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노 히데유키, 처음 이 작가의 이력을 읽고 뭐하는 사람인가 싶었다. 일단 소설을 쓰긴 하는데 뭐 '엔터테인먼트 논픽션' 이라는 장르를 만들어 재미를 표방한다고? 도대체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갔다. 그런데 책을 펴고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그게 무슨 말이 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굉장한 작가.. 아니, 별난, 희한한 작가.. 갑자기 작가에 대해서 언급해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해 그가 쓴 책 내용, 내용도 필요 없다. 제목만 살짝 언급하겠다. 대강 몇 가지만, [괴수기] [극락 타이 생활기] [아편왕국 잠입기] .. 자, 이쯤 했으면 누구라도 이 작가가 어떤 작가인지 대충 감은 잡히리라 생각한다.

 

책을 폈다. 책을 덮었다. 이럴수가. 옛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 뭐 이 격언의 의미가 이럴때 쓰는 말은 아닌것 같지만, 문장 뜻만 놓고 보면 정말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책 겉으로는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라' 라고 거창한 판타지를 표방하는 척 하면서, 속으로는 엄청나게 사실적인, 아니 사실적인이 아니라 사실인 진짜 탐험에서의 고난과 시련의 시간들을 이렇게나 적나라하고 이렇게나 자세히 표현하다니.. 물론 내 판단으로 인한 당황스러움이지만, 약간은 작가가 원망스러웠다. '판타지나 한편 읽어 볼까?' 라는 편안한 마음 가짐과 '기행문이나 한편 읽어 볼까?' 라는 가벼운 마음가짐은 분명 다른 것이기 때문에

 

어느 날 한밤 중에 진행된 회의에서 "음, 그러니까, 우리는 괴수를 찾으러 가려고 합니다." 라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그 말을 시점으로 탐험이 시작된다.. 몇몇 실 없어 보이지만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모여 은근히 빠릿빠릿하게 일처리를 하기 시작하고,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범국가적인 행사가 되어 콩고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무벰베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그들에게 여러 어려움이 따르고, 말도 안되는 상황까지 일어나는데.. 음.. 이것은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아무리 탐험부라지만 고작 그런 말 한마디로 콩고라는 미지의 땅으로 떠났다는 것이고 더 말도 안되는건 환상의 괴수 무벰베를 찾아 떠났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가능한 일일까..? 일단 나는 못간다.

 

한시도 긴장을 늦출틈 없이 뻥뻥 터지는 사건들, 그리고 그걸 해결하려고 이러지리 뛰는 멤버들, 정말 읽는 내내 미소와 유쾌함을 지울 수 없었다. 어쩌면 진짜 있었던 일을 적은 책인데 이럴까? 참.. 그리고 읽으면서 지은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할 말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는것 같았다. -나는 그런 열심으로 글 쓰는 작가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열심으로 뛰는 작가가 있다니 말이다. 아무튼 오랜만에 정말 마음에 드는 작가와 책을 만난거 같다.  

세게적인 팝스타 존, 여기까지만 말하면 다들 알것이다. 그가 비틀즈의 전 멤버 존 레논이라는 사실을. 혹시 모른다면 어쩔수 없지만, 모르면 음악에 대해서 스스로가 문외한이라고 말하는 꼴이 되니 뭐. 어쨌든 존 레논은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사다. 잘 알진 못해도 이름 정돈 들어봤을 거다. 그리고 혹여 검색이라도 해본다면 그에 대해 수많은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생을 살았는지. 나는 존 레논을 꽤 좋아한다. 오래전 크리스마스 때 우연히 들었던 '이메진' 이라는 노래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여러 노래를 접하며 더욱더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존 레논에 대해서 잘 알고 좋아한다는 거다. 뭐.. 여담이 너무 길었다.

 

오쿠다 히데오, 그의 작품을 조금만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시다시피 그는 유쾌, 상쾌, 통쾌 그리고 어처구니 없는 글쓰기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존 레논을 건드렸다. 뭐 그의 데뷔작이라 '이번에' 라는 표현을 쓰기가 좀 꺼려졌지만 내가 접한게 이번이니 그냥 쓰겠다. 어쨌든 단지 그가 존 레논에 대해 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긴장 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가 쓴 것은 픽션이겠지만, 그래도 오쿠다 히데오니까. 그리고 한편으론 굉장히 기대가 되었다. 이번엔 어떤 글로 나를 웃음짓게 만들까, 하고 말이다. 읽기 전 부터 뭔가 나와 오쿠다 히데오와 그리고 존 레논 과의 상관관계의 압박이 느껴졌다.

 

설마 설마 했는데, 역시 오쿠다는 오쿠다였다. 존 레논의 3년 은둔기간을 조금 이상하게 만들어 버렸으니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소설, 픽션이다. 존 레논이 지독한 변비에 걸렸다. 아주 아주 지독한 변비에. -나도 훈련소에 갔을 때 변비를 경험 한적 있는데, 한 16일 정도 화장실에 가지 못 했었다. 뭐 나로서는 못 간건 아니고 안간건데, 다들 걱정해서 나까지 조금 무서웠다. 어쨌든- 단지 변만 못 보는 것이 아니라 그걸로 인해 쓰러지려 하고 환상에 환청에 악몽까지 꾼다. 그래서 더 이상은 힘든 존은 아내의 소개로 병원에 가게 되는데, 그래도 변은 나오지 않고 이래저래 아픔을 더하다가 결국엔 마음의 안정을 얻어 변이 나오게 된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적었는데, 이야기가 조금 이상하게 됐다. 이 책의 포인트는 '존이 변비에 걸렸는데, 병원에 갔더니 낳았다'가 결코 아니다. 물론 변비가 중요한 포인트긴 하지만 말이다. 오쿠다상의 책이 항상 그렇듯 이 책도 한없는 가벼움 속에 아주 아주 묵직함이 짙게 깔려있다. 내 생각이지만, 읽는동안에 누가 나를 봤으면 뭘 보길래 저런 표정을 지을까 할 정도로 아리송한 표정으로 읽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이 책은 아리송 했다. 그리고 위에 줄거리를 진짜 중요한 포인트만 빼고 쓴 것은,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라 그런다. 솔직히 정말 이 책이 "명작이다." "대작이다." 라고 할만한 책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읽어 봤으면 좋곘다. 그래서 이렇게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