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동경해 마지않는 것이 바로 이 무림고수다. 그렇지만 또 이것만큼 허황되고, 이것만큼 유치한 것이 없는게 또 이 무림고수다. 그렇다면 무림고수란 누구를 뜻하는 말이고, 뭐하며 사는 사람일까. 대게 중고생 시절 무협소설 한권쯤 읽어보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뭐 안읽어 봤다고 해서 무림고수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무튼 무림고수가 누구를 뜻하는 말이고, 뭐 사람인지 잘 알 것이다. 뭐 그래도 모를지 모르니- 대충 날아다니고, 장풍 쏘고, 뭐 이 정도의 사람들이겠다. 물론 이것은 우리의 상상속에의 무림고수다. 우리가 어린시절 읽어왔던 픽션적인 무림고수란 애기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요즘에의 무림고수는 누굴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이 책에선 한국의 무림고수를 찾는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무림고수라기 보다는 무술가다. 아주 고도의 경지의 오른 그런 사람들 말이다. 지금 논지가 약간 벗어났지만, 그냥 내 생각을 말하고 싶었다. 무림고수는 아무래도 장풍을 쏴야할 것 같아서. 아무튼 이 책은 그 무술가들의 삶을 쫓았다. 먼저 이들에게는 고수이기 때문에 가지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첫째는 속세에서 벗어나 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무술이 몸으로 하는 것이다 보니, 그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그런것 같다. 그리고 둘째로는 고수다 보니 움직임에도 일관성이 있는데, 다들 좌중을 압도하는 기력이 있다고 한다. 그게 뭔지는 소설책에서 접해본 그 느낌으로 이해하는게 좋겠다. 그리고 셋째로는 싸움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뭐 당연한 것이리라. 고수니까.

여러 종류의 무술과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된 이 고수들. 나눈 대화를 보면 거의 신선내지는 도인 수준이다. 그리니까 이들은 왠만한 것은 다 초월해서 관대함과 겸손이 거의 극에 달한거 같다. 아 이런게 고수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처음에 무림고수라 하여 싸움을 굉장히 잘하겠지라는 생각을 먼저 한 내가 약간은 부끄러웠다. 그리고 지은이가 또 무술에 관해 상당한 고수라 굉장히 여러 종류의 무술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각각그 무술들의 특성과 원리, 그 모습들을 잘 표현해서 더욱더 실감나는 책 읽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상당히 재밌는 책읽기였고, 무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것 같다. 

세계의 모든 것을 틀어쥐고 제것처럼 마음대로 흔들고 있는 나라 미국, 그리고 최근에는 스스로가 흔들려 온 세계를 힘들게 하는 거대제국 미국. 

나는 어렸을 때 부터 도무지 미국이 좋지가 않았다. 물론 좋지가 않았던 거지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학창 시절의 나는 별로 깨어있는 학생이 아니었으므로.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중학교시절 엄청나게 동경해 마지않던 사회선생님께서 어떤 연유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도 몰랐고, 지금도 모르겠다. 왜 그 이야기가 흘러나왔는지- 굉장히 흥분하셔서 미국이 생각하는 우리나라와 여러가지 그들의 음모론을 무차별적으로 언급하며 침을 튀기셨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나는 반쪽짜리 반미주의자가 되었다. 단지 동경해 마지않던 사회선생님이 싫어하는 미국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이제껏 반쪽짜리 반미주의자였다.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제목에서 부터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반미의 느낌에, 이번에야 말로 남은 내 반미의 반쪽을 찾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읽으면서, 다 읽고 나서 그 생각이 적중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이제 완전한 반미 주의자가 됐다. 이 책에 따르면 미국은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마구잡이식의 민영화를 실시했다. 그리고 그걸로 인해 빈곤층의 아이들은 나라의 어설픈 정책으로 거의 절반이 비만아가 되어 가고, 또 엄청난 병원비로 인해 마음대로 아플수도 없고, 청년들은 학자금으로 인한 신용불량으로 군대에 몰린다. 그리고 더 가관인건 전세계를 아우르는 미국의 군인 비지니스, 정말 웃음 밖에 안나왔다. 미국은 대체 뭐하는 나라인가, 저자에 따르면 이것이 지금 미국의 실상이고, 또 다른 얼굴이었다.

답답했다. 거의 범국가적인 사기체제에 돌입된 나라에 도망갈 곳 없는 빈곤층이라니,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으니 너무나 답답해 진다. 그래도 최초의 흑인 대통령께서 뭔가 한건 해주실 것도 같긴 한데 뭐 아직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르니까. 아무튼 미국은 미국이고, 이제 우리나라 걱정을 할때가 된 것 같다. 미국이라면 아주 껌뻑 죽고, 망한제도 성공한제도 할거 없이 마구들여와 시행해 대고, 급기야 모든 부분에서 어이없는 미국화가 이뤄지고 있으니 말이다. 갑자기 절친한 친구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문구가 생각난다. "앵간히 따라 해. 애가 스타일이 없어" 새겨 듣는 우리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어쨌든 이 책,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폐해가 결코 우리나라에 재현되는 일이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