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던 김할머니 존엄사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아직도 존엄사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거리가 남아 있다. 그리고 유명 연예인 등이 연달아 자살을 하면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기도 하였다. 이런 것이 문제되는 것은 죽음때문이다. 방금 전까지 살아 숨쉬던 사람이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은 우리에게는 언제나 두려운 존재로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이라는 문제는 우리 인간에게 가장 힘든 것이 아닐까. 이 세상에서 자신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누구는 죽음도 편안하게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죽음을 회피하는 측면도 있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죽음은 거스를수 없는 운명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을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라는 단선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여태까지와는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그와 같은 의도에서 쓰여진 것이다.

 

책은 총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 4장까지는 죽음을 직시하고, 죽음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며, 어떻게 하면 잘 살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죽음 이후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5장부터 8장까지는 연명치료, 호스피스 치료 등 내가 선택하는 나의 마지막 모습과 소중한 사람의 마지막을 위해 어떤 대처를 해야할지, 그리고 죽음에 대한 법과 제도의 도움으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 구체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접근하고 있다.

 

책의 말미에는 부록으로 좋은 죽음을 준비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자기의 뜻과 바람을 분명히 밝혀 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언장과 죽음이 임박했을 때의 의료 조치를 미리 선택해 두는 문서 양식(사전 의사 결정서)들을 제공하고 있다. 언제 맞이할이지 모르는 죽음을 대비해서 사전 의사 결정서를 작성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이런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까지 죽음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영역에 머물러 있기를 바랬다. 철학적인 문제로 아니면 심리학적인 문제로 이야기하기 좋아했을 뿐이다. 하지만 죽음은 가장 사실적이며 현실적인 문제다. 지은이는 이 점에 주목하여 죽음을 현실적이면서도 당면한 문제로 우리의 삶 속에서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단순히 죽음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죽음 전반에 대해 생각해보고 삶과 연관된 죽음 즉, 좋은 죽음을 이야기해보면 우리가 보지 못한 또 다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좋은 죽음을 생각하게 되면 현재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되는 면이 있다. 정말 나는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내가 죽을 때 후회는 하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우리는 죽음이라는 크나큰 화두 속에서 또 다른 생명과 삶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죽음이라는 어렵고 무거운 주제, 회피하고 싶은 주제를 정면돌파하며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때로는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소 비약적이거나 잘 와닿지 않을 정도로 주관적인 느낌이 드는 내용도 눈에 띄었지만, 죽음에 대해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죽음, 삶, 존엄사, 자살

21세기 디지털 사회.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IT기술의 발전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물질문명의 발전은 우리들의 생활을 풍성하게 하였지만 그에 반해 물질만능주의와 배금주의 등 사회적인 병리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리의 정신세계가 급변하는 물질세계를 따라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 PMP, MP3등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남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마치 자기 안방인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사회환경의 변화 속에서 차츰 사람들 사이에서는 물질에서 벗어나고 자연으로 되돌아가자는 생각이 서서히 번져가고 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느리게 살기 운동도 바로 그와 같은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흐름은 무위자연을 핵심 사상으로 하는 중국의 노자 사상과 맥이 닿아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노자의 ‘도덕경’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지 않을까 한다.

 

서양에서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오래 가장 널리 읽힌 책으로 꼽히며, 세계의 지식 유산이라 불리는 책이 노자의 ‘도덕경’이고,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고금의 10대 작가 중 1순위에 오른 이가 노자였다고 하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하이데거는 노자 사상과 만나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공명을 느꼈고, 헤겔은 노자 사상을 그리스 철학을 능가하는 인류 철학의 원천이며, 톨스토이는 자신의 문학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상가로 노자를 꼽았다고 한다. 이 정도로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말인가? 같은 동양권 문화이다보니 노자 사상이라고 하면 ‘무위자연’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노자의 사상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을 정도로 심오한 줄은 몰랐다.

 

이 책은 13억 중국인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백가강단’을 엮어 만든 책으로, 강연을 맡았던 지은이 야오간밍 교수는 중국 최고의 노자 연구가라고 한다.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8개의 강의로 이루어진 1부 ‘인생’에서는 음식의 도, 현대인의 건강심리, 성공, 현대여성의 아름다움, 현대의 연애와 결혼, 이혼, 가정 등을 다루고 있고, 9개의 강의로 이루어진 2부 ‘인간관계’에서는 교제, 경쟁, 낮춤, 순박, 지혜, 말, 선(善) 등을 다루고 있다. 2,500여년 전의 이야기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에 빗대어 설명하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쉽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노자가 속세를 등지고 함곡관을 지나던 중 세상 사람들을 위한 지혜의 목소리를 남겨 달라는 수령 윤희의 요청으로 대나무 조각에 한 자 한 자 5천 자를 써내려가 완성한 ‘도덕경’은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 현대인에게 ‘여유와 느림, 그리고 비움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과연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내가 너무 많은 욕심을 내는 건 아닌지? 너무 물질적인 것만 쫒는 것은 아닌지?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이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천천히 완급을 조절하면서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며 자연의 순리에 맞추어 살아야 할 것이다. 수천 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그 오랜 시간을 넘어 많은 울림을 준 책이었다.

노자, 도덕경, 강의, 무위자연, 백가강단

카페(Cafe)는 가벼운 식사나 차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프랑스어(語)로 커피(coffee)를 카페라 하는데, 이것이 ‘커피를 파는 집’이라는 뜻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는 공간으로 인식된 카페는 동양에 전해지면서 상업적인 의도에 따라 다소 의미가 달라져서, 한국의 경우 처음에는 서양풍의 고급스런 커피숍이나 조그만 바(bar) 형태의 술집을 카페라고 불렀다. 다소 어둠침침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디를 가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간단한 식사와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요즘처럼 화창한 봄날씨에는 탁트인 노천 카페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따뜻한 커피를 마시든지, 아니면 혼자서 책을 읽는 것도 좋다. 살랑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몸을 맡기며 은은하게 배어져 나오는 커피향에 취해 있노라면 모든 세상이 갑자기 정지해 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카페를 빼놓고는 도시를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카페를 생각하면 왠지 설레고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최근 서점가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카페에서부터 동네 곳곳에 꼭꼭 숨어있는 나만의 카페까지 카페를 소개하는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홍대, 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동, 삼청동, 대학로 등에 있는 카페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책에 소개된 카페를 직접 찾아가보는 재미도 남달랐다.

 

이제 카페는 하나의 중요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 가는 것 같다. 단순히 음식이나 커피를 파는 공간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서고 있다. 카페에서 책을 보고, 사람들끼리 토론도 하고, 작은 음악회도 개최하고, 공방으로서 역할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하고. 카페라는 공간이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문화와 예술을 나누는 공간으로 서서히 변해가고 있는 중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먹고 마시며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놀이 문화가 전부인 것처럼 여겨온 우리에게 카페라는 공간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카페는 아주 독특하다. 공부(?)하는 카페다. 일명 ‘클래스 카페’다. 휴식을 취하고 놀기 위해 카페를 찿는데 여기서까지 공부라니 할 수 있지만, 이 책에 소개된 카페에서 하는 것은 바로 플라워 스타일링, 베이킹, 커피 강좌, 패브릭, 규방공예, 전시 등이다. 머리싸매고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공부는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부다.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카페의 모습이 아니다. 색다른 모습으로 각 주제에 맞는 수업을 진행한다. 책 말미에는 방과 후 수업으로 서울에 있는 카페만이 아니라 지방의 특색 있는 수업이 있는 카페와 일본의 매력적인 카페까지 소개하고 있다.

 

풍부한 사진과 카페 오너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책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단순히 카페만을 소개하는 책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책을 읽다보면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커피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집근처에 이런 카페가 한 곳 정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봄햇살이 다 가기전에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카페의 멋들어진 매력 속으로 풍덩 빠져들고 싶다.

카페, 클래스카페, 문화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