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미스터 브룩스'나 '아이덴티티' 이 두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이 책을 읽고 '우와~ 상상력 끝내준다, 기발하다'를 연발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에 하나로 이 책을 적어놨을 것이다.

근데, 아쉽게도 위 두 영화에서 그 느낌을 이미 경험했다. 원래 경험하면 할수록 그 감동이 줄어드는것은 이치이다.

'다중인격장애' .... [유모차를 사랑한 남자] 에서 다중인격장애에 대한 사례를 읽은적이 있다.

이 장애는 한 인격체에 한개 혹은 여러개의 다른 인격이 존재하는 것으로 본인이 그 인격들을 인지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 제롬 앙귀스트는 그의 다른 인격체를 알지 못하는 설정이다.

놀랍지 않은가? 내 안에 다른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사실 놀라운 정도가 아니라 끔찍하고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야기는 한 남자(제롬 앙귀스트)가 출장을 가기 위해 공항에 왔는데, 아무이유없이 비행기 출발이 지연된다.

그때마침 한 남자(텍스트로 텍셀)가 다가와 궤변을 늘어놓는다.

이 낯선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겪어왔던 이야기를 제롬에게 말하면서 한 여자를 강간하고 살인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말은 뉘우치고 있다고 하지만 강간과 살인에 희열을 느끼는 정신병자같은 그...

근데, 그가 죽인 여자가 바로 제롬의 부인이었고, 오늘이 그녀가 죽은지 10년이 된 날이라는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럼 이 남자는 이미 나를 알고 찾아온건인가?

너무나도 치밀하게 모든것을 알고 있고, 모든 상황을 지배해버린 이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제롬을 찾아온 것이다. 제롬은 그가 누구인지 밝혀내고, 그를 죽일 수 있을까?

뻥뻥터지는 반전에 다중인격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 책은 최고의 책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상상속의 세상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이야기..

그러나 이 지구상에는 이러한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혹시, 나도 내 안의 다른 인격체를 모르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뭔가 일을 저질렀는데, 난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짝 흥분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ㅋㅋㅋㅋ

이 책 재미있다.

 

원래 아멜리 노통브의 책을 잘 읽지 않지만, 책 커버 그녀의 사진은 그녀의 작품들과 닮은것 같다.

불면의 밤에 찾아드는 자실의 유혹에 대한 대결수단으로 글을 쓴다는 그녀..

글쓰기의 고통 중에서도 '이 아기 때문에 내가 입덧을 하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는 그녀.

이 책 덕분에 그녀의 다른 책들을 들춰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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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궁금한것 한가지,

이 책에서도, 미스터 브룩스에서도, 아이덴티티에서도 살아남은 다른 인격체는 왜 본인과 전혀다른 성격을 갖고 있을까?

인격체가 둘일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더 많은 인격이 존재한다면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과연 그 인격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나? 아니면 그 인격들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약, 강한 인격체가 선한 인격(즉 본인의 본모습)를 지배해버리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아, 너무나도 궁금하다.

다른 책들을 살펴봐야겠다.

모두 조금씩 흘러간다. 어딘가로 향해서...

 

 

화가 남편과 살고 있는 '나' 세이는 초등학교 양호교사다. 남쪽 섬에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은 섬을 닮아 조용하기만 하다.

열정적이지는 않지만, 조심스럽게 서로를 사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도쿄에서 젊은 음악선생님 '이사와 사토시' 가 등장한다.

섬 사람들은 한가족 같이 함께 웃고, 즐긴다. 그 물에 기름같이 이사와가 움직이지만 그도 조금씩 섬사람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이사와가 스며드는 것은 단지 섬 사람들에게만이 아니라, 세이의 가슴속에도 조심히 차오르는데...

 

글쎄... 여기서 세이와 남편의 관계도 참으로 알쏭달쏭하다. 희미한 끈으로 연결된 느낌이었다. 부부임에도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때문이었을까?

함께 사는 동거인이란 느낌때문이었는지, 세이가 이사와를 바라보는 느낌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어쩌면 세이는 이사와하고 더욱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를 열정적인 여자, 자신의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내게끔 북돋아줄 수 있는 여자로 만들어 줄 남자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이란 장벽은 역시나 높다. 세이는 이사와를 그냥 놓아주고 만다. 아니 어찌해본것도 없지만 서로의 마음속의 감정은 충분히 통했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세이만이 아니라 이사와 역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결국 이사와는 떠나고, 세이에게는 그의 물건이 남아있다.

 

작은 섬에 너무나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모든 인물들의 마음은 다 비밀스럽다.

채굴장으로... 터널을 파나갈때 제일 끝에 있는 지점이 채굴장이라고 한다. 비밀이 가득한 곳... 그곳은 채굴장이 아니었을까.

 

무언의 아쉬움이 가득 남는 소설이다.

이노우에 아레노의 다른 소설도 들여다 보고 싶다. 그 속에는 어떤 비밀들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다.

이 소설 한마디로 재미있다. 느닷없이 깔깔깔깔 웃을 수도 있고, 형광등처럼 껌벅거리다 웃음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굉장히 일본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항상 조연으로도 등극하지 못하는 주인공 나와, 항상 주연의 자리를 독차지하는 그녀.

그녀에게 새롭고, 흥미롭고, 행운으로 가득한 일들은, 그에게는 황당하고, 고통스럽고, 일생에 단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일들로 다가온다.

그러나, 사랑을 쟁취하려는 그의 노력은 그녀의 마음에 햇쌀과 영양분으로 조금씩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대학시절의 풋풋한 사랑이야기... 근데, 과연 사랑이야기지만 환타스틱하기 이를데 없다.

밤의 거리에서도, 헌책 시장에서도, 대학 축제에서도, 크리스마스 주간의 독감소동에서도...

조금씩 조금씩 좁혀지는 우리의 두 주인공들의 인연. 결국 그들은 한 커피숍에서 만나기에 이르는데.....

 

"이렇게 만난 것도 어떤 인연"

 

말 그대로, 그 인연을 만나기 위해 책 속으로 빠져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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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책을 읽으면서 대학시절이 마구마구 생각났다.

갑자기 쏟아지는 자유와 신기한 새로운 경험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감정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과의 조우를 위해 한번쯤은 얼토당토하지 않은 경험들을 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랬다.

늦은 밤 학교앞 술집들을 배회해보고, 동아리에서 종일 비벼보기도 하고, 축제때 솜씨 없는 요리도 해보고, 친구들을 동원에 레이다망을 펼쳐보기도 하고.. 결국 결실을 맺진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다 아름다운(?) 추억들이다. 그때 그 시절에만 가능했던.. 소중한 추억들.

혹시, 나를 찾기위해 애태웠던 주인공 같은 선배가 있었을까? 눈치 못채고 그녀처럼 행동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불현듯 드는것이..

ㅋㅋㅋ 암튼, 즐거운 그 시절로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