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이 책의 표지를 얼핏 보면 디자인이나 질감에서 수험 서적이 연상된다. 근래 발간되는 책들이 세련된 디자인을 통해 젊은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성인용 도서인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제로 제시한 '왕초보도 100% 성공한다.'라는 문구는 매력적이다. 얼른 읽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투자금이 동이 난 현실을 잊고자, 최근 부동산 독서 삼매경에 빠져 살고 있다. 그 중에 경매 관련 책도 몇 권은 포함되어 있다. 사례와 이론이 곁들여져 있어 여러 번 읽다 보니 조금씩 개념이 잡힐 것 같은 착각이 생긴다. 하지만 실전 경험이 없다 보니 여전히 경매는 나같은 초보에게는 어려운 경이의 세계다. '한 번만 읽어도 저절로 알게 되는 실전 경매 2,000건의 노하우 공개'라는 저자의 말을 믿고 다시 한 번 경매의 세계로 뛰어들어 가볼까?

Reading

이 책의 처음은 법원경매의 개념과 기본 절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초보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 경매의 종류와 이점 그리고 경매 절차와 방법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야기해 줌으로써 경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보자들이 경매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2부에서는 경매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언급하고 있다. 입찰에 참여할 때 필요한 준비에 대한 안내와 서류작성법 그리고 물권과 채권 그리고 경매와 공매의 차이점까지 두루 설명하고 있어 입찰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듯하다.

경매를 하게 된다면, 대부분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에 입찰하게 될 것이다. 주택을 입찰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권리 관계 분석과 점유하고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일이다. 초보자로서는 권리분석부터 명도까지 전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다양한 상황을 기초부터 난이도 있는 사례까지 문항별로 정리하여 해석하여 주고 있다.

부동산 투자를 하는 이들의 로망 중에 하나가 임대 수입을 고정적으로 안겨주는 '듬직한 상가'를 낙찰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상가는 칵테일 잔 속의 와인처럼 달콤하게 보이긴 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독배가 될 수도 있어 여간한 고수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상가에 대해서는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진 않다. 상가를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는 이유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고수들보다는 초보들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권리분석'은 경매의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행위가 아닐까? 아무리 좋은 물건도 잘못된 권리분석으로 인해 커다란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좋은 물건을 싸게 산다는 '경매'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 관련 사이트에 가면 물건별로 권리분석을 상세히 해 주는 서비스가 있지만,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기에 입찰하는 본인이 꼼꼼하게 살피는 과정을 생략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여러 경우를 사례로 제시하여 각각에 대해 권리분석을 해 주고 있어 이를 기본으로 꾸준히 응용해 본다면 권리분석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

경매를 하는 사람에게 있어 가장 긴장되게 하면서도 기쁜 순간을 꼽으라면 '명도'일 것이다. 경매의 꽃은 '명도'라고 하는 이야기를 지금까지 여러 책에서 봤다. 그만큼 어렵고 힘들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명도'라 할 것이다. '명도'를 잘 해내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 경매 전체의 성패가 달려 있으며, 이를 통해 경매의 초보와 고수가 가름된다.

After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여유 시간이 있으면 무턱대고 경매법정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해 본다. 가서 일단 부딪쳐 보는 것이다. 현장의 열기도 느껴보고, 입찰자들의 긴장감도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경매학 박사가 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매에 목매달 필요도 없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는 속에 짜릿함도 희열도 있을 것이다.
은퇴 후에 산으로 들로 다니며 건강 관리에도 노력해야겠지만, 가끔은 법원을 찾아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굳이 낙찰을 받지 않더라도  뜨거운 삶의 현장을 찾다 보면 자연스레 회춘하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