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일상 탈출을 누구든 꿈꾼다. 그것이 일탈이든 여행이든 상관 없이 말이다. 단지 그 이후의 생활. 정확히 말하면 생계가 걱정되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가끔 외국의 젊은이가 무작정 세계 일주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모험담처럼 들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왜 외국의 젊은이들처럼 그렇게 즐기고 누리지를 못하는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젊은이들이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고 한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할 스펙 쌓기에 모든 정열을 쏟아 부어야 했을까? 우리 사회 특유의 옥죄는 문화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자기만의 길을 가지 못하게 줄을 세우거나 비교를 통한 우열가르기 등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의 개성을 빼앗고, 비슷비슷한 성형 미인들처럼 정형화시킨 것은 아닌지. 기성 세대의 일원으로서 그들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언젠가 나에게도 한 번은 꿈꾸듯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Reading
"일본은 외로운 도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모르는 그곳은 새로운 세상에 발을 내디딘 듯 신선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두려움은 점차 사라지고 온몸을 감싸는 신선함과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희열에 넘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새로운 꿈을 꾸기에도 좋은 곳이다. 나이도 성별도 그리고 그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도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한국은 지금 여행으로 일본을 소비하는 듯하다. 곧 그 젊음들은 일본에서의 생활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편집자의 편지' 中에서)

이 책은 공부하며 일하며 일본에 산다는 것(Study & Work in Japan), 사랑하며 일본에 산다는 것(Love in Japan), 일본에서 산다는 것(Life in Japan), 변주(Playing a variation)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중 한 사람인 단미에 의하면 "열 여섯 명의 꿈이 모인 은하수 같은 책"이란다. 이 책은 오랜 용기 끝에 결정한 일본에서의 생활을 열 여섯 명의 다양한 목소리로 들려주려 한 것이다.

■ 공부하며 일하며 일본에 산다는 것(Study & Work in Japan)
전직 프리랜서 기자 출신의 나무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일본어학교에 입학을 해서 지금은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면서 자유를 누리며 일본에서 5년을 지내고 있다.
소설가를 지망하는 단미는 4년의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일본 생활을 만끽하게 되었다.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데, 그 '준비'란 '노력이란다. 교토 인근에 있는 오츠시의 '비와코 밸리'를 추천 여행지로 꼽았다. 4년간의 일본 생활을 단적으로 표현하면 '화양연화(花樣年華)-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였다고 말한다.
부친의 강권으로 상업고에 진학한 양진옥은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일본에 유학 중이던 친구를 만난 걸 계기로 영어권 유학에서 일본 유학으로 진로를 바꾸게 되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본 것이 일본어 공부에 더욱 노력하는 계기가 된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밀라노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에 관광전문학교에 진학한 것이다. 이후 직장 생활 중에 비즈니스 일본어의 필요성을 느낀다. 일본인 남편과 결혼 후에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딛고 현재는 관리직 후보로 근무하고 있다.
7년 전 일본 여자와 결혼한 류일현은 아내의 의사에 따라 일본행을 결심하고 31세의 나이에 취업을 위한 10개월 과정에 등록한다. 첫 취업 직장은 회사의 철수로 전직을 해야 했다. 일본의 전직 시장은 프로선수들처럼 에이전트를 통해 이루어지는 게 대부분이란다. 에이전트에게 연봉의 10%에서 20%까지 소개비를 지불한다. 조용하고 소극적일 것 같은 일본인들 중에는 의외로 뜨겁고 적극적인 사람들이 많았단다. 전직한 모바일 게임회사의 젊은 사장이 바로 그런 모습의 소유자였단다. 좌충우돌의 시련기를 겪다가 결혼 후 5년만에 낳은 딸의 양육을 위해 다시 전직을 결심하여 무역회사로 옮겨 한결 여유로운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이장호는 오사카 여행 중 우연히 들른 이자카야의 여자 사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일본생활을 결심한다.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와서 구직 장벽에 부딪힌다. 바이토루(bitoru.com)를 이용해 보았지만, 이 역시 도움이 되질 않는다. 취업난 속에 일본인의 오세지(빈말)를 깨달으면서 이후 일본생활에 도움이 되었단다. 천신만고 끝에 배우 권상우의 도움(?)으로 료칸에서 일하게 된다. 이후 료칸에서의 경험을 살려 료칸전문 여행사를 운영 중이다.
유정래는 17년째 일본생활을 하면서 얻은 것 중 제일은 아이키도(합기도)와의 만남이란다. 중졸 학력이 전부였는데, 아이키도로 인해 대학과 대학원을 다닐 수 있었단다. 그리고 아이키도를 하면서 정기도를 고안하여 건강을 되찾았단다. 좌골신경통을 앓던 중에 그 치료를 위해 정기도를 고안하게 된 것이다.
무얼 해도 금방 그만두곤 하던 이상구는 왠지 음악이 좋았다. 군대 전역 후 회사 생활을 하다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7살의 나이로 음악공부를 위해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그가 일본 사람에 대해 느낀 것 중 첫 번째는 일본 사람들은 줄 서는 것을 참 잘한단다. 그 밖에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는 전화를 안 받는 것, 쓰레기를 버리거나 침을 뱉지 않는 것, 중고 매장을 잘 이용하고 인사를 잘 하는 것 등이 일본 사람의 특성이라고 느꼈단다.
한국에서는 꼴통이었던 임경원은 40세의 나이로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던 해에 일본행을 결심한다.  일본어학교 2년을 거쳐 지금은 전문학교에서 가방디자인 공부 중이다. 도쿄에 오기 전 인생은 절망이었지만, 도쿄에 와서는 모두 희망이 되었단다. 도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으며,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방법을 알려준단다.
유아영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는 것으로 일본 생활을 시작한다. 오사카 사람 특유의 쾌활한 성격 때문에 친하게 지냈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인 마이코상과는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다양한 손님들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었단다. 자전거 타기와 수영은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 되었단다. 우리나라보다 음식 맛이 조금 더 짜지만, 일본 음식들은 너무 맛있고 사랑스럽단다. 워킹홀리데이의 장점은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란다. 후쿠오카, 오키나와, 도쿄 등을 다녔다. 이와 관련해서 시작된 꿈은 '여행설계사'다. 그리고 작가의 꿈도 아직 진행 중이란다.
◆ 상미기한 - 장기 보존이 가능한 통조림 등에 표시된 기한으로, 기간 내에 먹어야 본래의 맛이 유지되어 맛있다.
◆ 소비기한 - 주로 단기보존만이 가능한 회, 도시락 등에 표시되어 있으며, 주로 5일 이내에 상하는 음식들이다.

■ 사랑하며 일본에 산다는 것(Love in Japan)
유일하게 성취감을 느꼈던 것이 일본어 공부였다는 한아름. 12년째 도쿄에서 생활하고 있다. 5살 연하의 스웨덴 남편을 만나 결혼, 새롭게 일본 생활을 시작한다. '자립'에는 '책임감'이 따른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작지만 긴장과 스트레스를 느끼는 도쿄에서의 생활이 서로에게 발전을 가져왔고 성숙한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단다.
스물 여섯 살에 일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던 이장호는 료칸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자주 놀러 가던 야키토리야(닭꼬치 가게)가 있었단다. 거기에서 동갑내기 여자아이 히로코를 만난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인연은 어느새 활활 타오른다. 그녀의 청혼에도 불구하고, 취업비자를 받아 떳떳하게 응하기 위해 미루었다. 료칸 영업이 잘 된 탓에 취업비자를 받고 나서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려 했다. 그러난 그녀는 이별을 통보한다. 일본에는 '넷시야스꾸 시메야스(빨리 타오른 만큼 빨리 식는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를 새기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단다.  그리고 히로코와의 추억은 영원히 한편에 간직하게 되었다고 한다.
같은 회사의 직원이었던 일본인 연하 남편을 만나 결혼한 지 3년이 된 최나영.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지인 쇼난에 살고 있다. 관광지라서 가까운 곳에 슈퍼가 없어 자전거를 이용해 다닌단다. 시어머니와 남편과 함께 살면서 느끼는 문화 충격은 주로 '음식' 때문이었다. 열심히 배워서 한국과 요리 모두를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단다. '일본의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보다는 '한국의 최첨단 IT 기술'이 더 좋아 한국으로 와서 아이를 출산했다. 아들을 키울 때 중요한 것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아이가 건강한 정신으로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단다.
김은정은 영국 런던에서 젊은 날의 도전을 시작했다. 영국의 호텔학교에 등록하여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일본으로 취직하여 가게 되었다. 불현듯 영국이 다시 그리워 방문했다가 지하철 안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된다. 결혼 후 신혼생활은 교토에서 시작한다. 아이가 태어난 지 10개월째엔 시댁에서 독립하여 사가현에 있는 전원주택으로 이주한다. 사가현은 일본에서 세 번째로 출산율이 높단다. 그만큼 젊은 세대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걸 나타낸다. 근처의 비와코 호수의 자전거 일주도, 비와코 밸리의 스키장도 모두 유명한 관광지다. 11년의 결혼 생활도 자상한 남편 덕분에 행복하게 유지되고 있단다.
우유미는 방송 작가 생활이 지겨워지던 어느날 남편의 제안으로 일본에서의 결혼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일본어가 서툴러서 불편하긴 하지만, 타인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일본인들인 데다가 촘촘한 인간관계에서  벗어남으로써 자유로움을 느낀단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엄마들과 어울리면서 실전 일본어를 익히게 되었다. 일본 엄마들의 능숙하고 여유로운 여유법과 한국에서 '맘충'이라 불리울 정도로 남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육아법이 비교가 된단다. 한국과 일본은 속도감의 차이가 있단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느릿느릿 산책하듯 걷는다. 작은 것이라도 대를 이은 순환, 인생의 대물림을 가치있게 여기며, 이사도 많이 다니지 않고 어릴 적 친구와 평생의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이 많단다. 그리고 일본의 아이들은 대체로 자립심이 강했단다. 아이들은 자연의 속도에 익숙해지고 존조리(공손히) 자란단다. 저자에 따르면 '존조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부사어란다.

■ 일본에서 산다는 것(Life in Japan)
저자 나무에 따르면 일본은 어정쩡한 나라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선지국의 중간쯤에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우리에 비하면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 더 자유롭단다. 사랑과 결혼에 있엇서도 우리보다 자유롭다. 그리고 나이에 따른 서열 문화도 약해 나이에 덜 민감하다. 나이와 관계 없이 마음이 통하면 친구가 된다. 친절하고 섬세한 일본의 서비스와 개인적 생활에 대해 존중해 주는 문화 등은 일본에 살수록 점점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일본사람의 특징은 '배려'와 '무관심'이라고 한다. 이것들은 다 남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데서 유래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단미는 도쿄에서 가까운 다카오산을 추천한다. 신주쿠에서 1시간 거리로 교통도 편리하고 높이도 적당해서 심신을 달래기 좋은 곳이라 한다. 그리고 등산로 입구에는 소바(메밀국수)집이 있어 식도락도 즐길 수 있단다. 여름에는 야간 산행도 즐겼는데, 시원한 계곡 물소리와 함께 도쿄의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었단다. 또 나가노현에 있는 기리가미네산도 좋단다. 이 산은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산이라기보다는 산책 코스에 가깝단다. 일본엔 해발 3,000m가 넘는 산이 많다. 어느날 갑자기 일본에서 후지산 다음으로 높은 기타다케산(3,193m)을 오르게 되었단다.
임경원은 한류 문화의 열풍을 고객들을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15년 동안 변치 않고 박용하의 팬으로 살아온 할머니 이야기며 빅뱅의 지드래곤을 좋아해서 아들 이름을 지용이라 지었던 엄마까지 일본인들의 한류 사랑의 실체를 볼 수 있었단다. 한류 열기가 많이 식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족 단위로 한류를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 한류 매니아층은 더욱 두터워질 것 같단다.

일본 속의 두 나라 동일본(간토 지역) - 도쿄 사람은 덩치가 작다.   서일본(간사이 지역) - 오사카 사람은 몸집이 크고 하반신이 튼튼하다. 택시 : 오사카-검은색,  도쿄 -컬러풀  음식문화 : 도쿄 - 간장, 오사카-소스 장어 자르는 방법 : 도쿄 -등부터,  오사카- 배부터

■ 변주(Playing a variation)
늦깍이 대학생이었던 황은석은 어느날 일본 연수를 가게 된다. 어린 시절 '포켓몬스터'와 '피카츄'를 좋아했기에 일본어는 낯설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대학 입학 전에 호주에서의 경험으로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단다. 그리고 일본 연수 과정을 통해서는 다양한 일본인 친구들을 사귀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는 중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향후 일본에서 살 계획이란다. 김희진은 엄마의 강요로 초등학교 때 일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수 '보아'의 일본어 구사 능력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고쿠센>이라는 일본 드라마 주인공의 매력에 빠지면서 일본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단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단다. 지금은 통역과 번역 일을 하면서 일본어를 통해 행복을 찾고 있단다.
후쿠기타 아사코는 방학을 이용한 유학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워킹홀리데이로 오게 된다. 당시에는 한국과 일본의 급여 차이가 꽤 있어서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에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단다. 면세점 근무와 번역 업무를 하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이어갔단다. 가장 좋아하는 곳인 인사동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후에 일본으로 돌아갔다. 8년이 지난 후, 독일인 남편의 한국 지사 근무로 다시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되었단다.

After
이 책은 16명의 젊은 청춘이 각자 겪은 일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삶의 목표를 설계하는 내용이다. 저자의 숫자가 다소 많아 글 내용을 전체적으로 파악해서 독자가 자기화 시키는 데 조금 어렵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이거나 아직 확고하게 사회에서 자기 자리를 완벽하게 잡고 있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의 고군분투는 현재진행형이다. 나중에 이들이 좀 더 나이를 먹어서 삶의 경륜을 쌓아 다시 책을 만들어 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는 외국으로 진출한다는 것이 꽤 큰 모험에 속한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언어 소통이 문제다. 언어 장벽을 허물기 위해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정작 제대로 된 일은 해 보지도 못한 채 말이다. 이들과는 또 다른 연령대에 있는 은퇴 세대들 역시 일본 유학을 통한 제2인생 설계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쩌면 나도 은퇴 후에는 팔자에도 없는 유학을 가 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