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서평] 마르크스주의의 부활, 공동체적 자주성 <우리가 몰랐던 마르크스>

400년 전 서구 유럽에서 시작된 자본주의 체제가 지구상에 등장한 이후 전세계의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그 사이 잠깐 동안 전세계의 불평등이 완화되던 때가 있었다. 그 기간은 마르크스가 등장하여 사회주의 운동이 전세계를 휩쓸었던 19세기 말부터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이 자본주의 체제와 경쟁하던 100년 동안 이어졌을 뿐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강대국이던 소련 연방공화국이 해체되고 중국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편입되면서 전세계에서 이어졌던 불평등 완화의 흐름은 사라졌다.

강력한 경쟁체제가 사라지자 자본주의 세계의 불평등은 각 국가의 내부에서, 국가 사이에서, 그리고 지구의 남반부와 북반부 간에 급속도록 벌어지기 시작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자본주의 체제의 변종인) 신자유주 체제의 위기로 자본주의 체제는 걷잡을 수 없는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고 평가받는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흔들리면서 전세계적으로 21세기 사회주의가 등장한다. 21세기 사회주의의 중심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사회주의는 마르크스주의를 재해석하는 것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21세기 사회주의 사상가들은 소련을 중심으로 21세기 주류 마르크스주의자들의 해석을 ‘교조적’이라 비판하고 동시에 유럽과 미국에서 이어져온 마르크스주의 해석을 ‘허구적’이라고 비판한다.

저자 이병창 교수는 오랫동안 마르크스의 사상을 21세기에 맞게 재해석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마르크스의 역사철학, 정치철학, 유물변증법을 재해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책 <우리가 몰랐던 마르크스>는 이 교수가 그동안 연구하며 출간했던 <지젝 라캉 영화>(2013 먼빛으로), <청년이 묻고 철학자가 답하다>(2015 말), <현대 철학 아는 척 하기>(2016 팬덤북스) 등을 이은 그의 연구 성과물이다.

필자는 저자의 강연을 몇 차례 직접 접하면서 저자가 마르크스의 문제의식과 철학을 현재의 사건에 적용하여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좀 더 배울 수 있었다.

<우리가 몰랐던 마르크스> 1부는 마르크스의 역사철학을 다룬다.

1장에서 저자는 <프랑스 혁명사 3부작> 등 마르크스가 ‘1848년 2월 혁명’을 분석한 글을 다시 읽으면서 각 정치 세력의 주관적 의도 배후에서 작용하는 계급투쟁을 분석한다.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을 분석하면서 마르크스는 역사철학의 줄기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교수는 ‘계급투쟁’의 관점을 21세기로 확장하면서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와 트럼프의 대선 승리의 기반을 대입한다. 코빈을 지지한 대중이 브렉시트를 찬성하고 샌더스를 지지하던 대중이 트럼프를 찍었다는 사실 역시, 노동계급의 주관식 인식이 객관적인 계급이익을 배반한 셈이라는 것이다.

1장을 통해 저자가 독자에게 던지는 질문은 “그렇다면 한국에서 촛불혁명이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이다.

2장에서 저자는 엥겔스의 구체적인 역사 연구를 통해 전자본주의 시대 사회구성체인 노예제, 봉건제의 모습을 다양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엥겔스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의 자본주의 이행기 역사에서 공통된 키워드를 보여준다. 첫째는 농민과 도시 부르주아의 발전이다. 둘째는 프로테스탄티즘과 종교전쟁이다. 셋째는 절대 왕권이다.

농민의 성장과 도시 부르주아의 발전은 새로운 사유를 발전했다. 그 사유가 곧 개신교의 종교혁명었다. 영국은 개신교 및 부르주아 국가가 되었다. 프랑스는 카톨릭 국가가 되었다. 부르주아는 개신교를 버리고 대신 부를 택했다. 독일은 종교를 영주가 선택했다. 도시 부르주아는 사라지고 봉건 농민만 남았다. 절대 왕정과 귀족과 도시 부르주아의 역관계에 따른 결과였다.

결국 독일과 영국과 프랑스에 비해 자본주의 경제가 뒤늦게 발전했다. 그것도 역학적 기계가 산업 자본을 발전시키면서 절대왕정과 결탁한 매뉴팩처 자본은 넘어서면서 가능했다.

저자는 서유럽 3국의 자본주의 발달사와 아시아적 생산양식에 대한 논쟁을 분석, 평가하면서 역사법칙의 보편성을 말한다.

“모든 나라의 역사는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또는 남들보다 더 탁월하게 또는 못하게 발전한다. 그래도 보편적이며 병행 발전하고 그 시기조차 거의 유사하다. … 인간의 역사법칙도 자연의 법칙처럼 지역마다 시기마다 독특하지 않다. 하지만 역사는 대중이 만드는 것이다. 대중은 마치 분자처럼 서로 충돌한다. 분자의 충돌로 열역학의 법칙이 만들어지듯이 대중의 상초 충돌로 역사도 법칙이 성립한다.”(182쪽)

저자는 2부에서 마르크스의 정치철학을 다룬다.

3장에서 저자는 프롤레타리아 민주주의 이론이 마르크스, 레닌 그리고 마오쩌둥을 통해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살펴본다.

서구(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문제점(위기)은 ‘대표성의 위기’와 ‘관료주의(정경유착)의 위기’라고 평가된다. 즉, 대의제 의회에 노동자 농민 등 민중의 대표는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비례대표 확대로 해결할 수 있나? 아니다. 저자는 부르주아 대의제 체제에서는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자본 독재 체제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르주아 의회 선거는 지역 대표로 구성된다. 지역 대표로 구성되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구조적 문제는, 지역이 소비의 영역이고 각 개인이 분산적으로 살아가는 곳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알려지려면 명망성이 필요하다. 즉 언론과 자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소비의 문제가 중요(그러나 생산 현장은 이미 서로가 잘 알고 있음. 생산과 분배가 중요)하다. 결국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선거자금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래서 서구 (대의제) 민주주의는 그 형식을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로 바꾼다 하더라도 부르주아 독재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민주주의나 사회주의 국가론을 정립하지 못했다. 사회주의 국가론은 러시아 혁명 과정에서 레닌이 정립했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민주주의와 국가론의 맹아를 남겼다. 먼저 1848년 2월 혁명을 거치면서 루소의 국가론과 블랑키의 의회일원제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1871년 파리꼬뮌을 통해 인민소환제와 자치 그리고 은행국유화 개념을 받아들였다. 자치 개념은 무정부주의자들의 꼬뮌(꼬뮌은 생산의 자치 공동체) 연합과 연결된다.

레닌의 국가론은 마르크스의 국가론 개념을 기초로 소비에트 개념을 통해 완성된다. 소비에트는 생산 단위를 기초로 계급 계층별로 구성된다.(이 교수는 여기에서 촛불혁명의 불쏘시개였던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의 구성과 비슷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러시아의 소비에트는 의사결정의 주체이자 집행의 주체였다. 소비에트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지역을 단위로 하지 않고 꼬뮌, 즉 생산의 단위를 기초로 하는 민주주의였다. 즉,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두 가지 특징은 자치(관료의 폐지)와 꼬뮌 기초인 셈이다. 따라서 자치와 꼬뮌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국가의 기능이 소멸하며 전문적 영역은 그 부문 종사자가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에트(사회주의) 민주주의는 프롤레타리아(노동자&농민) 독재가 되는 것이다.

3장의 결론으로 저자가 독자에게 제기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라 하더라도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의 장점을 살릴 수 있을까?” 그리고 “민중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주의 제도가 가능할까?”

저자가 우선 가능한 대안은 두 가지이다. 우선 자치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 다음 비례 대표를 확대하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계급 계층별로 선거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4장에서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의 민족 이론을 분석한다. 저자는 혈연으로서 민족 개념과 자본주의의 산물로서 민족 개념을 종합하려 시도한다.

1850년대 중반까지 마르크스는 ‘민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1856년 엥겔스의 연인 메리 번즈와 함께 아일랜드를 여행하고 아일랜드 식민지 현실을 통찰하고 나서,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아일랜드의 식민화가 오히려 자본주의적 발전을 지체하고 봉건화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런 아일랜드에서 얻어지는 식민지 이윤이 영국의 노동계급을 매수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마르크스는 비록 봉건귀족이 지도하더라도, 독립이 되면 자체의 발전을 통해 자본주의적 발전이 일어날 것이고 그러면 프롤레타리아가 성장할 것으로 보았다. 그는 봉건적 귀족이 지도하는 독립운동에 대해서조차 긍정적으로 보게 되었다.

적어도 이 시기 마르크스는 이미 자본주의가 발달하기 이전부터 민족이 존재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민족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민족이라는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론은 등장하지 않았다. 그 실체가 무엇인지, 언제 등장했는지 등등에 관해서는 분명한 언급이 없었다.

그러나 엥겔스가 1884년에 작성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비로소 획기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 책에서 엥겔스는 고대 부족이 고대 국가로 발전하는 과장을 기술하면서 부족이 해체되고 새로운 민족이 출현하는 것을 보았다.

4장에서 저자는 민족의 개념과 질적 성격은 역사적으로 변해왔다는 점을 결론으로 내린다. 고대 민족, 중세 민족, 근대 민족, 그리고 사회주의 민족 개념까지 가능하다.

5장에서는 저자는 레닌과 마오쩌둥이 각기 자기가 처한 현실에서 어떤 혁명 전략을 세웠는가를 분석한다. 저자는 혁명은 대중과 전위, 근거지와 유격전이라는 이중적 측면을 결합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레닌과 마오의 역사철학적 차이에서 발생하는 다른 점은, 동맹 세력의 범위가 다르다는 것이다. 레닌에게 혁명의 동맹세력은 하층 농민이었지만, 마오는 상층 농민과 하층 귀족 그리고 민족 부르주아까지 포함시킨다.

그리고 마르크스와 레닌의 차이점이자, 레닌과 마오의 공통점은 ‘지도와 대중’ 그리고 ‘연속혁명론’이다. 역사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강조한 점이다. 반면에 마르크스는 역사법칙을 강조했고 단계적 혁명론을 제시했다.

레닌과 마오는 지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레닌은 “대중들은 쉽사리 나서지 않는다. 대중들은 영웅적 투쟁보다는 우선 현실적 안주를 택한다. 조금이라도 살아갈 여지가 있으면 차라리 노예적 굴복을 택하는 것이 대중이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마오의 사례를 통해사상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마음이 열려 있어야 만이 조건이 성숙되었을 때 대중과 혁명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3부는 마르크스의 유물변증법을 주체사상과 비교하여 설명한다.

6장에서 유물론을 다루면서 종교를 대신하여 과학을 택한 이유를 설명한다.

유물론이란, 현상의 원인을 자연적인 이유(물질적인 인과과정, 과학적 세계관)로 해석하는 이론으로서 외부적인 힘, 신적인 힘, 미지의 힘을 배격한다. 그 반대 이론은 관념론(종교적 세계관 포함)이다. 종교적 세계관은 너무 폐쇄적이고 유물론적 세계관은 스스로를 개정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가지고 있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엥겔스의 <자연 변증법>의 헤겔의 변증법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책(모순의 법칙, 양질 전환의 법칙, 부정의 부정 법칙)이다. 헤겔의 <논리학>은 크게 3가지로 이루어졌다. 첫째는 단물 물체의 층위, ‘양질 전환의 법칙’이다. 둘째는 본질론, 화학의 대상이 되는 분자(복합체)의 층위, ‘부정의 부정 법칙’이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는 개념론, 세계가 생물 층위나 역사 층위를 다룬다고 봄, ‘발전의 법칙’이다.

왜 변증법이 필요한가? 굳이 유물론이 변증법적 유물론이어야 하는가? 유물론은 물질로부터 의식이 발생한다는 주장인데, 어떻게 물질로부터 의식이 발생할 수 있는가, 그 가능성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것이 변증법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변증법적유물론을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을 마르크스의 <자본론> 중 상품화폐론이라고 한다. 광합성을 예로 들면, 탄소와 수소 그리고 산소가 엽록소를 통해 보편적 순환의 관계를 맺으면 광합성이라는 생명과정이 출현한다. 이것은 분자 화합물에서 생명체라는 새로운 물질의 층이 발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생명체 가운데 의식적 존재가 출현하는 것도 모순, 순환, 상호작용이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자연 과정의 ‘누적적 계단’은 소립자의 세계, 분자의 세계, 생물의 세계로 나누어지는데, 이것은 역학의 법칙, 우연의 세계, 목적론적인 성격으로 연결된다.

“종교가 새로운 세상을 열고, 도덕을 함양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종교는 말씀을 절대화하면서 시대의 변화를 따르지 못한다. 더구나 종교는 율법적이다. 종교는 사후의 행복과 처벌을 약속함으로써 더욱 더 욕심 많은 인간을 기를 뿐이다.”(332쪽)

“과학은 나름대로 오류를 수정하는 여러 복잡한 장치를 갖고 있다. 과학은 이를 통해 자기의 오류를 수정하니, 이런 점에서 과학은 열려 있다. 과학은 엄격한 오류 검증 장치를 통해 자기의 오류를 수정함으로써 진리에 다가갔다. 오류의 수정 가능성. 과학이 열린 자세 때문에 과학은 신뢰감을 준다. 그 때문에 과학을 정당화하는 유물론이 종교적 세계관보다 힘을 얻는다.”(339쪽)

7장에서 변증법의 의미를 분석하며, 저자는 역사의 변증법적 발전이 주체 자신의 혁명이라는 개념과 관련된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의 역사법칙은 계급투쟁, 생산력과 생산관계, 상부구조의 변화를 다루는데, 이는 인과관계, 결정론적, 자연적 객관적 측면을 강조한다. 마르크스의 역사법칙이 결정론적인 이유은 계몽주의적, 관념론적인 역사관과 투쟁하는 가운데 강조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마르크스의 역사서에는 이런 결정론적인 입장과 배치되는 주장이 많이 등장한다는 게 저자의 첨언)

마르크스에 비해 레닌과 마오의 이론은 인간의 능동성을 강조한다. 주체사관은 레닌과 마오의 이론에서 한 단계 더 나간다. 주체사관과 마르크스 역사관의 차이점은 목적론적인 역사관과 자주성의 실현 개념이다. 계급투쟁은 일정 시대와 일정 사회를 횡단하여 보는 공시적 설명이고, 자주성의 실현은 시대를 종단하여 통시적으로 설명하는 것인 셈이다. 이 두 측면은 같은 역사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표현하는 것이다.

왜 주체사관은 계급해방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자주성의 실현’이라는 말을 사용했을까?

그 이유는 자주성이 계급해방보다 더 폭넓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자주성의 실현은 (대내적)계급해방과 (대외적)민족해방을 동시에 표현한다. 계급해방과 민족해방의 상호 연관성은 이미 역사가와 혁명가가 밝혔다.(고대노예제와 봉건제를 거쳐 프랑스대혁명과 제국주의 시대까지)

한국에서는 주체 사상이나 주체 사관의 대내적 + 대외적 측면을 간과하고 대외적인 측면, 즉 민족해방을 강조하는 편향(오해)이 존재한다.

변증법적 관점에서 역사의 발전법칙에는 또 하나의 고유성이 존재한다. 생물의 경우 목적은 고정되어 있다. 그것은 재상산으로 태어날 때 본능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목적을 실현하고 그 실현된 목적을 토대로 새로운 목적을 형성한다. 목적은 누적적으로 심화하고 확대된다. 주체의 자기 혁명의 과정인 셈이다.

역사는 이중적인 혁명이다. 현실을 개조하는 사회혁명이자 자신을 개조하는 주체혁명이다. 역사의 발전과 동시에 주체도 발전하는 것이다. 이 점이 생물의 발전과 구별되는 인간 사회 고유한 역사의 발전의 특징이다. 마르크스 역사관은 이 점에 대해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점이 주체 사관의 독창성이다. “인간이 완전한 자기 인식에 도달하는 것은 사회주의가 완성되었을 때이다. 이때 인민대중은 자신의 자주성을 자각할 것이다.”

8장은 마르크스의 인간론을 다룬다. 이때 저자는 마르크스의 초기 저작 『경제철학 수고』에 나오는 ‘유적 존재’라는 개념과 주체 사상에서 인간의 본성인 자주성 개념을 비교한다.    

인간론을 철학적으로 접근할 때 생각해야 하는 전제는 인간을 규정할 때 인간이 추구하는 목적(가치)와 그것을 실행하려는 의지의 차원을 구별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인간론은 ‘욕망의 사회성’ 개념이다. 개인적, 현재적 욕망보다 사회적(계급적), 미래적인 욕망을 가치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인간이 어떤 실천적 의지(힘)를 가지고 있는지 관해 설명하지 않았다. 즉 도덕론(심성론)을 다루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마르크스주의는 계몽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가치, 정의, 이유, 목적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행동할 것이다.”는 의미다. 그래서 마르크스주의에서 인민주의자가 나타나고 “현장 속으로”고 종종 등장한다. 낭만주의적 사고인 셈이다.

그렇다면 선한 가치와 목적을 알아도 실천하지 않고, 나쁜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는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이 점은 인간의 실천적 의지와 관련한 문제이다. 가치론은 심성론(도덕론/품성론)이며 이는 목적과 의지(실천)이다. 인간의 실천적 의지는 주체사상에 와서 밝혀진다. 자주성은 역사가 실현하려는 목적이라는 측면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를 말하는 것이다.

인간의 실천적 의지는 여러 유형이 있다. 부르주아적 자유주의, 칸트적 의무론(자율성), 낭만주의적 양심(자발성), 공동체적인 자유의지(자주성)까지 이어진다.

실천론은 인간의 행위를 이끄는 힘은 욕망과 자유의지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욕망은 물질적 힘이며 기계적으로 작용한다. 결과를 얻으면 쾌락(즐거움)을 얻으며, 따라서 결과를 향한 충동이 존재한다. 이에 반해 자유의지는 자신의 선택(가치,이념 등)을 실현하려 한다. 행위 자체가 아니라 행위 자체(과정)를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 따라서 정신에 의해 지배된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가? 욕망만 존재하는 게 아닌가?”라는 쟁점은 오랜 철학적 논쟁 주제이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사실은 칸트가 증명했다. “자유의지는 실천적인 사실. 실제 행위를 해보면 자유롭다는 사실을 직관할 수 있다.”

인간의 실천적 의지(자유의지) 중 부르주아적 자유주의는 욕망의 해방을 추구한다. 욕망 가운데 자신이 선택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욕망이 자신을 지배한다. 욕망과 자유의지 사이의 중간단계이며 기만적이다. <아큐정전>의 주인공 아Q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본주의사회의 시민들이 이에 해당한다.

칸트적 의무론(자율성)은: 욕망에서 벗어난다. 순수의지라고 말한다.. 의무로서의 의무(욕망에 지배되지 않는, 가치에 대한 의무)이며, 강제성을 지니고, 도덕적 명령에 따른다.

낭만주의적 양심(자발성)은 셸링의 ‘강제성 없는 자유의지’라 할 수 있다. 도덕을 따르면서도 스스로 즐거워하는 의지를 말한다. 자발적 의지이며 헤겔의 ‘아름다운 정신’ 개념과 비슷하다. 하지만 개인적이라는 한계와 나르시슴적 한계(배타적/독선적)가 존재한다. 자발성은 타인에 대해 강요하게 되며, 자기만 양심적이고 타인은 불순하다는 오만으로 발전하게 된다. 양심의 한계 때문에 헤겔의 ‘절대정신’이 출현한다.

절대정신은 사랑이다. 사랑은 타인과 함께 공동체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사랑은 공동체 정신이며, 사랑 가운데 절대정신이 최고 형태이며 곧 동지애이다. 이것이 곧 공동체적 자유의지(자주성)이다. 자유의지의 최고 단계(공동체적 자주성)가 곧 동지애이다.

자주성에 도달하기 위한 변증법적인 과정을 보자. 의무감은 도덕적 가치를 따르지만 아직 스스로 즐거운 마음이 없다. 자주성은 감추어져 있다. 양심(자발성)은 도덕적 의지를 따르지만 스스로 즐거워한다. 자주성이 처음 등장하며 개인적이다. 사랑(절대정신)은 즐거운 마음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공동체적 자주성이며, 자주성의 최고 형태이다.

자주적인 삶의 구체적인 덕목은 책임 윤리, 혁명적 낙관주의, 두려움을 모르는 자유이다. 행위의 결과에 대한 원인(책임)을 외부로 돌리지 않는다. 스스로 행위한 것이기에 어떤 후회도 증오도 없다. 스스로 책임지고 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욕망론자는 항상 패배의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패배하면 곧 좌절하며 포기한다. 자주적인 행위는 이미 행위하는 가운데 충실한 삶을 살기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그것이 혁명적 낙관주의이다. (도덕주의와 이념주의 : 이념을 도덕처럼 여기면 기회주의가 나오고, 도덕을 이념으로 간주하면 도덕주의자가 된다.)

전체적으로 저자는 마르크스 사상은 자기의 현실에 따라 창조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가능성을 마르크스 사상의 부활을 통해 모색한다.

그는 결국 이 책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을 21세기 사회주의의 키워드인 ‘주체성, 자주성(autonomia)’이란 개념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2019년 4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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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서평] 소수의 진보정당은 어떻게 법을 바꿀 수 있을까 <다시, 진보정당 : 거대한 소수, 민주노동당 사례로 본 진보의 길>

2019년 한국 정치구조에서 진보정당은 소수다. 1948년 국회가 처음 개원한 이후 지금까지 늘 소수였다. 국회 내 최대 의석수는 2012년 4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이 올린 13석이 최대였다.(그러나 그 최대 숫자는 분당과 종북몰이로 인해 몇 개월 만에 무의미한 숫자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법을 새로 만들거나 바꾸려면 전체 의석수 300명 중 과반수 이상이 참석하여 참석한 의원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진보정당은 소수라 국회에서 법을 만들거나 바꾸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어떤 유권자는 그 이유 때문에 진보정당을 지지하지만 표를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어떤 유권자는 그 이유를 핑계대면서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 국회를 돌아보면,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처럼) 의원수가 전체의 과반수를 넘는 여당이 특정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고 (지방자치법처럼) 과반수도 안 되는 야당이 특정 법안을 통과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진보정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1야당이 아닌 진보정당, 즉 의원수가 10명이 채 안 되던 18대 국회(2008~2012년)에서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경우도 몇 번 있다. 반대로 의원수가 10명에 달하던 17대 국회의 민주노동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던 법안은 통과되지 않았다.

도대체 국회가 어떻게 돌아가길래 그런 결과가 나왔을까? 5명의 민주노동당은 어떤 ‘기적’을 만들었기에 국회에서 자신들이 추진하던 법을 통과시켰을까? 다시 말해 2005년 10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민주노동당은 왜 비정규직 법률 투쟁에 실패했고, 5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민주노동당은 2010년 왜 대형마트/SSM 규제법률 투쟁에 성공했는가?

저자 정경윤 박사의 <다시, 진보정당 : 거대한 소수, 민주노동당 사례로 본 진보의 길>은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던 민주노동당의 입법 활동 분석을 통해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2012년 통합진보당의 분당 이후, 한국 정치권에서 진보정당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게 되었다. 현재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등 진보적 소수 정당이 나름대로 고군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한국 사회에 진보정당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고통을 겪고 있다.

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험한 노동에 내몰리고, 해고에 맞서다 목숨을 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하늘로, 하늘로 올라야 하는 요즘 민주노동당의 실패와 성공을 되짚고, 진보정당을 부활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17·18대 국회 시절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정책보좌진으로 일했고, 지금은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기획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경윤 박사가 쓴 <다시, 진보정당- 거대한 소수 민주노동당 사례로 본 진보의 길>은 진보정당의 부활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민주노동당은 왜 결국 실패하고 말았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지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는 민주노동당 외에도 여러 진보정당들의 원내 진출 경험을 가지고 있고 현재에도 여러 진보정당이 존재한다. 많은 이들이 대의민주주의 강화를 위해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어떤’ 진보정당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잘 논의하지 않는다. 거대한 촛불 운동을 거치며 한국 정치 체제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지금, 한국 사회 변화를 요구하는 급진적인 ‘목소리’들이 등장하고 있다. 어떤 진보정당이 필요한지 과거와 현재의 실험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작업을 해야 할 때다. 그 작업을 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는 지금까지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실패를 분석하는 상투적인 분석 방법에서 벗어난다. 그동안의 논의는 대부분 정파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는 “민주노동당이 ‘소수’라는 구조적 제한 조건을 극복하고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경우도 정파 때문일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진보정당이 실천해야 할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활동 방향과 전략을 갖지 못한 한계”를 그 원인으로 꼽았다.

2004년 이후 민주노동당은 ‘거대한 소수’ 전략을 외쳤지만 ‘거대함’이 무엇인지, ‘거대함’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과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당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과 의원, 당 간부, 활동가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당원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도 논의가 부족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과거 진보정당 운동을 평가하면서 현재 스스로 진보정당이라고 자부하는 정당들이 ‘소수’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

어떤 정당은 유명 인사를 앞세워 기존 언론과 대안 언론을 통해 자신들의 정책과 노선을 홍보하면서 ‘다수파’를 위해 노력하고 비례대표제 확대 등 선거제도 개편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어떤 정당은 과거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정책과 노선에서 점점 기득권 정당의 정책과 노선으로 수렴하는 것을 통해 ‘소수’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또 다른 정당은 국회 입성을 포기한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 마을 단위의 ‘자치’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정 분야의 대중운동에 집중하는 경향도 있다. 그런 와중에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먼저 기존 정당과 연합하거나 기득권 정당의 구태를 따라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저자의 평가와 대안은 다르다. 저자는 진보정당은 ‘진보정당 다워야’ 하며, 진보정당은 기층 대중운동(사회운동)과 ‘제대로’ 결합함으로써만이 과거의 실패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민주노동당의 두 가지 대표적 입법 활동 분석을 통해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저자는 거대 정당 중심의 정당 체제에서 소수 정당인 진보정당이 어떻게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작업임과 동시에,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검토와 고민을 담기 위해 비정규직 보호법, 대형 마트·SSM 규제법의 입법 과정을 추적했다.

비정규직 보호법 입법 과정은 민주노동당의 실패 사례로, 대형 마트·SSM 규제법 입법 과정은 민주노동당의 성공 사례로 제시했다.

노동자들의 운명과 관련해 사활이 걸려있던 비정규직법이 17대 국회에서 날치기 처리되는 걸 민주노동당은 막지 못했다. 저자는 당시 민주노동당은 충분히 이 법을 주도해서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그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말한다.

당과 민주노총 그리고 조합원의 관계에서 이념적 통합성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입법이나 정책에서 노동조합 자신의 ‘실리적 추구’를 위해 당을 도구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도 많았다. 노동단체들의 내부 갈등과 기업의 탄압 등으로 인해 정부 법률안에 대항하고 비정규법 입법 운동을 주도하던 세력이 내부 문제로 와해되면서 정부 법안을 개진할 수 있는 동력이 무력화되었다. 결국 민주노동당은 무늬만 ‘보호법’인 ‘비정규직 보호법’이 통과되는 걸 막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반면, 18대 국회의 SSM 규제법의 경우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철저히 옹호하는 이명박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과의 대립 구도에서 민주노동당은 이 입법 활동으로 여러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이것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당과 사회운동 단체가 긴밀하게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진보정당이 거대 정당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회운동과 이념적, 전략적, 조직적으로 잘 결집했을 때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당과 의원의 정치적 입지와 당사자 운동인 새로운 상인운동 세력도 강화됐다.

사회 기층 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진보정당의 대중성 강화, 즉 대중조직과의 결합은 운동 세력과의 형식적 협력 관계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당과 사회운동의 유기적 협력 관계는 "정치를 제도 정치 영역의 몫으로 이해하던 것에서 벗어나야”만 가능하다. 정당정치와 운동정치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민사회와 지역사회 그리고 제도 정치 지형을 재구성하고 입력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당정치와 운동정치의 접근이 가능할 때 과거 진보정당 경험에 대해 제도 정치를 강조하는 측에서는 운동의 탓으로, 운동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제도 정치의 우경화 탓으로 돌리는 문제를 재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분단체제, 신자유주의 체제, 권위주의 체제의 구조적 모순에 도전하고 저항하는 사회운동과 그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진보정당의 필요성은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이것은 정치 체제 내에서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도전이다.

거대 정당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경쟁 관계와 지배 질서를 유지하고자새로운 정당을 무력화하려 한다. 이념적으로 제한된 '헌법'의 틀 속에 갇힐 것을 강요하고, 진보정당은 그것을 수용하는 순간 자신의 권력 자원인 대중 및 사회운동과의 괴리를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존 정치 세력의 대응 전략에 종속되지 않고 체제의 변화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가?

이를 위해 정당과 사회운동의 유기적 협력 관계와 진보정당의 대항 전략을 강조한 이 책의 접근은 중요하다. 사회운동을 기반으로 한 진보정당은 거대 정당들의 보수성을 견제할 수 있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기성 정당 내·진보성을 가진 의원들의 발언권과 세력을 강화하는 자극제로서 그들의 시민사회에 대한 호응성과 책임성을 강화할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진보정당이 촌재함으로써 변화하는 이런 정당 경쟁 관계는 기성 정당의 개혁 동기를 유발하여 양당제로부터 발생하는 정당 체제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결론은 진보정당의 좌절도, 소수정당으로 무시되는 것도 '숙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대중의 힘을 발휘하는 정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때 지지자들을 확대하고 거대 정당들이 두려움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대 정당들과의 경쟁력은 바로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의 이념적, 전략적, 조직적 응집력과 내구성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겐 어떤 진보정당이 필요한 것일까? 저자는 진보정당의 ‘질적 변화’를 주문했다. 대중들에게 진보정당의 필요성과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전략, 즉 어떤 정치를 펼칠 것인지에 관한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책 활동의 권력 기반이 되는 사회운동과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맺었을 때만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을 갖추지 못하면 비록 선거제도가 바뀌어 많은 진보정당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입성하더라도 정치 지형을 바꾸지 못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제도정치 공간에서 진보정당 의원들이 존재해도 이들이 대표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조직화와 사회운동이 전개되지 않으면 효력을 발휘하기 힘들고, 운동이 전개된다 하더라도 제도정치 공간에서 그들과 연계된 진보정당 의원들이 없다면 거대 정당들에 의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정당과 조직화된 대중, 그리고 사회운동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 형성은 정치사회 변화를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인 것이다. 바로 사회적 힘을 조직하고 이를 통해서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에 진보정당이 있는 것이다.”

사회운동을 기반으로 한 진보정당은 거대 정당들의 보수성을 견제할 수 있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기성 정당 내·진보성을 가진 의원들의 발언권과 세력을 강화하는 자극제로서 그들의 시민사회에 대한 호응성과 책임성을 강화할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력한 진보정당이 존재함으로써 변화하는 이런 정당 경쟁 관계는 기성 정당의 개혁 동기를 유발하여 단기적으로  양당제로부터 발생하는 정당 체제의 보수성과 폐쇄성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진보정당이 스스로의 능력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곧 사회운동과 대중운동을 정치의 전면에 내세우는 상승작용을 일이키면서 기존 정당을 넘어서는 ‘대안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3월 24일]

 

정경윤, 다시진보정당, 민주노동당, 거대한소수, 대중운동

추천[서평] 한 권으로 끝내는 현대 철학 다이제스트 <현대 철학 아는 척하기>

2016년 저자 이병창 교수의 서교동 주말 철학 공부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준비했다가 제1장 “20세기 초의 모더니즘/ 니체”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책꽂이에 모셔놓은 책..

2019년 1월에 8주 연속으로 이 교수의 신간 <우리가 몰랐던 마르크스>(2018 먼빛으로) 강연에  참석하면서 다시금 생각났다.

저자는 ‘현대’라는 시기 구분을 1871년 파리꼬문 전후부터로 잡는다.

파리꼬문을 현대철학의 주요 계기로 삼는 이유가 있다. 소위 ‘현대 철학’이라고 하면 수백, 수천 가지 철학 조류가 있고 철학자가 있을 것이다. 저자는 그 모든 현대 철학을 다루려고 하지 않는다. 현대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바탕으로 ‘노동하는 인민이 자기를 해방하기 위한 투쟁 속에서 발전시킨 철학’만을 선택하여 다룬다.

흔히 노동하는 인민의 해방철학은 무정부주의나 마르크스주의와 연관되고, 사회 사상을 다루는 사회 철학으로 한정된다. 사회주의 철학은 대체로 이성적 인식의 가능성을 믿으며, 사회를 물질적 이해를 중심으로 파악하려 한다. 이런 맥락에서는 현대에 등장한 그람시부터 루카치, 알튀세르와 같은 유로코뮌주의나 마르쿠제, 아도르노와 같은 비판 철학, 최근의 아감벤이나 지젝이 주된 관심 대상이 될 것이다.

저자는 머지않은 미래 사회에 모든 인민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공동체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믿는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저자가 규정하는 현대란 ‘인류의 수백만 년 역사 이래 마침내 노동하는 인민이 세계 도처에서 착취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던 시대’이다.

이 점이 필자가 저자가 규정하는 ‘현대 철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필자 역시 관점적 사유의 연장 선상에서 다루는 철학이나 ‘노동하는 인민의 해방투쟁’과 관련 없는 개인주의적, 사변적, 학구적인 현대 철학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사실 영미권 철학이 대부분 이에 해당한다.

“현대 철학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 놓았다.”는 출판사의 홍보글에도 불구하고, 니체에서부터 아감벤에 이르기까지 각 철학자 한 명, 한 명의 철학사상은 필자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현대 철학 아는 척하기>에서 등장하는 20명이 넘는 철학자 중 마르크스를 비롯한 몇 명의 저서를 수박 겉？C기 식으로 읽은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9세기 시대 상황과 이에 조응하는 철학과 예술의 특징과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연관관계를 분석해주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는 있다. 어떤 시대 상황에서 인민에게 필요한 문제의식이 싹 트고 이에 따라 새로운 철학과 예술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태동하고 이어지는 흐름을 배울 수 있었다.

현대 철학에 대한 <현대 철학 아는 척하기>의 구분은 네 가지이다. 20세기 초의 모더니즘(제1장)과 1960년대의 아방가르드 사상(제2장), 198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제3장)과 20세기 말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제4장) 철학이다.

저자는 현시대의 보다 다양한 철학이 노동하는 인민의 해방을 위한 투쟁에 기여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철학이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다.

모더니즘 철학이라면 베르그송, 사르트르, 하이데거, 메를로퐁티, 아도르노, 마르쿠제의 철학
을 들 수 있다. 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에는 푸코와 데리다, 보드리야르, 들뢰즈 등이 들어갈 것이다. 필자는 이 철학들을 모두 묶어서 아방가르드 철학이라 간주한다.
저자는 아방가르드주의가 본래 현대 예술에서 나타나는 사조로 예술기법상의 실험에 그치지 않고 예술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예술의 아방가르드주의는 노동하는 인민의 해방 투쟁에 기여했다.”(5쪽)

저자는 아방가르드주의가 단순히 해방 투쟁을 측면에서 지원한다는 간접적 또는 수단적인 의미에서의 기여는 아니였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아방가르드주의는 예술적 직관을 통해 해방 이념을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예술이 그 어떤 실천보다도 강력한 실천적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아방가르드 예술과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 철학을 저자는 아방가르드 철학이라 한다. 아방가르드 철학은 한편으로 새로운 아방가르드적인 예술 실험을 토대로 하면서 출현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방가르드 예술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길을 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사회보다 예술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며, 직관을 매우 강조하면서 실존이나 개인의 정신적 삶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그 속에는 인민의 해방 투쟁과 관련해서 감주어진, 아니 어쩌면 매우 노골적으로 함축된 의미가 들어 있었다.
아방가르드 철학과 사회주의 철학은 서로 대립되고, 때로는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원수지간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실 아방가르드 철학과 사회주의 철학은 상호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아 왔다.

“루카치가 실존주의에 영향을 받았으며, 알튀세르가 구조주의에 영향을 받은 것을 생각해 보자. 예술에서 아방가르드주의는 초창기의 사회주의 문예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아방가르드 철학도 마르크스주의나 무정부주의 사상을 원천으로 하였던 경우가 많다.”(6쪽)
 

저자는 사르트르가 공산당의 동반 작가임을 주장하고, 푸코가 관료주의 비판을 마르크스의 소외 이론과 연관하여 발전시켰으며, 지젝이 레닌주의를 표방하고 나선 것 등도 같은 예로 파악한다. 특히 최근에 이르면 푸코나 보드리야르, 지젝이나 아감벤처럼 사회주의 철학에 속하는지, 아방가르드 철학에 속하는지 잘 구분되지 않는 철학도 많다.

<현대 철학 아는 척하기>에서는 사회주의 철학과 아방가르드 철학을 동시에 포함했다. 저자는 두 철학을 따로따로 놓기보다는 차라리 한데 묶어놓으면 서로의 역할과 의미가 더 잘 드러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히려 사회주의 철학과 아방가르드 철학을 구분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구분은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의 구분이라고 생각한다. 20세기 초에 시작하여 1970년대 말까지 전개되는 모더니즘 철학과 1950년대 들어 이미 등장했지만 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출현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을 구분하는 것은 해당 시기 뿐만 아니라 그 의미와 영향을 알기에 더 적합한 방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모더니즘과 포스트 모더니즘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 저자는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고유한 입장을 제시하려 한다. ‘진리’에 대한 주관성 여부이다.
 

“모더니즘은 일반적으로 진리가 나타나는 근원적인 주관성을 상정한다. 모더니즘에서 신비주의는 진리의 직관적인 인식과 직결되어 있다. 모더니즘에서 직관적으로 인식된 진리는 음악적인 원리나 몽타주 기법을 통해 표현된다.

“포스트 모더니즘에서는 진리가 나타나는 근원적인 주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하나의 텍스트는 다른 텍스트들과 상호 관계를 지니고 있다. 각각의 텍스트들은 그 자체로 해독되지 않으며, 다른 텍스트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독된다.

만일 알레고리라는 개념을 상호 텍스트적인 의미로 규정한다면 포스트 모더니즘의 기본적인 기법은 알레고리(또는 혼성 모방)에 있다고 보겠다.

진리에 대한 확신 유무에 따라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구분된다. 한편 이성보다는 직관을 강조하고 물질적 이해보다는 정신적 삶을 강조한다는 두 가지 공통적 요소를 가지며, 아방가르드적 실험과 이를 통해 사회적 혁명에 기여하려는 예술적 의식도 공통적이다. 아방가르드적 실험 기법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공통 요소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다. 몽타주 기법과 혼성 모방의 유사성은 말할 것도 없다. 더구나 뒤샹과 마그리트처럼 모더니즘 작가가 포스트모더니즘의 발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경우도 많다.
특히 예술에서 아방가르드라는 말은 1950년대에 집중적으로 사용된다. 당시 예술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사이에 있는 이행의 예술이며, 두 사조가 중첩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둘을 묶어 아방가르드주의라 하면서 하나의 연속적인 흐름이 지니는 두 단계로 파악하고자 했다. 또한 철학의 흐름도 같은 관점에서 파악하려 했다.”(8쪽)

저자는 모더니즘 시대를 크게 두 시기로 구분한다. 1910-1930년 사이의 좁은 의미에서의 모더니즘과 1950-1960년 사이의 좁은 의미에서의 아방가르드주의로 나눈다. 전자와 후자는 서로 착종되어 있어서 엄격하게 나누기 힘들다.

20세기 초 모더니즘이 근원적인 주관성 속에서 진리를 직접 경험하려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20세기 중반의 아방가르드주의는 물화된 주관성 자체의 의미나 역할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려는 자기 파괴에 더 지중했다. 전자가 좀 더 초월 지향적이었다면 후자는 좀 더 자기를 향해 내향적이 었다. 다만 저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관련되어 있어서 정도나 강조점의 차이일 뿐 배타적인 측면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도 시기적으로 구분된다고 본다. 최근 포스트모더니즘 이후를 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라크 전쟁과 세계 경제의 위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한계를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속에서 다시 모더니즘적인 경향을 지니고 진리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철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탈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이라 규정하고 본래의 포스트 모더니즘, 즉 진리를 거부하는 철학과 구별했다.

“비록 탈포스트 모더니즘 철학이 등장했다고 하더라도 포스트모더니즘의 성향에서 완전히 결별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단계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9쪽)

<청년이 묻고 철학자가 답하다>, <굿바이! 아메리카노 자유주의>, <지젝 라캉 영화 - 두 죽음 사이> 등.. 철학박사이기도 한 이병창의 전작이다. 저자의 전락을 꾸준히 따라 읽어본 필자로서는, 처음 모스트모던자유주의라는 철학 개념에서 출발하여 이 책을 통해 앞뒤, 좌우로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현대 철학 하는 척하기>를 통해 철학과 역사, 철학과 예술의 관계에 주목해 시대의 흐름을 통해 철학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필자가 <현대 철학 아는 척하기>를 소화한 후에 서평을 쓸 능력은 안 된다.

다만, 저자가 각 철학과 예술사조를 시작할 때마다 특징 내지 문제의식을 담은 문장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제1장 20세기 초의 모더니즘

- 파리 코뮌과 새로운 세기 : “사물의 순간적인 인상을 포착하려는 인상파의 시선은, 우선 당장은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벗어난 부르주아가 누리는 오후의 나른한 시선을 닮은 것으로 보인다.”

- 니체와 유럽 가치의 전도 :“허무감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인간이 엎어 쓰고 있던 온갖 거추장스러운 자기기만을 벗어던져야만 한다.”

- 프루동과 아나르코생디칼리슴 :“인민의 분노를 바탕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출현했으며, 일차적인 물음은 사회적 불평등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문제였다. 초기 공상적 사회주의자들에게 영향을 받은 프르동은 불평등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면서 결론적으로 소유는 도둑질이라는 주장을 제시했다.”

- 마르크스와 역사적 유물론 :“그렇다면 각 정치적 분파의 계급 이해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계급이란 생산 관계에서 생산 수단과 노동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중세 영주와 농노의 관계나 근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관계도 모두 생산 관계에 의해 결정됐다.”

- 레닌과 사회주의 국가 :“사회주의 국가는 기본적으로 자치제를 바탕으로 한다. 민주주의와 달리 관료제를 거부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에서 관료제는 완전하게 철폐되지는 않지만, 역할은 민주주의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축소되는 것이다.”

- 20세기 초의 모더니즘 문화 : “기본음들 사이의 대비나 충돌, 그것으로부터 생산되는 감정이라는 음악의 원리가 20세기 모더니즘이 발견한 몽타주 기법의 단초였다.”

- 베르그송과 이미지 기억 :“깊은 숲속의 나무 앞에 서서 조금만 귀 기울이며 응시하고 있으면 내가 곧 그 나무가 되어 버린 듯하다. 나무가 숨 쉬는 소리가 들리고, 나무가 꾸는 꿈이 보인다.”

- 하이데거와 존재의 세계 : “불안 앞에서는 세계 전체가 떠내려간 것처럼 보인다. 불안은 어떤 것의 부정이 아니라 전반적인 무(無)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제2장 1960년대의 아방가르드 사상

- 1960년대의 인간 소외 :“일단 성립된 관료 조직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스스로 자기 자신을 증식시켜 불가사리처럼 사회를 먹어 치운다.”

- 그람시와 문화적 헤게모니 :“단순히 부르주아의 문화를 비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못하다. 나아가서 노동 계급 역시 전체 사회적 계급에 대해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편적인 문화적 헤게모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 루카치와 의식의 물화 :“상품 생산 사회에서 개인의 운명은 시장에 종속되어 있다. 개인이 생산한 상품이 시장에서 판매되어 교환 가치가 실현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지만, 생산한 상품의 실현 여부나 교환 가치를 미리 알지 못하는 개인의 운명은 시장에 종속된다. 개인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시장에 전 운명을 걸고 있다. 시장은 각 개인을 농락하는 심술궂은 신이다.”

- 알튀세르와 마르크스주의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위기를 포착한 알튀세르는 위기의 원인이 마르크스주의 내부에 있으며,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아방가르드와 예술의 실험 :“예술로가로서의 역할은 다만 질문의 단서만 제공하는 것이며, 답은 작품의 독자인 대중들이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

- 사르트르와 실존적 자유 :“내가 나의 슬픔을 반성적으로 의식하는 순간, 돌연 나의 슬픔은 나로부터 멀어져 나온다. 슬픔은 나에게서 낯선 것으로 멀리 떨어져 나가 저만치 앉아 있다.”

- 메를로퐁티와 타자와의 연대 :“우리는 유리의 표면을 들을 수 있고, 유리가 깨어지는 소리를 볼 수도 있다.”

- 아도르노와 총체적으로 관리되는 사회 :“세이런 이야기에 나오는 지배와 공동선(共同善)의 공모 관계는 근대 사회, 특히 총체적으로 관리되는 사회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다.”

- 마르쿠제와 에로스의 해방 :“에로스가 해방에 이르면 온몸이 에로스의 기관인 성감대로 부활한다. 에로스는 육체적인 노동 속에서도 자기를 나타낸다. 노동은 이제 유희가 된다.”

- 베냐민의 기계 복제 시대의 예술 : “마음 속에 연결되는 과거와 미래는 현재 속에 이미지로 존재한다. 현재는 이미지들의 연관 체계이다. 이미지와 이미지의 관계가 마음 속의 시간성이다.”

제3장 1980년대의 포스트모더니즘

- 1960년대의 저항 운동 : “온갖 비웃음과 음흉한 거짓의 세계여, 안녕 / 견디기 어려웠던 암흑의 땅이여, 안녕 / 이 절망스러운 세상에서 우둔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 / 틀어쥐고 있떤 무한한 자유가 눈앞에 보이는데 /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 그런 세상을/”

- 포스트모더니즘 :“뼈저린 좌절감 앞에서 현실 세계와 배후 세계라는 자기 소외가 나타났다. 세계의 분열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알레고리 양식이 가진 역사적인 배경이 아닌가 한다.”

- 푸코와 관료적 권력 :“일망 감시의 권력은 감시 메커니즘을 가지고 개인화된 신체로 들어가 자기 감시로 작용하며, 한순간이라도 결함이나 중단을 보여 주는 법 없이 작동한다.”

- 데리다와 해체주의 :“실제 세계의 모습은 모호하다. 모호한 것을 단순한 것으로 환원하여 확신을 부여하는 것이 이데올로기이다.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서 본래 모호한 세계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 데리다가 요청하는 해체 작업이다.”

- 보드리야르와 현대인의 욕망 : “소비 사회는 자본주의적 소외 구조상 억압된 차이의 욕망을 이용하여 욕망을 대리적으로 만족시키는 상품을 개발한다. 대리 상품은 차이의 기호이다.”

제4장 20세기 말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 들뢰즈와 초월 사유 :“한편으로 본다면 진리는 세계를 생산하는 것이어서 세계를 넘어 있다. 다른 한편으로 본다면 생산된 세계 속에 내재한다. 진리는 초월적 내재이다.”

- 지젝과 환상 가로지르기 :“의미가 해석된다면 환상은 비록 존재하더라도 더 이상 주관을 포박하는 힘을 상실한다. … 어쩌면 환상의 가로지르기란 선불교에서 말하는 깨달음과 연관되지 않을까?”

- 아감벤과 호모 사케르 : “아감벤이 도래하는 공동체로 기대하는 것은 촛불 시위와 같은 공동체이다. 아감벤이 68혁명 세대로서 무정부주의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아감벤은 무차별적 특이성, 비본질적 공통성이라는 개념이 국가 권력의 지배에 가장 적절히 저항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9년 3월 10일]

이병창, 현대철학아는척하기, 인민의해방철학,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