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 그리고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복잡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매번 일탈을 꿈꾼다. 그래서인지 휴가철이나 연휴가 되면 도심지를 탈출하는 차량의 물결로 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 등이 언제나 정체다. 갈 때는 좋은데 돌아오면서부터 막히기 시작하는 도심지의 교통은 오히려 사람을 더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괜히 나갔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도시인들은 오늘도 일탈을 꿈꾼다. 몸은 비록 도시에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전원을 꿈꾼다. 푸르른 하늘과 들판, 그리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 그 사이로 헤집고 다니는 물고기들. 마음 속에 자신만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이런 도시인들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음악이 클래식 음악이 아닐까 한다. 요즘 클래식 음악은 태교 음악으로서, 휴식 음악으로서, 집중력을 위한 음악으로서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많은 용도 중에서도 가장 본질적인 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는 것이다.

 

푸르른 하늘과 나무, 들판으로 된 자켓 사진과 ‘내 마음의 푸른 하늘 - 클래식 명상곡’ 이라는 음반 제목이 눈길을 끈다. 2장의 시디에 소품 위주의 클래식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음악을 실어두고 있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쇼팽의 ‘프렐류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드보르작의 ‘위모레스크’, 파헬벨의 ‘캐논’,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등의 클래식 음악과 마크 노플러의 ‘A Love Idea(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엔니오 모리꼬네의 ’Childhood and Manhood(영화 ‘시네마 천국’)‘, 프란시스 레이의 ’13 Jours En France(영화 ‘하얀 연인들’)‘ 등의 영화음악들이 실려 있다. 정통 클래식 악기로 연주하기도 하고 우리 전통 악기로 연주하기도 하며 색다른 느낌을 전하고 있다.

 

특별히 튀거나 하는 곡들이 없이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이 수록되어 있어서 눈을 감고 있으면 언제 연주가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잘 흘러간다. 그런데 연주 자체는 뛰어나다고 볼 수 없다. 그냥 무난한 수준이다. 시디에는 곡에 대한 해설을 담은 북클릿은 없고, 각 곡에 대한 연주자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도 전혀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오타가 너무 많을 뿐만 아니라 작곡가 이름을 거꾸로 표기한 것도 있다. 서울미디어라는 곳에서 제작한 것 같은데 전혀 성의가 없어 보이는 음반이다.

 

요즘 서울 지하철 안에서는 70,80 가요, 팝송, 클래식 음악 등을 담은 여러 장의 시디를 만 원 정도에 파는 상인들이 자주 눈에 띈다.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 저작권자가 분명하지 않고 막 찍어내는 음반들로 보이는데, 이 음반도 그런 음반과 같은 류의 음반이라는 느낌이 든다. 클래식 음반으로서 이처럼 형편없이 만들어진 음반은 처음이다. 시디도 제품이다. 만든 사람의 정성과 얼굴이 담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것인지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빌 게이츠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최고 경영학자로 서스럼없이 꼽은 사람이 바로 피터 드러커라고 한다. 빌 게이츠가 꼽을 정도면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는 사람이다. 전 세계 최고경영자들과 대학생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사람이 피터 드러커이기도 하다. 20세기 최고의 경영학자로서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로 그가 경영학에 끼친 영향은 대단하다. 작년에는 그가 탄생한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한다.

 

서점가에서도 아직까지 스테디셀러로 많이 읽히는 경영학 서적이 피터 드러커가 쓴 글이라는 것만 보더라도 그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자기계발서로도 많이 읽히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의 수많은 저작들이 읽히고 그의 사상과 생각이 사람들에게 전파가 되는 것은 이유는 뭘까? 궁금하다. 바로 이 궁금증이 피터 드러커를 있게 한 힘이었다고 하는 것이 지은이의 생각이다.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습관이라고 한다.

 

이 책은 피터 드러커가 창의적으로 사고할 수 있었던 질문들을 정리한 책이다. 피터 드러커가 다른 사람들에게 들은 질문, 다른 사람에게 한 질문, 자신의 저서에 인용한 질문, 그리고 지은이가 직접 피터 드러커와 만나 주고받은 질문 등 다양한 질문과 그 질문들에서 얻은 생각들을 수록하고 있다.

 

“아침에 면도를 할 때, 또는 아침에 립스틱을 바를 때, 거울 속의 내 얼굴이 어떤 종류의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는가?(What kind of person do I want to see when I shave myself in the morning, or put on my lipstick in the morning?)" (책 31쪽 참조)

 

이는 20세기 초 가장 존경받던 외교관이었던 런던 주재 독일 대사 소비에스키에 대한 일화를 통해 명명한 ‘거울 테스트(mirror test)'로, 어떤 조직 또는 어떤 상황에서의 윤리적인 행동은 그와는 다른 조직 또는 다른 상황에서도 윤리적 행동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이런 짤막 짤막한 질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의 묘비명은 무엇인가?‘, ’왜 스케치북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늙은 고양이도 쥐를 잡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가?‘ 등. ’가치와 목표‘, ’학습과 탈학습‘, ’강점관리와 리더십‘, ’비즈니스와 고객‘, ’통찰과 혁신‘, ’기업과 사회‘ 라는 다섯 가지의 주제로 짧지만 강렬한 질문들을 쏟아내고 있다. 피터 드러커가 던진 이 짧은 질문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힘을 얻게 된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정답만을 이야기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질문을 하는데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항상 정답을 말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외국 기업들이 한국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이 다 똑같기 때문에 한 사람만 고용하면 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다. 질문은 생각을 낳고 그 생각을 통해 우리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고 일과 인생, 그리고 미래를 통찰할 수 있다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우치게 되는 시간이었다.

 

피터 드러커가 남긴 방대한 저서들 중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정수들만을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정리가 되어 있어서 아주 경제적인 책이다. 어느 부분을 펼쳐 읽더라도 크게 부담이 가지 않는 내용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질문들에 나 자신을 빗대어 보고, 피터 드러커의 질문에 버금가는(?) 나만의 ‘질문 노트’를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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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언제나 객관적이고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줄기세포와 관련한 황우석 교수의 논문이 위조가 됐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이제까지 그 어떠한 의문도 품지 않았던 과학에 대한 내 생각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과학도 인간들의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과학도 객관적일 수 없다는 것. 과학적 성과나 결과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상대적인 것. 과학이 어려운 학문이고 전문적이다보니 과학자들을 믿었는데, 국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실험결과를 조작하는 일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동안 수많은 시간 밤을 밝히며 일해 온 많은 과학자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전 세계 수많은 실험실에서는 밤을 낮처럼 밝히며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고 풍부해지고 있다. 지은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이후 100년 동안 전 인류가 도전해온 과학의 모든 불가능에 종지부를 찍는 극단적 물리학의 세계를 이 책에서 낱낱이 밝히고 있다고 한다. 과학책은 거의 읽지 않았고, 읽었다고 해도 단편적인 상식 수준의 책을 읽는 것이 전부인 내게 있어서 조금 벅차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그런데 책장을 조심스럽게 넘기면 넘길수록 물리학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물리학에 조금씩 조금씩 빠져 들어가는 것 같았다.

책은 크게 3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류 불가능에서는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지만 물리학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역장, 투명체(투명인간), 페이저와 데스스타(가공할 무기), 공간이동, 텔레파시, 염력, 로봇, 외계인과 UFO, 우주선, 반물질과 반우주’ 라는 주제로 10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제2부류 불가능에서는 물리법칙의 위배 여부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 것들로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초광속비행이나 초공간으로 점프, 타임머신, 과거와 미래로 종횡무진하는 시간여행, 같은 시간 다른 공간 속에 쌍둥이 우주가 존재한다는 평행우주’ 라는 주제로 3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며, 제3부류 불가능에서는 현대의 물리학 법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영구기관, 예지력’ 이라는 주제로 2개의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지은이는 지금 현재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언젠가는 가능한 것으로 바뀔 것이라고 한다. 물리학의 법칙조차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제인 “Physics of the Impossible”보다는 오히려 우리나라 제목인 “불가능은 없다”가 더 와닿는 것도 그런 이유때문인지 모르겠다. 나폴레옹이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라고 말한 것처럼 “과학에는 불가능은 없다”라고 하는 것이 지은이의 주된 생각이 아닌가 한다.

 

어릴 적 공상과학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현실화되고 있으니 지은이의 주장이 아주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할 수도 없다. 책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이 책에 도움을 주신 분들’이라고 소개된 사람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지은이가 아무런 근거없이 주장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만은 없다. 머지않아 일반인들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고 하고, 순간이동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머리 속으로 그리던 세상이 과학자들의 피땀어린 노력에 의해 하나 둘씩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미래 물리학의 청사진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물리학에 관한 이론을 담고 있다보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별 무리가 없다. 지은이는 풍부한 과학적 지식과 책 전체를 아우르는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좀 더 흥미롭고 신기한 세계로 들여다보고 있다. “우리는 과학의 최후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점에 서 있다”라는 책 표지의 문구가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었다.

 

과학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독서생활을 하다보니 과학쪽에는 거의 문외한이었다. 우연찮게 읽게 된 이 책으로 물리학이 주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과학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해본다.

물리학, 불가능,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