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남편과 알코올 중독 부인... 그리고 그 남편의 애인.
어둡다면 어둡고 무겁다면 무겁게만 느껴질 만한 이야기다.
호모 남편 거기다 알코올 중독 부인이라니.
설정 만으로도 범상치 않다는 느낌이다.

무츠키, 쇼코 그리고 곤. 세사람의 일상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담은 
<반짝 반짝 빛나는>은 우연히 읽게 되었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책중 가장 
좋아하는 책이 되어버린 이야기다.
짙은 남색의 표지. 수줍은 듯 쓰여져 있는 제목.

90년대 초반 일본에서 게이붐이 일었을 때 처음 세상에 나온 <반짝 반짝 빛나는>는 
단숨에 베스트 셀러가 되어 98년에는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다.
암묵적으로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금기시되는 동성애. 사회는 이제 까지 동성애라는 또 다른 이름의 사랑을 외면한채
규범 밖으로만  내밀었다. 

<반짝 반짝 빛나는>에서는 우리의 일상적인 사랑의 모습이 아닌 금기시되 외면받은
사랑에 관해 이야기 한다. 낯설게만 보이는 남자와 남자의 사랑. 그들의 사람과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속에 그들이 우리와 많이 틀리지 않다는걸 알게 된다. 다르긴 하지만
평범한 다르다는 것만 빼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그저 사람과 사람의 사랑.

그들은 그들 나름의 의미있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며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 어떤 사랑도 사랑인 것이다. 
 

읽을 책을 고를 때 기준이 되는 것은 우선 작가다.
일본 작가를 좋아하는 취향탓에 일본 작가위주로 책을 고르고
그 다음에 보는 것은 번역을 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번역을 했는지도 책을 읽는데 있어서 꽤나 큰 영향을 끼친다.
작가들 마다 잘 어울리는 번역가들이 있다.

예를 들어 에쿠니 가오리와 김난주. 이들이라면 망설임 없이 책을 선택하는 편이다.
이렇게 책을 고르다 보면 다양한 작가를 만날 수 없기 때문에 그 다음 기준이 되는 것은
어떤 상을 수상했는가다. 일본 소설은 다른 나라 소설에 비해 경쾌 하기는 하지만
까다롭게 선택하지 않으면 우리와는 너무 다른 취향으로 읽을 때 당혹감과 혼란스러움
더 나아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기에 (이것은 분명 개인적 차이다) 책을 고르고
작가를 선정하는데에는 많은 시간을 공을 들여야 한다.

그렇게 나름의 까다로운 자체 규정을 통하여 작가가 정해지면 그 작가의 책은
신간이 출간될때 마다 찾아서 읽어 보고 이전에 나와있는 작품들을 찾아 읽어 본다.
한 작가의 책을 줄구장창 읽다보면 비슷비슷한 느낌에 아. 이작가는 이런 느낌.
이라는 편협된 시각을 갖게 될 수도 있지만 적절히 작가를 섞고 작품의 장르를 섞어
있으면 어느 정도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에쿠니 가오리 나름의 신작 < 장미 비파 레몬> 역시 그녀의 이야기이기에 망설임
없이 책장을 펼쳤다. 다양한 개성을 지닌 9명의 여자들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각기 다른 9명의 주인공들은 이기적이지만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희생적이지만 
불행함 보다는 그 안에서 안락한, 달콤하지만 쌉쌀한 포장되거나 꾸미지 않은 
현실적인 사랑을 보여준다.

그녀는 <장미 비파 레몬>을 통해 사랑이 없는 일상은 어딘가가 죽어 있는 것이라고, 
그러니 ‘사랑하라’고 말한다.

몸은 젖은 솜처럼 무겁기만 하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들 지경이다.
포근한 이부자리로 들어가 잠을 청해도 좋으련만 난 아직도
컴퓨터앞에 앉아 떠날줄을 모른다.
내일 아침을 생각하면 잠을 자야 하는데.

언젠가 부터 원인모를 불면증이 생겼다.
아니. 그 원인을 짐작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인정 하고 싶지 않다.

자려고 누웠다 일어나기를 다섯번쯤 하고 나면 자는 것 자체를
포기해 버리고 만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잠 못들고 방황하는
지금 이시간들이 후회가 된다.

잠못드는 밤. 또 하루를 버렸다는 죄책감이 스스로를 옭아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