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순전히 작가때문에 고른 책이다.
나에게 심리묘사란 바로 이런거야! 하고 가르쳐준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그는 '모르는 여인으로부터의 편지' 와 '일급비밀' 이 두 작품으로 나를 완전히 매료시킨, 내가 좋아하는 작가중에 손꼽히는 사람이다.
내가 그를 알게 된것, 몇 년전에 읽은 나를 사랑한 고양이 시시의 작가 슈테파니 츠바이크의 옆에 떡하니 붙어있는 비슷한 이름을 발견했을 때였다.
글솜씨를 알아주는 독자가 많은 만큼, 도서관에서 그의 소설은 언제나 대출중이었고, 서고 사이를 슬렁거릴때마다 항상 들러보던 그 곳에 이 책이
있었다.
마리 앙투와네트...
그녀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단두대에서 처형당한 비운의 왕비... 라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물론 그녀에 관한 영화가 종종 있었지만, 보지 않아서리. -.-;;, 아! 옛날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오스칼이 좋아하던 남자의 연인으로 나왔던 기억이 있는데 맞나 가물가물하다. 그럼 그가 혹시 페르센? 역시 가물가물하다.
이 책은 마리 앙투와네트가 오스트리아 황녀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의 왕비가 되고, 흥청망청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혁명을 맞이하여
뒤늦게 왕비로서의 위엄과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간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로 구성된다.
그녀가 이러한 결말을 맞게 된것은,
자기 주관이 뚜렷하지만, 좋은 말은 귀담아 듣지 않던 성품과
루이 16세와의 어려운 부부관계로 인한 공허를 쾌락에서 만회하려던 잘못된 판단과
맘만 맞으면 거짓을 늘어놓은 친구의 말이라면 철썩 같이 믿어버리고 마는 순진한 모습과
궁중의 법도와 위계질서에서 벗어나려는 자유의 지극한 욕망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혁명은 단지 왕비 때문만은 아니다. 우유부단한 루이 16세, 더 높은 곳을 오르려고 하는 귀족들, 언제나 왕좌를 노리려던 동생들..
그리고, 자신들의 위치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는 대다수의 국민들 모두가 이루어낸 것이다.
결국 마리 앙투와네트는 마지막 순간에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좀 더 일찍 자신을 찾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동정심이
생겨났다. 하지만 역사는 누군가를 재물로 삼아야 하는법.
그녀는 사라졌지만, 그 시대 프랑스에 남겨진 문화적 유산과 로코코 양식은 지금 우리들에게는 즐거움을 준다.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인지라, 그 전에 책들에서 맛보았던 감칠맛은 덜하다.
중간에 들어있는 사진속에서 마리 앙투와네트와 루이 16세, 그녀의 유일한 사랑인 페르센을 만나볼 수 있다.
책 곳곳에는 그녀의 겉모습의 대한 '그 누구라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고귀함과 상냥함과 아름다움'의 묘사가 있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난..
시대의 아름다움의 기준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니까..
꽤 많은 양의 내용이지만, 프랑스의 그 화려한 왕조의 몰락을 알고 싶다면 거침없이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