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몸짱’

요즘 우리 주위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얼굴이 예쁜 사람이나 몸이 좋은 사람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네티즌들이 사용하던 말이 이제는 아예 공식적인 단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얼짱, 몸짱 열풍에 힘입어 성형수술, 다이어트, 헬스, 화장품 등 자신을 가꾸기 위한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성형수술한 것이 무슨 죄라도 되는 것처럼 여겼지만, 요즘은 성형수술한 사실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는가 하면, 간단한 부위에 대한 성형수술은 일반화되어 있는 실정이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얼굴과 몸에 집착을 하는걸까? 얼굴이나 몸매 같은 외형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아름다워야 진짜 아름다운거라고 이야기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굴이나 몸매 등 눈에 보이는 외형적인 아름다움에 열광한다. “이쁘면 모든게 용서된다”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 않은가.

 

왜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육체적 매력을 느끼는 걸까? 그리고 그 사람의 무엇을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걸까? 이 물음에 대해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피타고라스와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아름다움이란 ‘황금비율golden ratios’이었고, 피타고라스의 비율을 인간의 신체에 적용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Vitruvian Mn'은 아름다움의 객관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인류학자, 의사, 사회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예술가 등 각자 연구하는 학문이나 종사하는 분야에 따라 저마다 육체적 매력에 대한 생각은 다 다르다.

 

이 책은 육체적 매력을 바라보는 진화심리학, 사회심리학 그리고 비교문화심리학의 내용을 담고 있다. 총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7장까지 진화심리학에서 거둔 성과에 이에 대한 비판을 이야기할 정도로 인간의 육체적 매력을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바라본 내용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은이는 대칭, 얼굴 특징, 다리 길이, 체모, 머리색, 몸무게, 몸매, 목소리 등 외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진화심리학에서 얻은 연구 결과들을 각종 그래프와 도표, 그림, 사진 등 다양한 자료들을 동원하여 소개하며 육체적 매력에 대한 편견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18세기와 19세기의 많은 그림들을 보면 흑인 하인을 둔 상류층 백인 여성이 등장하고, 하인들은 주로 흑인으로 여주인에게 진주, 산호 혹은 다른 귀중품을 내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것은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의 유산으로 하인과 그들의 선물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왔으며 여주인을 희고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사회구조의 표지들이다.…… 피부색과 사회적 지위 사이에도 깊은 연관이 있다. 역사적으로 흰 피부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 시기 ― 고대 이집트와 중국 ― 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피부색이 밝다는 것은 육체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부자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고대 중국의 그림들 속에 묘사된 여성과 여신들은 흰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낼 수 있는 왕족이나 귀족 출신 여성들의 전형적 특성이었다. 산업사회에 들어와서는 흰 피부가 매력이 없다고 여겨지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그것이 오염된 도시 지역에서 햇볕을 많이 받지 못한 탓에 건강하지 않다는 표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책 83, 84쪽 참조)

 

이제까지 육체적 매력에 대해서는 심리학, 철학 등 추상적이면서도 다소 주관적인 면에서 접근한 경우가 많았는데,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이 책은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접근을 통해 상당히 객관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8장, 9장에서는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아름다움의 사회적·문화적·관습적 이상형이 수행하는 역할을 살펴보고, 마지막 10장에서는 현대사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외모지상주의와 그에 근거한 차별 등의 문제를 통해 남성중심주의와 아름다움을 미끼로 돈을 긁어 모으는 자본주의의 도덕성을 비판한다. 육체적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육체적 아름다움이 우리 사회의 중심 화두가 되면서 생기는 병폐를 살펴보고 육체적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아름다움은 44사이즈에만 존재하는가?’라는 부제가 책이 가볍고 말랑말랑할 것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마구 쏟아지는 과학적 연구 결과는 이 책이 단순히 재미위주로 쓰여진 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육체적인 매력이 문화에 따라 다르고, 육체적인 아름다움이 전부가 아니라는, 어떤 면에서는 뻔하디 뻔한 결론에 다다르지만, 이 책은 수많은 과학적 실험과 관찰을 통해 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점이 이때까지의 이야기와는 다르다. 아름다움에 대해 지적인 탐구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이 아닐까 한다.

육체, 외모, 아름다움, 매력, 자본주의

어머니라는 표현 보다는 엄마라는 표현이 더 좋은 것 같다. 아무래도 어머니라고 하면 격식이 느껴진다. 엄마라고 하면 그냥 그 자체만으로 좋은 느낌이다. 문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해 제대로 된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표현을 하고 싶어하는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한다. 누구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화가들의 눈에 비친 어머니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자식들을 부양하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며 힘들고 고단한 삶을 살아왔다. 어려서는 어머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 내가 어머니가 되고 내 어머니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 내 어머니는 벌써 많이 늙어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어머니들도 젊은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시간이 만들어 놓은 주름진 얼굴을 한 어머니들의 모습뿐이다. 하지만 그 주름은 그저 생긴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더 정감이 가고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책에는 총 40명의 화가들의 어머니가 소개되고 있다. 알브레히트 뒤러, 귀도 레니, 렘브란트 판 레인,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에두아르 마네, 폴 세잔, 조르주 쇠라,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폴 고갱, 빈센트 반 고흐, 에곤 실레,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프리다 칼로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화가들 뿐만 아니라,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들의 작품도 실려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든 아니든 그들이 그린 그림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모두 자식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그림에서 그대로 배어져 나오는 느낌이다.

 

지은이는 화가가 그린 어머니의 그림에 대한 설명과 함께 화가와 어머니의 일생을 들려주고 있다. 무슨 이유로 화가들이 자신들의 어머니를 그림의 주제로 삼았는지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상상에 의지해서 그리거나, 사진을 바탕으로 그리거나, 일부러 젊은 시절의 모습을 그리거나, 성녀의 모습에 가깝게 그리거나, 영면한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경우도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경위야 어떻든 화가들 모두 저마다 자신들의 어머니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담아 자신들의 기억 한 켠에 자신들이 기억하고 싶은 어머니의 이미지를 화폭에 담았다.

 

“세상의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어머니는 여자 이상의 존재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를 통해 힘을 얻고 감동을 받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어머니는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유명한 화가들의 현재를 있게 한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자식들을 있게 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인물화만 실려 있는 단조로운 소재의 책일 수도 있는데, 오히려 다른 책들에 비해 더 강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우리들의 어머니가 등장하기 때문일까.

 

한 페이지에는 그림을 담고 나머지 3페이지에는 그림에 대한 설명과 화가와 그 화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짤막 짤막하게 담고 있어 편안하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을 수 있다. 조금 더 많은 내용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를 소재로 그림을 읽고 있다는 것이 특이한 책이었다. 늘 가깝게 있기에 항상 같이 할 거라고 생각하는 내 어머니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어머니, 그림, 화가

최근 애플 사(社)의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쫒겨 나는 등 우역곡절을 겪으며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낸 스티브 잡스는 청바지 차림으로 신제품 설명회를 개최하여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를 이야기할 때마다 따라 다니는 것이 창의력이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내는 독특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생각이 거의 비슷해서 아무리 머리 좋은 사람들이라도 한 사람만 채용하면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주입식 교육과 획일화된 대답, 정답만을 말해야 하는 강박관념 등 경직된 사고 체계는 이미 세계적으로 알아 준다(?)는 의미다. 외국계 회사 임직원들도 회의때만 되면 한국 사람들은 자기 의견을 말하지 않고 상사의 의견만 따라가는 아주 수동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일침을 가한다.

 

이런 문화 속에서는 창의력을 발휘하기는 거의 힘들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 소프트웨어나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남과는 다른 독창성과 번뜩이는 창의성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이런 교육을 받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하드웨어는 잘 만들 수 있지만 자연히 소프트웨어는 약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책의 원제가 "STIMULATED!" 인 것처럼 지은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극’ 이라고 한다. 그런 점에서 ‘당신 안의 아인슈타인을 깨워라!“ 라는 한국어 책 제목이 상당히 공감이 간다.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는 무엇이라도 할 것만 같던 처음의 패기는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함으로 바뀌고 나중에는 익숙하다 못해 마치 아무런 생각없이 몸뚱아리만 움직이는 ’좀비‘처럼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두려운 마음마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지은이는 창의력의 골격을 이루는 다섯 가지 습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창의력의 ‘척추’에 해당하는 것으로 자극과 ‘소통’하며 창의력을 주기적으로 발동시키기 위해 우리가 찾고 관찰하고 활용해야 하는 “정찰(Scouting)", ‘불꽃’을 일으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개발하는 습관인 ”배양(Cultivating)", 자극을 ‘시험’하고 지속적인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유희(Playing)", 미지의 세계로 성큼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격려하는 습관인 ”모험(Venturing)", 실제로 결실을 맺는 “수확(Harvesting)"이 바로 그것이다.

 

다섯 가지 습관을 주제로 해서 지은이는 우리의 창의력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더불어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지은이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단순히 이론적인 것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중간 중간에 삽입된 유명인들의 격언도 짧은 문장임에도 강한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비슷한 내용이 반복되어서인지 후반부로 갈수록 흥미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흠이 있다.

 

잠자고 있는 나 자신의 창의력을 깨우려는 습관에 대해 유형화하고 그에 따른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의지”라고 본다. 창의력을 불러 일으키는 습관을 꾸준하게 몸에 붙이는 의지가 필요하다. 서서히 꺼져가는 나 자신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불태워봐야 할 때다.

창의력, 자극,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