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서평] 상품 시장체제의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가 나를 쓸모 없게 만드는가 :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 있는 실업을 할 권리>

2018년 말, 부암동 <나눔문화> 라 카페를 방문했다가 필자가 좋아하는 사상가인 이반 일리히의 새로운 저서를 만났다.

이반 일리히는 국내외 학계와 철학가들 사이에서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상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일리히는 칸트나 마르크스에 버금가는 철학 세계를 구축한 사상가이다.

일리히는 1926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났다. 로마 카톡릭교회에서 서픔을 받았고 이후 찰츠부르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51년 일리히는 뉴욕 아일랜드-푸에르토리코 교구에서 보좌신부로 임명되어 교사와 학자로 활동하면서 중남미의 봉건적인 카톨릭교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1956년 푸에르토리코 가톨릭 대학의 부총장이 되었고, 1966~76년 멕시코 쿠에르나바카에서 일종의 대안 학문공동체 ‘문화교류문헌자료센터(CIDOC)’를 설립해 연구와 사상적 교류를 이어갔다.

그러나 일리히는 1969년 자신을 규제하며 탄압하는 카톨릭교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제직을 버렸다. 그는 2002년 타계했다.

이반 일리히는 한 평생 실천가이자 철학자로서 많은 저서를 남겼다. 일리히는 사회학, 철학, 경제학, 여성학, 종교학, 언어학 등 여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기며, 가장 근원적이기에 가장 급진적인 사상가로 평가 받는다.

<학교 없는 사회 Deschooling society(1971)>(생각의 나무, 2009), <성장을 멈춰라(자율적 공생을 위한 도구) Tools for conviviality(1973)>(미토, 2004),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온다 Energy and equity (1974)>(미토, 2004), <병원이 병을 만든다 Limits to medicine, medical nemesis : the exproritian of health(1975)>(형성사, 1987), <그림자 노동 Shadow work (1981)>(분도, 1988), <이반 일리치와 나눈 대화》Ivan Illich in Conversation(1992)>(이파르, 2010), <텍스트의 포도밭 - 읽기에 관한 대담하고 근원적인 통찰,  In the Vinyard of the Text : A Commentary to Hugh's Didascalicon>(현암사, 2016) 등.

이반 일리히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현대의 경제발전을 수요와 희소성의 진보적 지배로 보는 주장을 비판했다.

경제발전이라 함은 과거의 자율적 주체였던 민중이 자신들의 고유한 ‘살아가는 능력’을 박탈당하여, 건강을 의사(의료시스템)에게, 공부를 교사(학교시스템)에게, 이동을 자동차(대중교통시스템)에, 놀이를 텔레비전(매스미디어)에, 생존을 임금노동에, 고유한 성차를 중성화된 경제적 섹스에 의존하게 된 과정으로 본다. 일리히에 의하면 경제발전은 수요에 의한 노예화이지 희소성으로부터의 자유화가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이 일리히는 경제발전이 인간에게 더욱 큰 자유를 부여한다는 명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여 1968년 학생운동 이후 서구의 소비풍요사회, 더 중요하게는 자본주의적 경제발전과 ‘진보와 발전으로 포장된 현대 문명’으로 생겨난 잘못된 수요로부터 민중의 자율적 능력을 지키고자 한 많은 운동가와 연구자들에게의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여 년 동안 나는 산업 생산 양식에 관하여 글을 쓰고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다. 그간 출간된 책들에서는 대량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에 의존할수록 함께 사는 삶에 필요한 기반이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왔다.

각각의 글에서 나는 경제성장마다 드러나는 구체적 영역을 조사하면서 한가지 일반 법칙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어느 순간 산업 생산 양식이 내가 이름 붙인 ‘근원적 독점’이 되어버리면 사용가치는 필연적으로 파괴된다는 것이다.”(7쪽)

<누가 나를 쓸모 없게 하는가>는 산업사회의 경제 발전이 ‘어떻게 가난의 현대화와 삶의 능력 고갈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그리고 ‘시장 상품 인간을 거부하고 쓸모있는 실업을 할 권리’라는 주제를 다룬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발전, 성장 같은 단어는 거의 항상 긍정적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무분별한 성장에 대한 경각심을 제시하며 산업화의 가속도와 함께 진행된 것이 인간의 무기력화이지 않냐고 되묻는다.

“이전의 글에 이어 이 책에서는 산업이 발전하면서 어떻게 가난의 현대화를 만들어내는지 설명하려 한다. 현대화된 가난은 과도한 시장 의존이 어느 한계점을 지나는 순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 가난은 산업 생산성이 가져다준 풍요에 기대어 살면서 삶의 능력이 잘려나간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풍요 속의 절망이다.

이 가난에 영향을 받는 사람은 창조적으로 살고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데 필요한 자유와 능력을 빼앗긴다. 그리고 플러그처럼 시장에 꽂혀 평생을 생존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게 된다.

현대의 이 새로운 무력함은 너무나도 깊이 경험되는 것이라 겉으로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우리 시대에는 일상 언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8쪽)

일리히에 의하면,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풍요’에 사람들이 중독되고 그것이 문화 속으로 한번 배어들면 '가난의 현대화'가 생겨난다. 이 ‘현대화된 가난’은 상품이 확산하면서 어김없이 발생하는 부정가치의 형태이다.

이는 상품이 대량 생산되어 생겨난 사회적 비효율인데도 경제학자들은 주목하지 않는다. 그들의 도구로는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 자원을 '가동하여'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사회사업가도 관심을 쏟지 않는다. 경제학자에게는 사회적 규모로 벌어지는 만족감의 상실을 자기들 계산기에 넣을, 쓸만한 수단이 없다. 시장에는 그에 상응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현대화된 빈곤’은 과도한 시장 의존이 한계점을 지나면서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서 풍요에 맹목적으로 기댄 채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상실한다는 것이다. 일리히는 이를 두고 “플러그처럼 시장에 꽂혀 평생을 생존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게 된다”고 비유했다.

“이런 사례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상품이 생겨나 전통적인 자급 기술이 쓸모 없어질 때 가장 먼저 고통받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직업도 없는 가난한 사람이 고용되지 않은 상태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은 노동시장이 확장되면서 없어져 버렸다. 직장 밖에서도 의미 있는 일을 할 자유가 사라진 것처럼 스스로 선택하는 행위로써 ‘집을 짓는 일’은 이제 사회 이탈자 아니면 한가한 부자가 누리는 특권이다.”(p.34)

일리히는 사회 전분야로 점점 늘어나는 ‘전문가’에 의한 독점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교육자’는 학교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정할 뿐 아니라 학교 밖에서 배우는 것은 쓸모없다고 못 박을 수 있다. 이런 식의 독점을 통해 전문가는 독재자처럼 다른 곳에서는 쇼핑을 못하게 하고, 집에서는 술을 담그지 못하게 하므로, 얼핏 보면 사전에 나오는 폭력단의 정의와 비슷해보인다.

역사적으로 상품 시장이 형성되고 규제가 생겨남에 따라 기존에 행했던 일들 중 많은 부분이 ‘불법’이 되었다. 손수 집을 지으면 ‘무허가’ 주택이 되고 길 한편에서 장사를 하면 ‘불법’ 노점상이 되는 등 스스로 시장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 전문가가 들어섰다. 사회 질서와 복지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일 수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되었음은 물론 대중이 인식하는 필요가 너무 많아진 세상이 되었다.

“사실 현대의 경제학자는 특별한 사교 모임의 회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모임에는 전문적인 일을 추구하기 위해서 동양이든 서양이든 현대 사회의 가장 근본적 거래에 대해 사회적으로 무감하도록 훈련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다. 그 근본적 거래란 상품의 풍요가 커질 때마다 치러야 하는 가격으로,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하거나 만드는 개별, 개인의 능력 감퇴이다."(35쪽)

“폭력단은 이익을 얻기 위해 공급을 조절하여 생필품을 독점한다. 하지만 교육자, 의자, 사회복지사 같은 오늘날의 전문가는 마치 사제나 변호사처럼 합법적으로 권력을 확보하여 자신들만이 필요를 만들고 제공하도록 법을 제정한다. 그들은 현대의 국가를 지주회사로 만들었다. 이 지주회사에 딸린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승인한 사업을 벌인다."(58쪽)

더욱이 자본주의 상품경제체제는 산업사회의 폐해를 더욱 증폭시킨다. 생산량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인간의 욕구는 얕아지고 주변 상황에 쉽게 휘둘린다. 하지만 가공된 필요를 충족하는 소비품이 높이 쌓여갈수록 소비자들은 수시로 자극하는 욕구에 둔감해지는 모순이 생긴다.

“갈수록 광고 문구가 필요를 만들고, 소비자는 전문의, 미용사, 산부인과 의사 등 수십 명의 치료 전문가가 내리는 지시를 따라 구매를 하게 된다. 광고가 되었든, 전문가의 처방이 되었든, 모임에서 토론을 하든 자신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누군가로부터 배워야 하는 사회는 개인이 만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행동하거나 결정할 수 없는 문화에서 나온다. 이런 문화에서 소비자는 스스로 배우기보다 만들어진 필요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사람을 데려다 필요를 배우는데 유능한 학생으로 만드는 사회에서는 스스로 경험한 만족에 기반해 자신의 욕구를 만드는 능력은 보기 드물어진다. 아주 부자이거나 몹시 가난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게다가 인간의 필요가 소규모 부품으로 쪼개지고 각각의 필요를 해당 전문가가 관리하면서 소비자는 더 애를 먹게 되었다. 다양한 관리자들이 따로따로 제공한 서비스를 통합해 의미 있는 전체로 만드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내게 의미를 주는 것은 간절하게 노력한 끝에 즐거움과 함께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 새로운 관리 가능성이 발견되자 자산 관리사, 생활양식 상담사, 의식함양 전문가, 식품 전문가, 감각 개발자 등 전문가들은 이제 자신들이 쪼개놓은 필요를 통합한 종합상품을 내놓는다. 명사가 된 '필요'는 전문가의 형태를 갖고 태어난다."(72-73쪽)

현대 산업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딘가에 고용되어 있지 않으면 능력과 쓸모를 의심받는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상품 구매 자격을 갖추지 못한 소비자로 평가받게 될 경우 자신의 능력을 다른 방식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는 자율적이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한 조건으로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자발적 비고용 상태조차 무력과 무능으로 진단할 뿐이다.

“급여를 주는 직장에서 벗어나 일을 하는 사람은 무시당하거나 조롱거리가 된다. 인간의 자율적 행위는 고용 수준을 위협하고, 사회적 일탈을 일으키며, 국민총생산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그런 행위는 부적절하게 불리는 '노동'일 뿐이다. 노동은 더 이상 인간의 수고나 노력이 아니라, 공장에서 생산적 투자와 어울리지 않게 결합된 기괴한 요소를 의미한다. 노동은 더 이상 노동자가 느낄 수 있는 가치의 창조가 아니라, 주로 사회적 관계인 직업을 의미한다. 무직은 자신과 이웃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기 위한 자유라기보다는 슬픈 게으름이 되었다.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고 동네일에 관여하는 활동적인 여성은 '노동'하는 여성과 차별된다. 이 '노동'하는 여성이 하는 일이 사회에 쓸모가 없거나 해를 끼치는지는 고려되지 않는다. 조직의 위계질서 밖에서 전문가의 측정을 벗어나 만들어진 사용가치는 상품에 대한 필요만 줄이는 게 아니라 그 상품을 만들고 상품 구매에 필요한 월급을 주는 일자리를 줄이기 때문이다.”(p.101)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AI와 로봇 기술이 사람과 노동을 배제하는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노동이 탄압받던 체제에 노동이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시스템이 중첩되어 형성되고 있다. 기술이 대체해 나가는 인간의 자리는 더 이상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올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야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결국 ‘쓸모’를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산업사회에서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고 일관되게 지켜지는 것은, 고용에서 배제된 인간은 ‘쓸모’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역사에서, 인간을 ‘능력’과 ‘쓸모’로 재단하고 분류해온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다지 길지 않다.

우리가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극단적 편의와 고기능의 상품일 테지만, 잃어야 할 것은 자율이나 공생과 같은 훨씬 더 근원적인 삶의 능력이다. 이제 지구촌 세계는 생산과 소비를 위해 생겨난 기계가 황폐화시킨 불모지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불모지를 다시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터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만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 문제는 기술전체주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나를 쓸모 없게 하는가>는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산업사회 시스템과 전문가들에 대한 신랄한 반론이며, 인간이 지닌 자발적 행동 능력에 대한 강력한 변론이다.

일리히는 이 책에서 ‘우리를 쓸모없게 만드는 이들’이 누구이며 그들이 수행하는 숨은 역할이 무엇인지 밝혀내면서 지금껏 누구도 제기하지 못한 ‘시장 의존 사회’의 근본 문제를 지적한다. 그리고 무력감 속에 살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쓸모 있는 실업’이라는 새로운 저항의 길을 제시하며 개인의 자율과 창조가 꽃피우는 현대 자급 사회의 청사진을 그려준다.

에리히 프롬은 일리히의 사상을 휴머니즘적 근원주의(humanist radicalism)이라고 불렀다. 그의 근원적 비판이 항상 인간을 위해 인간에게 더욱 큰 활기와 기쁨을 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천부적 인간성에 대한 믿음과 그것에서 나오는 자유와 평등이라고 하는 민주주의적 이념이다.

<학교 없는 사회> 마지막 7장에서 그가 이상적인 것으로 말한 ‘에피메테우스적 인간상’은 인간의 본성과 인격이 선하다는 것을 믿는 희망의 존재로 재물보다 인간을 사랑한다. 반면 ‘프로메테우스적 인간상’은 희망이 아니라 기대하는 존재로 인간보다 재물을 사랑하고 제도에 기대한다.

프로메테우스적 인간상은 과학, 기계, 전자계산기, 컴퓨터에 의존한다. 일리히가 희망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존의 생활양식을 극복하고 진실한 인간의 욕구와 본성에 더욱 깊이 감동할 줄 아는 새로운 생활방식을 창조함에 있어서 인간의 자유와 능력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발전, 성장, 풍요’와 같은 개념은 자본주의 체제뿐 아니라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경쟁적으로 동일하게 취급받는다. 따라서 사회주의 체제 역시 그 위험성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쩌면 1990년대 초반 소련-동구 체제가 무너진 이유 중 일부가, 사회주의 경제시스템을 자본주의 상품시장체제의 상징인 ‘발전, 성장, 풍요’와 경쟁하면서 따라갔기 때문일 수도 있다.

[2019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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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서평] 당신은 북맹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 탈출, 평양이야기>

저자는 “대한민국 사람 대다수는 ‘북맹’이다”라고 생각한다. ‘북맹’이 무슨 뜻인가.

‘컴맹’은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이고, ‘넷맹’은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북맹’은 “한반도 북쪽에 자리잡은 북한, 즉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정상간 회담이 11년 만에 다시 재개되었고 한 달 만인 5월 26일 2차 회담이 또다시 판문점에서 열렸다. 남북 정상간 회담이 연이어 개최되자 자연스럽게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간에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9월 18일에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개최되었다.

이제 2019년 새해 들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곧 개최된다는 소식과 함께 이를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제4차 남북정상회담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으로 진행될 분위기다.

남과 북, 그리고 북과 미국은 70년 전 끔찍한 전쟁을 치른 바 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당사자들과 동서냉전의 당사자들, 그리고 베트남전쟁의 당사자들이 이미 국제무대에서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듯이, 이제 남과 북과 미국 역시 화해와 협력의 동반자로 자리잡을 때다.

 

남북정상회담에는 청와대와 정부관료 그리고 일부 언론인들, 경제인들과 문화인들이 함께 교류에 참석한다. 그렇지만 아직 일반 유권자들은 남북대화와 교류에는 배제되어 있다. 유권자들은 정부의 발표와 언론사의 보도 그리고 해설만 접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때 남북간에는 수십~수백 만명이 남북을 오가며 교류한 바 있다. 이런 교류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2012년 개성공단이 폐쇄될 때까지 약 13년 동안에 이루어졌다.

 

이렇듯 활발하게 진행되는(되었던) 것처럼 보이는 남북대화와 교류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북한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한다. 더 심하게는  “남쪽 사람들의 대부분은 심각한 ‘북맹’이다”고 말한다. 저자는 왜 그렇게 생각할까?

남과 북은 지난 70여 년 동안 분단되어 왔으며 그 자체가 대한민국 나아가 한반도의 불행이다. 하지만 우리는 문제의 근원인 분단을 해소하기 보다는 오히려 분단과 통일의 한 주체인 북을 철저히 금기시하며 북의 실체를 부정하고 왜곡, 오도하였다. 그로 인해 국민들 대부분은 심각한 북맹이 되었고 이 보다도 더 큰 문제는 언론과 일부 세력에 의해 북맹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대통령의 말처럼 통일은 대박이다. 그리고 통일은 같은 민족으로서 반드시 이루어야만 되는 ‘당위’의 문제이다. 하지만 여전히 통일을 가로 막는 세력이 어떤 형태로든 엄존하고 있고, 북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북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 통로는 각종 법과 제도로 막아놓았기 때문에 언론에서마저 남북정상회담이나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한쪽 주장과 입장만 전달한다.

 

하지만 2018년 들어 남북의 관계가 소통과 협조의 분위기 속에서 항구적 평화만들기를 위해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으로 북한의 현지 모습을 취재하여 북한 주민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취재하여 책을 내거나 방송을 준비하는 재미언론인과 일반인들이 늘고 있다.

대북사업 전문가인 김이경 역시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평양을 제집 드나들 듯 했던 사람이다. <좌충우돌 아줌마의 북맹 탈출 평양 이야기>는 10여 년 이상 평양과 북녘 곳곳을 제집 드나들 듯 했던 대북사업 전문가의 진솔한 북한 체험기이자, 북맹 탈출을 위한 맞춤형 매뉴얼이기도 하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북한의 교육과 문화 노동과 주택 정책 등을 비롯해 일반인들은 전혀 알 수 없었던 북한 이야기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을 덮는 순간 독자들은 ‘평양, 이제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한마디를 저절로 내뱉게 될 것이다.”고 하며 “통일 세상의 미래, 민족의 미래를 꿈꾸는 분들에게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자신의 소망을 전했다.

 

‘북맹’에서 탈출하기 위해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점은 먼저 남과 북이 사회경제체제가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는 “북녘은 남쪽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다. 같은 자본주의의 나라도 안내책자를 보고 가는데, 하물며 체제가 다른 사회주의 북녘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은, 싫든 좋든 통일시대를 가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준비”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어떻게 다른가.

남쪽의 자본주의는 ‘자본’ 즉, ‘돈’이 중심이 되어 ‘개인’ 위주로 작동되는 사회다. ‘돈’이 있어야 ‘거주 이전의 자유’도 보장되고 ‘인권’과 ‘주거권’도 갖출 수 있다. ‘돈’으로 경찰과 검사, 판사와 정치권도 움직인다. ‘언론사를 차려’ 마음껏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반대로 ‘돈’이 없으면 인간 취급도 받지 못한채 ‘비정규직’과 ‘실업자’로 전전하게 되고, 서울에서 ？i겨나 수도권과 지방에서 살아야 한다. ‘돈’이 없으면 변호사와 회계사도 살 수 없고 학원도 갈 수 없으며, 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차를 사는 것도 불가능하고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을 볼 수도 없다.

저자에 의하면 북쪽의 사회주의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사회(집단)’ 위주로 작동되는 사회다.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과 사회의 이익이 먼저 고려되는 사회라는 것이다. 북쪽에서는 기초 생활을 위해 ‘돈’이 필요하지 않다. 정부가 제공한다. 북쪽은 교육과 의료, 주거와 교통 등 필요 의식주를 ‘돈’으로 사지 않는다. 남쪽에서는 흔한 입시/고시학원, 자격증 학원, 변호사, 회계사, 보험, 분양광고, 약 광고가 없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북쪽 사람들은 직업이 있다. 국방의 의무 대신 모병제 군대로서 군인은 모두 직업군인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북녘의 선거 제도와 조직 생활,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설명한다. 또한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식 사회주의’가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수령과 당의 유일적 영도’를 북녘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유럽의 선거 제도와 조직 생활에 대해 설명한 책을 읽어보아도 쉽게 이해하기 어렵듯이 북한의 선거 제도와 조직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우리식 사회주의’나 ‘영도’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서 금새 이해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국식 제도와 문화에서만 수십 년을 살아왔기 때문에 한국의 사고방식과 관점으로만 접근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만 알게 된다.

그렇지만 남과 북이 한민족으로서 사회문화적으로 비슷한 모습이 더 많다는 것 또한 느낀다.

 

2019년에도 남북과 북미 정상간의 잦은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잦은 회담을 통해 2018년에 이어 남과 북, 그리고 북과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전세계에 선포하고, 한국전쟁 이후 70년 넘게 이어진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위협과 갈등을 해소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참고로 책의 저자인 김이경은 1979년 숙명여대에 입학 후 광주항쟁을 겪으며 학생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 학내시위로 구속되어 청주교도소에서 16개월을 보내고 출소 후 노동운동을 하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울산에서 서점아줌마로 변신했다. 그 후 1998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다가 이듬해 무죄로 풀려난 뒤 통일운동에 입문하게 된다.

저자는 ‘한반도 평화와 6.15 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통일연대’사무처장으로서 2001년 금강산 민족통일대토론회 실무를 맡으며 북녘을 오가기 시작했다. 일상적으로 북녘을 가봐야 제대로 북녘을 알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인도적 지원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를 창립, 2012년까지 북을 제집 드나들 듯 살아왔다.

현재는 남북의 민족문제를 역사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풀어나가기 위해 2018년에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이사장 이만열)’를 창립하여 상임이사로 재직 중에 있다.

[2019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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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인 미디어의 유혹을 경계하라 <유튜브의 신>

2018년 8월 국내 모 연구센타가 발표한 유튜브 이용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남녀 1218명 가운데 94.2%가 유튜브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유튜브 사용자의 연령대는 20대 91.3%, 30대 81.1%, 40대 76.2%, 50대 72.3%, 60대 이상 67.1%로 나타났다.

지난 1월 26일 국내 언론은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국내 이용률이 40%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필수매체는 당연히 '스마트폰'이 압도적이다.(관련 기사 : http://www.dailypop.kr/news/articleView.html?idxno=37518)

국내 최대의 포털 서비스업체인 네이버도 커다란 위기감을 가진 듯 하다.(기사 : ‘유튜브 잡아라’…네이버, 올해 동영상에 사활 건다 http://www.spor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9472)

무엇이 유투브를 이토록 국내에 폭발시켰을까?

우선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의 확산이 기반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선인터넷의 발달이 온라인영상서비스의 이용을 촉진시켰을 것이다. 책과 방송언론에 의존하던 정보 습득과 학습 경로가 좀 더 쉽고 편하게 그리고 시각적으로 확실하게 보여주는 영상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투브 이용의 확산은 단순히 정보 습득과 학습 경로만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인터넷카페와 블로그처럼 “사용자들의 창작물 확산”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또한 유투브가 활동하던 초기에 창작자와 창작물에 대한 유투브의 정책도 유투브 이용 확산에 중요하게 작용했고, “대자본의 투자”라는 자본주의 시스템도 무시할 수 없다.

필자는 <유투브의 신>을 통해 유투브를 통해 구글이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투브가 어떤 논리구조를 통해 작동하는지, 유투브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유투브 사용에 따른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유투브가 사용자들과 자본에게 어떤 유혹을 하는지, ‘유투브의 신’이라는 저자가 어떤 과정과 방식으로 억대 연봉을 벌었는지 알고 싶었다.

<유투브의 신>은 유투브의 세계에 대해, 특히 1인 크리에이터 같은 창작자들이 유투브에 빨려들어가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필자의 궁금증에 소셜웹전문가로 활동하는 분이 추천해주었다. 자신도 저자처럼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하면서..

우선 책의 겉표지가 화려하다. 겉표지에는 “나는 유투브로 1년에 17억 번다!”, “1인 크리에이터들의 롤모델”, “대도서관이 들려주는 억대 연봉 유투버 이야기”, “콘텐츠 기획부터 수익 창출까지 대도서관의 역대 연봉 노하우 최초 공개!”라는 자극적인 소제목들이 가득하다.

‘대도서관’이라는 닉네님은 컴퓨터 게임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는 ‘게임 예능 창작자’다. 유투브와 동영사에 대해 보통의 관심을 가졌던 필자 역시 이 책을 소개받을 때까지 ‘대도서관’에 대해 몰랐다.

그럼에도 ‘대도서관’은 현재 유투브 월 광고 수익이 연간 17억 원에 달하고, 채널의 구독자 수는 170만 명을 넘으며, 누적 조회 수는 10억 뷰, 누적 시청 시간은 1억 5천만 시간이다.

대도서관이 살아온 이야기를 읽다보면, 말 그대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학력은 고졸에 불과하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 공부보다 게임에 관심이 많아 몰입하기도 했다. 고교 졸업 후 몇 년간 백수로 빈둥대면서 컴퓨터 게임만 했을 뿐이다.

군 제대 후 우연히 인터넷 강의 관련 IT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었다. 얼마 뒤에는 그 경력을 기반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에 입사했다. 운이 좋았다. 스펙도 학벌도 없이 대기업 사원이 된 것이다. 직장 내에서 인정받았고, IT업계 최신 흐름을 읽는 안목도 익혔다. 방송 제작과 편집, 마케팅 등에 대해서도 배웠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그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당시 국내에 창업 붐이 거세게 일었고, 그는 그에 편승해 창업 공부를 시작했다. 인터넷 플랫폼의 변화에 주목했다. 당시 SNS 중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열풍이 한창이었는데, 그는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음TV팟에서 1인 브랜드 만들기에 도전했다. 이후 아프리카TV를 거쳐 유투브까지 이어진 것이다.

대도서관은 어떻게 하여 ‘유투브의 신’이 되었을까? 그는 자신이 내세울만한 학벌도 스펙도 자본도 없지만 1인 미디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대도서관 자신의 설명은 의외로 간단하다. “유투브 성공의 비결은 간단하다. 생방송 말고 편집 방송으로 시작하되, 내가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지속가능한 콘셉트로 기획해 일주일에 최소 두 편씩 1년간 꾸준히 업로드하라!”(8쪽)이다.

물론 그의 ‘비결’도 보통 사람들에게 쉽지만은 않다. 일주일에 두 편씩 지치지 않고 동영상을 제작하기란 쉽지 않다. 인기에 편승하는 핫 아이템을 따르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로 꾸준히 채널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대도서관이 설명하는 바에 따르면, 유투브에서 광고 수익을 올리려면 ‘구독자 수 1천 명 이상, 지난 12개월 동안 시청 시간 4천 시간’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투브의 신>은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챕터1은 ‘디지털 노마드 시대, 1인 브랜드가 답이다’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플랫폼이 일으킨 유통 혁명의 시대의 주인공은 1인 브랜드라고 주장한다. 1인 브랜드에게 불필요한 건 자본이고 필요한 건 용기이며, 현재가 따분하고 미래가 불안한 이들에게 ‘N잡러’가 답이라고 이야기한다. 주말 이틀만 투자하면 유투브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챕터2는 ‘취미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라는 제목으로, 자신을 ‘유투브의 신’으로 만든 것은 기성세대가 보이기에는 ‘쓸데없는 짓’이지만, 자신은 ‘쓸데없는 짓’으로 보이는 게임 덕후 생활이 보물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덕후들에게 디지털 플렛폼이 ‘생존의 탈출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챕터3는 ‘나만의 콘텐츠로 브랜드 가치 높이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독자들 자신 속에 숨어 있는 크리에이터의 본능을 깨우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1인 미디어에 대한 오해를 파헤쳐주고 콘텐츠가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을 이야기한다. 기본 조건에는 채널 정체성, 지속가능성, 편집능력, 소통과 공감, 후원이 아닌 광고 등에 대해 설명한다.

챕터 4는 ‘1인 브랜드 시장이 커야 나도 큰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언론에 자신의 수익을 공개하는 이유는 1인 브랜드 시장의 판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솔직하게 말한다. 그는 ‘1인 미디어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반대로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구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개성과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양성해야 하고, 크리에이터야말로 그런 인재라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반론을 편다.

그리고 그는 “무엇보다 나는 1인 미디어가 ‘개인의 발견’이라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도서관이 그랬던 것처럼 그 누구라도 자기 호주머니에서 숨겨둔 가능성을 활용해 1인 미디어로 성공할 수 있다. 쫄지 마세요! 일단 찍고, 올려보세요!”라고 결론을 맺는다.

대도서관은 ‘유투브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는 데 동의가 된다. 그는 학벌도 스펙도 없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억대 연봉’을 달성했고, 미래도 밝아 보인다.

하지만 <유투브의 신>을 읽어도 그가 유투브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하는 대다수의 주부, 청년, 청소년, 직장인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필자는 몇 가지 점에서 유투브 시장에 대한 평가, 그리고 1인 미디어 시장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해 대도서관의 주장에 반대한다.

첫째, “1인 브랜드에서 불필요한 건 자본이고 필요한 건 용기”라는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먼저 대도서관은 자본이 없었던 사람이 아니다. 그는 매달 월세나 이자를 내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집’이 있었고, 자신이 ‘쓸데 없는 짓’을 하더라도 먹여주는 부모라는 후원자가 있었다. 한국의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자신의 주거비와 생활비를 벌지 않아도 되는 인구는 별로 없으며, 특히 그가 권유하는 계층인 주부와 청년 중에서는 극히 드물다.

둘째, 대도서관이 1인 브랜드 시장에 뛰어드는 시점은 1인 미디어 시장이 형성된 초기이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국내 미디어 시장 역시 싸이월드가 살아 있고 아프리카TV와 다음TV팟도 큰 문제가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던 싸이월드는 문을 닫은 지 오래이고, 아프리카TV와 다음TV팟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도서관 본인 역시 생방송 플랫폼을 유투브에서 트위치로 옮겨갈 정도로 IT시장과 플랫폼 시장은 빠르게 변한다.(기사 : 대도서관도 옮겨간 '트위치', 유튜브 아성 위협할까 http://omn.kr/1guwt)

대도서관은 크리에이터들이 1인 미디어 시장에 쏟아져야 하는 이유를 ‘한국경제의 경쟁력’이라는 애국심과 ‘개인의 발견’이라는 자아실현으로 제시한다. 그렇지만, 국가경쟁력은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책임질 일이며, 개인이 자아실현하는 방법은 저녁 시간과 주말 휴식도 포기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것 말고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또한 개인의 자아실현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단지 무언가를 하면서 즐기는 것만으로도,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만으로도, 어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집단적으로 노력하는 것으로, 독서하고 사색하는 것으로도 자아실현은 가능하다. 대도서관의 주장은 1인 미디어 시장만이 자아실현으로 보이는 아주 편협한 시각일 수 있다. 오히려 1인 미디어 시장의 선발 주자로서 시장을 키워서 자신(업계)의 이익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욕망의 표현으로 보일 수도 있다.

셋째, “내가 관심 있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지속가능한 콘셉트로 기획해 일주일에 최소 두 편씩 1년간 꾸준히 업로드하라!”라며 제시하는 ‘1인 미디어 성공의 비결’은 ‘비결’로서 신뢰하기 어렵다.

일단 대도서관은 자신의 경험만을 근거로 제시할 뿐 객관적인 논리를 제시하거나 1인 미디어 업계의 분석과 통계를 보여주지 않았다. 개인의 경험은 존중하지만, 그게 모든 1인 미디어 참여자들에게 일반화될 수는 없다.

대도서관은 <유투브의 신>에서 자신의 ‘덕후 기질’이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구나 덕후 기질이 있는 건 아니다. 덕후 기질은 오히려 소수만이 갖고 있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대다수 주부와 청년들은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잘하는 분야’를 찾기조자 어렵다. 한국사회는 그동안 청소년들과 주부들이 그렇게 살아가도록 놔두지 않았다.

또한 직장에 근무하면서 저녁 시간이나 주말 시간을 오래도록 동영상 제작에 투입하는 것은 창작물의 완성도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창작자 자신의 삶도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

<유투브의 신>은 2018년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저, 2000, 황금가지) 같은 느낌이 든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IMF로 위기감과 공포에 빠진 노동자들과 자영업자, 청년들에게 “빚도 자산”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에 실망한 엄청난 이들이 부동산 투기와 신용대출에 나섰고, 가계부채 폭등과 카드 부실을 불러왔으며 한국의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 폭발에 크게 기여한 책이다.

대도서관이 1인 미디어 시장에서 성공한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극히 일부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모두가 대도서관처럼 청소년기에 ‘쓸데 없는 짓’을 하지 않으며, ‘덕후’가 아니다. 대도서관이 1인 미디어 시장에 나설 때의 시장과 경제상황은 지금과 분명 다르다. 그리고 누구나 대도서관처럼 오랜 기간 놀아도 되는 풍족한 부모를 만난 것도 아니다.

자신도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했듯이, 누구나 SK같은 대기업에서 영상 관련 경험을 쌓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4천 만명에 달하는 경제활동인구 각자가 고유한 ‘취미와 장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 되지 않는 전문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일 뿐이다.

이외에도 <유투브의 신> 중에는 유투브 활동이 타인과의 유대감을 느끼는 방법이라는 등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들이 많지만 지면의 길이상 생략한다.

결국 필자는 1인 미디어 시장이, 업종의 수가 다르다는 점을 빼고는 자영업 시장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시작할 수도 없지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성공 확률은 구조적으로 1%든, 5%든 제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대도서관이 1인 미디어 시장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이미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성공했기 때문에 기존 체제에 익숙한 것이다.

그는 유투브에 자극적이니 동영상이 올라오는 문제를 “자본이 해결해주리라. 자본의 논리로 자정될 것이다”(203쪽)고 믿고 그렇게 예상한다. 그러나 필자는 유투브가 ‘자본의 이윤’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오히려 신뢰할 수가 없다. 이윤만 ？i는 자본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자본은 정경유착도, 부패도, 부당거래도, 독점도, 갑질도, 노동착취도, 아동노동도, 밤샘노동도, 마약도, 납치도, 성매매도, 살인도, 전쟁도, 경제봉쇄도 서슴없이 저지르기 때문이다.

<유투브의 신>을 읽고난 결론은, 대도서관이 유부트의 신이 되었지만 아무나, 누구나 유투브의 신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1%~5%의 확률을 기대하고 유투브에 뛰어드는 것은 도박만큼이나 위험하다.

한국사회는 개인이 자본주의 무한경쟁 경제시스템 안에서 홀로 분투하여 정부가 기준으로 삼는 최저임금이라도 벌기도 쉽지 않다. 최저임금을 벌기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파업을 일으켜야 하는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단독] 網 사용료 요구에 되레 '겁박'한 구글…"그럼 콘텐츠 플랫폼 (유튜브 등) 운영비 분담해라"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9013135501‬

유튜브 저작권 위반 위험수위… 콘텐츠업체만 속앓이 http://bit.ly/2Bgz9tc

홈플러스, 무기계약직 1만2000명 정규직 전환…‘설 총파업’ 철회 http://www.ilyoseoul.co.kr/news/articleView.html?idxno=285472

[2019년 2월 3일]

대도서관, 유튜부의신, 1인미디어, 자본주의, 최저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