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그림이 보기 좋고 음악이 듣기 좋은 계절이다. 가까운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고 싶은 그런 계절이다. 예전에는 미술관을 찾거나 공연장을 찾는 것이 사치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도 미술이나 음악을 하나의 문화 생활로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조금 이름있는 전시회나 연주회다 싶으면, 공연장이나 미술관은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그림이 있고 음악이 흐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개인적으로도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렘브란트와 세잔의 그림, 모차르트와 쇼팽의 음악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 무얼 생각할까? 저마다 자신들만의 생각과 추억을 가지겠지. 어떤 느낌과 어떤 생각을 가지는지 궁금하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칼럼니스트인 지은이는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자신이 느낀 생각과 감정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한다. 1장 슬픔에 관해서는 모네와 드뷔시, 실레와 베르크, 들라크루아와 베를리오즈가, 2장 불안에 관해서는 터너와 슈만, 칼로와 뒤 프레, 뭉크와 쇤베르크, 3장 자유에 관해서는 미켈란젤로와 데 프레, 로트레크와 비제, 발라동과 말러, 4장 예술에 관해서는 폴록과 케이지, 칸딘스키와 스크랴빈, 드가와 푸치니 등이 짝을 이루어 소개되고 있다.

 

그림이나 음악 둘 다 예술의 한 장르이다보니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미술과 음악에 있어서 인상파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미술을 하는 사람이 그림이나 음악을 틀어놓고 작업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그림과 음악의 조합이 그리 낯설지는 않다. 그야말로 눈과 귀가 호강을 하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그림은 책을 통해 당장 볼 수 있지만 음악은 당장 들을 수 없어 조금은 아쉽다(앞으로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예술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꽃이 피어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히 유지할 수 없듯이 하나의 감정에, 하나의 시간에 머무를 수는 없는 법, 하지만 예술은 가장 찬란했던 혹은 가장 치열했던 그 순간을 담아두고 영원토록 추억하며 살 수 있게 해준다. 그 추억 속에서 행복을 무한 재생할 수 있는 꿈을 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이 가진 진정한 힘이 아닐까? (책 31쪽 참조)“

 

우리 모두가 그림과 음악에 감동을 받고 열광하는 것은 내가 하지 못하는 것, 즉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때문이 아닐까. 가장 화려하고 가장 찬란한 순간을 담은 그림과 음악은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아무리 보고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이다(클래식 음악만을 다루고 있어 조금 아쉽다. 대중 음악도 소개되었더라면 하는 바램이다). 여기에 더해 하나의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예술가들이 겪고 이겨내야 했던 역경의 순간을 담은 에피소드는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이 따뜻해져온다. 지은이는 이 에피소드들을 자신의 일상과 연결시켜 하나의 멋스러운 글로 뽑아내고 있다.

그림, 음악, 일상, 소통

최근 헐리우드에서 제작된 공상과학 영화들은 대부분 슈퍼 히어로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어릴적 만화책에서 봤던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 맨’, ‘스파이더맨’, ‘왓치맨’ 등 다양한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이런 미국산 슈퍼 히어로들이 우리들에게 그다지 낯설지 않은 것이 희안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영화나 애니메이션, 만화책 등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캐릭터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미국의 문화가 우리 생활 전반에 침투해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반인들과는 다른 힘과 재능을 가지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고 악당을 물리친다는 너무나 평이하고 뻔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한 복장을 하고 나타나는 그들은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온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들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거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요즘은 국내산 캐릭터들이나 일본산 캐릭터들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큰 아이들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이들 캐릭터들에 익숙하고 그 캐릭터들이 전하는 문화에도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다면 슈퍼 히어로를 잘 분석해보면 미국인들이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철학 내지 시각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문화, 다인종의 혼합문화이고 역사가 아주 짧은 나라다. 현실이 그렇다보니 미국은 ‘영웅’을 소재로 한 이야기나 영화 등이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이라는 나라 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기 위해서는 그 무엇인가 강한 ‘끈’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영웅, 즉 슈퍼 히어로가 미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이유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미국인들이 갖는 불안과 콤플렉스가 만들어 낸 환상의 존재일 수도 있다.

 

지은이들은 각자 슈퍼 히어로에 대해서는 저마다 전문가일만큼 화려하면서도 특이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들이다. 그래서 수록된 글마다 지은이에 따라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고, 또한 재미있고 재기발랄하다. ‘슈퍼 히어로의 이미지’, ‘슈퍼 히어로의 실존 세계’, ‘슈퍼 히어로와 도덕적 의무’, ‘정체성과 슈퍼 히어로 형이상학’ 이라는 소재로 4파트에 걸쳐 슈퍼 히어로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다. 슈퍼맨은 왜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가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필두로, 우리가 평소 슈퍼 히어로에 관한 영화나 만화 등을 보면서 왜 저들은 저렇게 행동을 하는 걸까?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고민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회적, 종교적 의미에 대한 고차원적인 이야기까지 풀어내고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보았을 슈퍼 히어로. 적을 물리치고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그들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났던 슈퍼 히어로. 그런데 슈퍼 히어로의 캐릭터 안에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가 지나쳐 온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다. 슈퍼 히어로를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이었던 책이다. 문화는 그 사회를 반영한다는 것이 그저 생긴 말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책이었다. 슈퍼 히어로에 대한 사진이나 그림이 한 장도 없다는 것이 조금은 슬퍼기도 하지만, 슈퍼 히어로를 보는 또 다른 시선과 발상이 재미있었던 유익한 책이었다.

슈퍼히어로, 인문학, 철학, 미국

지금 세계경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불어닥친 전 세계적인 외환위기 이후 좀처럼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올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수출은 잘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내수시장은 불안정하고 실업률은 점점 늘어만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중국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인들의 이목이 중국 경제에 집중되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중국 학자들이 쓴 경제서적도 많이 읽히고 있는 것 같다. 얼마전 쑹훙빙이 쓴 ‘화폐전쟁’은 국내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이 책은 도표나 그래프, 각종 수치로 경제 이론을 설명하는 전문적인 경제서적은 아니다.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일반인들이 쉽고 편안하게 경제학을 이해하도록 쓰여진 책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흔히 겪는 문제들을 경제학으로 접근하여 설명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목은 ‘중국을 통해 본 생활경제학’이라고 되어 있지만, 중국에서 발간된 이 책의 원제는 ‘쾌락일상경제학(快樂日常經濟學)’이다. 지은이가 중국인이다보니 중국이야기가 많이 등장하지만, 우리나라 책제목에서 풍기는 것처럼 중국 자체를 이 책의 소재로 쓴 것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내용들은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한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괴짜경제학’, ‘경제학특강’과 같은 스타일의 책이다. 일반인들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의 책이다.

 

지은이는 7개의 챕터로 나누어, ‘먹을거리, 부동산, 대중교통, 여행, 쇼핑, 애정, 가정, 직장’ 이라는 주제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의 도입, 급격한 경제성장, 그에 따른 엄청난 사회변화 속에서 그 어느나라보다 심한 경제적인 부침이 일어나고 있는 중국 사회. 다른 어떤 모델보다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경제를 이해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먹거리, 부동산, 쇼핑, 직장,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되는 부동산에 관한 이야기를 경제학으로 풀어낸 것도 좋았지만, 사랑과 결혼, 이혼이라는 문제에 경제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바라본 것은 흥미로웠다.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활상과 급격한 사회변화를 읽을 수도 있고, 또한 그와 같은 현상을 통해 경제학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거두는 책이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는 중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경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고, 이를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설명해주어 이해하기 쉬웠고, 어렵기만 느껴지던 경제학에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었다.

중국, 일상생활, 경제, 시그마북스, 왕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