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정부는 강한 우경화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베 총리와 하시모토 오사카 시장은 연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망언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경악케 하고 있다. 어떻게 한 나라의 총리와 시장이라는 작자들이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이지 않을 수 없다.

 

오랜 동안 경제침체기를 겪고 있던 일본 국민들에게 아베 노믹스와 함께 주입되고 있는 우경화 바람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한때 아픈 과거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은 아직도 그때 그 시절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적반하장격으로 나오고 있으니 도대체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알수 없다.

 

이런 시점에서는 우리 자신들이 일본에 대해 더 정확하게 알고 대처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인적․물적 교류는 계속하되 잘못된 역사인식을 바로 잡고 과거를 뉘우치며 반성하는 자세로 국제 무대에 나오도록 정확한 역사의식으로 밀어 붙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일본에 대해 다소 추상적이고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

 

일본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그들을 이기지 못한다. 무조건 일본은 나쁘다, 너희들이 잘못했다, 독도는 무조건 우리 땅이다 등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왜, 무슨 이유로 그와 같은 주장을 하는지에 대한 근거를 조목 조목 밝혀서 그들의 주장이 허구에 찬 것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을 이해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이 책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저패니메이션)을 소재로 하여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들의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쓰여진 때는 지금과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이 대세였던 시기여서 일본 애니메이션은 일본을 이해하는데 더 없이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예술은 은연중에 그 나라의 의식이나 생각, 문화 등을 반영하고 있다.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미국 애니메이션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점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런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감안하여 일본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을 이해해 보려고 한다.

 

지은이의 의도 자체는 신선하게 와닿았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함의하고 있는 문화적 의미를 읽어내려가는 부분은 생각지도 못한 내용들이어서 일본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각주를 곁들이는 듯 여기저기서 수집한 듯한 엄청난 내용에 반해 글은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개인 블로그에서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듯이 써내려간 속어체는 몰입을 방해한다.

 

좀 더 정제되고 세련된 글이었다면 지은이의 의도와 잘 맞아 떨어지는 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많이 아는 것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책이다.

클래식 음악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장르는 아니다. MP3가 보급되면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 인구는 점점 줄어 들고 있는 것 같다. 빠르게 변하는 유행을 쫒아가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들여서 들어야만 하는 클래식 음악은 쉽게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클래식 음악회를 찾는 사람은 클래식 음악 매니아가 아니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최근 클래식 음악이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들으면서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답답했던 기억이나 음악회에 가서 언제 박수를 쳐야 하는지 궁금했던 기억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이 곡이 저 곡같고 저 곡이 이 곡 같아서 연주회장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은 때도 있었다. 그렇게 듣기 시작한 클래식 음악이 이제는 조금 편하게 다가오기는 하지만 아직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아마도 클래식 음악을 너무 부담감을 가지고 듣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론이나 배경 지식을 알고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클래식 음악에 다가가기 더 어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중음악을 편하게 듣듯이 클래식 음악도 편하게 들으면 되는데, 18-19세기 서양에서 음악을 종교와 동일선상에서 놓았던 역사로 인해 클래식 음악을 너무 어렵게 듣는 것 같다.

 

그리고 클래식 음악을 대중음악과 분리해서 들으려고 하며 선을 그으려고 하는 경향도 한몫 하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는 꼭 정장 차림을 해야 한다거나 기침을 하면 안되고 음식이나 음료수를 먹어서도 안된다고 하는 것처럼 너무 많은 행동의 제약을 요구한다. 지은이는 너무 지루해서 다리에 마비증세까지 온 자신의 첫 연주회 관람 경험을 고백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음악회, 알고 가면 두렵지 않다”에서는 음악회에서 평소 궁금해 했던 점들과 음악회의 특성에 대해서, 2장 “이것만 알면 당신도 음악가”에서는 합창, 오페라, 연주, 연습과 지휘, 그리고 작곡에 대해, 3장 “알고 보면 재미있는 음악의 비밀들”에서는 음악 이론에 대해, 4장 “클래식이 좋아지기 시작할 때”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접하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시시콜콜한 점에서부터 클래식 음악 이론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클래식 음악을 다루고 있지만, 독일 사람들이 느끼는 유머가 우리와는 잘 맞지 않는지 즐겁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이 책에 대한 설명이 그다지 와닿지 않는다.

 

일반인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들을 일부 담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을 받는다. 글의 강약이 맞지 않는 것 같다. 아마 문화적인 차이가 글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데, 개인적으로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책이 아닌가 한다. 많이 아쉬운 책이다.

물건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물건은 사람들의 생활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보니 그 용도를 다하거나 쓸모가 없어지면 버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즘은 기능상 문제가 없어도 유행에 뒤진다는 이유만으로도 버려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모든 물건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물건은 특별한 의미가 주어지는 경우가 있다. 자신의 생활의 일부처럼 느껴지고 소중한 추억이 깃든 의미 있는 물건이 있다. 이런 물건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삶과 인생, 그리고 추억이 깃든 물건은 단순히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시대에서는 물건의 의미가 예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디자인과 실용적이면서도 편리한 사용법은 사람들로 하여금 구매를 서두르게 한다. 며칠 전에 산 물건이 유행이 지나거나 아니면 사용하기에 불편한 경우가 생긴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예전의 물건들은 점점 더 생활의 뒤편으로 밀려난다. 자연스럽게 오래된 물건들은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의 지은이 이정란은 오래된 물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물론 이 책에서 다루는 오래된 물건이라는 것은 이미 현재 일상 속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물건들이다. 오래된 물건이라는 표현보다는 골동품에 가까운 물건들이다. 반닫이, 함, 뒤주, 사방탁자, 병풍, 괘종시계, 백자기, 화로, 다듬이, 한지, 고무신, 적삼, 손수건, 목화솜 이불, 버선, 참빗, 소반, 바가지, 시루, 약탕기, 옹기, 바구니 등 26가지 옛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물건들일 수 있지만 성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보았음직하 물건들이다.

 

지은이는 옛 물건들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그리고 각각의 물건들이 생기게 된 배경이나 만드는 과정, 용도 등에 대해서 설명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그 물건들을 실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옛 물건들이 단순히 추억 속의 물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식성과 실용성을 갖춘 물건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각 물건에 관한 이야기 끝에는 구입처, 사용법, 관리법, 관련 속담 등 소소한 이야기까지 소개하고 있다.

 

지은이의 눈길과 손길이 닿은 옛 물건들은 오래된 구닥다리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물건은 그 시대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서 변천을 거듭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변화하는 시대를 거부하면서 옛 물건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옛 물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떠받들고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는 항상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시대에 맞추어 생활하는 생활의 지혜도 필요하다.

 

그런데 요즘처럼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가 빠르고 그에 맞추어 생활의 변화 사이클도 빨라지다보니 우리는 점점 물건의 의미를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불편하다 싶으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는 경향이 있다. 최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 폰이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바로 기기를 바꾸어 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은이가 옛 물건에 대해 강한 애정을 보이는 것은 물건을 하찮게 보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작금의 세태에서 우리들이 물건의 의미와 함께 우리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는 단순히 물건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옛 것을 되돌아보고 조금은 느리게 가는 것도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