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농업과 농촌이 소중하다고 하지만 자신의 아이들에게 농업과 농촌을 권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 민승규 농림수산식품부

'농사 위해 귀촌' 5%대 불과
뜨끔한 말이다. 어린시절 잠시 농촌에 살았던 적이 있다. 자그마한 언덕위에 올라앉은 집의 뒤엔 커다란 잣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집 뒤켠에 심어진 부추에 꽃이 피어 바람에 하늘거리는걸 보며 어린마음에 너무 예뻐서 한참을 바라보고 앉아 있던 기억이나 동네 어귀를 돌아 나오는 우시장, 동네 노인장에 놀러가 생간 한점과 막걸리 한사발을 얻어 마셨던 것과 같은 추억은 삶을 살아오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떠오르고는 한다.

그래서 그럴까? 늘 이 답답한 서울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철마다 장아찌며  장이며 엑기스며 술이며 항아리마다 담궈놓고 철마다 꽃이며 열매가 피고 열리는 마당, 개들이 마음껏 뛰어놀수 있는 흙.  그러면서도 인터넷이 없으면 안되고 재래식 화장실이어서도 안된다는 이런저런 조건들이 붙는다. '농사도 뭘알아야 짓지'라는 핑계를 대며 자그마한 텃밭 하나만 있었으면 할뿐이다. 허리가 휘도록 농사일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존경스러우면서도 막상 내가 그 일을 할생각을 하면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아프고 겁이난다.

책 [삼성 현대 LG가 농촌으로 가는 까닭은]은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의 농업진흥을 위한 노력과 성공사례 등을 예를 들며 단순히 귀농에 대한 어설픈 꿈을 현실화 시켜 줄 수 있는 여러 대안(성공사례, 귀농 귀촌 정책과 교육, 자녀교육 등)들을 사실적으로 제시해준다. 작가가 기자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정확하게 필요한 정보들에 대해 정리되어 있다. 귀농을 꿈꾸면서도 전혀 모르고 있던 여러가지 농어촌의 현실과 이런 아이템도 있구나 싶은 새로운 정보들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프랑스의 승마교육을 위한 품종이 작은 말의 이름이 '포니'라는 것. 또 승마가 생활체육이라는 것이 참 부럽게 느껴졌다. 산너울의 전원마을사업은 몇번이나 꿈꿔봤던 공동체 마을이라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별을 보기위해 가로등을 1미터 미만으로 제한했다는 것은 너무나 멋진일이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본다면 자신의 계획을 설계하는데 좋은 지표가 되리라 생각된다.

별점 
내용 :  별세개반 
디자인 : 별네개

함께 읽는 아시아 문예 계간지 17호. 참... 심심한 책이다.
언젠가 유명한 운동권 시인으로 알려진분의 강연을 들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나 담담하고 쉽게 느껴지는 잡담에 가깝게 느껴지는 내용에
실망아닌 실망을 했던때가 떠오른다.
시종일관 같은 톤의 담담한 말투는
학교다닐때 인간수면제로 불리던 선생님들이 떠오르게했었다.

'팔레스타인 문학 특집'
이라는 제목에서 내심 어딘가 격정적이고
함께 주먹을 불끈쥐며 공감하고 격분할만한 내용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담담하고 차분하며 이지적인 글들에 왠지 숨이 막힌다.

전쟁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에서 작가들이 펜을 들어 할 수 있는
'행동'의 한계라고 할까...

한국의 작가인 오수연씨의 사회로 이루어진 팔레스타인 작가들의
좌담회의 내용을 시작으로 한글페이지와 영문페이지로 구성되어 책이 실려있다.
중간 부분은 각 작가의 시와 소설 등이 실려있고
또, 한국의 신예 작가인 이호빈님의 [즐거운 나의 집]이 실려있다.

[팔레스타인 문학]이라는 타이틀에 걸었던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책을 읽으며 이상한 씁쓸한 기분을 느꼈던 것은...
얼마전 읽었던 [한 뙈기의 땅]이라는 소설의 영향인지 비슷한 류의 글을 기대했지만
세련된 문체와 좋은 글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죽어가는 아이 앞에 서있는 까마귀의 사진을 봤을때의 울분과 같은
무심함을 읽어버려서 스멀거려버린다.

이것은 나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피해자 또는 박해받는 국가의 작가가 모두 자신의 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글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총에 맞아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그것을 시로 읆는 시인을 욕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뭐랄까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겠는 껄끄러움이 있다.
그래서 서평 쓰기를 무척 망설였고 힘들었다.

마치 일제시대에 동경 유학을 다녀온 모던보이의 나라잃은 설움을 읆은
시한편을 보며 그 글에 실린 진실성에 대해 고민하는 심정이랄까...
이번 계간지에 앨리트 작가들의 인터뷰나 문학 토론과 같은 분위기의 글들보다
조금더 현장성 있는 글들이 실렸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설레이고 막 부러워지는 단어.

[마침내 그리움]은 자전거 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도보와 자가용의 중간쯤의 속도로 세상을 굴러간 흔적을 보여준다.

잠못이루는 진득한 속세의 고민과, 한가한 시골 음식점에서 주인장과 가벼운 수다라도 떨고 싶은 나홀로 여행자의 외로움, 또 자유로움의 흔적들을 유리에 나무가 들어앉은 버려진 냉장고의 사진이나 아스팔트위의 깨어진 거울에 비치는 마른 나무가지의 균열과 같은 작가적 감수성이 가득담긴 시선의 사진들을 곁들이며 차분하게 써내려갔다.

적절한 사실적 기록과 감수성이 어우러진 에세이집에 가까운 내용들은 교통정보나 이런 저런 맛집들에 대한 정보로 가득찬 여행서적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친절한 여행서는 아니다. 하지만 느릿느릿하게 세상을 조금더 성실하게 바라보며 걷고 싶은 비슷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같은 코스는 아닐지라도 가방에 아무렇게나 짐을 쑤셔넣고 무작정 어딘가라도 떠나고 싶어지는 기분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몇년전 장마가 막 시작하는 6월말쯤 어설픈 도보여행을 한적이 있다. 꽃분홍색 판쵸를 뒤집어 쓰고 장마비를 맞으며 갓길도 불안불안한 도로를 걸으며 내게 빗물을 튕기며 우렁차게 지나치는 덤프트럭을 향해 주먹질을 하며 걷는 내내 뒤를 따라 오는것처럼 주변을 나르던 나비들이 갑작스런 큰비에 갓길 빗물을 따라 줄줄줄 흘러내려오고 흘러가는 것을 보며 주저앉아 울었던 일, 갑자기 촤아아 쏜살같이 튀어나와 도망가는 뱀을 피한답시고 도로로 뛰어들었다가 지나던 운전자에게 XX한 욕을 들었던 일, 뱀은 앞으로 날듯이 쓰으으 기어가고 나는 옆으로 게걸음치며 도망가며 우리는 서로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도로 바닥에 무늬마냥 납작하게 눌려있던 여러 동물들의 가죽들... 반쪽이 되어 이미 끊어진 숨을 헐떡이며 눌려있던 영혼들.

책을 읽으며 그러한 기억들의 동감이 끓어오르며 가방을 싸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 일주일 남짓한 짧은 여행으로 몇년간은 참 잘 버티고 잘 지냈던 것 같다. 홀로 걸으며 무척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또 스쿠터가 터질 정도로 지리산 자락을 이리저리 얻어타고 다니기도 하고 낯선 사람의 집에 머물기도 하고 강진의 넓다란 어느 한옥 민박집에선 주인 할아버지와 아침밥상부터 시작해서 커피, 수박을 먹으며 점심때가 되도록 수다를 떨었던 일. 홀로 하는 여행은 우르르 몰려 다니는 럭셔리한 여행보다 고되고 외롭다. 하지만 그런 여행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커다란 자기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시골 우체국장님이 타주시는 커피를 마시며 우체국에 앉아 엽서를 쓰며 짐짓 '뭐라도' 된듯한 뿌듯함을 느끼는 기분 좋은 시간은 보너스!

도보여행을 하며 한국의 도로가 무척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경우는 감히 고속도로로 올라갈 엄두도 못내고 시골 구석길로 돌아돌아 다녔을 정도이다. 하물며 자전거를 타고 갓길조차 없는 터널을 지나야 하고 중간 중간 끊어지는 없느니만 못한 자전거 도로 등의 여러 위험성들. 여행을 하며 얻을 수 있는 기분좋은 느낌과 자전거 여행자가 도로위에 섰을때 직면하는 위험. 여행자 숙소에 대한 불만감. 실제 사용자의 편의를 배제한 불편한 자전거 도로 등의 현실적 문제들, 중간 중간 안주처럼 껴넣은 사회문제들에 대한 지적들.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동감, 마치 나도 옆에서 함께 못타는 자전거를 끌고 함께 여행한 듯이 보여주는 사진과 글들. 여행을 처음 해보는 사람도 이렇게 할 수 있는 여행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고 비슷한 여행을 해본 사람은 자꾸만 가방에 시선이 가게 하는 자극을 주는 책이다.