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엔 그저 맛난 요리 상차림이 가득한 레시피로 되어 있는 책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들에게'로 시작하는 서문부터 감동이었다.
조곤조곤한 따뜻한, 익숙한 다정함이 가득한 책! 그것은 바로 엄마의 내음이었다.
이 땅의 딸들이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엄마의 심정, 착한 책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착한 요리로 나도 살리고 남도 살리자!
맛있는 요리 한상이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착한 재료 고르는 법부터 조리하는 법, 재료 어림하는 법, 다듬기, 썰기, 익히기, 삭히기를 거쳐.. 갈무리하고 소박하게 상 차리는 법까지.. 책은 술술 읽히고 행복을 남긴다.
그러고 보면 요리가 아직은 뭐가 뭔지 감이 오지 않는 나에게 이런 책은 참 필수다. 뭐랄까, 사소한 것을 챙겨주는 엄마의 손길처럼, 따뜻하게 속삭여주는 저자의 글은 참 다정하다.
책을 읽고 난 지금, 저자가 강조하던 착한 요리, 자연의 맛 그대로의 음식들을 금방이라도 한상 차려낼 수 있을 듯한..이 느낌이 정말 좋다.
어렸을 때는 매운 맛, 뜨거운 맛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맵고 뜨거운 불닭, 해물떡찜을 좋아한다.
아이들도 이제는 인생의 맛을 알아가겠지.
달콤하고 고소한 맛뿐 아니라 맵고 뜨거운 맛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짜고 떫은맛에도 서서히 익숙해지리라.
이 맛들이 서로 섞이고 나뉘어져서 인생이 그다지 싱겁지만도 만만치도 않다는 것을 알아가리라. (p.107) |
책은 궁극적으로 인생을 노래한다. 한결같은 따뜻함으로.
결혼이란, 배우자란 꽃게탕처럼 집게발에 손이 물리더라도, 또 그안에 쫄깃한 속살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이 있다.
그러니 그의 반은 내 모습이고 나의 반은 그의 모습이다.
그렇게 나이 들수록 부부는 닮아간다.(p.145)
그러고 보면 요리는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고 인생이다.
어쩌면 인생의 필수요소이고 기본이 되는..요리를
싫어 죽겠다는 마음으로 하는 이가 다른 일에서 흥미를 얻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저자는 동서에게 띄운 편지에서..
국물을 젓거나 죽을 끓일 때 국자를 오른쪽으로 동그랗게 저으면서
'된다, 된다, 모든 게 잘 된다'라고 주문을 외운단다.
아, 이것이야말로 긍정이고 삶에서 기쁨을 찾아내는 아름다운 마음이 아니던가?
문득 그러고 싶다.
존경하는 부모님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미래의 내 아들딸을 위해...
나의 모든 것이 오롯이 담긴 소박한 상을 차려주고 싶은 그런 것 말이다.
그러한 상상만으로도 행복을 한가득 안겨주는 이책의 매력은..
순한 맛과 향, 글로 버무린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