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서평] 이병창 저 <청년이 묻고 철학자가 답하다>를 읽고 / 2015. 09., 381쪽, 도서출판 말
서구의 현실과 서구 학자의 관점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과 한국인의 관점에 근거하여 출간된 철학교양서 한 권을 추천하게 되어 반갑다. 평생 동아대 철학과에서 교편을 잡은 이병창 교수의 역작이다.
저자는 한국 청년들의 현재 고민으로부터 출발한다. 작년 가을 시대를 고민하는 청년 단체의 회원들이 철학자 이병창에게 강의 요청을 하고 수십 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청년들이 던진 질문은 “우리에게는 왜 꿈이 없을까?” “힐링보다, 마음을 치유하는 것보다 원인을 치유하는 것이 먼저가 아닌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주의가 가능한가?” 등과 같이 삶의 현장에서 부딪힌 고민과 연관되어 있었고, 대부분 윤리 철학적이거나 사회 철학적인 물음이었다.
저자는 청년들의 물음에 근거해서 개인주의, 실용주의, 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정신분석학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때 낯선 철학적 개념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저자가 전달하려는 것은 철학개론에 나오는 이론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의 모순을 풀 수 있는 실천적 이론이다.
그래서 저자는 첫 번째 강의에서 청년들에게 생각금지선과 억압 앞에서 저항하는 것, 꿈꾸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 말은 이병창 교수 자신의 평생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첫 번째 강의 결론에서 “두려워하지 말라!” 라고 강조하는 것은 저자가 철학은 ‘시대를 넘어서려는 자의 무기’이고, ‘전복적인 학문’이라 규정하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두려움에 떠는 자는 전복적인 철학은 꿈도 꾸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학의 실천적인 역할을 중시하는 저자는 변증법적 사유를 강조한다. 저자는 “항상 모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모순 앞에서 도피하거나 모순을 부인하는 비겁한 태도를 버리고, 이 세상의 모순에 정면으로 부딪치자는 것이 변증법의 원리”라고 말한다. 그래서 ‘변증법은 용기의 철학’이기에 비겁한 자, 두려움에 떠는 자는 변증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세 가지 물음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는 진리를 인식하는 방식에 관한 물음이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한 물음이고 마지막은 인간의 진정한 자유에 관한 물음이다.
첫 번째 물음에 관하여 저자는 제1부 '대중조작과 삐딱하게 읽기'에서 시작하여 제4부 '한국의 사이비 실용주의'를 통해 답한다.
그는 실증주의에 대한 구조주의의 비판을 넘어서려 한다. 저자는 구조적 인식을 인정하면서도 구조주의의 문제점인 무차별주의를 넘어설 가능성을 찾아 변증법적인 인식의 길을 모색한다. 저자가 추구하는 변증법의 길은 인식이 모순에 부딪힐 때 시작된다. 이 길은 이런 모순 앞에서 인식의 기본적인 개념틀을 끊임없이 확장하는 운동의 길이다. 이 길을 저자는 불교의 해탈의 길과 비교하고 있다.
두 번째 물음과 관련해서 저자는 제5부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개인주의 가능한가?'와 제6부 '공동체주의와 사회주의'에서 답한다.
그는 개인주의를 비판한다. 개인주의란 개인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이 양립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개인주의의 가능성은 자유로운 경쟁이나 자유민주주의적인 합의에 토대를 두고 있지만 저자에 따르자면 자유경쟁과 자유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저자는 이런 개인주의를 넘어서 공동체주의를 지향한다. 저자는 이런 공동체주의의 가능성을 무정부주의와 사회주의의 비교를 통해 살펴본다. 무정부주의는 공동의 소유에 기초한 것으로서 저자에 따르자면 이는 아직 사적 소유를 벗어나지 못한 입장이라 한다. 이런 무정부주의는 그 결과 정체와 분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공동체의 가능성을 위해 사회주의적인 공동체를 분석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현실 사회주의가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살펴본다. 현실 사회주의는 생산의 불균형, 관료적 무기력 때문에 붕괴되었으나 이런 문제점들은 사회주의 내부에서 극복 가능한 것이다. 저자는 공동체를 위해서 남아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주의를 모색하는 길이라 한다.
마지막 물음과 관련하여 저자는 제7부 '새로운 철학을 찾아서'에서 답한다. '답한다'라기보다 '모색한다'.
그는 현대의 여러 철학적 입장들을 검토하고 그 위에서 자주성의 길을 모색한다. 현대의 여러 입장들 가운데 저자는 대표적으로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와 들뢰즈의 생명의 자발성, 라캉의 타자적인 욕망 개념들을 살펴본다.
포스트모던 자유주의는 근대적 자유주의를 넘어서 자유를 무제한으로 확장한다. 그러나 이런 자유주의는 삶의 목적을 욕망에 두면서 욕망에 노예적으로 종속하는 것이다. 이런 자유는 무늬만의 자유이며, 이는 삶에서 후해와 두려움에 빠지는 원인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이런 쾌락을 획득하는 데 거의 대부분 실패하기 때문이다.
들뢰즈의 생명의 자발성 개념은 자발적인 의지에 기초한다. 이 자발적 의지 자체는 그것이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기쁨을 얻는 것이지만 맹목적이다. 그 결과 타인을 지배하는 속에서 기쁨을 얻으려는 악령의 길도 가능하다. 반면 라캉의 타자적인 욕망은 타자가 자신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욕망이다. 타자적인 욕망은 이런 수동적 욕망을 통해 쾌감을 얻지만 이는 정신분석학이 입증하는 것처럼 죄의식에 빠지는 길이다.
저자는 이런 자유와 자발성, 타자적 욕망을 모두 비판하면서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 가능성이 자주성이다. 자주성은 자발성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활동하는 과정 중에서 기쁨을 얻는다. 그러나 자주성은 맹목적이지 않다 자주성은 목적을 지향하는 것이며 이 때문에 자주성은 사회적인 공동적 선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자주성의 길은 스스로 책임지는 길이며 따라서 후해도 두려움도 없는 자유의 길이다.
저자는 동학사상이 “사람이 하늘이라” 했을 때 그 하늘은 이런 자주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동학의 하늘은 기독교의 신처럼 외부에 있어 숭배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하늘이 자연생명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동학의 하늘은 자연생명력처럼 맹목적인 것이 아니고, 신묘한 것이기에 공동체적인 선을 지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자주성의 개념을 통해 새로운 인간 공동체가 출현할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이 저자가 말하는 ‘사이의 공동체’이다. 저자는 이런 사이의 공동체를 영화 <카미유 클로델>(브루노 뒤몽, 2014)에 나오는 장면을 통해 보여주려 한다.
그는 이 세 가지 물음에 한 결론을 미리 책의 서론에서 간략하게 이야기한다. “경험주의 대신 변증법적 인식을, 개인주의 대신 공동체주의를, 민주주의의 대신 자치의 사회를, 욕망의 자유 대신에 진정한 자유, 자주성의 길”을 추구한다는 점을 먼저 밝혔고, 결론에서는 “사회주의는 죽지 않았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에피소드, 흥미로운 소설과 영화 이야기, 개인적인 체험들을 소재로 어려운 철학적 논쟁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런 이야기들은 철학적인 주제와 무관하게 개별적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이 책에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한탄하면서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60 평생에 걸친 삶이 손으로 만져질 듯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저자의 평생에 걸친 연구와 삶이 한데 녹아들어간 책이라 할 수 있다.
이병창 교수는 서론에서 “경험주의 대신 변증법적 인식을, 개인주의 대신 공동체주의를, 민주주의의 대신 자치의 사회를, 욕망의 자유 대신에 진정한 자유, 자주성의 길”을 추구한다는 점을 먼저 밝혔고, 결론에서는 “사회주의는 죽지 않았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에피소드, 흥미로운 소설과 영화 이야기, 개인적인 체험들을 소재로 어려운 철학적 논쟁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런 이야기들은 철학적인 주제와 무관하게 개별적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필자도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내내 철학 공부가 어려웠다. 그랫던 필자도 이 책을 통해 서구 현대철학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감각을 배웠다. <정의란 무엇인가> 등 수박겉핥기식으로 저자의 주장과 논리를 따르기만 했던 책들도 전체적인 시각 속에서 다시 읽고 싶은 동기가 생겨났다.
평생 대학 연구실에 파묻혀 있었음에도 저자는 현실 감각을 잃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한탄하면서도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60 평생에 걸친 삶이 손으로 만져질 듯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저자의 평생에 걸친 연구와 삶이 한데 녹아들어간 책이라 할 수 있다.
독자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특히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꿈을 모색하고 싶은 청년, 단순한 개인적 힐링보다는 원인 치유에 관심이 많은 젊은이, 갈길 잃은 현대철학(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정신분석학 등) 속에서 대안적인 철학을 찾으려는 사람들, 사회주의적인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이병창 교수의 카페글 : '철학강의를 시작하며 - 사유의 강물을 따라' http://cafe.daum.net/artistfriends/TvrY/1
- 인상 깊은 문장 -
"외부에 대한 증오가 점점 더 증가한다면 사실은 내면 속에서 위반적 욕망이 누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정신분석학의 결론입니다. 이런 편집병 환자가 취하는 심리적인 전술은 정치적으로도 자주 이용되죠. 정치가들은 체제를 붕괴하는 내적인 위험을 감추기 우해 수시로 대중에게 외부 적이 침투한다는 위협을 꾸며냅니다.대중은 체제 내적인 위험을 잊거나 알지 못한 채 체제 외부의 적에 대한 증오에 열을 올리죠. 이처럼 체제 외부에 대한 증오에 열광하는 이유는 거꾸로 체제 내부에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위험에 의해 체제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외부의 적에 대한 증오로 나타나죠."(55쪽)
"결과적으로 양비론, 양시론, 인신공격의 오류는 모두 동일한 논리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런 오류는 모두 사물의 전체적인 연관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오류이죠. 사물의 전체적 연관을 파악하는 것이 사유의 기본입니다. 진리를 위해서는 이런 전체의 연관성을 올바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97쪽)
"박정희 시대 소득이나 수출입이 증가했다는 것은 단순한 사실에 지나지 않을 겁니다. 반면 그 시대 경제성장이 일본 자본의 재진출 또는 신식민지였다는 것은 전체적 연관 속에서 파악된 근본적인 사실이겠죠. 박정희 시대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사실에 기초하느냐, 아니면 진실에 기초하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집니다."(118쪽)
"나는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사회에서 학벌이 만연하는 것은 봉건적 잔재가 아니라고 봅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그런 학벌을, 다시 말해 불공정하고 부자유한 경쟁을 확대한 것이죠. 다만 서구 자본주의 국가의 경우 이런 자본의 논리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규제하는 법을 만들어서 어느 정도 공정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었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데 관련된 법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일단 이기고 보자는 온갖 수단이 사용되었고, 학벌도 그렇게 해서 발전되었습니다."(179쪽)
"인류 역사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은 가상일 뿐이죠. 역사적으로도 존재한 적이 없었고, 이론적으로도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경쟁은 누군가 승리만 하면 그 승리가 아무리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것을 성립하게 됩니다. 자본은 누구에게든지 축적만 된다면 더 효율적인 수단이 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경우 경쟁하는 개인들 모두에게 정의가 실현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왜나하면, 이런 경쟁은 능력에 따른 것이 아니라 우연에 따른 것이니까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에서 개인주의가 타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런 경쟁이 불가능하니 개인주의가 성립할 수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개인주의란 자시이 이론과 달리 실제로는 '냉혹한 이기주의'와 동일한 것이 되고 맙니다."(183쪽)
"현대철학의 두 산맥이라 할 수 있는 라캉과 들뢰즈의 한계가 곧 서양 현대철학의 한계라 할 수 있죠. 라캉의 정신분석학은 공동체의 가능성을 알려줍니다. 그의 타자적인 욕망 개념에 기초한다면 사랑의 공동체가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자발성을 전적으로 간과하는 것이죠. 거꾸로 들뢰즈의 미시적 생명력 개념에 기초한다면 자발적 의지의 가능성, 스스로 쾌감을 느끼는 의지의 가능성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런 자발적 의지가 악령이 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서구 현대철학은 마지막 단계에서 멈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시에 그 마지막 한계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죠. 나는 서구 현대철학은 어떤 징검다리를 놓아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개념, 자발성과 공동체, 유희와 사랑이 결합하는 궁극의 경지를 찾아야 합니다."
"기득권자가 단결한다든지 조직의 힘이 더 강하다든지 하는 주장은 근본적으로 허위입니다. 왜냐하면, 기득궈자의 이익은 타인의 이익을 약탈하는 것에 기반들 두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머지않아 싸움이 벌어집니다. 기득권자는 단결된 힘이 아니라 외부의 힘과 권력에 의존해서, 아니면 가시에 의존해서 자기의 이익을 관철하죠. 이런 외부의 힘과 권력이 항상 가지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니 기득권자는 그 힘의 향바에 따라 이러저리 쥐떼처럼 몰려다니죠."(216쪽)
"결론적으로 오늘날 서구 국가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은 그저 쇼이거나 속 빈 강정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경우에서 보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게 원래 그런 거니까요. 민주주의는 이론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결정을 내리는 체제입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그런 합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제한적입니다. 다수 민중은 대변되지 못하고, 실제 민주주의 국가를 지배하는 것은 관료입니다."
"사회주의에서 사회적 소유는 국가가 관리하죠. 국가란 코뮌의 연합체에 불과합니다. 이 코뮌은 생산이 기본 단위이며, 코뮌의 연합체는 동시에 생산？M 체계입니다. 여기서 경제적 영역과 정치적 영역이 따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생산과 분배가 하나의 코뮌 속에 통합되어 있으니 경제적 기능이 곧 정치적 기능인 셈이죠. 그나마 존재하는 구성원 사이의 대립은 생산이 영역 자체 내에서 조정됩니다. 경제적 영역 밖에서 이해를 조정하는 정치적 영역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ㄴ다. 그러므로 이 사회에서는 정치라는 것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정치판이란 게 없으니 전문적 정치인도 없고 그것을 둘러싼 언론과 정당도 없습니다."(295쪽)
"사회주의는 결정적으로전화해야 할 지점에서 멈추어버렸습니다. 우선은 코뮌연합이라는 민주제가 새로운 목소리를 민주적으로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당이라도 나서서 선도적으로 개혁을 했어야 하는데, 당은 관료화되었죠. 사회주의가 독재와 폭력 때문에 붕괴했다는 것은 영화나 소설이 만든 이미지라고 봅니다. 나는 오히려 제도적으로 지식인 기술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당이 대중영？u과 무기력 때문에 붕괴하였다고 봅니다. 한마디로 사회주의 사회는 권태로운 사회였던 셈이죠. 권태는 서서히 사회주의 국가의 온몸을 파고들어 갔습니다. 이렇게 무려 30년이 지난 다음 199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허물어진 것이죠."(303쪽)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의 근본적인 한계는 그 기본 개념인 쾌락의 자유라는 개념 속에 있습니다. 자유는 어떤 제한도 없다는 것이 포스트모던 자유주의의 근본 개념이죠. 이런 입장에서 포스트모던 자유주의는 자유를 제한할 객관적인 진리나 사회적인 가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모스트모던 자유주의는 진정한 자유에 도달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그들이 도달한 것은 공허한 자유였죠. 그 자유는 형식적인 자유에 불과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이 자유를 지배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욕망과 두려움이었습니다. 그게 부시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에서의 종북몰이의 실상이었습니다."(334쪽)
"아무리 생각해도 자본주의적 질서를 부분적으로 수정하는 것만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자본주의적 지배를 옹호하는 거셍 그치는 형식적 민주주의만 가지고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정한 자본주의란 존재하지 않으며, 보편 민주국가란 관료의 과학적 지배에 불과합니다. 사적 공동체를 인정하는 한 무정부주의란 초기 자본주의 시대로 다시 되돌아가자는 복고적 주장에 불과합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사회주의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적 소유를 폐지하지 않고서는, 그리고 코뮌의 자치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 대부분의 사람이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넘어보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373쪽)
"역사적 운동 속에서 공동체적 선을 자발적인 생명력으로 추구하는 존재, 이런 생명의 추구 가운데서 쾌감을 느끼는 것, 나는 바로 이것이 사람의 ‘자주성’이라 생각합니다. 아무도 역사의 길을 확신하기 힘들죠. 그럼에도 웃으며 갈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험한 산길, 거친 들판을 간다는 것 자체가 기쁨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험한 길도 웃으며 가는 혁명적 낙관주의, 그것은 자주성을 지닌 사람의 징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2015년 12월 20일 ]
청년이묻고철학자가답하다,
이병창,
변증법,
공동체주의,
자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