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책 제목에 '자전거'가 들어있다는 이유 하나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2012년 자전거에 입문하여 2016년까지 약 4년 동안은 열심히 라이딩을 다녔다. 처음에는 동호회에 가입하여 고수들로부터 자전거에 대한 이론과 기본 주행 방법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내용들을 전수받았다. 그분들은 오로지 자전거에만 몰입하는 분들이고, 나는 자전거 외에도 즐기고 있던 운동이 있던 터라 몰입도가 부족한 걸 빼고는 열심히 여기저기 라이딩을 하러 다녔다. 짧은 거리는 대부분 단체 라이딩을 했으며, 국토종주와 동해안종주 라이딩은 혼자서 완주를 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아프리카 코사족 속담-만델라가 자주 인용한 말)
이 말은 자전거 동호회에서 팀라이딩을 위해 자주 외치는 구호다. 하지만 자전거 동호인 중에는 혼자만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려는 이들도 종종 있다. 나 역시도 그러한 부류에 속한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같은 성향의 사람이 아닌가 싶다.
Reading
책의 표지에는 앞뒤로 카약과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다.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어떻게 카약을 이용할 수 있었는지 사뭇 궁금하다.
책 표지를 열고 저자와 더불어 유라시아 대륙으로 함께 떠나고 싶다.
차례를 통해 이 책의 내용이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전거를 이용해 유라시아를 횡단한 후에 영국의 리버풀까지 여행한 과정이 앞 부분에 실려 있고, 뒷 부분에는 카약을 타고 다뉴브강 일대를 종주한 여행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자전거 캬라반 - 유라시아를 횡단해 리버풀까지
저자가 자전거를 타고 거쳐 간 나라는 중국, 몽골, 러시아, 발틱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체코, 독일, 네덜란드, 영국 등 11개국이다. 한편 카약을 이용해서는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7개국을 여행하였다. 중복된 독일을 제외하면 약 17개국을 여행한 셈이다.
중국의 도로에 설치된 CCTV는 교통단속 카메라가 아닌 감시용 카메라라는 사실에 불쾌감을 느꼈다. 베이징으로 들어가는 차량이나 사람은 모두 검색을 받아야 한다. 중국에서 우연히 중국인 친구 브리오스를 통해 손님 접대를 중시하는 중국 문화의 일면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혹시 만리장성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오토바이를 빌려 다녀오는 것을 추천한다. 석탄 생산지인 다퉁으로 가는 길은 화물차의 매연과 석탄가루로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내몽고에는 야생마가 정말 많다. 그리고 내몽고의 밤도 역시 정말 춥다. 내몽고를 지나 고비사막으로 들어가게 된다. 사막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생수와 마을의 위치에 관한 정보다.
☞중국은 모든 SNS가 막혀 있다. 구글번역기도 사용할 수가 없고, 오직 중국어로 된 사이트만 이용이 가능하다. 중국인만 이용하는 숙소는 저렴하지만, 외국인은 통상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 내몽고를 간다면 따뜻한 침낭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전거용 마스크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필수품이다.
중국에서 몽골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차량에 탑승해서 통과해야 한다. 축구는 중국에서도 몽고에서도 친구를 사귀는 데는 매우 유용하다. 3일을 현지인 친구와 함께하면서 사막 여행을 준비하게 된 것도 축구 덕분이다. 사막에서 위험한 것은 국지성 소나기와 들개떼다. 그리고 가장 멋진 장관은 밤하늘의 별이다.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나는 나를 극복한 순간 칭기즈칸이 되었다."(칭기즈칸)
울란바토르에는 칭기즈칸 동상이 있다. 그의 동상을 보며 그가 남긴 명언을 음미해 본다.
☞고비사막에서는 들짐승의 습격에 대비한 호신용품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수구는 자전거 여행자에게 있어 비를 피할 수 있는 중요한 대피소다. 몽골인의 초대에 대비해 아이를 위한 과자 선물을 준비하자.
몽골에서 러시아로 넘어갈 때도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검문은 몽골에서보다는 간단하다. 국경을 넘는 날에는 국경도시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 국경을 넘느라 소요된 시간 탓에 자전거를 오래 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울란우데에서 바이칼호가 있는 이르쿠츠크까지는 500km가 넘는다. 버킷리스트였던 바이칼 호수에 발 담그기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호수가 이끼 때문에 생각보다 맑지 않았던 것이다. 이르쿠츠크를 출발해서 시베리아 벌판을 1,000km 달린 후에야 크라스노야르스크에 도착한다. 카우치 서핑(현지인은 여행자들을 위해 자신의 카우치를 제공하고 여행자들은 이들이 제공하는 카우치에 머무르는 일종의 인터넷 여행자 커뮤니티다.)에 성공한 나는 호스트인 디마와 그리고 그의 친구들과 잊지 못할 야간 라이딩을 했다. 광활한 시베리아 버판은 지루함 그 자체다. 시베리아의 수도인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엄격한 채식주의인 비건 생활을 하는 디마의 친구 로만의 집에 머무른다.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우랄산맥을 넘어 카자흐스탄의 우랄스크를 거쳐 다시 러시아로 들어갔다. 그리고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샹트페테르부르크를 거치면서 러시아 여정을 마친다. 러시아는 가장 오랜 시간(90일 7,500km) 동안 머물렀던 곳으로 이야깃거리도 많고 정도 많이 들었던 곳이다. ☞한러상호협정조약에 따라 180일 중 90일 동안 여행할 수 있다. 처음에 60일을 채우고, 러시아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30일을 더 체류할 수 있다. 러시아 입국 후 3일 이내에 숙소에서 거주지 등록을 해야 된다고 한다.
에스토니아에서는 눈 때문에 고생을 겪은 탓에 멘탈이 흔들렸다. 탈린에서 3일 동안 지내면서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라트비아에서는 처음으로 할로윈 문화를 경험했다. 선물을 준비 못해 아이들로부터 밀가루 세례를 받았다. 에스토니아만큼이나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역시 눈이 많이 내렸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앞의 두 나라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전통음식(전통 과자 샤코티스)을 먹을 수 있었다. ☞세 나라를 합쳐도 주행거리가 400km를 넘질 않기 때문에 심카드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다.
폴란드의 아우구스토브에서 비얄리스토브까지 가는 길에서는 추위와 눈에 지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서 바르샤바까지는 기차로 이동했다. ☞폴란드는 EU국가임에도 자국의 화폐를 사용하고 있으며, 물가가 아주 저렴하다. 특히 심카드의 가격은 정말 저렴하다. 그리고 폴란드를 자전거로 여행할 때의 필수품은 랜턴이다.
체코에서 만난 풍경은 흡사 스위스를 연상시킬 정도로 아름다웠다.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프라하도 길이 돌로 포장되어 있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돌이 많이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런닝을 할 때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뉘른베르크는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독일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옛 친구를 만나다 보니 독일의 젊은이들 사이에 채식주의가 유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뉘른베르크의 진저쿠키는 독일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것으로, 선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겨울철 아침길은 얼어 있는 서리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독일의 겨울에는 해가 떠 있는 시간이 채 9시간이 되지 않는다. 100km 정도가 가장 적당한 거리다. 라인강은 강물의 온도가 항상 0도 이상이므로 라인강 주변은 다른 지역보다 따뜻하다.
네덜란드는 자전거수가 인구수보다 많다고 할 정도로 자전거 이용이 활발하다. ☞네덜란드는 자전거가 많은 만큼 교통질서를 잘 준수해야 한다. 그리고 자전거수만큼이나 자전거 도둑들도 많다고 한다.
드디어 이번 자전거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영국이다. 북 런던에서 옥스퍼드까지 가는 길에는 운하가 있는데, 운하에 정박해 있는 배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런던의 집값보다 배값이 저렴해서 배를 집으로 삼는 하우스배가 이곳뿐만 아니라 템즈강에도 많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웜샤워 호스트인 사이몬의 기고에 따라 BBC와 인터뷰를 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이로써 235일 17,190km의 자전거 여행은 막을 내린다. 자전거로 여행하는 동안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 한다. 사람, 자연, 감사, 도전, 인정, 위로, 격려 등☞영국은 왼쪽 주행을 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영국은 운하가 발달했지만, 도로는 사정이 좋지 않다. 특히 운하 옆길은 진흙길이라 자전거 타기가 만만치 않다.
카약 캬라반 - 다뉴브 강을 종주하다
자전거와는 달리 카약 여행은 동반자가 있다. 캐나다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죽마고우와 함께 떠난다. 여행 계획은 간단했다. 다뉴브강에 카약을 띄워 강물을 따라 흑해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숙박은 텐트를 이용한 야영이다. 자전거 여행을 보면서 상상했던 것과 달리 카약 여행은 몹시 힘들었다. 하루에 50km 이상 가는 것도 버거웠다.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울름으로 가서 카약이 배송되어 오기를 기다린다. 울름을 벗어나자 첫 번째 보이는 관문은 '댐'이었다. 다뉴브강에는 댐이 많다. 처음엔 댐을 열지 못해 카약을 들고 옮겼지만, 댐을 여는 방법을 익히고 나서는 댐을 편하게 지나갈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의 댐은 독일의 댐보다 훨씬 크다.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댐 안으로 들어갔다가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에서 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댐 1km 전에 있는 수화기를 통해 관리인에게 연락을 취해야 한다.
슬로바키아에는 미인들이 정말 많다. 영화 속 주인공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슬로바키아가 아주 자유분방한 나라라는 생각을 할 만한 광경을 목격하기도 한다. ☞슬로바키아의 다뉴브강은 올드 다뉴브와 뉴 다뉴브로 나뉜다. 카약을 비롯한 소형 선박은 뉴 다뉴브에서 올드 다뉴브로 옮겨 타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카약용 트레일러다.
헝가리는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다. 유로 대신 독립된 화폐를 사용하는 나라는 물가 문제 탓인데, 헝가리는 그런 문제가 없음에도 고유 화폐를 사용하는 특이한 나라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에서는 길가에 과일나무가 가로수처럼 심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주인이 없는 것이므로 신선한 과일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세르비아에서 카약을 타려면 세일링 면허를 받아야 한다고 검문소에서 안내해 준다. 나중에 들으니 세일링 면허가 없어도 카약 여행이 가능한 방법이 있었다. 헝가리에서 인도를 통해 크로아티아로 간 후에 세르비아로 넘어오면 면허가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세르비아에서 카약 여행을 하자마자 크로아티아 경찰이 나타나 자기 나라 영역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르비아 영역인 캠핑장에는 크로아티아 사람들로 가득했다. ☞세르비아 암벽지역은 파도가 세다. 강 중앙보다는 가장자리에서 타는 것을 추천한다. 전복되더라도 쉽게 강기슭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나라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다. 불가리아의 평균 임금은 월 120유로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영국이나 독일처럼 잘 사는 나라로 이민을 간다고 한다. 루세에 도착한 후에는 카약을 팔고 루마니아의 부크레스트로 갔다. 비록 카약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기차를 타고 최종 목적지인 흑해에 도착함으로써 마침내 다뉴브강에서의 카약 여행을 마치게 된다.
After
이 책의 문체는 독특하다. 1부라고 할 수 있는 자전거편에서는 '~거야', '~어', '~지'와 같은 비격식체 종결어미를 쓰는 등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듯한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한편 2부 카약편에서는 '~다'와 같은 일반적인 격식체 종결어미로 문장을 처리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저자의 숨은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읽은 여행기 중에 내 기억으로 이런 평어체를 사용한 여행기는 처음이다. 젊은이 특유의 독특한 개성이라고 이해하도록 하겠다.
여행기를 읽다 보면 마치 저자와 같은 일행이 되어 함께 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이게 내가 여행기를 읽는 주된 이유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젊은 패기와 용기로 자신의 목표를 완수해낸 저자에게 갈채와 함께 부러움의 시선을 보낸다. 나 역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건강과 체력을 준비해서 규모와 상관없이 저자처럼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