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한편의 잼있는 드라마를 보고 난 느낌. 솔직히 이혼이라는 소재가 나와는 좀 멀어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때때로 이해할 순 없었지만 소설이지 않은가...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던지... 서평을 쓰면서 다시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렇게 열심히 밑줄 긋고 포스트 잇 붙여가면서 글귀 하나하나를 새겨가며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작가는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라는 생각으로 잠시 뿌듯해졌다. 물론 힘들게 한편 한편 글을 쓰는 작가에 대한 당연한 예의겠지만... ㅋ

그리고 얘기가 아주 잘 통하는 친구와 한참을 수다 떨고난 느낌. 그래서 공지영씨의 글이 나는 좋다. 공감이 된다. 생활 속에서의 나의 감정을 글로 표현해주는 속시원한 친구. 위로받은 느낌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일까. 처음에는 다 상업적이지 뭐... 라고 생각했는데... 어쩜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구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있는 생활에 대해 실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라고 얼마나 항변하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측은해지기도 했다. 자전적이란 광고를 먼저 읽고 나서 책을 읽어서 그런지 자꾸 소설이라는 것을 잊고 책을 면밀히 읽고 있었다. 공지영작가의 사생활을 알아내기라도 하겠다는 태도로... 차츰 소설이라는 것이 인식되긴 했지만...

이책은 그전의 공지영작가의 소설과는 분위기가 달라진것 같다. 밝은 느낌이랄까. 재미도 있고.

작가들은 재미있겠다. 가상의 세계를 만들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들어 버리는, 신의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로 그들은 오나벽하게 살지 못하겠지. 다른 사람을 멋대로 하지도 못하겠지. 사람이니까.

나와 엄마와의 관계, 나와 딸과의 관계, 가족간의 관계... 그리고 이혼한 가정의 이야기...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줄거리>

위녕과 둥빈과 제제 그리고 엄마, 세명의 남자(작가, 영화감독, )와 이혼을 하고 각각의 성이 다른 형제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가족, 새로이 나타나 즐거운 서점의 다니엘 아저씨. 막딸 아줌마와 서저마 아줌마.

위녕은 부모님이 이혼한 후 7년동안을 아빠와 새엄마와 함께 뉴질랜드와 E시에서 살다가 엄마가 살고 있는 B시로 간다. 아빠는 그것을 배신감으로 느낀다. 실은 그것은 새엄마에게 위녕은 상처를 받고 아빠에게서 위로받지 못한... 즐겁지 못한 집에서의 탈출이었으리라. 그때 나이 열여덟.

세상에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미리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만, 어떤 결정을 했으면 그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노력하느 일뿐이야. (p.17)

집 안을 떠도는 먼지의 칠십 퍼센트는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죽은 세포라는 기사를 인터넷으로 본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 집 안의 먼지 하나도 예사로이 느껴지지 않았다. (p. 47)

공부도 행복하게 해야 하는 거야. 어떤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오늘을 불행하게 사는 거 그거 좋은 거 아니야, 네가 그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오늘을 견딘다면, 그 희망 때문에 견디는게 행복해야 행복한 거야, 오늘도 너의 인생이거든. 오늘 행복하지 않으면 영영 행복은 없어. 행복이라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한 자 특유의 자신감 같은 것이 그 말투에는 묻어 있었다. (p.48)

이상하게도 그때 나느 알게 되었다. 이혼한 가정의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 그건 대개 엄마가 불행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부가 불화하는 집 아이들이 왜 불행한지도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그건 엄마가 불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아, 이 세상에서 엄마라는 종족의 힘은 얼마나 센지. 그리고 그렇게 힘이 센 종족이 얼마나 오래도록 제 힘이 얼마나 센지도 모른 채로 슬펐는지. (p. 56)

엄마도 어렸을 때 아주 조숙했었는데, 그것만 믿고 있다가 평생을 성숙은 못 하고 그냥 미숙하게 살았거든.

즐거운 서점의 다니엘 아저씨 등장. 일간지 기자였다. 유머가 있으신 분이다.

얼굴 예쁘게 태어난 여자가 꾸미는 여자 못 따라가고 머리 좋은 애가 노력하는 애 못 따라간다

결혼한 여자의 얼굴에는 빛이 없거든, ’세상에 새로운 게 뭐가 있겠어. 나쁜 일이나 없으면 됐지’ 하는 어떤 체념 같은 것이 딱딱하게 어려 있었다. ......................... 위녕, 결혼을 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시이 얼마나 자신으로 살아가는가의 문제야. 그러니까 결혼을 하고 안하고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얼마나 지키고 사랑하고 존중하는가의 문제라니까.... (p. 77)

괜찮아 울어... 우는 건 좋ㅇ느 거야. 좀 정리가 된다는 거거든. 맘속에 나쁜 열기가 가득하면 온몸의 물기가 다 말라버려서 울지도 못해... 그러니까 괜찮아.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어 (p.81)

위녕은 새엄마에게 도둑으로 오해를 받게 되고 상처를 받게 된다. 친엄마라도 그렇게 행동할까. 아님 위녕이 친엄마가 그렇게 했어도 그렇듯 상처를 받았을까.

엄마의 과거 이야기. 두번째 남편에게 매를 맞는것.

어제가 오늘을 침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제가 오늘까지 망치는건 더 참을 수가 없더라구...

우리가 보는 것들 이면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많이 감추어져 있는가를 생각했다. 그리고 때로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얼마나 치명적인가.

나는 그제야 내가 늘 말없는 아빠에게서 무언의 언어를 번역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남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익히고 그리고 약한 사람들을 돕는것, 이라는 말이 맞았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지름길은 바로 공부다. (p. 106)

개학을 하고 학교에서 평범한 가저의 쪼유라는 친구을 사귀게 된다. 둘 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쉽게 친해진다. 그리고 M역에 버려진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키우게 된다. 이름은 코코와 라떼.

세상에는 부모가 이혼해서 불행한 아이들도 많지만 부모가 이혼하지 않아서 불행한 아이들도 많다.

고양이 코코의 죽음. 솔직히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나는 공감이 별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니엘 아저씨의 과거. 부인과 두 아들을 모두 제 손으로 묻어야 했었던 사람. 역시 소설이다.

그 사람이 그 일을 당한 것과 나중에 훌륭한 사막의 은수자가 된 그사이의 시간, 우리에게는 베일에 싸여 있는... 그러나 그가 온전히 혼자 견디어야 했을 그 시간.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그래서 영어의 responsible이라는 것 잠깐 숨을 한번 들이쉬고 천천히 생각해야 해. 이 일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난 일이지만, 나는 이 일에 내 의지대로 반응할 자유가 있다. 고. (p. 179)

둥빈아빠가 암에 걸리고 죽음. 원래 카톨릭은 낙태. 이혼. 이런것에 반대한다. 그런데 공지영작가는 공개적으로 카톨릭 신자임을 밝힌다. 깊이 알고 싶다. 그녀의 종교관을...

공지영 작가는 얼굴이 예쁘다. 항상 책표지에 그녀의 사진을 싣는다. 노량진에 있을때 영어강사 강수정선생님은 책을 낼때 출판사에서 사진을 싣자고 제의하면 정말 그건 싫다고 말했다는 말씀이 생각이 난다. 왠지 공지영작가는 자신의 미모를 무기라고 여기고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뜨거운 사랑을 세번, 아니 4번째 하고 있는건지도...

친구같은 딸이 있다는건. 얼마나 행운일까. 대화를 하고 서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일까. 세상에 내편이 적어도 2명은 되다는 얘기. 와우.

베스트셀러도 드라마가 히트하면 여러 유행을 만들듯이 그럴까.

책을 많이 읽으면 인생을 빨리 아는게 되는 걸까.

나는 모든일에 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최소한 그랬다. 지금도 내 생활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려 열심히 살고 있다.

똑똑한 베스트셀러 작가 엄마도 자녀 교육에 걱정을 고액과외를 할까 고민을 하는구나. 세상의 엄마들이 그러하듯.

나는 한때 복잡한 것이 싫어서 단순하게 살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생각도 말도 행동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쩜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란 것이 아닌가 싶다. 그땐 생활이 너무 힘이 들어서 단순 단순 했던 것이니까. 하지만 모든것을 해탈한 분들은 단순하게 살라고 하신다. 분명 그것은 나의 단순함과는 다를거다.

스님,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습니까... 앉아 있을 때 앉아 있고, 일어설 때 일어서며 걸어갈 때 걸어가면 됩니다. (p. 225)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 괜찮아....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하는 자유는 인내라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얻어지지 않는다.

엄마의 다니엘 아저씨와의 여행과, 위녕의 아빠와 새엄마와의 대화.

집은 산악인으로 말하자면 베이스캠프라고 말이야. 튼튼하게 잘 있어야 하지만, 그게 목적일 수도 없고, 또 그렇다고 그게 흔들거리면 산 정상에 올라갈 수도 없고, 날씨가 나쁘면 도로 내려와서 잠시 피해 있다가 다시 떠나는 곳, 그게 집이라고...

둥빈의 사춘기, 쪼우의 가출, 위녕의 수능, 외할아버지의 암판정, 지방교대로의 진로.

거짓말로 나를 위로하는 타입,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이서 통지서에 학부모님께... 대신 보호자 되는 분께. 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

나는 어떤 식으로 내 아이를 키우게 될까. 공지영씨와 비슷한 면이 있으니 이렇게 할것 같다고 생각하다가도 위녕과 같이 자녀들이 생각한다면 그것도 또 너무 엄마로서 가혹(?)하지 않은가 싶다. 온전히 책음을 아이에게 지우는 것,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릴것 같고... 어렵다.

<연결선상>

발자크소설, 나나 무스쿠리(일본가수), 미국작가가 쓴 <파리에 간 고양이>시리즈, 델리케이트, 시베리아 네버 마스커레이드(고양이 종), 앙코르 와트,

소설이 TV보다 좋아졌다.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능동적으로 표현이 되는것 같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