갔을 정도로 우리와 친숙한 연주자들이다.

 

폴 모리아 오케스트라가 5월 5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공연을 한다고 한다. 폴 모리아 오케스트라라고 하니 폴 모리아가 올 것 같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저 세상의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영원히 우리들 곁에서 우리들을 울고 웃게 하고 있다. 그래서 음악은 위대한 것 같다.

 

이 음반은 폴 모리아의 베스트 음반이다. 3장의 시디에 총 60곡을 수록하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할 뿐만 아니라 폴 모리아의 출세작이며 1968년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한 ‘Love Is Blue’를 시작으로 ‘Amore Grande Amore Libero’, ‘La Reine De Saba’와 같은 익숙한 음악들과 영화음악, 팝음악, 클래식 음악 등을 폴 모리아 특유의 유려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녹여 낸 멋진 곡들이 가득하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최대 히트곡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편곡한 ‘Please Return To Pusan Port’, 와 한국인에게 있어 혼과 같은 음악인 ‘아리랑’을 편곡한 ‘Arirang’까지 수록하고 있다.

 

폴 모리아가 남긴 수많은 음악을 3장의 시디로 압축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그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음반이 아닐까 한다. 폴 모리아는 가고 없지만 그는 그의 멋진 음악과 함께 우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

요즘 주5일제 수업과 가족 단위의 여가 활동이 많아지면서 예전과 달리 극장에는 아동용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3D를 넘어 4D를 활용한 애니메이션들이 넘쳐 난다. 3D가 대세다. 극장에서도 3D가 돈이 되어서인지 3D만을 상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셀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내게 있어 3D는 놀이동산에 온 느낌이다. 화려한 색감과 눈앞에 있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화면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전부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고 본다. 요란한 볼거리도 좋긴 하지만 스토리가 빠진 볼거리는 그야말로 거품이 빠진 맥주 같다.

 

셀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디즈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피터팬, 피노키오, 판타지아, 신데렐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은 지금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다. 음악과 스토리, 그리고 그림이 잘 어우러진 애니메이션의 고전 중의 고전이다. 물론 권선징악적인 내용과 뻔한 스토리 전개는 식상하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이 디비디는 앞서 언급한 디즈니의 고전 12편을 하나의 세트로 구성한 것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디즈니의 고전을 즐길 수 있는 멋진 아이템이다. 화질이 요즘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셀 애니메이션이 가진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어떤 면에서는 더 좋은 것 같다. 화면이 너무 선명하면 오히려 눈이 피곤하다는 느낌이 든다.

 

고전이 고전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하는 작품들이다. ‘판타지아’ 같은 작품은 세계 100대 영화에 꼽힐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 받는 애니메이션이다. 클래식을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장면이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이외에 나머지 애니메이션들도 아이들과 가족들과 같이 보면 좋을 작품들이 아닐까 한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우리에게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멋진 패키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