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전에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번재는, 유럽여행에 관한 책들이 많은데, 과연 다른 책들과 어떤 차별화를 두었을까?
두번째는, 아이와 한 여행이니만큼,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으면 어떻하나?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뭐 심심해서 시간을 때워볼까? 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마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작가를 통해서 채워보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특히 여행서는 더욱더 미래의 나에게 작은 부분이나마 정보를 채워주고, 현재의 나에게는 가보고 싶은 곳의 꿈을 버리지 않고 더욱 부풀게 해줄 수 있다.
못 말리는 일곱살, 유럽 배낭여행을 가다.... 의 주인공 은채는 정말 복받은 아이다.
지금의 이 나이가 되도록(사실 나 이런 말할 자격이 이미 주어졌다.), 가본 곳이라곤 아시아가 전부이니... 대학시절 유럽여행의 기회를 코 앞에 두고, 접었던 그 시간이 후회가 많이 된다. 같이 가려던 친구는 결국 오빠와 함께 어색한 여행이었다고는 하나, 여행지의 사진이며 경험담을 듣는 내게는 부러움만 가득했었다. 그래서 유럽여행에 관한 책이라면 자주 읽어보곤 했다. 직장 다니면서는 유럽 바이어들에게 구매상담을 위해 가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지만, 이것 또한 전시회해서 이뤄지는 번번한 미팅때문에 이뤄지지 않았다. 알아서 찾아오니 갈 수가 없잖아~
은채와 엄마의 유럽 배낭여행.
은채 뿐만 아니라 엄마도 이번이 여섯 번째 배낭여행이다. 굉장하다. 물론 작가의 여행에 대한 갈망이 이러한 결과를 낳은 것이지만, 역시 부럽다. 이 책을 보면서, 작가가 지니고 있는 엄마의 태도가 맘에 들었다. 요즘 대부분의 엄마들은 아이들을 떠 받들듯 키운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런 지혜로운(내 기준에서) 엄마의 딸이니, 일곱살이지만 의젓하고 보기 좋았다. 처음부분을 읽으면서 아직도 내겐 먼 미래인 이 상황에 공감이 덜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고, 사고를 넓게 해주기 위한 여행임과 동시에, 엄마가 아닌 본인의 현재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다시 새로운 미래의 꿈을 향해 달려가려는 결의도 보여준다. 작가는 나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살아왔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들도 해봤다. 그로 인해 뿜어져나온 이야기들이 내 마음을 두드린다.
그 중에서도, 꿈에 대한 이야기들이 정말 좋았다.
선택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 절대 도전 앞에서 꿈 앞에서 등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실패하든 성공을 하든 두 번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세 번째 문이 나오는데,
두 번째 문을 열지 않은 사람에겐 세 번째 문을 절대 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열어볼 기회도 얻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앙드레 말로의 말...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
이 부분이 내가 가장 깊게 공감한 부분이다. 지금 내 현재 삶의 상태에서 꼭 필요한 말을 들은 것 같다.
이 책은 유럽여행의 여행서라기 보다는 엄마와 딸의 사랑에 대한, 그리고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 같다. 그래서 다른 여행서를 제쳐두고 이 책을 선택할 수 있는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게다가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아이와 함께 유럽여행을 꿈 꿔볼 수 있는 기회도 선사한다. 이런 면을 염두해 두고, 괜찮은 여행서를 찾고 있는 블로거라면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