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장영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죽음이후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역사속으로 살아질때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장영희 선생님은 2006년 내가 큰 일을 겪은 후 알게 된 작가다.
그 당시 나는 수술을 하고 회복중이었지만, 지나가는 시간이 억만년같게만 느껴졌었다.
그때 장영희 선생님의 [내 생애 단 한번]이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고, 그 책 속에서 나는 다시 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모든 불행이 내게만 일어난것 같고, 과연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하는 불안감속에 있던 내게 장영희 선생님이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 주신것이다. 하루도 평범할 수 없었던 선생님의 삶(물론 이 책에서도 선생님은 당신의 모습을 남들과 똑같다고 생각하신다. 이 모든
것이 내게는 희망이었다.)이라 생각했던 내게 행복이 무엇인지, 희망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를 주셨다.
그 후로 장 선생님의 글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언제나 가까이에 두었던 나였기에 선생님의 죽음은 믿고 싶지 않았었다.
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에필로그 부분을 읽으면서 가슴이 떨렸다.
유방암을 극복하셨던 선생님께 또다시 병마가 찾아들고, 항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중일때의 그 모습과 심정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도 병원 신세를 져봤기 때문에 그 고통을 그 답답함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한 글에는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은 게으르게 살았고,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한다고 하셨지만, 선생님만큼 삶을 열정적으로 노력하면서 산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면 난, 그렇게 살지 못했을 것이다.
선생님의 유작이 된 이 책은 선생님을 너무나 닮았다. 내용도 그렇고, 삽화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다.
일기같은 형식의 한 편, 한 편의 이야기가 기쁨을 주고, 웃음을 주고, 울음을 주고, 생각을 준다.
과연 나였으면 이렇게 했을까? 혹은,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면 되겠구나... 하는 그런 생각말이다.
솔직히 난 우리나라 작가들의 글을 잘 읽지 않는다. 왜일까? 확실하게 답할 수는 없지만 한국영화를 잘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마음을 흔들어주고, 물도 주고, 햇빛도 주는 이야기들은 읽지 않으려해도 찾아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괜찮아' 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괜찮아' 라는 말이 더 좋은 의미로 다가왔다. 나에게도 언제나 위로가 되는 괜찮다는 말...
쉽게 말할수도 있지만, 어렵게 나올 때도 있는 ... 괜찮아... 누군가에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말...
한 참 동안이나 가슴이 뭉클뭉클했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이 글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내가 장영희 선생님을 알았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
직접 이 마음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아마 하늘나라에서 나의 마음을 기쁘게 받으셨을거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