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는 영조 17년(1752) 9월 22일 창경궁 경춘전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여 ‘안 읽은 책이 없을 정도’였다 하며, 천성이 검박하여 화려함을 좋아하지 않았다. 옷은 비단옷보다는 무명옷을 즐겼고, 반찬도 한두 가지 정도에 불과했다. 심지어 사치 풍조를 근절하는 모범을 보이기 위해, 수랏상에도 이지러진 그릇을 사용하게 하였다. 거처는 큰비라도 내리면 새기가 일쑤였다.

거처하는 영춘헌이 낮고 좁아서, 매년 여름철마다 더위를 받는 게 곱절이나 심하다. 게다가 그 들보와 서까래가 낮아서, 큰비라도 한번 지나가면 방구석이 사방으로 새니, 동이와 주전자를 좌우에 늘어놓고 떨어지는 빗물을 받았다. 경연 신하 가운데 서둘러 수리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자, 이렇게 하교하였다.

“한번 새롭게 수리하려고 하면 공사가 매우 커지니, 새는 곳을 따라 보완하는 게 좋겠다.”(일득록)

성품은 그 스스로도 말하듯이, ‘평소 태양증太陽證이 있어서 불의를 보면 그때마다 심사가 뒤틀리고 평정심을 잃어 말과 표정에 드러나는 지경에 이른다’(일득록)고 했다. 특히 아첨하는 것을 지독히 싫어하여 상소문에 아첨하는 말을 쓴 자를 내치기도 하고, 시험 답안지에 아첨하는 내용을 담은 수험생에게는 꼴등을 주도록 하기도 하였다.

또한 자기 자신을 위한 일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심지어 밥을 먹을 때 한 가지 반찬에 젓가락이 가면 그밖에 다른 반찬이 있는 걸 잊기도 하였다. 그러나 백성과 나라에 관한 일에는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집중하여 조금도 소홀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정조는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군주였다.

주상께서 후원에서 꽃을 감상하고 있을 때, 선인膳人(임금의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뜰의 풀이 우거진 곳에 숯을 피우자, 하교하였다.

“그것을 빨리 옮겨라. 생의生意를 머금고 이제 막 푸릇푸릇 자라고 있는데, 어찌 차마 불길 속에 타 죽게 할 수 있겠느냐?”(일득록)

이러한 생명 존중의 마음을 미루어 백성들의 생활에도 많은 관심을 주었다. 마치 부모가 자식 걱정하듯이 백성들을 보살폈으며, 옥사를 판결하는 데도 신중을 기하여 밤잠도 설쳐가며 여러 차례 반복하여 심리한 끝에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백성에게 널리 은혜를 베풀고자 하는 마음은 만천명월주인옹萬千明月主人翁이란 정조의 호에서도 잘 드러난다.

“달은 하나이고, 물의 종류는 만 개이다. 물이 달빛을 받으면, 앞 시내에도 달빛이 비치고, 뒷 시내에도 달빛이 비친다. 그리하여 달과 시내의 수가 같게 되나니, 시내가 만 개면 달 역시 만 개가 된다. 그렇지만 하늘에 있는 달은 진실로 하나뿐이다. … 물은 세상 사람들이요, … 달은 태극이요, 태극은 나다.”(만천명월주인옹자서)

정조의 사후에 신하들은 정종正宗(고종 때 정조로 고침)이란 묘호를 지어 올렸으니, 그 의미는 ‘정도正道로 사람을 복종시켰다는(以正服之)’ 뜻이다. 이처럼 정조의 일생을 한마디로 평가하면 ‘바름(正)’ 한마디로 귀결된다.

이 책을 보면 정조가 일생토록 추구했던 꿈, 즉 백성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학문에 대한 열정, 왕권을 강화하고 나라를 안정시키고자 했던 포부가 잘 나타나 있다. 깊이 있게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