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소설가로서 30년에 걸쳐 계속 세계 주요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이후에, 독자들로부터 자전적 에세이나 회고록 또는 자전적 소설을 갈망하는 소리가 높았지만, 그의 생각은 늘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2003년에 하루키는 자서전이나 자전적 소설에 대해 묻는 독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회고록이나 자전적 소설을 쓸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소설을 써왔다고 하는 것과 같은 실제적 기록은 어느 정도 남기고 싶다. 어떤 경위로 내가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어떤 상태로 살아왔는가와 같은 것은 쓰고 싶다."
이 대답은 자신의 일반적인 회고록 같은 건 쓸 생각이 없지만 작가 생활 중심의 회고록만은 쓰고 싶다는 여운을 남겼던 것이다.
그렇게 말했던 하루키가 4년 만에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발표하게 된 것은 매우 반갑고 그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바와 같이 "달리기라는 행위를 축으로 한 일종의 회고록"으로서, 하루키 최초의, 어쩌면 최후의 회고록이 될지도 몰라 그 의의와 가치가 적지 않다고 하겠다. 왜냐하면 좀처럼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지 않는 이 저자가, 30년간의 작품 활동을 위한 고통스런 역정과 문학적 성취를 가능케 한 원동력으로서, 혹독한 마라톤 단련의 고통을 극복하며 작가에게 필요 불가결한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지구력을 길러온 과정을 솔직하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 역자 후기 중 발췌
좋아하는 작가라면 그의 책이 나오면 가장 먼저 손에 쥐고 싶고 그의 작품이 아닌 그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진다. 작품마다 아련히 풍겨지는 느낌으로 그 작가에 대해 상상해 보곤 하지만 그가 직접 말하는 그에 대해 알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갈망일런지도 모른다. 그런 그의 회고록이라니. 안 읽어볼 수가 없다.
아침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읽어 내려간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하고 싶은 이야기>는 숨막히는 출근길 내겐 출구와도 같았다. 이 책이 왜 내게 소중한지 왜 그토록 읽고 싶어했는지에 대해 역자 후기에 너무 자세히도 쓰여있어 일부 옮겨 담아왔다.
지금도 어디선가 달리고 있을 하루키. 그가 이야기하는 자신만의 달리기 철학. 궁금하지 않은가? 왜 그는 달려야만 하는가? 누가 그를 26번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게 하였는가?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왜 그가 매년 마라톤에 도전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