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3가지라고 하면 으레히 등장하는 것이 의(衣), 식(食), 주(住)다. 비와 바람을 막을 수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건축물이 없으면 인간은 살아가기 힘들다. 토굴에서 시작한 인류의 건축물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십, 수백층의 건축물이 실제로 세워지고 있다. 단순한 거주의 개념에서 이제는 실용적이고 미적인 부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그만큼 건축은 인류사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인간과 뗄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건축물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각 나라마다 시대에 따라 다양한 얼굴의 건축물이 존재한다. 건축은 그 나라의 전통, 풍습, 자연, 사상 등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건축은 저마다 다른 모양과 색깔로 우리를 맞이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위에는 그와 같은 건축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편리성을 추구하다보니 아파트 건물만 전국을 뒤덮고 있는 실정이다. 유구한 우리의 역사를 감안한다면 지금 우리 건축의 현실은 너무 삭막한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유명 건축가들이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스님이 건축을 들여다보고 있다. 스님이라면 불교와 관련한 건축물만 들여다 볼 것 같지만, 지은이는 불교 건축물 뿐만 아니라, 속세의 건축물과 더 나아가 외국의 건축물까지 살펴보며, 불교적 관점에서 건축의 아름다움과 삶을 이야기한다.

 

책은 총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에서는 강원도 영월 금몽암, 부여 무량사 청간당, 충북 영동 영국사 등과 같은 우리 절집의 아름다움을, 2장에서는 죽림정사, 성철 선사 사리탑, 절집 상량문 등과 같이 절집에 있는 글과 글씨를, 3장에서는 강릉 선교장, 창덕궁 기오현, 경북 춘우재와 같은 절 바깥의 집을, 4장에서는 프랑스 라 투레트 수도원, 고베 본복사 수어당, 중국 쓰촨 성 아미산 등 외국 건축을, 그리고 5장 마지막 장에서는 강화성당과 군산 동국사, 청암사 극락전 요사채, 법천사 지광국사 현묘탑 등을 언급하면서 개발과 보존에 대한 생각까지 들려준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읽는 것을 넘어서, 선조들이 물려준 아름다운 건축물을 어떻게 가꾸고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까지 담고 있다.

 

전문적인 건축 서적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건축과 관련한 전문적인 용어나 기술적인 용어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각각의 건축물 속에 켜켜히 쌓인 역사적 인물과 그 속에서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 등 건축물에 얽힌 설화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메아리치듯이 울린다. 그리고 멋진 한시(漢詩)가 건축물을 읽어 내려 간다. 지은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단순히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전하려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을 통해서 지혜와 깨달음, 그리고 삶의 본질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 같다. 건축물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잘 전해주는 수많은 사진은 건축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경북 춘우재(春雨齋) 편에서 “‘춘우’는 우리말로 하면 ‘봄비’다. 하지만 부드러운 그 봄비도 처한 위치가 다르면 같은 느낌일 수가 없다. 먼 길 가는 지친 행인에게는 또 다른 고행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짚신에 올라붙은 진흙 때문에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등짐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래서 봄비는 다분히 이중적인 것이다. 꽃을 피우게도 하지만 또 그 핀 꽃을 떨어지게도 만든다. 생멸을 동시에 일어나게 만드는 봄비인 것이다(책 183, 184쪽 참조)” 라면서 생기를 머금은 봄비를 읊은 포은 정몽주의 시와 봄비 때문에 떨어지는 꽃의 아쉬움을 토로한 허난설헌의 시, 그리고 이 두가지 마음을 읊은 정수혜단(正受慧端) 선사의 시를 인용한 부분은 춘우재의 사진과 함께 멋스럽기 그지 없다. 마치 문학작품을 읽는 느낌이다.

 

토굴 예찬, 절집 해우소, 나는 설사 땅 한 평, 공간 한 칸이라고 할지라도 죽은 후에는 차지 않겠다, 라는 이야기 등에서는 지은이의 불심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건축물의 개발과 보존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아끼지 않아 지은이의 수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혜안을 보는 듯 하다. 우리들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건축물을 통해 우리 자신의 삶을 읽고 생각해보게 하는 특이한 감흥을 불러 일으키는 색다른 체험을 주는 책이다.

스님, 건축, 불교, 유교

해마다 해외 여행자의 숫자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개인 블로그에는 여행자들의 이야기와 사진으로 넘쳐난다.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 포털사이트나 개인 블로그에 실린 글과 사진만 참고하더라도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유명 블로거들의 해외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서점가에는 여행 에세이나 여행 정보를 담은 책들만을 모은 별개의 코너가 마련되고, 때로는 베스트 셀러가 되는 책들도 있다. 바야흐로 “해외 여행의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보다 경제적으로 사는 것이 나아지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 해외여행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휴가철이 되면 공항은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해외 여행지에서 한국인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많은면 탈이 있는 법. 성매매를 하여 ‘어글리 코리언’이라는 제목으로 해외 신문에 보도가 되는가 하면, 여행지에서 그 나라의 풍습과 문화에 반하는 일을 하여 눈총을 사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여행에 대한 뚜렷한 목적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무슨 이유로 여행을 하는 걸까? 해외 유명 유적지를 둘러보기 위해, 삶에 활력을 심어주고 재충전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그냥 놀기 위해, 아니면???……여행의 목적은 여행자들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 등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할 때 진정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눈도장을 찍듯이 유명 유적지 앞에서 인증샷을 남발하는 여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런 사진은 이제 인터넷에 흘러 넘친다.

 

그래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여행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 같다. 여행자의 유혹이라고 할 만하다. 책은 미노, 양학용, 이지상, 노동효 등 여행으로 유명한 열혈 여행자 12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직업도 서로 다르고 여행지도 다르며 여행을 하게 된 동기도 서로 다르다. 책은 그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을 주제별로 나누어 5부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다채로운 색깔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식인종으로 취급받기도 하고, 입국 심사 과정에서 인순이의 직업이 뭔지 질문을 받는 황당한 일도 있고, 길을 잘못 들어서 고생을 하기도 하고, 바가지를 쓰기도 하고, 낯선 곳에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이 모든 것들이 즐겁고 추억어린 이야기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받은 따뜻한 정, 그리고 그 여행지만이 던져주는 아름다운 풍광 때문이었다.

 

요즘 여행은 여행사에서 모든 걸 챙겨주는 패키지 여행에서 자유여행으로 옮아 가는 추세다. 사람들은 이제 유명 유적지를 보는 것에서 여행지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 한다. 그네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풍습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해진다. 그네들의 삶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여행자는 늘 내가 그려온 세상을 향해 떠나지만, 정작 만나는 건 내 안의 그리움이고 내가 사는 세계의 결핍일 뿐, 본디 길 위에 있는 것들이 아니다. 다만 깨어진 환상을 딛고 새로운 세계와 만날 때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되는 것일 뿐(책 23쪽 참조).”

 

북적이던 휴가철도 이제 끝이 났다. 모두들 자신들만의 추억을 간직한 채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마음은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서 머물러 있는지 모른다. 열혈 여행자들이 들려주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또 다시 여행 가방을 꾸리게 만든다. 그들처럼 나도 멋진 여행을 생각해 본다.

여행, 매력, 유혹, 목적

“먹기 위해 사느냐?, 아니면 살기 위해 먹느냐?” 라는 말이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더 맛있고, 더 보기 좋고, 더 분위기 좋은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이제는 위와 같은 질문은 구태의연한 옛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신문, 잡지 등 매스미디어 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모두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로 넘쳐 난다. 어느 정도 살만하니까 사람들은 먹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추세에 발맞추어 외식 산업은 해마다 급성장을 하고 있가. 그리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냉장식품이나 패스트 푸드 등이 우리 식탁을 점령한 지는 오래되었다.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식습관은 급격하게 변화했다. 그런데 이런 식습관의 변화는 현재 위험 수위까지 와있을 정도다.

 

바깥에서 먹는 음식이나 패스트 푸드 음식들은 대부분 달고, 짜고, 맵다. 한 마디로 아주 자극적인 음식들이다. 이런 음식들은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먹을수록 자꾸 먹고 싶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과식을 하게 된다. 당연히 예전에 비해 비만과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 특히 비만은 이제 하나의 질병으로 취급되고 있을 정도다. 살을 빼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엄청날 정도여서 국가나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의학박사인 지은이는 현대인들이 필요 이상의 음식을 먹고 있다며 과식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지은이는 과식 중독과 비만의 악순환을 일으키는 주범은 바로 설탕과 지방, 소금이라고 하며,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식품업계의 광고도 일조를 하고 있지만, 설탕과 지방, 소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기만행위에도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음식의 양, 보상을 주는 재료의 농도, 음식의 다양함이 더 많이 먹으려는 인간의 욕구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고당분, 고지방, 고염분 음식을 먹을 때 우리들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식품 판매자들은 어떠한 방식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지,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은 어떻게 끊을 것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단순하게만 여겨졌던 과식중독과 비만의 악순환, 그리고 식품산업의 음모를 재미나게 풀어나간다.

 

우리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을 끊는 방법에 대한 것이 아닐까. 지은이는 과식과 비만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의 위험을 깨닫는 ‘인식’, 습관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경쟁 행동’, 옛날 생각들과 경쟁하여 그것을 억누르는 생각을 만드는 ‘경쟁 생각’, 음식 단서를 인식하고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사람들의 ‘지지’ 등 네 가지 요소가 기본이라고 한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해결 방안 같지만, 일상 생활에서 직접 실행에 옮기기는 생각만큼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뭐니 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들이 음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태도와 관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음식물에 대한 성분 분석표를 부착하도록 하고, 패스트 푸드 점에서 제공하는 음식의 열량을 표시하도록 하며, 각종 캠페인 등을 실시하는 등 공공정책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거대 식품회사와 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미 우리들의 입맛은 그들이 제공하는 음식에 길들여져 있어서,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다.

 

예전에 비해 주변에서 비만이나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비만이나 성인병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과식중독에 빠져 있다. 필요 이상의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의지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 뒤에는 인간의 건강을 담보로 한 거대 식품산업의 검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과식중독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은 이제까지 우리가 보지 못한 것들을 보여주었고, 또한 음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었으며, 과식중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이미 음식이나 과식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크게 주목을 하지 않은 책이었는데, 생각외로 알찬 내용을 담은 책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괜찮은 책이었다.

과식, 비만, 식품산업,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