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다. 그런데 차츰 나이가 들면서 소설이 끌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현대 소설이 아닌 고전 소설이 마음에 들었다. 고전 소설의 배경이 된 당시를 지금 현재의 시간으로 읽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시대상이 지금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전 소설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800년대 영국에 있는 '워서링 하이츠'를 배경으로 한 소설 폭풍의 언덕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판본이 있고, 수많은 언어로 번역이 되어 출간이 되어있다. 이 책은 국내에 소개된 책 중에서 완역본이어서 의미가 깊다. 폭풍의 언덕은 책 뿐만 아니라, 로렌스 올리비에가 주연을 많은 흑백영화도 있고, 랄프 파인즈가 주연을 맡은 리메이크 작도 있을 정도로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다. 변화무쌍한 등장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은 영화화하기 좋은 소재다.

캐서린을 사랑하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하여 처절한 복수극을 펼치는 히스클리프, 어린 시절의 사랑을 떠나 애드거를 선택하는 캐서린. 이 두 주인공이 소설의 축을 이루며 만들어내는 선과 악, 사랑과 증오는 책 제목처럼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서 있는 외딴 시골 언덕의 '워서링 하이츠'를 연상시킨다.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복잡다단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에밀리 브론테의 탁월한 글솜씨는 이 소설이 어떻게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는 지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출간 당시에는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당시 도덕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보는 잣대로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을 것이다. 19세기가 지나서야 소설이 지니는 비극성과 시적인 서정성이 제대로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소설은 가상이고 허구다. 하지만 소설이 모티브로 삼거나 배경으로 삼는 것은 우리 인간의 모습을 바탕으로 한 가상이자 허구다. 그래서 소설 속에는 우리의 인생과 삶, 철학이 녹아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점으로 인해 소설에 자꾸 손이 가는지도 모른다. 

일진광풍이 몰아치는 폭풍의 언덕에서 벌어지는 숨가쁘고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책 속으로 나를 밀어넣었다. 어릴적 읽었던 축약본에 비해 내용은 한층 더 풍부해져있다. 다만 완역본인만큼 폭풍의 언덕에 대한 모든 것이 총망라가 되었더라면 좀 더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한다. 폭풍의 언덕이 다른 예술 장르로 재탄생한 이야기나 폭풍의 언덕에 대한 사진 자료 등이 첨부가 되었더라면 읽는 재미를 더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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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삼성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그런대로 신뢰하는 편이다. 이 책도 아이가 공룡에 대한 관심을 가지길래 공룡에 대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도록 해주기 위해 구입한 책이었다. 무엇보다 입체안경이 좋은 것 같다.

안경을 끼고 그림을 보면 마치 공룡이 책에서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다. 공룡에 대한 설명도 알찬 편이다. 그런데 단점이라면 입체안경을 착용하기가 불편하고 입체안경의 보관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책에 같이 끼워 둘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지금은 저 입체안경이 어디있는지를 모르겠다. 입체안경이 없으면 그림 자체가 선명하지 않아 책을 보기가 만만찮은데. 물론 잃어버린 건 사용자의 잘못이지만 그 전에 그런 부분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판매자가 되었으면.

류시화라는 시인을 알게 된 것은 그의 특이한 행동 때문이었다. 제도권 문단 내에 머물러 있기 보다는 전국을 발로 누비거나, 인도와 네팔 등을 오가며 자신만의 언어로 시를 빚어내는 그의 모습은 분명 사람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의 첫 번째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에서 보여준 감성적인 언어는 그만이 가진 색깔이었다. 일상적인 언어로 우리 주변을 훑어 나가는 그의 시선은 결코 현학적이거나 무게를 잡지 않는다. 이번 시집도 마찬가지다.

소금, 들풀, 나비, 패랭이 꽃, 질경이 등 그의 언어를 통해 발견되는 세상은 단순한 듯 하면서도 정감이 넘치고 애정이 뭍어져 나온다. 편안하게 막힘이 없이 읽을 수 있는 그의 시들이기에 좀 더 우리에게 친숙하게 와 닿는 것은 아닐까. 

순간적으로 와닿는 시가 있는 반면, 류시화의 시는 씹을 때는 별 향내를 느낄 수 없지만, 곱씹을 수록 입안 가득이 번지는 향내가 느껴지는 봄 나물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힘들고 지칠 때 한 번쯤 꺼내어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