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에 알록달록 화려하게 단풍이 수를 놓고 있는 가운데 가을이 깊어간다. 독서의 계절을 맞아 책읽기에 좋은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몸과 마음이 바쁘다는 핑계로 책 한 권 읽기 싶지기 않은 요즘이다. 바쁜 시간 속에서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책을 충분히 읽을 수도 있었지만 나태하고 안일한 자세로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니 세월만 무상하게 지나가는 듯 하다. 10월도 이제 저물어 가고 올 한해도 이제 두달을 남기고 있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남은 날들을 알차게 보내리라 다짐해 본다. 가을날을 보내며 영혼에 찬란한 울림을 던지는 이외수 작가의 시와 에세이가 담긴 <쓰러질 때 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라는 책을 만났다. 2주 전 쯤 이 책을 만나 처음에는 즐겁고 여유있는 마음으로 읽다가 그동안 열 흘 이상을 책상 서럽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비로서 꺼내서 출퇴근하는 가방에 넣고 다니며 시나브로 읽었다.

이외수 작가의 <쓰러질 때 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 책이 나오전까지 이외수 작가의 책은 여건이 되는 대로 구입을 해서 읽었다. 언제부터인가 이외수 작가의 책에 정태련의 그림이 실려서 이외수 작가의 글이 더욱더 생기가 돋고 풍요로워졌다. 한국의 민물고기를 비롯하여 동,식물, 우리 땅에서 사라져가는 생명들이 정태련 화가에 의해 세밀화로 멋지게 탄생되었다.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 책에는 물 속에 사는 물고기가 물 속을 벗어나 지상의 공간에서 산과 들을 마치 날아 다니는 듯하다.

없어도 내 눈에는 보이는 것들이 있고 있어도 내 눈에는 안 보이는 것들이 있다...책의 표지 안의 짧은 글구가 말해주듯이 이외수 작가의 글에는 독특한 상상력과 특유의 괴벽이 느껴지는 것처럼 바보 같은 천재, 광인 같은 기인으로 사라져 가는 감성을 되찾아 주기에 언제든지 마음 편하게 볼 수가 있어 부담이 없다. 소설,시, 우화,에세이 등 등으로 해를 거듭할 수록 열광적으로 외수 마니아가 증가하고 있고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그는 국내 최초 트위터 팔로어 100만 돌파를 기록할 만큼 대단한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이외수 작가의 책을 한 권이라도 즐겁게 읽은 경험이 있다면 계속해서 이외수 작가의 책을 찾을 만큼 매력이 있기에 끊임없이 독자들은 이외수 작가의 글을 원하리라 본다. 현재도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에 첩거하며 감성의 씨앗을 뿌리며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24시간마다 한 번씩 묵은 날이 가고 새날이 온다. 하지만 자신이 새롭지 않으면 어떤 날이 와도 결코 새날이 아니다. 날마다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 중요하다. 기분을 전환하자. 힘을 내자.   -본문 중에서

3일전  점심 때 국수를 먹고 난 후 소화 불량으로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 역류성 식도염으로 몇 년째 고생을 하면서 몸이 피곤하고 과식을 하거나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체하곤 한다. 일주일 전쯤에도 국수를 먹고 난 후 속이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일전에 또 국수를 먹고 결국은 제대로 탈이 났다. 내 몸은 내가 알고 지켜야 하는데 쉽게 되지 않음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책에서 분흥 빛 진달래나 철쭉 같은 꽃이 피어 있는 가운데 이름 모를 물고기가 허공을 거닐고 있는 모습과 함께 짧은 글구가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봄, 나두 이제 살아봐야겠다. 꽃과 물고기 그리고 봄을 전해주는 책 속의 짧은 한 마디 글구만 봐도 많은 생각과 감성에 빠져 들게 한다. 철쭉이나 진달래 꽃이 해마다 봄이 되면 꽃봉우리를 터트리고 꽃이 피지만 가을날 지금에 피는 철쭉을 어제 오후에 아파트 단지내 화단에서 봤다. 봄이 아닌 가을에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피어난 철쭉 꽃을 보며 신기하고 감탄스러워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에 담았다. 책의 중간 쯤에는 유채꽃과 함께 노오란 물고기가 허공을 거닌다. 그리고 옆 페이지에는 짧은 글구가 있다. 그대가 꽃피었습니다. 비로소 봄입니다...라고 말하고 봄날의 찬란함을 전해주는 듯하다.

어제 휴일을 맞아 시골에서 동생들과 고구마를 캐고 오늘은 어제 아침부터 근무를 하며 당직 근무를 하며 밤이 깊어간다. 오후부터 속이 더부륵하고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무언가 열중하고 새로운 날을 위해 준비하는 자체로 마음이 흐믓해진다. 약을 먹은 탓인지 속이 조금씩 나아지고 머리도 개운해지기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어제 화단에서 본 철쭉 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봄이 아닌 가을날에 핀 꽃이지만 이 꽃도 살아봐야 겠다고 꽃을 피웠다. 따스한 가을 햇살 속에서도 꽃을 피우며 봄날을 맞이하는 것처럼 살아가면서 언제든지 봄날의 희망을 꿈꿀 수 있음을. 

깊어가는 가을날에 풍요로운 가을날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남은 한 해...나 스스로를 응원하며 힘을 내자. 책의 내용처럼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고 가끔 쓰러지면 어떤가. 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이지...살아가면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열정을 다하여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마법같은 주문을 외어보며 찬란한 아침을 위해 이제 꿈나라로 가노라.

시작이 반이다..라는 명언 처럼 무엇이든 시작하면 반이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성취해 낼 수 있음을 우리는 안다. 시작도 하지 않고 머뭇거리고 망설이다보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흘러간다. 나 자신도 여름을 보내고 풍성하고 결실이 가득한 가을을 보내면서 뜻하고 바라는 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냄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비가 내리는 가을날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하루를 보내며 비와 함께 나태함, 망설임 등을 떨쳐 버리고 힘을 내서 활기찬 내일의 희망을 꿈꾸며 오늘의 시간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전을 다해 본다.

현판에 담긴 역사와 정신을 이야기로 풀어 내다.

건물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현판의 글씨는 역대 왕을 비롯해 당대의 대표적 지식인이나 명필 등이 심혈을 기울여 쓴 작품이다. 따라서 현판은 그 시대의 정신과 가치관은 물론 예술의 정수가 담겨 있는 문화 예술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사연이 스며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개를 들면 역사가 보인다. <현판 기행> 글/사진 김봉규

학창 시절에 나의 친구 중에 붓글씨를 무척 잘 쓰는 친구가 있었다. 미술 시간에 붓글씨를 쓸 때면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나의 증조 할아버지께서는 사당 훈장님이었기에 정말 붓글씨를 잘 썼으리라 생각된다. 붓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부러워했기에 결혼을 하여 태어난 나의 딸에게 기회가 되는대로 서예를 가르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나의 딸은 초등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5년동안 서예 학원을 다니며 붓글씨와 한자를 배웠기에 제법 붓글씨를 쓰는 편이다. 우리 가정의 가훈도 멋지게 써서 벽에 부쳐 놓았다. 이처럼 서예에 관심이 많기에 붓글씨에 조예가 깊은 명필이 쓴 현판의 글씨를 만나고  고개를 들면 역사가 보이는 <현판 기행>이라는 책을 만나게 됨에 즐겁고 기뻤다. 

<현판 기행>이라는 책을 만나 현판에 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본다. 책의 서두 부분에서 현판의 의미와 역사와 함께 현판에 대한 기초 지식을 자세하게 전해 주었기에 먼저 현판 여행을 떠나기전 현판에 대한 배움을 얻어 본다. 현판의 의미에 대해 사전에는 글자나 그림을 새겨 문 위에 거는 편액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현판의 역사는 중국 진나라 시대로 거슬로 올라가고 우리나에서는 삼국 시대부터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사찰 건물은 물론 궁궐의 전각, 관아와 향교, 서원 주택 등에 편액이 걸렸다. 현판은 주로 나무판을 사용하고 조맹부의 송설채와 더불어 편액 글씨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건물의 이름이나 성격, 위상 등을 담은 현판은 건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옛 사찰이나 정자, 누각, 서원 등과 현대의 건물에 이르기까지 많은 현판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볼 수 있다. 현판은 거의 한자로 되어 있기에 한자의 뜻과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현판의 이름 조차도 모른채 지나치기 쉽다. 편액 중 신라의 명필 김생이 쓴 공주 마곡사의 대웅보전이 가장 오래된 글씨로 전하고 공민왕의 글씨로 전하는 부석사 무량수전을 비롯해 김정희, 한석봉 등 당대 최고의 명필의 편액이 전국 사찰 곳곳에 걸려 있지만 우리는 잘 알지 못하기에 <현판 기행>이 책을 통하여 현판에 대한 삶의 철학과 더불어 현판의 역사와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알찬 시간이 되리라 믿어 진다.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나누어서 첫번째로 정자와 누각에 걸린 현판을 통하여 높은 곳에 올라 세상을 바라다 본다. 정자와 누각에 걸린 현판 중에서 직접 내가 본 현판은 전남 담양의 식영정, 제월당이다. 몇 번 담양의 소쇄원에서 현판을 봤지만 누가 쓴 글씨인지 몰랐는데 책을 통해 소쇄원의 글씨는 대부분 우암 송시열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두번째로 서원과 강당에 걸린 현판은 선비의 정신을 담았다. 경북 안동의 도산 서원의 편액은 선조의 지시로 글씨 쓰는 순서는 거꾸로 하기로 했다. 명필 한석봉이 썼는데 현판 글씨는 쓰는 줄도 모르고 첫글자로 집원(院)자부터 쓰고 다음에 서(書)자를 쓰게 했다. 이어서 산(山)자를 쓰고 마지막 한 자인 질그릇 도(陶)자를 쓰라고 했다. 도(陶)자를 쓰라는 순간 석봉은 도산서원의 편액 글씨를 쓰고 있음을 알고 마음이 흔들려 가슴이 두근거리는 가운데 마음을 가라 앉히고 붓을 떨며 '도'자를 완성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쓴 '도'자가 다른 세 자와 달리 약간 흔들린 흔적과 어색한 점이 있다고 전한다고 한다. 이처럼 현판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즐겁게 배울 수가 있었다. 세번째로 사찰에 걸린 현판을 통하여 절집에서 듣는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에 더 알아보는 현판 이야기를 통하여 현판의 모든 것을 듬뿍 배울 수 있는 알찬 시간이었다. 무심코 지나친 현판에 이처럼 많은 의미와 사연이 담겨 있음을 깨닫고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기에 나중에 여행에 떠나 현판을 만나게 되면 현판에 대한 의미가 색다르게 다가오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