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인간, 먼저는 특이한 제목이 내 눈길을 끌었다. 보자, 걸작이라함은 매우 훌륭한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을 뜻하고, 인간이라 함은 말 그대로 사람을 뜻하는데, 굳이 해석하자면 사람이 만들어낸 훌륭한 사람이라니.. 뭔가 음산하고 무서운 느낌의 제목이었다. 그리고는 더욱더 짙은 음산함을 풍기는 표지가 책을 펴게 만들었다. 그리고 책을 편 순간, 금세 덮진 못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고, 그 예상은 지나치게 맞아 떨어져 처음 간 커피숍에서 장장 2시간이나 머무르게 만들었다. 그것도 새벽 1시라는 책 읽기 참 좋은 시간에.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청년 요제프, 동일하게 사고로 온몸을 잃고 머리만 남은 화가 게로, 그 둘이 만난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요제프의 몸과 게로의 뇌가 만나 21세기형 프랑켄슈타인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이 둘은 치열한 접전을 벌인다. 예상외로 말이다. 이 예상은 물론 내 예상이다. 처음엔 온몸을 관장하는 게로의 뇌가 모든 것을 주관할 것 같았다. 그렇지 않은가? 뇐데, 아무튼 그런데 요제프가 주체를 가진 몸은 생각보다 강하게 나왔고,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게 게로의 머리와 요제프의 몸, 두 자아가 계속해서 부딪친다. 그리고 그 주변인물, 그러니까 게로의 부인과 요제프의 어머니와 여자친구 모두 계속 그 두 자아 사이에서 힘들어 한다. 그리고 결국 마침내 새롭게 태어나는 새 자아..

과연 저자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정말 많은 피드백이 필요한 책이었다. 과연 몸이 먼저냐, 뇌가 먼저냐? 어떤게 먼저랄 것도 없는, 음.. 아무튼 어렵다. 그리고 구성면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책이었는데, 부수적인 내용으로 이해를 돕기위한 저자의 배려가 많이 들어갔다. 의학용어 설명같은거. 그리고 음성 녹음 기록 같은 굉장히 독특한 표현방법이 쓰였는데, 심리 파악에 굉장한 도움을 줬던거 같다. 재밌기도 했고, 하지만 그것 때문에 생각하느라 더욱 책이 어려워 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것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나오는 요제프와 게로의 자아의 대화였는데, 뭔가 오묘한게 다시 한번 찾아 볼 정도로 신기한 느낌을 주었다. 서로를 인정하면서 공생하는 모습이랄까.

여담으로 걸작인간에 대해서 내 생각을 밝히자면, 이런 상황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으면 한다. 이 책을 봐도 그렇고, 지금 우리의 의학 수준을 봐도 그렇고, 정말 이 상황이 소설이고 생각으로만 끝날 그런 얘기는 아닌거 같은데, 이런 상황이 온다면 정말 여러가지로 여러부분으로 여러사람이 피곤해질 거 같다. 이유가 단지 피곤해서만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상황 절대 바라지 않는다. 절대 생각도 하기 싫은 상황이다. 이런건 책으로만 접하자. 마무리가 좀 이상한데, 책 자체는 굉장히 독특하고 재밌다. 특히 의학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더더욱 좋을 책인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 나는 이제껏 그의 작품들과 나와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해 왔다. 일본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는데 어쩜 그렇게 슈이치의 작품만 피해가는지, 의식적으로 떠올리려고 해도 어쩜 그렇게 책을 고를땐 떠오르질 않는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이번 작품이 내가 접한 첫번째 작품은 아니었다. 딱 두번째 작품이었다. 뭐 내가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정도와 그리고 그 독서량과 요시다 슈이치의 일본 문학계의 명성을 생각했을 때, 딱 두권이라는 수치는 정말 말도 안되는 수치이긴 하지만 말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굉장함을 처음 확인한 것은, 내가 접했던 그의 첫번째 작품인 [악인] 이었다. 어쩌면 그렇게 탁월한 심리 묘사를 하는지, 그 생생함이 넘치는 표현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소름까지 끼치게 만드는 옴니버스는 또 무엇이고. 왠지 그것들이 지독하게 느껴질 정도로 굉장한 것이었으니 더이상 말 할 것도 없다. -이렇게 곰곰히 생각하고 보니 내가 그의 작품을 읽으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점점 더 미스테리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 [여자는 두번 떠난다], 이 책 또한 나에게 엄청난 파급을 가져왔다. 한동안 머릿속에서 이 책의 분위기가 떠나지 않을 정도로 나의기억속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정말 별 볼 일 없는 것이었다. 뭐 이건 분명 내 생각이지만, 그냥 평범한 남녀의 이야기였다. 뭐 사실 다르게 생각하자면 끝이 없다.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게 다르고 생각하는게 다르니까. 그리고 그걸 판단하는건 읽는 사람 마음이니까. 그렇다. 그러므로 이야기는 내 마음대로 평범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일본의 어떤 11명의 남자와 또 어떤 11명의 여자가 각각 육체적, 정신적 관계를 나눈 이야기를 담아 놓은 것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읽어 내려 갈수록 나의 마음속에, 나의 머릿속에 제 멋대로 돌을 자꾸 던졌다. 위에 말했듯이 엄청난 파급효과가 일게끔 말이다. -이유라고 한다면 내 심리상태를 들 수 있겠지만, 이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아무튼 그렇게 엄청나게 퍼져나온 파급효과는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다. 아까 말했듯이 내용은 평범해서 기억은 잘 안나지만 그 분위기만큼은 아주 생생하게 기억난다. 지금도 그 분위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착 가라앉는, 뭔가 냉정해지는 그런 느낌이다.

솔직히 많은 기대를 가지고, 꼭 읽어야만 한다고 추천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하지만 가볍게 어떤 잔잔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2번 정도 읽어도 좋을 책인 것 같다.    

옛말에 "발 없는 말이 천리까지 간다." 라는 말이 있었던가? 음, 요즘엔 이 격언의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에 대해서 절실히 느낀다. 대강 바꿔 보자면, "발이 있던 없던 간에 천만리까지 순식간에 간다." 이 정도? 뭐, 말이 좀 이상하고, 공감대가 없을지라도 그냥 한번 바꿔봤다. 아무튼 그 정도로 요즘 세상에선 정보 진행이 빠른데, 특히 그 소문의 주체가 스타라면 그 스케일은 아주 더 커진다. 그리고 꼭 스타가 아니라 일반인이라도 그 주체에 대해 대중의 관심과 호기심이 잠깐이라도 쏠리기라도 하면, 그 소문은 더더욱 순식간에 인터넷과 신문을 잠식하게 마련이다. 얼마 전이었던가? 야구 경기중에 신났는지 춤추면서 응원하다가 모팀의 댄스녀로 동영상이 올라오는 바람에 유명인이 됐던게.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오드리의 사정은 어떨까, 오드리는 밴드를 하고 있는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었다. 그러나 남녀의 인연이란게 대체로 그렇듯 어느 날 헤어지게 되었다. 말하자면, 일방적으로 찼지만. 그런데 그 날, 헤어지던 날, 남자친구가 자기 공연에 와 달라는 부탁을 하고, 오드리는 미안한 마음에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사건은 그 날 공연 무대에서 '뻥' 하고 터진고 만다. 

두 구더스가 부릅니다. "잠깐만, 오드리" 

이쯤 되면 어떤 내용인지 다들 알 것 같다. 굳이 말하자면, 이 노래가 대박이 터진것이다. 그 무대를 통해서. 그리고 졸지에 그 노래의 주인공이자 원인 제공자가 되어버린 오드리는 일순간 온 매체들과 사람들의 관심의 집중 타겟이 된다. 오드리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타게해 나갈까? 갑작스레 보자고 달려드는 사람들과 또 다른 사랑을 스캔들이라며 캐내는 파파라치, 그리고 아주 쭉쭉 퍼져나가는 개인정보...

참으로 상큼 발랄이라는 말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책이 또 있을까 싶다. 표지서부터 번역까지 정말 아주 상큼 발랄한게 한 여름에 얼려먹는 오렌지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지금은 가을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마지막으로 여름임을 강조하는 태양 아래 이만한 책이 또 있을까 싶다. 이건 여담이고 뜬금없지만, 나는 오드리 같은 여자애랑 못 사귈거 같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너무나 극단적이고, 너무나 강해보이는 개성, 어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무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