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들은 복음서를 경청했다. 그리고 여전히 계속하여 그들의 옛 신들을 믿었다.
베트남은 어느것 하나 버리지 않은 채 다 간직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영원 속에서 한데 뒤섞였다.
존재들은 논 위를 불로 지나가는 바람처럼 지나갔다. 논에 심어놓은 벼가 그 즐거운 푸른색으로 허리를 굽혔다.
짧은 문장들의 연속이지만, 그 느낌은 긴 여운을 남겨준다.
그 문장들속에서 베트남의 아름다운 모습과 프랑스 선교사들의 여정을 눈으로 보는 듯했다.
책 속에 펼쳐지는 푸르른 논과 밭과 수풀속과 뜨거운 햇빛과 습기와 벌레들과 땀들... 그리고 책 표지에 있는 베트남의 모습.
폐왕이 된 섭정공 우옌 안은 베트남의 어린 황제를 프랑스에 보내어 군대와 선교사들을 통해 하나님의 왕국을 회복해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나 루이 16세는 그 청을 거절하고, 어린 황제는 고독속에서 죽어 프랑스 궁궐 뒤 작은 묘지에 묻힌다.
피에르 피뇨 드 브레엔느라는 주교는 어린 칸을 불쌍히 여기고, 선교사들과 용병들을 모아 18세기 베트남으로 보낸다.
그들은 1년이 넘게 걸려서 사이공에 도착하지만, 선교사들과 용병들은 서로의 목적을 향해 떨어지게 된다.
프랑스 선교사들은 농사꾼들을 도와 일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용병들은 힘으로 베트남 사람들을 정복하려 했으나 모두 학살당하고 만다.
선교사들은 그들의 말을 배우고, 교리문답을 전하는데 열성을 보이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으려하면서도 그들의 신을 놓지 않는다.
그때 회의를 느낀 도미니크 수도사는 까트린느 수녀와 미셸 수도사와 함께 다른 베트남 사람들에게로 떠나고, 나머지 선교사들은 이 곳에 머문다.
세 선교사들은 베트남의 습기와 열기속에서 무력한 자신들의 존재를 느끼게 되고 결국 도미니크 수도사와 까트린느 수녀만이 콩 라이 마을을 찾게 된다. 둘은 이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려 하지만, 외로움과 고독함의 내면으로 빠져들게 되고 결국 하나님의 말씀들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계절은 바뀌고, 우기가 찾아오고 그들의 오두막집은 계속되는 빗속에 무너져내리고, 까트린느 수녀는 오한을 느끼면서 몸을 떨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또다시 동료를 잃을까봐 불안한 도미니크 수도사는 결국 넘어서는 안될 그 선을 넘고 만다.
과연 이 소설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하는 것일까.
자연앞에서 자신들의 사명을 놓아버린 두 남녀의 순결한 사랑? 글쎄... 얇은 책이지만, 깊이감은 상반되고 있다.
지금은 눈만 돌리면 주위에 교회가 보이지만, 예전에는 분명 선교사님들의 선교를 방해하는 고통과 박해가 심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선교사들의 순교가 지금의 교회들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베트남의 우옌 안은 선교사들의 파견을 요청했지만 결국 그들을 모두 죽여버렸다. 이것은 초기 선교활동의 결과일 것이다.
지금도 베트남은 기독교 국가는 아니다. 내 생각이지만, 하나님의 사명을 갖고 일하는 선교사들에게는 여전히 다다를 수 없는 나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