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민주주의를 좀먹는 두 가지 거짓 치료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 : 왜 민주주의에서 마음이 중요한가>
원제목을 직역하면 ‘민주주의의 마음을 치유하기’다. 그리고 국내에 번역 출간된 한글 제목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의 원문은 ‘The Politics of the Brokenhearted’이다. 이를 직역하면 ‘마음이 부서진 자들의 정치학’이 될 것이다.
책을 모두 읽어보니 한국어 제목은 역자가 저자의 원래 의도 또는 원저의 취지와 달랐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이라면 ‘비통한 자들’이 정치학의 대상 내지 목적이 된다. 그러나 저자는 ‘비통한 자들’이 주체가 되어 추구해야 하는 그리고 ‘비통한 자들’에게 안내를 하는 ‘정치학’을 출간한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비통한 자들’은, 저자가 2004년 개인적인 고통을 겪으면서 깨달은 ‘미국 정치의 후퇴’를 원인으로 하여 ‘마음이 부서져버린(brokenhearted)’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개념을 굳이 ‘brokenhearted’라는 단어로 사용한 이유는,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마음의 정치학’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먼저 저자는 미국인들이 정치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로 위축되는 데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제시하는 데, 이 점에 있어 한국사회도 공통적인 현상일 것이다.
첫 번째는 정치 문제가 수많은 사람에게 너무 광대하고 복잡하며 일상의 뿌리에서 매우 멀어서 평범한 사람들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는 공공적·시민적 영역이 폭력적인 언어의 전투 지대가 되어서 많은 사람이 시민으로서 발언하고 행동하다가 언어적 공격이나 그보다 더 나쁜 일에 시달릴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도망가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민주주의를 걱정하는 독자들에게 두 가지를 기억해줄 것을 간청한다.
첫째, 이른바 ‘정치 뉴스’를 숨가쁜 속도로 광범위하게 보여줌으로써 결국 우리의 무력감을 자아내는 대중매체에게 독자들이 저항해야 한다. 국가적·국제적인 문제는 지역적인 원인 그리고 결과를 갖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생활 가까이에 있는 인간적 규모의 쟁점을 언급함으로써, 시민들은 힘을 회복하기 시작하여 보다 커다란 관심사들에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시민들은 많은 쟁점에서 언제나 이견을 드러내야 한다. 동의하지 않을 자유는 민주주의의 위대한 선물 가운데 하나이자 그 위대한 힘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가 이견을 드러낼 때 더 좋은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사람들의 이견이 독기와 증오로 가득차 있거나 폭력적이라면 시민사회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약화시킬 것이다.
“의견에 강한 차이가 생기는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자산에게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을 악마화하는 것이 문제입니다.”(16~17쪽)
미국의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은 서문에 잘 표현되어 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이 산산조각 날 때 마음이 부서진다. 나는 예순 다섯 살에 그것을 다시 느끼고 있었다. 이번 일은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대부분의 것보다 한결 어둡다는 것을 곧 깨닫기 시작했다.”(33쪽)
“나는 국가의 모습에 당황하면서 고국에서 난민이 된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9.11테러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칭송을 심화하면서 또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마에게 기운을 불어넣었다. 그 악마는 지금도 여전히 거대하게 군림하고 있다. 우리는 공포에 상처받고 압도되어 그 테러와 직접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한 나라와 곧바로 전쟁에 돌입했다. 많은 미국인은 국제협약 의무사항과 함께 자신들의 헌법상 권리를 기꺼이 포기하려는 듯했다. 선출직 공무원을 포함한 일부 미국인은 항의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매국노라고 서슴지 않고 비난했다. 그것은 결국 민주주의의 기반인 시민 공동체를 부수는 일이다.”(32쪽)
“국경 너머의 타자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우리가 서로를 이방인으로 만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분노와 절망의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우리의 차이가 우리가 가장 가치 있게 여겨온 자산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어찌하여 잊어버리게 되었는가?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라는 선언은 어디로 갔는가? 폭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적어도 그만큼의 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언제쯤 깨닫게 될까? 우리는 왜 뭇 생명을 귀중하게 여기지 않는가? 국가의 위대함을 가늠하는 척도는 강자가 얼마만큼 성공 하나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약자를 얼마나 잘 지지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 왜 이해하지 못하는가?”(33쪽)
저자의 주장은, 일반적으로 ‘마음이 부서져버린(brokenhearted)’ 사람들은 분노와 폭력성을 띠거나 좌절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마음이 부서져버린 후 ‘열린 마음으로 정치적 긴장을 더 잘 끌어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링컨에 대해 읽어나가면서 자신의 치유가 이루어지는 동안, 오늘날 미국을 위협하는 분열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을 발견했다. 저자가 ‘열린 마음의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분노는 비통함이 걸치고 있는 가면 사운데 하나일 뿐이다. 자신의 신념을 ‘적’에게 돌처럼 던지는 대신 고통의 근원을 서로 나눌 때, 우리는 마음을 열고 커다란 분리를 연결하는 통로를 찾을 수 있다.”(38쪽)
“예를 들어 종교나 정치에 관한 확신이 너무 강고해서 조금이라도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에게 전혀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 폭력을 쓰면서까지 자신의 세계관을 밀어붙이는 일부 극단주의자들- 과 나는 무엇을 공유하는가?
나는 정치적인 비통함을 경험하면서 그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근대성의 가장 나쁜 특징들에 대해 똑같이 슬픔 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무심한 상대주의, 정신을 좀먹는 냉소주의, 전통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경멸, 고통과 죽음에 대한 무관심 등이 그것이다.
우리 모두를 왜소하게 만드는 이런 문화적 추세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해 타협할 수 없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폭력은 절대로 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법률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사람들이 저마다의 뜻대로 믿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면서도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 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아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행동해야 한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결정적인 차이들에 대해 스스로를 가르쳐야 한다. 상호 이해를 향한 대화 속에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 폭력의 사용을 포함하여 우리를 위축시키는 모든 것에 대해 두려움 없이 말해야 한다.”(36~37쪽)
‘폭력’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에서는 폭력이 일상화 전면화되어 있다.
“폭력은 전쟁터에서만 가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온전함을 짓밟을 때 폭력은 자행된다. 따라서 정치에서 상대방을 악마화하거나, 절박한 인간적 요구를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편리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40쪽)
그런데 이런 현상은 수구보수세력과 그 지지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폄하와 차별(다른 사람의 온전함을 짓밟을 때), 문재인과 민주당에 대한 악마화, 박근혜와 자한당에 대한 악마화, 이재명에 대한 악마화, 이석기와 통합진보당에 대한 악마화(정치적 상대방을 악마화할 때). 이 세 가지 유형은 주체와 대상의 범위가 조금씩 다를뿐 굉장히 심하다.
쌍용차, KTX, 전교조, 비정규직, 농민, 노점상, 장애인, 성소수자, 영세자영업자, 저소득계층, 전월세세입자, 실업자, 청년, 여성 등등(절박한 인간적 요구를 무시한 채 정치적으로 편리한 결정을 내릴 때). 현재의 문재인 정권 들어서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마음의 정치학’은 무엇일까? 저자는 자신만의 어둠에서 빠져나와 빛으로 -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로, 가치 있다고 믿는 일로, 좋아하는 세계로 - 되돌아왔을 때, 자신과 주위에 있는 갈등들이 더 이상 찢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크게 뜬 눈으로 그리고 부서져 열린 마음으로 나는 개인적, 정치적 긴장을 더 잘 끌어안을 수 있었다. 거기에서 통찰력, 소신 있는 참여, 그리고 새로운 삶이 생성되었다.”(41쪽)
“부서져 열린 마음은 자비심만이 아니라 힘의 근원이기도 하다. 우리를 왜소하게 만드는 것들을 끌어내리고 강하게 만드는 것들을 끌어올리는 힘 말이다. 우리는 위대한 여러 사회운동이 해온 일들을 수행함으로써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다. 마음의 힘을 교육하고 이끌어내는 데 시간과 기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이다. 역사가 일관적으로 보여주듯이 마음은 말을 하고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 행동은 전형적인 권력에 의해 유발되는 것만큼이나 실제적이다.”(65쪽)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인상적인 저자의 주장 중 한 가지는 ‘민주주의를 좀먹는 두 가지 거짓 치료제’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는 ‘소비주의’이고 두 번째는 ‘희생양 만들기’이다.
첫 번째 ‘소비주의’.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까닭은, 그것이 정말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정체감과 존재 가치를 세워주기 때문이다. 공적 사적 생활에 스며드는 광고가 가까운 증거다. 거기에서 제품의 쓸모를 강조하는 경우는 드물고, 그 대신 자본가들이 충족시키리라고 주장한 내적인 욕구를 겨냥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종류의 소비주의는 개인은 물론 공동체에도 해가 된다. 그것은 실질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않는다. 다만 성장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면서 그 뒤에 온갖 병적인 현상을 야기한다.
“많은 사람에게 소비주의는 내적인 공허함을 달래는 선택의 마약이다. ...
독성이 가득한 소비주의는 많은 미국인을 직장과 집에서 내몰았다. 그 결과 주기적인 경기 침체에서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에 이르는 수많은 문제가 생겨났다. 불황이 지속되어 실업률이 높아지면(미국 평균 9%, 일부 계층 40% 초과), 민주주의의 다양성에 수반되는 긴장을 품을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120~121쪽)
두 번째 거짓 치료제는 ‘희생양 만들기’다. 이는 고삐 풀린 소비주의보다 훨씬 치명적인 결과를 개인과 공동체에 가져온다.
자기 문제의 탓을 낯선 타인에게 덮어씌우면서 위로를 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그늘을 인종, 사회계급 종교, 이데을로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투사하면서, 자신에게 결핍된 것의 탓을 그들에게 돌린다. 다른 이들을 깔아뭉개고, 그들의 ‘열등함’을 배경으로 우리의 우월함을 주장하면서 정체감을 회복한다.
“이런 형태의 마음의 병은 소비주의만큼 흔한 것은 아니지만 빈도가 적은 만큼 맹독성이 크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희생양 만들기는 파시즘이라고 불리는 정치적 질병을 키운다. 가장 극악하게 표출되면 그것은 나치즘의 광기에 버금가는 이데올로기를 배양하고, 홀로코스트를 추동한 것 같은 집단적 사악함을 빚어낸다.”(125쪽)
그리고 대형쇼핑몰에 대한 저자의 경계도 의미심장하다.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재벌대기업이 주도하는 할인점과 대형쇼핑몰에 대해 ‘골목상권 파괴’와 ‘중소 영세자영업자 생존권 침해’라는 관점에서만 주로 경계했다. 하지만, 저자는 대형쇼핑몰이 민주주의의 공론장을 파괴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필자 역시 저자의 문제의식에 크게 공감하고 동의한다. 미국 정치와 민주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한국의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입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의 경우 분단체제의 존재로 인해 미국 정치보다 50~60년 뒤처졌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마음을 훈련시키는 정치학’은 공감하기 어렵다. 저자의 제안에서 기본적인 문제점은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 정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다. 정치와 민주주의의 문제는 정치와 민주주의를 좌우하는 소위 ‘지도층’과 자본가 그리고 권력자들에 의해 발생한 문제인데, 그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학교, 대학, 종교공동체에서 개인들에게 ‘마음의 훈련’을 할 수 있다는 대안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리고 자본가와 권력자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데, 한계가 분명한 ‘개인들’을 각성시키고 모아서 정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오히려 조직을 만들려고 하는 버니 샌더스가 저자 보다 미국 정치를 좀 더 낫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세부적인 구성은 아래와 같다.
제2장에서 저자는 미국의 시민으로서 살아온 여정을 잠시 회고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대해 설명한다. ‘마음의 습관’이란 경험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 반응하는 유형으로서 사람들 안에 깊이 배어 있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경험에는 지성감정, 자기 이미지 그리고 의미와 목적의 개념 등이 포함된다.
제3장에서는 마음이라는 것이 언제나 정치의 동력이었고, 선과 악을 아우르는 모든 목적에 이용되는 내적인 힘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그 힘은 마음이 부서지는 경험을 통해 증폭되고 분출된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힘이 생성되는가는마음이 어떻게 깨지느냐에 달려 있다. 부서져 흩어지는 대신 부서져 열리도록 하는 탄력성은 오로지 마음의 민주적인 습관의 실행을 통해서만 생겨난다.
그리고 이 장에서 그는 소비주의와 마녀사냥으로 나타나는 시대의 내적 공허함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그 두가지는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마음의 습관을 계발하기 위해서 독자가 맞서
싸워야 하는 기본적인 '마음의 조건’이다.
제4장에서는 창조적으로 긴장을 끌어안는 제도를 창안함으로써 싸우거나 아니면 도망치는 반응에 저항하는 인간성의 긴 역사를 살펴본다.
미국의 건국자들이 만든 통치 구조는 역사에서 빛나는 정치적 성취이며, 그 구조는 자기의 마음속에 긴장을 끌어안는 법을 배운 국민에 의해서만 애당초 의도한 대로 기능한다.
제5장에서는 공공의 삶, ‘낯선 사람들과 함께’ 이리저리 움직이는 일상에 대해 살펴본다.
그것이 민주주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그 쇠퇴의 원인이 무엇인지, 마음이 형성되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그 중대한 전 정치적 삶의 층위를 어떻게 재건할 수 있는지를 파헤친다.
공공의 삶은 너무나 평범해서 공기나 물처럼 당연시된다. 그러나 건강한 생태계가 깨끗한 공기와 물에 의지하듯 건강한 민주주의도 공공의 삶에 의지한다. 나서서 관여하는 대중이 없으면 민주주의는 죽기 시작하고, 과두정치 같은 것이 등장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제6장에서는 마음의 습관이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배양되는 몇 가지 전통적인 장에 대해 살펴본다.
바로 학교, 대학, 종교 공동체 등이 그것이다. 그는 민주주의에 절대적인 이 기관들이 교실에서 집회에 이르는 지역의 장에서 시민을 형성하는 역사적 기능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그 실제적인 방법들을 제안한다.
제7장에서는 대중매체에 의해 창출되는 안전하지 않은 정치적 공간을 살펴본다.
현재는 너무나 광활하고 파편화되고 격앙되어 있어서 그 안에 너무 오래 있으면 무력감을 느끼게 되는 공간이다. 아울러 시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개인과 집단적 힘을 회복할 수 있는 비관습적인 공간들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할 수 있는 침묵과 고독의 공간 커뮤니티 조직가에게 친숙한 작은 모임,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제8장에서는 인간 역사에서 마음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마음의 역사는 세상사를 관찰헤서는 쓰일 수 없다. 그 대신 우리의 열망을 표현하는 국가적 신화를 검토함으로써 그 중요한 실마리들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들이 열망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려고 노력해온 과정을 밝힌다. 그러고 나서 ‘비극적 간극’ 안에 서서 행동해야 할 필요를 검토함으로써 창조적으로 긴장을 끌어안는 것의 개념을 다시 제시한다.
-인상 깊은 문장 :
“학생들은 민주주의의 역사와 구조에 대한 기본 자료를 배워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민주주의적으로 대접받고 민주주의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우리는 민주주의의 핵심 개념과 가치에 그들이 생생하게 관여할 수 있도록 그들을 초대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방법은 최소한 두 가지가 있다. 교실과 학교 안에서 민주적인 과정에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과 더 커다란 커뮤니티의 정치적 역동 속에 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어른들이 구성한 사소한 문제 이외의 사안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 능력이 없는 듯 대우받고, '성취'의 책임 이외에는 아무것도 요구받지 않는다. 그렇게 해놓고 우리는 그들이 18세가 되는 순간 참여 민주주의에서 충실한 역할을 하는 구성원으로 변신하기를 기대한다.”(212쪽)
“젊은이들은 자신의 배움에서 목소리를 부여받고, 사회적·인격적·지적 성장을 포함하는 광범 위한 발달에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역사회와 주변 환경에 자신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교실 안에서 그리고 그것을 넘어선 차원에서 새로운 실행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학생 상담원, 멘터링, 견습, 회복적 정의 Restorative Justice, 자기주도 학습, 그리고 공유된 거버넌스('협치 염라고도 번역되는데, 본래 행정 소관의 일을 시민들이 함께 책임지고 풀어가는 것을 의미한다]의 실행은 학생들의 소속감, 자율성 그리고 문제 설정 능력 등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다준다.”(212쪽)
학교는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보다 평등하고 정직하며, 보다 유의미하며, 사람들을 환대하고, 실제 생각이 일어나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최고의 교육자들은 그러한 환경을 어떻게 창조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고, 우리는 그들을 지지하고 격려해야 한다. 최고의 교육자들은 교실의 교사들이지만, 단순히 교사들만이 아니다. 배관공, 전기기술자, 행정 보조자, 공사장의 십장 등도 최고의 교사들이다.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능력은 사회 변화의 핵심 장소인 학교에 뿌리를 두고 있고, 학교의 모습과 교실벽 안팎에서 이뤄지는 배움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근본으로 한다.”(213쪽)
“학생들은 배우는 무엇에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배우는가에 대해서도 학습한다. 학생들은 충실한 정보로 가득 찬 민주적 가치에 관한 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교사가 그 정보를 받아쓰게 하고 학생들이 그것을 달달 외워 시험에 적도록 한다면, 그들은 민주적인 가치를 배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그들은 독재의 추종자로 살아남는 것을 배우고 있다. 머리를 숙이고 입을 다물고, 그것을 이해하거나 믿는 것에 상관없이 정당의 강령을 읊조리는 것 말이다.”(215쪽)
“디지털 미디어(그리고 SNS)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정치적 견해와 정보의 소비자만이 아니라 생산자도 된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보탬이 된다.
그런데 우리가 소비자로서 읽은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다른 자료들과 비교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쭉정이로부터 알맹이를 추려내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미디어(SNS)는 민주주의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241쪽)
“이상주의자(운동가)가 가장 쉽게 굴복하는 현대적 폭력의 그릇된 형태가 하나 있다. 실천과 과로가 그것이다. 현대적 삶의 분주함과 압박감은 내적인 폭력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일 것이다. 수많은 갈등적 관심사에 쏠리고, 너무 많은 요구를 수락하고, 프로젝트에 가담하고, 모든 것에서 모든 사람을 돕고 싶은 것이 폭력에 굴복하는 것이다.
활동가의 열광은 자신의 일을 무효로 돌려놓는다. (..) 그것은 자신이 하는 일의 결실을 파괴한다. 일의 결실을 풍요롭게 만드는 내적 지혜의 뿌리를 죽이기 때문이다.”(250쪽)
[2018년 10월 15일]
파커파머,
비통한자들을위한정치학,
마음,
정치,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