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읽는 스타일이다.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 소설, 에세이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는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미 출간된 책들도 많아서 책을 많이 읽고 있기는 하지만, 때로는 내가 제대로 책을 읽고 있는건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읽고 싶고, 읽어야 할 책은 많은데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수 많은 책 중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고, 아마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한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이 될만한 독서법에 관한 책들이 최근들어 다수 출간되고 있다.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정독을 하며 꼼꼼하게 읽어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각자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의 책 읽기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도 어떻게 하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지은이 자신만의 독특한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는 3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 장에 해당하는 책을 소개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다. 1장 ‘나는 누구인가?’에서는 독서가 가지는 가장 큰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책을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에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책으로 강준만의 ‘지성인을 위한 교양브런치’, 같은 작가의 다른 책으로, 강준만의 ‘행복코드’, 같은 테마의 책으로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등 10권을 소개한다.

 

2장 ‘지식을 어떻게 확장하는가?’에서는 읽은 책들을 서로 날줄과 씨줄로 엮어서 지식을 더욱 심화시키는 독서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잡학 상식을 늘려주는 책으로 피에르 제르마의 ‘이것이 세상이다’,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구미가 당기는 책으로 스튜어트 리 앨런의 ‘커피견문록’, 입문서에 대한 책으로 조성오의 ‘철학에세이’ 등 8권을 소개한다.

 

3장 ‘작가는 누구인가?’에서는 작가를 알아야만 작가를 사랑할 수 있고 책을 읽는 추진력이 생긴다는 취지에서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로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작가의 이력을 보고 책을 선택한 것으로 루이스 버즈비의 ‘노란 불빛의 서점’, 서점 직원에게 추천받은 책으로 원재훈의 ‘나는 오직 글쓰고 책 읽는 동안만 행복했다’ 등 12권을 소개한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지은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책을 선택해 읽고, 테마의 깊이와 넓이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그래서 각 장에서 소재가 된 책은 30권이지만, 그 책을 따라 가다보면 250여권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만나게 된다. 독서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기를 성찰하며 더 나아가 책에서 얻은 지식을 서로 연결하여 지식을 축적하여 독서력을 기르고, 작가를 이해하고 알아가면서 독서의 추진력을 가져보자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물론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독서법이 나에게 딱 들어맞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힘이 든다. 저마다 책을 읽는 스타일이 있다. 그 스타일에 맞추어 자신에게 적합한 자신만의 독서법을 계발하여, 책을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골고루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나의 독서생활에 대한 좋은 참고가 될 것이고, 나의 독서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라고 확신해본다.

독서법, 자아, 지식, 작가

요즘 여행에세이가 출판계에서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너도 나도 할 것없이 여행에세이를 출간하고 있다. 아예 전문적인 여행에세이 작가까지 있다. 여행이 자유화되고 특히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에세이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현지에 가보지 못했더라도 책으로나마 여행지를 느끼고 싶은 대중들의 욕구와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이 적절하게 잘 버무려져서 여행에세이는 최근들어 서점가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장르가 되었다.

 

이 책도 이런 시대적인 흐름에 편승한 책이다. 지은이는 인하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인데 1년간의 안식년을 런던대학의 방문학자로 지내면서 겪은 일화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았다. 8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지은이가 일상생활의 사소한 체험부터 런던의 명소와 영국 내의 유적들을 방문하여 느낀 점들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한 유럽의 다른 나라들 돌아보며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있으며, 방문학자로서 세미나를 거듭하며 새로운 학문적 경험을 한 일들이 정리되어 있다.

 

한국이라는 곳에 수십 년을 살면서도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나의 현실이다. 어떤 때는 한국을 속속들이 잘 알 것 같기도 하다가, 어떤 때는 그저 피상적으로만 이해된다. 그런데 1년 동안 체류하면서 영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한다는 것은 힘이든다. 적응하는데만도 1년이 더 걸릴 것이다. 겉으로만 보고 돌아오는데는 짧은 시간이면 되지만, 그 나라와 그 나라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1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여행 사진과 여행지에서 겪은 단상을 읊는 것은 돈이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책의 반 이상은 사진으로 채워지고 간단한 감상 정도를 적는 것이 요즘 여행에세이의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 책도 그런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지은이는 방문교수이다보니 더더욱 영국이라는 현실과 마주칠 기회는 거의 없다.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그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직접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봐야 한다.

 

지은이가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들은 TV나 신문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서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작년에 읽었던 이매진피스 임영신, 이혜영이 쓴 ‘희망을 여행하라(소나무 출판사)’ 라는 책과 너무나 비교가 되는 책이다. 이 책은 분명 특별한 기획하에 만들어진 책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여행에세이로서 가지는 감성은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방문교수로 1년간 체류하면서 보고 들은 내용과 명승지를 돌아다니면 찍은 사진이 전부인 그저 그렇고 그런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는 여행에세이에 지나지 않는 책이다.

 

지은이가 교수라면 좀 더 농익은 글이 나왔어야 하는데, 너무 설익은 과일이 되지 않았나 한다. 1년 만에 학문을 정복할 수 없듯이 1년 만에 그 나라를 안다는 것도 무리다.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여행에세이 중의 하나라는 생각 이외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책이다.

여행, 방문교수, 영국, 런던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영화에는 미술, 음악, 문학, 건축, 무용, 의상 등 모든 예술 장르가 다 녹아 들어가 있다. 영화만큼 협업 작업이 필요한 예술 장르도 드물지 않을까 한다. 그 중에서도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영화의 분위기를 좌우할 정도로 아주 중요하다. 무성영화 시대에도 영화의 감정을 전하기 위해 음악은 쓰일 정도였다. 음악이 없는 영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영화가 종합예술인 것처럼 영화에 쓰이는 음악도 특정한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팝, 클래식, 재즈 등 영화적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음악 장르라도 특별히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영화에 많이 쓰이는 음악 장르 중의 하나가 재즈 음악이다. 예전에는 클래식 음악이 영화음악으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느와르 풍의 영화가 많이 제작되면서 재즈 음악이 영화음악으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 자유로운 스타일의 재즈 음악은 특히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감정선을 살리는데 더없이 훌륭한 파트너가 되었다. 루이 말, 마틴 스콜세지, 우디 알렌,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은 개인적으로 재즈광이면서 영화에 재즈 음악을 즐겨 사용하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경우는 자신이 직접 작곡을 한 재즈 음악을 영화음악으로 삽입하기도 하였다.

 

남북 전쟁이 끝나면서 노예에서 해방된 흑인들은 남북 전쟁 중에 군대가 주둔한 탓에 많은 관악기들을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었고, 이러한 악기들로 군악대를 본따서 브라스 밴드를 만들어 연주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블루스 음악과 행진곡 가락을 섞고, 크레올이 가르쳐 준 클래식을 비롯한 유럽 음악을 섞어서 연주했는데 이것이 바로 재즈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뉴올리언스는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던 때라 상업이 발달하였고 그 덕에 댄스 홀, 카바레 등을 중심으로 재즈가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재즈라고 하면 끈적한 것을 생각하는 생각과는 전혀 반대되는 춤곡 위주의 스윙이 주를 이루었다.

 

이 세 장의 음반에 실린 곡들은 대부분 이런 스윙 리듬과 보컬 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엘라 피츠제럴드, 빌리 홀리데이, 토니 베넷, 냇 킹 콜, 프랭크 시나트라, 오스카 피터슨, 에롤 가너, 케니 버렐, 사라 본,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덱스터 고든, 베니 굿맨, 라이오넬 햄튼 등 당대를 풍미하던 재즈의 거장들이 한 곳에 모였다. 물론 대부분의 곡들이 오래 된 곡들이고 영화에는 삽입곡의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영화를 자세히 보지 않으면 어느 대목에서 이런 노래들이 나왔지?, 라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단순히 삽입만 되었을 뿐 영화에서 제대로 들을 수 없는 곡도 많다.

 

정작 재즈가 영화 전편을 수놓은 영화음악은 이 세 장의 음반에는 없다. ‘황금연못’, ‘사랑의 행로‘, ’투씨‘ 등의 데이브 그루신, ’사형대의 엘리베이터‘, ’씨에스타‘의 마일스 데이비스, ’위험한 관계‘의 아트 블래키, ’모 베터 블루스‘의 트랜스 블랜차드, ’라운드 미드나잇‘의 레니 니 하우스 등이 작곡하거나 연주한 재즈 음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재즈 음악이 영화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이처럼 재즈 음악이 영화 전편을 수놓은 사운드트랙을 들어봐야만 더 정확하게 와닿을 것 같다. 이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전부 당시의 대중음악 정도에 머무르는 것들이어서 영화와 재즈 음악과의 관계를 이해하는데는 조금 무리가 없지 않아 있다. 재즈 음악 자체가 영화음악으로 쓰인 곡들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그리고 음악적인 부분 이외에 음악 외적인 부분으로 속지에 영화와 음악에 대한 소개가 있기는 하지만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지고(예를 들자면 영화의 어느 부분에서 이 음악이 흘러 나왔는지 하는 것들), 영화의 포스터 등을 수록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세 장의 시디를 아웃 케이스를 만들어 담은 것은 좋았지만, 시디를 박스 안에서 꺼내기는 정말 힘들다. 박스의 끝 쪽에 홈을 내놓으면 쉽게 뺄 수 있었을텐데.

영화음악, 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