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내 기분까지 가라앉는 듯 하다.
그녀의 조근 조근 차분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세상전체가 고요해 지는 듯 하다.
기분이 우울할 때면 그녀의 책을 꺼내 들곤 한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나를 맡겨 본다.
그냥 그런거라고. 사는 건 다 그런거라고.
알 듯 모를 듯한 느낌으로 그녀의 이야기는 나를 위로해준다.

[차가운 밤에]는  차가운 밤에, 따스한 접시로 나뉘어져 있다.
단편들을 모아 놓은 [차가운 밤에]는 따스함과 차가움으로 나뉘어져 있다.
차가움이라지만 느낌은 차갑지만은 않다.

그녀의 여러 이야기 중 따스함이 느껴져 낯선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은은한 따스함. [차가운 밤에] 속에는 은은한 따스함이 녹아져 있다.

사랑하는 마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들이 켜켜이 어우러져 잔잔히
전해져 온다.


- 치하루는 자신의 엄마를 싫어한다. 후지시마 씨의 부인도 싫어한다. 매일 저녁을 준비해놓고, 반드시 돌아올 사람을 기다리는 여자를 싫어한다. 교묘한 덫을 설치하듯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후지시마 씨가 오는 날)

- 나는 고독의 손바닥에 폭 싸여 있다. 고독의 손바닥은 커다랗고 차갑고 얇다. (파를 썰다)

-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즐겁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쁘다. 하지만 그 기쁨은 언젠가는 슬픔으로 변한다. 좋아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도 언젠가는 사라지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슬픔도 많다. (작품해설 : 평론가,번역가-가와모토 사부로)

"고정관념은 쓰레기통에 버려라. 내 개성과 생각을 담아 찍어라!"
사진 작가 조선희.

어느날 아침 출근 길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그렇다고 그녀를 직접 만났다는 것은 아니다.
지하철 아침 신문에 실린 그녀의 기사. 기사속 그녀를 그렇게 만났다.
그녀는 사진에 대하여 열정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그녀의 열정이 느껴지는 그녀의 사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렇게 기억 된 그녀의 이름 세글자.
난 그녀를 티비에서도 가끔 만나기도 했다.
사진에 관한 그녀의 이야기.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그녀가 써내려간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막연히 그리워 하던 그녀의 이야기를 오늘 나는 들을수 있었다.

사진에 대한 열망.
언제나 따라다니는 열망이였다.
내 손에 들려 있는 사진기가 무겁게만 느껴지던 그 때.
잘 찍지도 못하는 거 던져 버릴까? 싶기도 했다

내 눈에 펼쳐진 세상을 사각 프레임속에 담고 싶었다.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한 내 기억속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했다.
지나가는 시간들이 너무 빨라 
그렇게라도 내 기억을 묶어두고 싶었다.
아직은 내 마음의 일부도 사진에 담을 수 없지만, 언젠가는 내 마음속
사각 프레임속에 나의 이야기를 써놓을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이야기를 벗삼아 그렇게 셔터를 눌러본다.

나만의 톤으로 나만의 느낌으로.

- 사진은 뺄셈! 초급자라면 ’잘라내기 연습’부터 하라.
- 매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찍어 보라
- 새벽녘과 해질녘, 최소한의 빛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껴 보라
- 흑백 사진 연습으로 흑백의 눈으로 컬러 세계를 보는 눈을 기른다
- 똑딱이를 들고 거리를 찍으며 출근하라 

책을 손에서 내려 놓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그 아쉬움이 너무나도 커서 다시 맨 앞장부터 넘겨보기도 했다.
시간이 날 때 마다 책을 손에 꺼내 들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에서는 언제든 책을
꺼내 들었다. 책의 마력에 사로 잡힌듯 나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다시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책.
[나를 부르는 숲]은 책 이상이다. 

읽는 내내 낄낄 거렸고 자연의 위대함 앞에 숙연해졌고 멸종되어가는 숲을 떠올리며
마음아팠다.
브라이슨이 걷는 그 길을 나도 함께 걷고 싶었다.
그렇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당장이라도 산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산으로 달려가 한 걸음 한걸음 내 딛으며 산과 하나가 되고 싶었다.

등산이라면 끔찍하게 싫어 하는 내겐 굉장한 일이였다.
걷는 것이라면 끔찍하게 싫어 하는 내겐 굉장한 일이였다.

3,360km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 

그저 신나게 웃고 다니는 등산 얘기가 아니다.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냉철하게
얘기해주며 위대한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호소이다.
몇백년간을 자생하며 살던 자연이 인간의 보호하가 시작된 몇십년 만에 멸종을 맞이한다.
마지막 남은 위대한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그의 감동적인 호소와 
뚱뚱하고 약하지만 인간적이고 힘이 굉장히 센 그의 친구 카츠와 함께 하는 이야기는
재미 그 이상을 넘어 감동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