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어찌하다 보니 책 읽는 게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누구는 아직까지도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력이 꽤 좋았는 데도 불구하고, 세월이 흐르다 보니 돋보기에 의존해야 한다. 그냥 읽던 예전보다 지금 책을 읽는 게 훨씬 집중력이 더 필요한 탓에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이젠 책을 손에서 멀리하자'라고 다짐했는데, 당장 읽어야 할 책이 세 권이다. 블로그에 긁적거린 서평 탓에 아주 드물게 책을 보내주는 축도 생겨났다. 뜻하지 않은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세 권의 책 중에 가장 눈이 가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앞으로 몇년 후가 되겠지만, 부부가 함께 은퇴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계절에 상관 없이 여행을 다니려 한다. 그 꿈과 관련하여 이 책은 미리 그 경험을 배울 수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부부다. 이들이 어떤 여행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확인하며 우리 부부의 미래를 그려보려 한다.
Reading
부부는 문과 남자와 이과 여자출신이라고 한다. 전에 읽었던 여행기의 공동저자도 이런 멘트를 썼던 듯하다. 서로 다른 전공 출신끼리 만나면 자녀들의 유전적 구성에도 좋을 거라 본다. 우리집은 둘 다 문과 출신이라 그런지 치밀하고 집요하지 못한 치명적 약점이 있어 아쉬울 때가 있다.
부부는 오랫동안 주말부부로 지냈다. 은퇴를 계기로 여행을 통해 새로운 동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나이 들어 여행을 하려면 세 가지가 없어야 한단다. 건강, 자식, 시간에 관한 걱정이다. 여행은 호기심의 발동이다. 고령화 시대에 호기심이야말로 젊음을 유지하게 하는 원천이다.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안데르센)
"가장 위대한 여행은 지구를 열 바퀴 도는 여행이 아니라 단 한 차례라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이다."(마하트마 간디)
이 책은 지역에 따라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소개되고 있는 여행지는 대부분 유명한 곳이지만, 다소 생소한 곳들도 간혹 눈에 띈다.
낯설지만 뭔가 있는 나라 알바니아
알바니아 사람은 주변 강대국에 시달리면서도 수천 년 동안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이어온 데 대해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여러 나라의 외침을 겪은 탓에 모국어 외에도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아주 많은데, 그만큼 개방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처음과 달리 알바니아 사람들과 현지 여행객들 대다수는 상당히 친절했다. ☞스페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저자는 현지에서 스페인 여행객들로부터 초대를 받는다. 역시 외국어 구사가 해외 여행에 있어서 관건이라는 생각이 든다.
발칸 반도의 최빈국으로 농업국인 탓에 경제 발전에 한계가 있는 알바니아. 그러나 사람들은 친절하고 외국인에게도 관심이 많다.
유레카의 도시 시라쿠사
유레카를 외쳤던 아르키메데스의 출생 도시다. 시라쿠사에 가기 전에 들른 라구사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 20여 곳에 달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었다.
밀라노에서 만난 <최후의 만찬>
밀라노에서는 건물보다 사람들을 음미하는 재미가 있다. 패션의 본고장답게 사람들의 개성있고 세련된 옷차림에 감탄하게 된다. 고딕 양식의 밀라노 두오모, 엠마누엘 2세 기념관 그리고 그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 주요 관람지다. 그러나 그라치에 성당의 부속 식당에서의 '최후의 만찬' 관람은 불과 15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묵묵히 걷는 산티아고 순례길
스페인 서쪽 끝에 자리잡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그 중 산티아고는 에스파냐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야곱의 스페인식 표기다. 콤포는 들판, 스텔라는 별을 뜻한다. 이를 모아서 해석해 보면 '별빛 가득한 들판에 있는 성인 야곱' 정도가 된다. 800km 거리를 걷다 보면 조급함 대신 여유로움이 몸에 밸 것이다. 길에서 자연스럽게 삶의 깨달음이 얻어질 것이다.
여행이라는 유산
검은 성모상이 있는 몬세라트 수도원, 대서양의 땅끝 카보 다 로카, 제로미노스 수도원과 벨렘 지구, 파티마 성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렐루, 스페인에서 가장아름다운 마을 산티야나 델 마르.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여행하면서 만날 수 있는 곳들이다.
불행과 우연이 선사한 요르단 여행
예정되어 있던 몰타행이 무산된 후 갑작스레 결정한 요르단 여행. 아내의 불안함 속에 도착한 암만. 덕분에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해당하는 고대 상업도시 페트라를 만나는 행운을 맞는다. 또한 기원전 로마제국의 유적지 제라시도 빼놓을 수 없다. 요르단 여행을 통해 아내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여전히 살아 있는 아테네
그리스 도시국가의 중심지는 아크로폴리스,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곳은 아고라다. 그 밖에도 아테네는 지천에 널린 것이 유적이다.
천년을 넘어서는 서러움, 스파르타
해변에 위치한 아테네와 달리 스파르타는 내륙도시다. 도시국가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혹독하게 실시한 것이 스파르타 교육이었다. 국가의 부강을 위해 국민이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쇠락한 지방 도시에 불과하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사라진 신들의 도시, 델피
고대 그리스에서 아폴론의 신탁을 들을 수 있었던 델포이 신전은 성지이자 종교의 중심지였다. 델피는 높은 뒷산을 둔 경사지의 중턱에 있었다. 메테오라의 6개 수도원은 바위산 꼭대기에 각각 세워져 있다. 알렉산드로스의 고향 베르기나에 있는 거대한 무덤은 그의 아버지의 것으로 추측된다. 그 내부에는 2,300년 전의 찬란한 세공 기술과 예술적인 디자인을 간직하고 있다.
마케도니아 산책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떠올리게 한다. 발칸반도 중부의 독립국가로 정식 명칭은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다. 마케도니아는 원래는 그리스 왕국의 일부였으나 지금은 슬라브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그리스인들이 마케도니아에 대해 갖는 감정은 그다지 좋지 않다.
광활한 대지의 나라, 몽골
스탈린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았던 몽골의 9대 수상 겐덴은 몽골 국민의 자존심이다. 스탈린의 뺨을 후려쳤던 그는 비록 총살 당하는 운명이었지만, 몽골 국민의 자존심을 드높인 존재가 되었던 것이다. 물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몽골 여행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고생을 감내해야 할 듯하다.
보고 듣고 느끼는 중국
계단식 논 티티엔은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물든다. 소수민족인 이족의 고통스런 삶의 결과물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로 불리는 마링허 협곡의 웅장한 장관을 보려면 역한 냄새를 감수해야 한다. 그 물이 생활하수이기 때문이다. 세계 3대 폭포로 알려진 황궈수 폭포군은 구이저우성 최고의 관광지다. 중국의 자부심이 깃든 '마오타이주'의 본향도 구이저우성의 린화이다. 임시정부의 유적이 있는 충칭에서는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를 맛보아야 한다. 장강(양쯔강)은 황허강과 더불어 중국의 젖줄로, 아시아에서 가장 긴 강이다. 댐 완공으로 세 협곡은 인기관광지가 되었다. 크루즈 여행보다는 일반관광선으로 여행하는 게 훨씬 가성비가 좋다.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인도네시아
발리는 이슬람이 주류인 인도네시아에서 주민의 92%가 힌두교도인 독특한 문화를 지닌 곳이다. 인사말에 들어가는 '옴'은 평화를 기원하는 불교 용어다. 기독교의 아멘에 해당한다. 푸푸탄은 죽음을 상징하는 말로, 웅웅라라이는 네덜란드에 대항한 마지막 푸푸탄이었다. 덴파사르 공항의 공식 명칭이 웅우라라이라는 것과 관련된다. 가난한 삶에도 아낌없이 베풀어주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인도네시아다.
꿈같은 이야기 꿈같은 말레이시아
말라카 해협은 중동 원유의 50%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충지다. 타이푸삼 축제는 힌두교 속죄의 의식이다.
멩라이의 치앙마이, 치앙라이
치앙마이는 새로운 도시('치앙'은 도시 '마이'는 새롭다)라는 뜻이다. 란나 타이 왕국의 수도로 옛 타이 문화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치앙라이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메사이 마을은 미얀마와 거래가 활발한 곳으로 골든 트라이앵글이라고 한다.
미소의 나라 라오스
라오스는 1인당 국민소득이 3,000 달러에 불과하다. 라오스 인구의 10%에 불과한 몽족은 미국의 꼬임에 따라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라오스를 지배한 공산정권의 박해가 예상됨에 따라 도피를 하는 등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 한편 라오스는 '미소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라오스사람들은 한결같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아, 베트남
해발 1650m 고지에 있는 사파에는 다양한 부족들이 거주한다. 몽족들 역시 이곳에 사는데 점점 소수민족 특유의 정서를 잃고 있다.
지구를 느끼는 순간, 미국
몬터레이는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있는 도시로, 존 스타인벡이 태어난 곳이다. 그랜드캐년의 3배가 넘는 규모에 간헐천이 1만 개 이상이 있는 곳이 옐로스톤이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오지에 위치해 있어 관광객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걱정일랑 테킬라 한 잔에 털어버리고, 멕시코
멕시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말린체'다. 말린체는 메스티소를 최초로 낳은 인물이자 민족을 배신한 인물의 대명사로 불린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술은 '데킬라'다.
혁명을 추억하는 쿠바
쿠바는 내국인이 쓰는 화폐와 별도로 외국인 쓰는 화폐가 있다. 쿠바인들은 매우 친절하며, 혁명은 이제 서서히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 쿠바의 길거리에서는 체 게바라의 사진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문을 잠그는 나라, 자메이카
세계 3대 커피로 유명한 블루 마운틴을 가고자 했으나 교통편을 알 수 없어 포기했다. 자메이카의 영어는 여러 가지가 섞여 의사소통이 힘들다.
애달픈 섬, 도미니카와 아이티
도미니카의 자동차에는 앞 번호판이 없으며, 차 상태도 양호하지 않다. 반면에 자메이카는 새 차가 많은 편이다. 신대륙에서 최초로 독립을 이룬 나라가 아이티다. 하지만 독립의 주체가 흑인이었기에 백인들은 독립을 반기지 않았다. 이후로 아이티는 독재와 내분을 겪고 있다.
풍요로움의 의미, 파나마와 코스타리카
파나마에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가 있다. 코스타리카는 환전이 매우 까다롭다. 그만큼 치안이 불안하다는 반증이다. 특이하게도 코스타리카의 철도는 일요일에 영업을 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그들의 느긋한 기질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