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다면 우리는 일어나서부터 잠들기까지 하루 종일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아침 일찍 배달되어 오는 신문 안에 들어 있는 전단지와 광고가 게재되어 있는 신문, 프로그램 사이 사이에 수없이 많은 광고를 쏟아붓는 TV, 집을 나서면 수도 없이 보이는 간판, 운세 광고부터 첨단 소프트웨어 광고까지 다양한 광고가 붙어 있는 지하철과 버스, 택스 등 대중교통 등. 이제 광고는 우리 일상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

 

수없이 많은 광고가 있다보니 대중들의 눈에 띄기 위해 광고 경쟁도 치열하다. 대중들에게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임팩트를 남겨야 하기 때문에 광고는 때로는 자극적인 문구와 이미지를 사용하는가 하면, 때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휴머니티를 선보이기도 하며 극과극을 오가기도 한다. 그래서 광고 디자이너나 카피라이터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독창적인 광고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자연히 광고만큼 창조적인 작업도 없는 것 같다.

 

‘좋은 광고는 소중한 삶의 텍스트가 된다’ 라는 이 책의 카피도 이런 디자이너들의 각고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지은이는 그냥 허투루 볼 수 있는 광고 속에서 인생의 진리와 우리 삶의 지침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 내고 있다. 공익광고도 아닌 상업광고에서 인생을 논하고 삶을 논하다는 것이 우스울 수도 있다. 제품을 구매하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도록 만들어지는 상업광고의 특성상 감각적이고 즉각적이며 소비지향적인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은이는 이 속에서 창조적인 이야기들을 끌어내고 있다.

 

‘Pride, Dream, Life, Habit, Strategy, Human, Attitude, Idea, Book, Success’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주제들이다.

지은이는 50개의 광고 속에서 이 주제들을 읽어내고 있다. 각 주제에는 다시 5개 정도의 소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인생과 자기계발, 처세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남을 배려하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도 빼놓지 않고 있다. 특히 감각적이고 즉각적이며 비주얼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9장 ‘책’과 시대의 아픔을 놓치지 않고, 가진 것을 나누어 줄줄 아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10장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이 단순한 심심풀이용 책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을 보여준다. 광고 속에서 삶의 지혜를 읽고 있다.

 

작은 일이라고 무작정 남에게 미루거나 시키지 말고 작고 사소한 일들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스스로 하는 것에 익숙하자는 내용을 전달하면서 보여주는 공구회사의 광고는 다소 선정적이고 도발적인가 하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는 옆사람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보여주는 말보로 맨의 흡연으로 애마가 죽었다는 광고와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과 인생이 있다는 내용을 이야기하면서 소개하는 신발광고는 다소 섬찟하게 느껴지며, 부드러움은 항상 사람을 끌어들인다는 지혜를 들려주면서 부드럽게 면도한 아빠의 뺨을 엄마 젖으로 오해하며 빨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담은 면도기 광고는 앙증맞고 귀엽게 다가온다. 시대의 아픔을 볼 수 있는 성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이 신발과 청바지를 만드는 모습을 담은 유니세프 광고는 가슴이 짠해져온다.

 

이처럼 짧은 광고 안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많은 것을 담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면서 광고가 가지는 엄청난 효과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호평을 받은 유명 광고를 보는 재미와 그 광고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배우는 재미를 느끼는 일석이조의 책이다. 한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판형에 하나의 광고 당 4쪽 정도의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읽기에도 편하다. 짧은 이야기지만 그 울림은 오래도록 간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광고에서 들려준 “약(藥)과 술(酒), 꿈(夢)은 모두 중독에 의한 기질적 정신병인 ‘환각(幻覺)’을 만들어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약과 술에 취해서는 ‘헛것’을 보지만 꿈에 취해서는 ‘현실이 될 미래’를 본다는 것이다(책 58쪽 참조).” 라는 이야기는 아직도 내 마음 한 구석에는 젊은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이 용틀임치는 것만 같았다. 세월이라는 풍파에 깍이고 쓸려내려간 내 작은 꿈을 이루고 싶다. 기분좋은 환각 상태에서 살고 싶은 심정이다.

광고, 창의성, 독창성, 삶, 인생

‘프랑스 여자’

개인적으로 프랑스 여자라고 하면 모던한 분위기에 예술과 패션을 사랑하는 낭만적이면서도 지적인 사람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오랫동안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서 듣고 읽고 배운 고정관념과 프랑스 영화나 문학, 미술 등에서 비춰지는 이미지로 인해 그와 같은 생각이 나의 기억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나의 생각은 점점 더 강해졌다.

 

엠마누엘 베아르, 소피 마르소, 이자벨 아자니, 샤를로트 갱스부르, 카트린 드뇌브 등 내가 알고 있는 프랑스 배우나 가수들은 전부 시크(Chic, 세련되고 멋진)한 분위기의 소유자들이다. 그리고 예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본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창백한 듯한 얼굴과 아무런 치장을 하지 않은 수수한 차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특한 매력은 프랑스 여자들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지은이는 프랑스에서 머문 22년 동안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여성들을 소개하고 있다. 열정, 지성, 사랑, 스타일이라는 주제로 패션과 미의 창조자 가브리엘 샤넬, 천재적인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 일본인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화가 마리로랑생으로부터 프랑스 최고의 앵커우먼 안 생클레르, 트렌드를 만드는 여자 샤를로트 갱스부르 등 30명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인 카를라 부르니까지 소개되어 있다. 예술가, 영화배우, 철학자, 가수, 정치인, 소설가, 앵커, 영부인 등 사회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다.

 

소개된 인물들이 대부분 현대사를 장식한 이들었음인지, 지은이는 in History라는 소제목으로 잔 다르크, 퐁파두르 부인, 마리 앙투아네트, 뒤바리 부인, 조세핀 드 보아르네, 카트린 드 메디시스 등 역사속의 인물들도 소개하고 있다. 책에는 매혹적인 사진과 그림, 그리고 각 인물마다 그들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장소를 her place라는 소개하여 프랑스를 찾을 때 들러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을 소개하다보니 그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이 몇 페이지의 이야기로 요약되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평소 좋아하던 그녀들을 한 권의 책에서 전부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프랑스 여자들처럼 세월을 수긍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기보다는 아직도 과거에 집착하며 괴로워하는 케이트 모스와,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아내로서 또 어머니로서 충만하게 삶을 이끌어가는 바네사 파라디의 모습이 교차되는 순간이다(책 223쪽 참조).”

 

이 글에서 나는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 담겨져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지은이는 프랑스 여자들은 세월을 수긍하고 자신의 얼굴에 드리워진 주름살마저 사랑하며 자신의 직업은 물론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 같다.

 

지은이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의 여성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시대가 변하면서 한국의 여성들도 직장을 가지고 사회진출이 많아지면서 예전의 여성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 한국의 여성들도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누구보다 열정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프랑스 여자처럼.......

프랑스여자, 자신감

언제부터인가 ‘유니클로’라는 상표가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다. 집근처 의류매장에도 유니클로라는 상표를 단 상점이 문을 열고, TV와 신문 등 매스미디어에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상표가 영문으로 되어 있어 미국이나 유럽 상품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일본에서 만든 의류였다. 얼마전 TV에서 패션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니클로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보았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존에 알고 있었던 유명 상표도 아니어서 그 충격은 더했다.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유니클로라는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는 말인가? 직접 유니클로 매장에 가봤다. 일단 가격대가 다른 고가의 제품군들에 비해 그다지 비싼 편이 아니었고, 상품의 질도 그런대로 괜찮았으며, 무엇보다 사람들의 기호를 즉시 반영하는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우리나라에도 많은데, 유독 유니클로가 이렇게 크게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의구심을 품을 때마다 유니클로라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점점 더 궁금해졌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이 나왔다. 유니클로는 현재 일본 의류업체 1위 기업이며, 2009년에는 유니클로의 대표인 야나이 다다시가 닌텐도의 오너인 야마우치 히로시를 제치고 일본 최고의 부자로 등극했다고 한다. 2008년, 2009년 세계불황 속에서 이룬 성과여서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성공이다.

지은이는 ‘혁신과 열정, 인재, 도전정신’ 이라는 3개의 파트로 나누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유니클로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1승 9패 유니클로처럼’이라는 책 제목이 암시하듯이 아홉 번 실패하더라도 한 번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실패 속에서 배울 수 있다면 아홉 번 실패하더라도 괜찮은 것이다. 패배는 성공의 씨앗을 얻기 위한 것이다. 실패해 보지 않은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라는 흔하디 흔한 경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야나이 다다시는 부친이 20여 년간 운영하던 지방의 작은 양복점을 물려받아 오늘날 일본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키기까지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 속에서 배운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나 직장인들도 이런 유니클로의 정신 속에서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 누구든지 초발심을 잊지 않는다면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실패를 하면 좌절하고 실망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무슨 일이든 가장 큰 패인은 내 안에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변화하고 진화해야 한다. 유니클로는 이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고 고민하고 ‘이대로 족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책 135쪽 참조).

 

우리 안에 열정의 불씨가 남아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좀처럼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내용들이 많다. 생각지도 못한 일본의 지방 양복점이 세계적인 의류 회사로 거듭난 성공신화가 우리라고 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저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