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장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학교 폭력’이다. 자라나는 청소년기에 겪는 폭력에 의한 상처는 평생 동안 잊혀지지 않는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가져다준다. 그런데 이런 폭력은 학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다. 폭력은 유, 무형의 방법으로 타인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력의 행사도 그렇지만 정신적인 충격은 엄청나다. 우리 사회에서는 알게 모르게 정신적, 심리적인 폭력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매일 TV나 신문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해져오는 폭력에 관한 보도 등은 폭력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지만, 폭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확대재생산하는 측면도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막연한 두려움은 우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폭력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폭력을 더 체계적인 위협으로 만들어 왔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우리가 통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폭력에 대한 논의와는 전혀 다른 색다른 이야기다. 인간과 폭력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이 사회는 폭력으로 인한 고통과 불안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질서는 폭력을 만든다. 이런 딜레마는 풀어낼 길이 없다. 질서는 폭력에 대한 불안에 기초하여 스스로 새로운 불안과 폭력을 만든다(책 13쪽 참조).”사회를 구성하는 동기와 근거는 바로 인간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불안이다(책 15쪽 참조).” 라는 대담한 주장을 담은 1장 ‘질서와 폭력’을 시작으로 인간이 자기 확장을 위해 만들어 낸 무기를 다룬 2장 ‘무기’, 폭력에 이끌리는 인간의 본성을 파헤친 3장 ‘폭력과 격정’, 폭력 희생자의 내면과 고통을 다룬 4장 ‘폭력, 불안, 그리고 고통’, 폭력이 자행되는 현장을 담은 제5장 ‘고문’, 폭력에 가담하는 일시적인 익명의 공동체에 대한 6장 ‘구경꾼’ 그리고 ‘사형 집행’, ‘전투’, ‘사냥과 도주’, ‘학살’, ‘사물들의 파괴’, ‘문화와 폭력’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형태의 폭력과 그 폭력에 관련된 인간의 모습, 그리고 문화의 작용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하고 있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가 폭력을 감소시키기 보다는 폭력을 더욱 확장시키고 더욱 잔혹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그저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인간과 사회, 그리고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그로 인한 폭력의 고리를 살피는 지은이의 통찰력은 기존의 폭력의 발생 원인과 모습에 대한 도발적인 이해가 가능하도록 한다. 이런 지은이의 이야기 저변에는 폭력을 막고 줄이기 위해서는 인간과 문명의 본질에 대한 깊은 생각과 더불어 그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막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과 과학기술은 고도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폭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오히려 폭력이 상시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TV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에서 폭력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재생산된다. 좁게는 개인이나 가정에서 넓게는 사회와 국가 사이에서, 그리고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자행되는 국가의 폭력은 인간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폭력을 몰아내자는 이야기는 넘치지만 실제로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런 현상을 인간 본성과 사회, 문화적인 측면에서 집어내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이제껏 폭력이라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통념을 뒤집어 생각해보게 했다. 자칫 추상적이고 윤리적이며 공허한 이야기가 될 뻔한 내용을 아주 재미있고 공감가는 내용으로 엮어낸 매력적인 책이다.

폭력, 사회, 문화, 위협, 본성

‘파리’ 라는 도시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학창시절 배낭을 둘러 매고 파리를 돌아다니던 기억이 새록 새록 쏟아오른다. 당시 나에게 있어 ‘파리’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문화와 예술, 미를 대표하는 도시, 만인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 한 번쯤은 가보고 싶은 도시....‘파리’ 라는 도시는 이런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도시다. 그런 말을 들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도시다. 당시 빡빡한 여행 일정으로 인해 루브르 박물관 등 대충 눈도장만 찍고 온 터라서, 언제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도시다.

 

해외여행을 나가면 그 곳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지라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해외 여행에도 자유 여행 바람이 불어서 여행자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자신들이 여행지도를 그려나가고 있다. 꽉 짜여진 일정에 맞추지 않아서 좋고, 그리고 그 나라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패키지 여행보다 많은 장점이 있다. ‘파리’ 라는 도시도 지금 현재 내가 몸담고 살고 있는 이 곳 서울처럼 여유를 부리며 천천히 음미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최근에는 이런 경향에 맞추어 해외여행에 관한 서적들도 자유여행을 염두에 두고 출간되는 책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기간 그 곳을 여행하고 쓴 것이거나, 아니면 기획하에 만들어진 책들이 많아서 예상외로 실망스러운 수준의 책들도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파리에 사는 파리지엔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담아 내고 있다. ‘파리’ 라는 도시에 대해 직접 사진도 찍고 글도 쓰는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래서 다른 책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지도를 곁들여가며 골목 여기 저기를 설명한 부분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지은이는 본격적인 파리 골목여행을 하기 전에 이 책에 실린 지도를 이용하는 법, 걷기 코스 연결하는 법 등을 설명하고, 이어서 계절에 따라, 주말이냐 주중이냐에 따라, 같이 걷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어린이와 함께 걷기 좋은 곳 등을 소개하며, 지하철,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하는 방법까지 ‘파리’ 골목을 여행하기 위해 사전에 점검해보아야 할 사항들에 대해 빠짐없이 실어두고 있다.

 

이어서 본문에서는 예술과 향락의 거리 ‘몽마르트’, 학자와 반항아들의 거리 ‘카르티에 라탱’, 센 강 좌안 풍경 ‘셍 제르맹 데 프레에서 오르세까지’, 뻔뻔스러운 세련미를 갖춘 곳 ‘셍 제르맹과 뤽상부르’에서 감동 넘치는 갤러리의 향연 ‘빌라쥬 생 폴과 바스티유’, 섬과 섬 사이 ‘생 루이 섬과 시테 섬’에 이르기까지 13개의 항으로 나누어 파리의 걷기코스를 소개하고 있다.

 

요즘 제주도 올레길이 유행인데, 마치 제주도 올레길을 연상시키는 설명이다. 항공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실사에 가까운 지도에 순서대로 번호를 붙여서 걷기코스를 아주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초보자라도 이 책만 있으면 특별한 어려움이 없이 ‘파리’의 골목 골목을 자연스럽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골목을 따라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일은 신나는 일이었다. 골목이 주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지금처럼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는 골목이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다. 그저 황량하기만 할 따름이다.

 

‘파리’는 세계적인 도시다.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나만의 독특한 ‘파리’ 여행법이 있다면 ‘파리’ 라는 도시를 좀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도시로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특히 그것이 골목을 이용한 파리여행이라면 좀 더 재미있지 않을까.

 

결혼을 하고는 이런 저런 이유로 여행이라는 것, 특히 해외여행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 책으로 당장의 갈증을 달래본다. 이 책에 실린 걷기코스가 바뀌기 전에 꼭 한 번 ‘파리’를 다녀오고 싶다. 그때는 지금처럼 머리 속에서만 그려지는 이 책이 제대로 된 진가를 발휘하지 않을까 한다.

파리지엔느, 파리, 걷기여행, 여행

원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희안하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소설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고전 소설이 재미있었다. 현대 소설에 비해 고전 소설은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맛이 있었다. 고색창연한 저택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로 떠난 듯한 느낌을 받는데, 고전 소설을 읽으면 꼭 그런 기분이 든다.

 

‘고전’ 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뭘까? 특별한 뭔가가 있기 때문일까? 오랜 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지 않을까. 소설이 처음 출간되던 당시나 지금이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다만 그 무대만 달라질 뿐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 그 자체다. 그래서인지 고전 소설이 모티브로 삼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면서 우리에게 삶의 지혜와 혜안을 가르쳐 주고 있다. 영화와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 장르의 소재로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고전 소설을 통해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이나 느낌을 받을까. 다양한 사람들이 있듯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갈 수 있다. 어떤 면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각자에게 다가오는 모습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래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통해 고전 소설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도 바로 그런 고전 소설이 전해주는 매력을 머금은 책이다.

지은이는 감각적인 글쓰기로 유명한 PD출신 작가다. 이미 개인적으로 “런던을 속삭여 줄게”에서 지은이의 독서 편력을 경험한 적이 있었던 지라, 이 책에 대한 기대가 남달랐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같은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이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책읽기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색다른 체험을 전해주는 독서 에세이집이다. 어릴적 책을 읽고 독서감상문이라는 걸 썼는데, 그 느낌이라고나 할까.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시작으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골짜기의 백합’, 귀스타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조지 오웰의 ‘1984’,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 이르기까지 총 15편의 고전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언급된 책들 중에 읽은 것도 있고 대충 내용만 아는 책들도 눈에 띈다. 지은이는 현재 세계에서 고전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우리 인생은 한 번뿐이다. 하지만 고전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지은이는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와 재기발랄함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고전 소설이 가진 맛깔스러움을 전해주고 있다. 이미 여러 책들과 이야기를 통해 이들 고전 소설이 우리에게 지니는 의미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어서 텍스트를 해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색다른 점이 없었지만, 이를 자신의 경험과 생활로 녹여 내는 이야기는 색다른 맛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이 책을 읽고 여기서 끝난다면 이 책은 별 의미가 없다. 이 책의 의미는 이 책을 통해 고전 소설이 뿜어내는 향기에 흠뻑 취해 보는 것이 아닐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랜 세월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고전 소설 속의 향내가 던져주는 삶의 지혜와 의미를 되새겨 보는 재미난 시간이었다.

 

고전소설, 에세이, 독서감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