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이 이 소설에 대해서는 깊은 애착을 느끼고 있다.
이 작품을 쓸 때는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고,
술술 써나갔다. 작품이 홀로 서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두번째 소설 <1973년의 핀볼> 나와 쥐의 이야기의 첫번째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 이후에 하루키는 전업작가가 되기도 한다.  그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1973년의 핀볼>에서는 <상실의 시대>속 나오코를 만날 수 있고 <양을 쫏는 모험> 속 쥐를 만날 수 있다. 나오코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걸 상실한 그의 삶의 모습이 덤덤하게 그려진다. 환상이지만 현실이기도 한 기억일뿐이지만 그의 삶을 지배하는 이야기이다. 먼 곳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주인공 '나' 태양과 멀리 떨어져 꽁꽁 얼어붙은 토성과 태양과 너무 가까워 무더운 금성. 그에게 캠퍼스의 학생운동은 토성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고, 서른 살밖에 살지 못하는 젊은이들의 사랑은 습하고 무더운 금성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토성과 금성의 이야기를 하며 작가는 자신의 대학 시절 두모습을 이야기 한다. 혁명을 외쳤지만 실패할 수 밖에 없던 학생운동과 한 여자를 사랑했지만 죽음으로 떠나보낼 수 밖에 없었던 기억들.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랑이야기를 먼나라의 이야기처럼 우회하여 서술하고 있다. 인간의 사랑과 환상과 죽음이라는 진부함을 핀볼 마니아를 통해서 슬프고 아름답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