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똑똑한 사람들은 어떤 결정이나 선택의 과정에서 항상은 아니더라도 대부분 현명한 결정을 내릴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똑똑한 사람들의 결정이나 선택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비합리적인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분석하고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행태경제학이라고도 한다)이다. 최근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읽었던 ‘넛지’라는 책도 행동경제학에 대한 책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제행위는 고전주의 경제이론으로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라는 고전 경제학의 기본 가정에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 경제활동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행태를 다각도로 관찰한 결과에 기초하여, 시장 체제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제행위를 설명한다. 심리학을 경제학에 접목시킨 행동경제학은 카너만 등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학문 분야다.

대형 할인점에 가면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사서 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후회를 한다.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데 덤으로 하나 더 준다는 광고에 속아서(?) 구매목록에도 들어있지 않은 물건을 사게 되는 것이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소비자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에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겠지만, 소비자는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제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지은이는 우리가 저지르게 되는 이런 실수(?)는 긍정적 착각이나 지나친 낙관, 편견과 습관들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도 특별한 의심이나 아니면 생각을 해보기도 전에 직관에 의해서 판단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일반적인 사고패턴에서 벗어나 모든 정보와 상황을 고려해 보는 ‘두 번 생각하기(Think Twice)’가 필요하다. 그렇게되면 실수를 저지르게 될 확률은 줄어드는 것이다.

 

기존의 행동경제학 관련 서적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우리 인간의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경제행위를 설명하는데에만 치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와 달리 실수를 줄이거나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는 8장에 걸쳐 사례를 통한 실수를 분석하면서, 실제 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해결방안을 심리학, 통계학, 복잡계 과학 등과 같은 여러 과학적인 논리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지은이가 주장하는 방법으로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인간 자체가 실수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완벽한 해결책이 되기에는 힘이 들지만, 실수를 줄이는 방법은 되지 않을까 한다.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에 대한 소개서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저지르게 되는 실수를 줄이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 해결방안까지도 제시하고 있어 여태까지 읽어왔던 행동경제학 책과는 다른 색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행동경제학, 행태경제학, 심리학, 실수

“똥 싸는 집”이라는 책제목이 다소 민망스럽게 느껴지는 책이다. 굳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다. 애써 감추려고 하는 대상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똥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주 좋아한다.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책을 읽는 내내 키득거리고 좋아라 하며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그런데 이 책은 어른들이 봐도 좋다. 세계 각국의 고유한 화장실 문화를 둘러본다는 점에서 아주 재미있다.

 

각국마다 “똥 싸는 집”에 해당하는 단어는 서로 다르다. 변소, 화장실, 뒷간, 해우소, Toilet, W.C(Water Closet), Restroom 등등. 하지만 용도는 전부 동일하다. “똥 싸는 집”이다. 터키, 프랑스, 영국, 토고, 일본,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인도, 콰테말라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의 화장실은 어떠한지, 배 안에서, 비행기 안에서, 또는 암벽 등반을 하거나 자전거 경주를 할 때 갑자기 볼 일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리고 고대 시대의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제국의 화장실은 어떠했는지, 중세시대의 화장실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그림과 함께 재미나게 설명하고 있다.

 

옛날 화장지라는 것이 따로 없었던 우리나라에서는 밑씻개라고 불리는 가늘고 짧은 나뭇가지와 매끈매끈한 돌을 사용해서 똥을 싸고 닦았고, 일본에서는 외출용 신발, 실내용 신발, 화장실 신발이 따로 있어서 잘 가려서 신어야 하며, 중국의 오래된 시골에는 아직도 화장실 문이 없고 아이들은 급한 응가를 위해 뒤쪽이 헐렁한 힝룬이라는 옷을 입고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실려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3000년 전부터 변기에다 모래를 뿌려서 똥 냄새를 덮었고, 2400년 전 그리스에 있었던 화장실에서는 마흔네 명이 동시에 똥을 눌 수 있었으며, 로마제국 시대에는 공중 화장실을 사용할 때 돈을 주고 사용했다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세계사 등을 배우거나 읽으면서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재미난 이야기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의 화장실은 그 나라 특유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화장실은 단순히 똥을 싸는 곳 이상의 의미가 숨어 있다. 화장실 문화는 그 나라의 환경과 풍습, 경제, 사회 등 제반 여건에 맞추어 발전해왔다. 현재는 모든 나라들의 화장실 문화가 거의 동일하다. 그렇다고 옛날의 화장실 문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세계 여러나라의 화장실에 대해서 읽으면서 잠시 현재의 문화 현상을 생각해봤다.

 

드러내기보다는 감추고 싶고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고 느낄 수 있는 “똥 싸는 집”에 대한 이야기는 의외로 재미있다. 부모와 아이가 같이 읽고 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면 더 재미있는 책읽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똥, 화장실, 문화, 획일화, 다양성

하루가 다르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것 같다. 특히 과학기술 그 중에서도 IT와 관련한 기기의 발전 속도는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을 정도다. 거기다가 사회는 점점 복잡해지고 경제는 어렵다. 그야말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부리기가 힘들 정도로 정신없는 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최근의 흐름에 우려를 표시하며 ‘느리게 살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고도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빨리’라는 행동이 몸에 배여버렸고, 지금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인해 남들보다 먼저 앞서가야 한다는 강한 강박관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보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피폐한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간혹 멍하니 아무 생각없이 공상에 잠기곤 하는 버릇이 있다. 잠시 동안 이것 저것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현실에서 떨어져 나온다. 물론 현실을 회피하려는 행동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이건 다분히 전적으로 나 자신만을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상 속에서 찌들어버린 나 자신을 벗어버리고 진짜 내 자신의 얼굴과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은 거다.

 

잠시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은 저마다 괴롭고, 슬프고, 외롭고, 힘들고....다들 그렇게 사는 것 같다. 다만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 외로움과 슬픔과 괴로움을 같이 나눈다면 어떨까. 이 책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이야기들이 그림과 함께 우리 가슴을 적시고 있다.

 

그림은 아주 강렬하다. 그림의 소재가 된 건 ‘얼굴’이다. 우리의 얼굴에는 우리가 살아온 세월과 그 사람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 속에 실린 그림 얼굴은 우리의 일상과 생각을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짧은 글과 그림이지만 강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상처 blue', 2부 ’이해 violet', 3부 ‘성숙 red'. 그림과 잘 맞아 떨어지는 글은 과장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주 평이한 글들이다. 그래서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한 줄 한 줄 그림과 함께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지은이의 글에 공감을 표시하고 내 슬픔, 내 연민 등을 같이 하게 된다. 누군가와 느낌이나 생각을 같이 한다는 것은 이래서 좋은가보다.

 

때로는 거울 속 내 얼굴을 보고 왠지 낯설다는 느낌을 받는 적이 있다. 여태까지 보아왔던 나 자신이 아닌 것 같다, 라는 느낌이다. 상상과 현실의 경계선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일수록 내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느 생각을 하는데, 이 책이 많은 것을 전해주는 것 같다. 감성을 자극하는 많은 미사여구로 마음을 건드리는 책보다 나에게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책이었다. 글과 함께 실린 그림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글이 전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그림 속에서 끄집어 내는 것도 재미있었던 시간이었다.

공상, 현실, 일상, 글,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