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와 신문을 보면 어떻게 이런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생각도 할 수 없는 흉악범죄와 교통사고, 자살, 왕따 등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출구가 없어 보인다. 하루라도 이런 뉴스가 나오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다. 대한민국은 교통사고와 자살율이 OECD 회원국 중 세계 최고라고 한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가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오로지 경쟁사회로, 줄서기 사회로 내몰리고 있다. 나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우울한 대한민국의 초상이다.

 

이런 사회 내적인 문제 이외에 계절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기상이상과 같은 자연재해와 자원 고갈 등도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얼마전 일본의 원자로 폭발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에너지 원으로 개발한 핵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넘쳐나는 쓰레기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변화는 우리 신체에 천식, 비염,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성 만성 질환가 같은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이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킨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들의 정신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다. 지금 우리 사회는 거의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사회적인 현상이 어떤 무게로 다가올까. 지금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들의 아이들 앞에 닥쳐올 문제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 주어야 할까? 더 늦기 전에 고민하고 치열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벌집혁명(Honeycomb Kids)’이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이런 우리의 고민을 같이 생각해보고 그 길을 모색해 보려고 한다. 지은이는 원래 도시에서 통근에만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직장에서 일하며 이웃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가족과 함께하는 것이라고는 텔레비전을 같이 보는 것뿐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자신이 하는 일이 아무런 쓸모도 없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직장을 사직하고 과감하게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벌집 스타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현재의 우리 가정을 보는 듯 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지은이처럼 복잡하고 팍팍한 도시생활에서의 탈출(?)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힐링(Healing)', ‘슬로우 라이프(Slow Life)', '슬로우 푸드(Slow Food)' 가 트랜드가 되어 가는 것도 이런 현상과 일맥상통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환경을 보전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라는 다양한 생각과 고민이 현재와 같은 자그마한 움직임으로 나타나는게 아닐까 한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도시생활에 중독이 되어 있어서 이 곳을 떠나지 못한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도시에서 태어나서 도시 생활만 한 내게 있어서 도시를 떠나서 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일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아주 이상적인 모델로만 여겨질 뿐, 현실에서 그와 같은 마음을 먹고 실행에 옮기기는 정말 어렵다고 본다.

 

사람들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은이처럼 시골로 들어가서 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지은이도 무조건 시골생활을 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이 책에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삶을 생각해 보고 자녀를 어떻게 키우는 것이 제대로 키우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책에서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크게 23가지로 제시하고, 세부적인 실천 방법을 300가지가 넘게 소개하고 있다.

 

기존의 사회제도나 분위기로 인해 우리들의 생각과 행동은 어느 정도 굳어져 있다. 그래서 현실의 문제점과 현상을 인식하고 있다고 해서 지금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원제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혁명’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바꾸려는 강한 의지다. 그리고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로 유명하다. ‘장발장’으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다. 이미 영화나 뮤지컬로 제작되어 대중들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었다. 특히 ‘캐츠’,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불리는 ‘레미제라블’은 1985년 런던에서 초연한 이래 27년째 영국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토니상, 그래미상, 올리비에상 등 70개 이상의 세계적인 주요 뮤지컬 상을 석권했다고 한. 전세계 42개국 308개 도시에서 21개 국어로 공연되었다고 한다.

 

원작 소설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장르로도 인기를 많이 얻었던 작품이어서 이를 다시 영화로 제작한다는 것은 감독에게는 상당히 힘든 작업일 수 있다. 뮤지컬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뮤지컬 형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작업일 수 있다. 그런데 감독은 뮤지컬로 제작을 하는 위험을 떠안았다.

 

감독은 “킹스 스피치”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톰 후퍼다. 킹스 스피치에서 보여준 치밀한 연출능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 빛을 발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없이 노래로만 가득 채운 뮤지컬이어서 어려울 수도 있는데, 감독은 그와 같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멋진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감독의 노력과 연출력은 올해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로 연결되었으며, 긴 러닝타임과 노래로만 이루어져 있는 작품이어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였는데도 관객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제까지 배우들의 대사에 익숙한 영화를 보아왔기 때문에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된 영화는 생소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뮤지컬처럼 현장에서 관객과 같이 호흡을 하면서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원작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는데,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배우들의 멋진 노래와 감정선을 잘 살린 표정과 노래는 이 영화가 올해 대중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하는 힘이 되었다. 특히 등장하는 씬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판틴’ 역을 맡은 ‘앤 해더웨이(Anne Hathaway)’가 보여준 연기는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 노래와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그녀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배우들도 그에 못지 않은 열연을 보여주며 영화의 완성도에 한몫을 하였다.

 

이 영화를 다시 DVD로 안방에서 즐길 수 있게 되어 너무 반갑다. 물론 대형 스크린으로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았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은 프랑스의 에르제가 그린 만화 ‘틴틴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만화 ‘틴틴’은 총 24권의 시리즈가 51개 언어로 80개국에 번역․출간되어 매년 3백만 권, 약 3억 5천만 부 이상 판매된 초특급 베스트셀러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연출한 ‘피터 잭슨’ 감독이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쯤되면 영화의 흥행은 보장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마치 영화 ‘인디애나 존스’시리즈와 ‘반지의 제왕’시리즈를 합쳐 놓은 듯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스펙타클한 장면들과 곳곳에 숨겨진 유머는 애니메이션 이상의 즐거움을 준다.

 

특종기자 ’틴틴’은 우연히 시장에서 유니콘이 박힌 모형배를 구하게 되는데, 희안하게도 그 배를 사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급기야 배를 도둑맞는 일이 발생한다. 인디애나 존스의 도입부를 보는 듯 하다. 전체적인 스토리나 액션은 이미 스티븐 스필버그의 실사 영화에서 봐왔던 것들이어서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가족들이 같이 보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영화다. 풍부한 색감과 실사를 방불케 하는 3D 컴퓨터그래픽, 그리고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멋진 액션씬은 영화에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유쾌하고 즐거운 애니메이션이다. 틴틴의 다음 여정이 기대된다.

 

DVD는 2디스크로 구성되어 있다. 본편과 더불어 애니메이션의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스페셜 피처가 수록되어 있어서 ‘틴틴’의 여정이 그리는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영화 뿐만 아니라 DVD도 잘 만들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