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소설을 처음 부터 읽지 않았었던 것은 아니였다.

처음 책읽음의 행위를 재밌다고 느끼게 해주었던 책들도 국내 소설이였다.
지금 내가 일본소설을 읽어내려가듯이,
한주일에도 몇권씩 그렇게 국내소설에 빠져 책을 읽어내려갔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작가에 한해서라는 전재 조건이 붙긴했지만 말이다.

신경숙 역시 내가 좋아하는 작가중의 하나로, 그녀의 책을 한때는 손에 잡히는 대로
읽어내려가곤 했다.
지금 보다는 훨씬 어렸던 그 때, 그녀들의 이야기는 내 마음을 너무 먹먹하게만 만들었다.
언제나 빠지지 않는 그녀들의 가족이야기는 내 마음에 뚜렷히 각인된 상처를
더 아프게만 만들었다.

그래서.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눈을 돌려버리고 귀를 막아버렸다.
읽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읽지 않았다.

그렇게 몇해가 지나간 지금. 그녀의 이야기 마지막장을 덮어냈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된 마음속으로는 피하고만 싶었던 책.
더더구나. 제목 부터가 <엄마를 부탁해>라니. 읽고 싶지 않아. 
라고 생각을 했지만, 자꾸 마음이 쓰였다. 
읽기 싫어의 저편으로 읽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었다.
한바탕 울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책속으로 투영되어 울고싶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실종으로 인한 그녀의 가족들의 이야기.
떠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 따위.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같은거.
역시 싫다. 받아 들이고 싶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아직도 치유되지 않았나봐. 치유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은가봐.

<한밤중에 행진>은 참 재밌는 소설이다.
앉은 자리에서 단 한번도 손을 놓지 않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오쿠다 히데오 만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10억엔 강탈기!!

자칭 ’청년 실업가’ ’타칭 2류 양아치’인 요코야마 겐지, 
명문 게이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인 미타 그룹에 입사했지만 
운동신경도 업무 능력도 떨어져 회사에서 늘 바보 취급을 받는 
과집중증 환자 미타 소이치로, 
모델 출신으로 사기꾼 아버지를 경멸하며 평범한 인생을 거부하는 구로가와 치에.

인생역전의 기회. 10억엔의 행방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새벽 4시가 넘은 시간. 불과 몇시간 전까지 도박판이 벌어지던 그 곳에 누군가 있다.
25살 동갑내기 세사람이 같은 목적을 지닌채 손을 잡는다.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는 스트로베리와 함께.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좋다. 젊음을 밑천삼아 뛰어보자.

진부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젊음을 이야기 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이야기는 언제나 늘,
유쾌하다.

- 미타 조지에게
마음껏 뛰놀아. 요코 짱과 미타,
언젠가 소집할 테니까.

- 세 사람은 다시 달라기 시작했다. 야쿠자들을 스쳤지만 눈길만 한 번 던졌을 뿐이었다.
젊어서 다행이다. 청춘은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길거리를 달려도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 인생의 목표는 거금을 쥐고 화려하게 노는 것.
그리고 거물 취급을 받는 것. 그것이 겐지의 야망이다.

나에게 있어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끝없는 흥미의 원천이다. 그것도 파라만장한 운명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변해가는, 그런 종류의 드라마가 내 마음을 유혹한다
- 다나베 세이코

책 커버 뒷장에 쓰여져 있는 다나베 세이코의 말이다. 
그가 말하듯이 <아주 사적인 시간>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변해가는 남자, 그리고 여자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걸 다 가진 있는 집 아들 고와 그 남자와의 결혼생활을 사치라 말하는 서른 한살
사치에 눈을 뜬 여자 노리코. 

노리코의 시야로 적어내려간 <아주 사적인 시간>을 읽는 내내
그녀의 마음이 와닿기 보다는 이 여자 왜이러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리코의 생활보다는 고의 외로운 사랑에 마음이 아팠다.
노리코의 이기심에 화가 났다.
무엇때문이였을까. 노리코의 모습에 투영된 내 모습때문이였을까.
그녀의 어떤 모습이 날 화나게 만들었던 것일까.


- "우리 둘이 있을 때만 노리코 씨라고 부르기로 하죠."
"비밀을 갖게 되었네요, 남편한테."
"좋은 일입니다."
나카스기 씨는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말했다.
"비밀을 갖는 건 어른의 자격이죠."
내가 담배를 꺼냈으므로 그는 내 담배에도 불을 붙여 주었다. 담배 가게에서 팔고 있는
일회용 라이터다. 그것도 좋았다. 하지만 나카스기 씨 옆에 있어서 좋은 기분이 드는 건,
고로 때의 감기와도, 고 때의 감기와도 다른 것이다.
뭐랄까, 회복기라고나 할까, 그런 색다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