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남편의 출근 준비를 하면서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챙기지만 언제나 비슷한 차림이어서 안쓰러울때가 종종 있다. 여자들처럼 옷이 화려하거나 악세서리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양복도 여러 벌을 마련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닌지라, 몇 벌 안되는 양복과 넥타이로 패션을 연출하기란 쉽지 않다.

 

요즘은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한다. 외모를 가꾸는 남자들도 많아졌다. 심지어 화장을 하고 다니는 남성들도 있다. 너무 외모에만 치중하는 것도 문제지만, 외모에 너무 신경을 안쓰는 것도 보기좋은 모습은 아니다. 일단 외모가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으면 그 사람이 다른 일에도 열심히 할 것 같은 인상을 풍기는 것이 사실이다. 점점 직장생활에서도 외모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여성이 어떻게하면 자신의 남자가 좀 더 멋있고 깔끔하게 보일 수 있게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할 것이다. 그렇다고 남성 패션이나 미용에 관한 정보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남성들이 패션과 미용에 신경을 쓰면서 잡지나 단행본들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잡지나 단행본들이 전부 서구인들의 기준에 의한 것이어서, 체형이나 피부색깔이 다른 동양인인 우리나라 남성들에게는 잘 안맞는 것같다.

 

오히려 이 책처럼 우리와 같은 동양인인 일본인인 쓴 책이 우리에게 더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이 아무래도 우리보다 더 잘살고 선진국이며 패션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서인지 옷도 깔끔하게 잘 입는 것 같다. 지은이는 40년 이상 NHK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한 경력의 소유자로, 자국내외 배우는 물론 일본 역대 총리, 일류 기업 경영자들의 스타일을 담당하면서 습득한 노하우와 에피소드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책은 총 6개 Part로 되어 있다. 회색 슈트 한 벌, 감색 슈트 한 벌로 4가지 스타일을 연출하는 방법과 슈트와 셔츠, 넥타이를 매치하는 노하우 등 명품이 부럽지 않은 슈트 연출법, 뚱보, 말라깽이 등 자신의 신체적 콤플렉스를 최대 강점으로 만드는 법, 외출 전 3분만 신경 쓰면 호감 가는 피부, 표정, 수염, 눈빛을 연출할 수 있는 등 호감가는 첫인상을 만드는 노하우, 성공하는 협상의 비결, 마지막으로 남자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구두, 시계, 수첩, 안경, 손톱, 가방, 벨트 등 소품들의 구입과 관리에 이르는 노하우 등을 지은이가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함께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슈트 연출에 대한 사진과 그림까지 실려있어서 누구라도 쉽게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부록으로 실어둔 ‘약속 전 3분이면 OK!’는 실생활에서 간편하게 써먹을 수 있는 내용으로 본문 이상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이야기였고, ‘세련된 배색이 스타일을 완성한다’ 는 슈트 연출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부분인 배색에 관한 것이어서 아주 실용적이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 대부분은 청색과 회색 슈트를 거의 교복처럼 입고 다닌다. 어디를 가더라도 비슷한 옷차림이다. 나만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외모도 이제는 경쟁력인 사회다. 주어진 신체적인 조건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잘 커버하고 나만의 강점으로 활용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지 않을까 한다. 여성인 입장에서 어렴풋하게만 알았던 남성의 슈트 연출법과 외모꾸미기에 대해 많은 도움을 받은 책이다. 매일 아침 남편의 옷을 챙길 때 교복을 건네듯이 하던 시간이 이제는 조금은 즐겁고 기분좋은 시간이 될거라고 믿는다.

외모, 슈트, 출근, 셔츠, 성공

서울.

우리나라 인구의 60%이상이 경인지방에 몰려 살고, 서울 근교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서울권 생활을 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나라 인구의 60%가 서울에 몰려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포화상태다. 그러다보니 주말에 나들이를 가려고 하면 조금 이름이 난 곳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사람 구경하다가 집으로 온다고 하는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를 정도다.

 

원래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이 그 지역에 대해서는 더 모른다는 말이 있다. 가까이 있다보니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찾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내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내가 사는 서울에 대해 더 모르는 경우도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굵직 굵직한 세계 행사를 치르면서 서울은 이제 국제적인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거기다가 서울 시장이 민선으로 선출되다보니 자연히 서울 시민의 휴식 공간을 늘이고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물론 잘하는 경우도 있지만 치적쌓기용 프로그램도 많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거기다가 주 5일제 근무가 시행되면서 시민들도 서울의 가볼만한 곳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이런 흐름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서울의 가볼만 한 곳을 소개하는 책들이 최근에 많이 출간되고 있다. 그리고 일반 블로거들이 서울의 멋과 풍취를 느낄 수 있는 자기만의 공간을 소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그런데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서울의 명소는 대부분 맛집들이 많다. 속된 말로 낚인 경우도 많았다).

 

조선시대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의 수도로서 오랜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는 곳 서울. 6.25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폐허 더미 위에서 빠른 경제성장으로 인해 명암이 함께 존재하는 곳 서울. 21세기를 향해 나아가는 서울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수도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서울만이 가진 멋과 아름다움이 배어나오는 문화 도시로서의 성장이 필요한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울이라는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좀 더 애착과 사랑을 가지고 서울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책을 단순히 서울을 소개하는 정도로서만 여겨서는 안되는 이유다. 책은 역사, 문화, 쇼핑, 자연, 먹거리 등을 소재로하여 총 다섯 개의 장으로 나우어져 있다. 단순히 명소 등을 소개하지 않고 이용정보, 찾아가는 길, 지도, 별점 등을 수록하고, 부록으로는 추천 숙박 업소, 지역별 찾아보기를 수록하여 가보고 싶은 곳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해두고 있다. 역과 터미널, 공항 정보부터 지하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와 숙박 시설에 대한 세심한 설명 등이 돋보였다, 잘 만들어진 서울여행사전이다. 자주 들춰보더라도 책이 훼손되지 않도록 비닐 커버까지 입혀두는 세심함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서울의 명소를 소개하는 부분은 괜찮았지만 음식점, 카페, 나이트 라이프 등을 소개하는 부분은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다소 주관적이기도 할뿐더러, 개인적으로 맛집이라고 소개된 곳을 찾아가보고 실망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예 그 지역의 맛집을 지도로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이 더 좋지 않았나 한다. 어찌되었든 책 한 권으로 오감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의 멋과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가봐야겠다.

서울, 여행, 명소, 먹거리

인간의 특징을 나타내는 학명으로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손을 쓰는 사람),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생각하는 사람),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인간)등이 있다. 저마다 사람의 특성을 표현하는 말인데, 이 책의 제목인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모든 표현들이 인간이 가진 하나의 측면만을 들여다 본 점은 있지만, 위와 같은 특성들이 모여 인간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저마다 의미있는 표현들이다.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는 모든 문화 현상의 기원을 ‘놀이’에 두고 인간의 놀이가 문화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놀이는 문화의 한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70여년 전인 1938년에 ‘중세의 가을’로 유명한 네덜란드 역사학자인 ‘요한 하위징아’가 자신의 책에서 설파한 이론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고전으로 불리우며 애독되고 있는 책이다.

 

20세기 아날로그 시대를 벗어나서 21세기 디지털 시대로 접어든 현재 그 어떠한 표현보다도 우리 인간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닌가 한다. 구글이나 마이크로 소프트 같은 대기업에서는 직원들이 놀면서 일하도록 공간을 배치하고 업무시간을 짜고 있다. 창의적인 생각은 갇혀지거나 구속된 상태에서는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자유롭고 부담없이 즐기는 가운데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에서도 위와 같은 기업문화를 받아들일 정도로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은이는 먼저 놀이는 문화적 현상이다라는 점을 밝힌 다음, 언어, 경기, 법률, 전쟁, 지식, 시, 신화, 철학, 예술 등에서 나타나는 놀이 형태에 대해서 설명하고, 놀이의 관점에서 로마 제국 시대, 중세 시대, 르네상스와 휴머니즘 시대 등을 거쳐 현대까지의 서양 문명을 놀이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특히 지은이는 언어가 가진 다양한 의미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 속에서 놀이적 요소를 찾아낸다.

 

이처럼 지은이는 문화 자체가 놀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민속학, 문화인류학, 역사학, 철학, 언어학, 법학, 예술 등 방대한 분야에서 많은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이 놀라울 정도다. 진중권이 쓴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도 이 책에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래된 글이어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내용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당시의 학문이나 역사적 상황을 지금 현재의 눈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었다. 무엇보다 지은이가 언어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책장이 잘 안넘어간다. 영역본에는 각장에 소제목이 없는데, 역자는 각장마다 소제목을 붙여 두어서 이 책을 좀 더 쉽게 접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은이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문화 자체가 놀이라면 아마 우리 생활이 지금보다는 덜 삭막하지 않았을까 한다. 일과 놀이가 분리되면서 놀이는 안좋은 것으로 여겨지고, 사람들은 기계처럼 일에만 매달리는 일이 발생했다. 경기, 법률, 정치, 예술, 철학 등에 영향을 미친 놀이 정신이 현대에 다시 되살아난다면 인류의 문화는 더 풍요롭고 빛나지 않을까. 인간이 가진 특성을 아주 잘 잡아낸 역작으로, 놀이와 일이 분리되었던 아날로그 시대보다, 일과 놀이가 혼재되는 디지철 시대에 더욱 각광을 받는 내용이 아닐까 한다.

호모루덴스, 놀이, 문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