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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열에 들떠 남긴 이상한 유언.
" 너는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 될 거다. 하치, 중요, 하치의 마지막 연인 "
그 유언 그대로 나는 하치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의 마지막 연인이 된다.
운명적으로 이끌린 만남과 예정된 이별 사이에서 보낸 황금빛 햇살 같은 시간의 기록.
" 그때 나는 비로서 어른으로 홀로서기를 하였고, 내 영혼과 사랑에 빠졌다. 단 한순간이라도 자기 자신과 농밀한 사랑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삶에 대한 증오는 사라진다. 고마워요. 하치, 그렇게 소중한 것을 가르쳐준 일, 평생 잊지 않을게요. 설사 사이가 나빠져서 말조차 걸지 않게 되더라도, 서로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그 일에 대한 감사는 지우지 않을게요. 열다섯 살 나는 굳게 결심하였다."
다소 뒤틀린 듯한 성장기를 보낸 마오. 종교 단체 비슷한 곳인 집과 그 곳의 정신적 지주 할머니. 엄마는 할머니의 우산 아래서 그곳을 드나드는 남자들과 열심히 육욕을 살찌우고, 자식의 고뇌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마오는 철저하게 자기가 싫어하는 환경 속에 갇혀 있다. 그녀가 보는 세계는 생기도 활기도 없이 죽어 있는 회색이다. 마오에게 세계와의 통로는 차단되어 있고, 그녀는 세상과 어떤 언어로 대화해야 할지를 모른다. 요컨데 그녀는 세상과 어떻게 접하면 좋을지 모르는, 또는 타인과 어떻게 교류해야 할지를 모르는, 자기 세계 안에서만 숨쉬는 자폐아이다.
운명처럼 마오의 닫힌 세계의 문을 살며시 열고 나타난 하치는, 세계로 통하는 다리를 놓아주고, 그녀의 손을 잡아 알록달록 채색된 세상으로 조심조심, 소리없이 인도한다.
별하늘과 교류하고 인류의 평화를 기원하는 하치가 만들어놓은 여유롭고 자연스런 열린 공간에서, 마오는 자기 내면에 갇혀 있던 표현의 욕구를 해방시키고, 죽어 있던 시간에 회생의 숨을 불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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