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세상의 첫발을 디디고 아직은 어리숙하지만 어른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취급받고 싶었던 나이다. 아직 난 스물세 살일 뿐이지만, 스무 살의 내 모습을 떠올리려 하면 정말 오래된 사진 같고, 기억이 아릿해진다. 그만큼 내가 자랐고, 그때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기억하기 보다는 어리숙한 내 모습이 더 생각나기에 더 흐릿하게 내 기억 속에 남아있지도 모르겠다. 이런 내 스무살의 기억에 반하는 책속의 주인공 히사오의 10년간의 이야기, 이십대의 화려함과 풋풋함과 아련함, 그리고 그 시대상의 흐름에 반응하고 그 시대의 이십대의 모습을 알 수있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사실 책을 펼치게 전에 물론 무척 좋아하는 작가이기에 기본적으로 신뢰는 있었지만 10여년의 한 삶의 인생을 6일간의 단편적인 내용들로 표현했다고 하였을 때 뭔가 불안함이 있었다. 10여년의 연속된 삶을 여섯 조각으로 나누고 그것도 하루하루 불연속적인 날들을 선택하여 표현하였을 때 과연 독자에게 히사오의 삶을 표현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왜, 대학교에 처음 들어가거나 어떤 모임을 새로이 시작할 때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 인생그래프같은 프로그램을 하는 것 들을 보았고 그것들에 참여해 본적이 있었는데 한사람의 인생을 이야기식으로 몇 시간 이고 들어도 그 사람의 인생의 성품, 아픔, 가치관을 분명히 알기란 쉽지 않았었다. 그 사람을 듣고 보고 겪어도 사람의 마음을 알기 어려운데 한사람의 10년간의 이야기를 그것도 불연속적인 6일간의 이야기로 주인공 히사오가 내마음속에 들어와 함께 그의 인생을 내가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있었다. 

난 책을 읽을때 굉장히 몰입을 하는 편이고, 정말 그 세상에서 주인공과 함께 있는 것처럼 그 인물의 감정을 느끼고 주인공의 상황들과 주변 인물들에 대하여 나름대로 분석해 보기도 하고, 지금 내 상황들에 대입하여 맞춰보기도 하며, 그 책에 흠뻑 빠져드는 사람인데 과연 히사오에게도 동일하게 빠져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러나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뭔가 굉장히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난 무언가 시간을 보내고 깊게 그의 삶을 알고 세세한 부분들까지 캐치하여야 한사람을 모두 다 알고 그를 이해할 수 있을것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히사오의 6일을 함께 겪으면서 한 사람의 마음을 알고 그를 이해하는 것이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나 그에 대해 소소한 모든 것을 안다고 해서 한 사람을 이해하는 수위가 높아진다고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히사오의 6일은 분명히 10여년의 삶을ONT-SIZE: 13px; COLOR: #000000; LINE-HEIGHT: 21px; FONT-FAMILY: '바탕'; TEXT-ALIGN: justify">그러나 분명한 것은 6일 뿐 이었지만 난 히사오에 대하여 희미하지 않으며 거울로 나를 보는것처럼 굉장히 친밀하다고 생각하며 그를 굉장히 잘 안다고 생각한다. 히사오와의 만남이 단지 6일 뿐 이었지만, 작가의 탁월한 문장력으로 난 히사오의 인생을 뚜렷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고 그와 친밀해질 수 있었다. 내 삶에서도 이러한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 항상 함께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순간순간을 모두다 공유하지 않아도, 단 몇 일만으로도 짧은 말 한마디와 소소한 편지만으로도 친밀해질 수 있고, 그 사람의 마음을 뚜렸이 볼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6일의 짧은 만남, 그러나 끊을 수 없는 마음과 마음을 잇는 유대감, 희미함이 아닌 뚜렷함. 지금 내가 이 책의 히사오와 느끼는 감정들을 현실에서도 한번쯤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