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이외수의 생존법. 왜 내가 다른 사람의 생존법을 가지고 웃고 있는 것일까? 생존법이라하면 살아가는, 그러니까 생명을 부지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어쩜 나는 그렇게 중요한 것을 보면서 웃고 있을까? 하악하악. 어떤 사건사고도 초연하게 이겨내며, 우습게 흘려 보낼 수 있는 사람의 거친 숨소리 하악하악.

이외수, 잊을만 하면 "혹시 나를 잊지 않았는가?" 하고 말하는 듯이 종종 티브이에 얼굴을 비췄다. 그는 대개 특이한 모양으로 많이 비춰지곤 했었다. 뭐 씻지도 않는다 하고, 외모는 해모수를 닮았다고도 하고-책에 나온다. 그런데 진짜 그런것 같다.- 산에 집을 짓고 살고, 밖으로는 나오지도 않고. 말하자면 괴짜 도인 이랄까? 그렇다면 괴짜 도인 작가? 뭐 그정도. 사실 나는 그의 이름과 작품명들은 익히 들어왔다. 안들었을 수가 없었다. 워낙 유명하시니. 그런데 왠지 '이외수' 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기운이 나랑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멀리해 왔었다. 그런데 이 책 '하악하악' 을 접하고, 나는 이외수 오타쿠가 되어 버렸다. -괜히 이외수님을 따라하고 싶었다. 오타쿠-

하악하악. 굉장히 뭐라 규정하기 힘든 책이다. 말하자면, "하악하악" 몇 번 정도 숨을 내뱉고, 유머집이라 말했다가 취소하고, 에세이라 말했다가 취소하고, 그냥 잡설집이라 하고 싶다. 이정도는 이외수님 정도면 이해해주지 않을까 싶다. 이 책 굉장히 독특하다. 내가 언제 이런 책을 읽어본 적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한 책이었다. 한 줄, 한 줄, 그리고 또 한 줄 일고는 웃고 또 웃었다. 하악하악. 허튼 웃음이 픽픽 나오고, 어이없는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얼마만에 이렇게 활자가 가득한 책을 보면서 웃었던가,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교 때 유머집을 읽던 기억을 제외하고는 거의 처음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그리고 이외수님께서는 산골에서 도인처럼 살고 계시다더니, 약간은 심심하셨을까? 아주 오랜시간 인터넷만 하셨나보다. 캐안습, 오나전, 즐 기타 등등 아직 20대 초반을 살고 있는 나조차도 익숙치 않은 단어들을 주구장창 늘어놓으셨으니 말이다. 뭐 그럭저럭 왠지 모르게 이외수님과 어울리는 듯 하지만.  

세상의 모든 기준이 흐트러지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 기준의 흐트러짐에 따라 개념을 상실하고, 어처구니 없는 헛소리를 늘어가며 살아 갈때. "님하, 닥치고 즐쳐드셈"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하악하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